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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Apr 02. 2020

無-감정이 가장 위험하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감정 이야기. 無-감정

Photo by Franck V. on Unsplash



선생님께서 '기분이 어때요?'라고 물어보실 때가 가장 힘들어요.

대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ㅠㅠ

그런 걸 꼭 느껴야 하나요?

기분을 안 느낄 수도 있잖아요?!


하긴 다른 사람들이 저한테 공감을 못한다고 구박하기는 해요.

다른 친구들이 얘기할 때 저는 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서 반응하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은 반응은 영...

자꾸 이해해달라고 하고 공감해주면 좋겠다고 하는데.. 저도 저 나름대로 하거든요. 

저야말로 그들의 말이 이해가 안돼요ㅠㅠ




1. 감정은 존재하는가?


'감정'이란 '어떤 상황에서 사물이나 사람에게서 대해서 느끼는 기분이나 마음 상태'를 말한다.  보통은 기분이라고도 하며 정서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Emotion, Affection, Mood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며, 이 각각은 약간씩 그 의미가 다르기는 하나 대체로 감정이라는 총체적인 모습의 다른 측면들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감정은 정말 존재하는 것이 맞는가? 진정 '-감정'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인가? 이와 같은 논쟁이 발생하는 이유는 감정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가시적이라는 이유로 측정된 감정(예를 들어 심리검사 결과 등)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인하여 감정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감정은 분명히 존재한다. 감정은 좋은 감정에서부터 안 좋은 감정까지의 연속선 상에서 볼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이 평가해볼 수 있다. 


'-5' : 매우 안 좋은 기분 상태. 극심한 분노와 같이 극히 부정적인 기분 상태 등

'-3' : 대체로 안 좋은 상태. 일이 안 풀려서 짜증이 나 있는 정도

'-1' : 약간 안 좋은 기분 상태. 특별한 원인은 없으나 기분이 별로라고 느껴지는 정도

'+1' : 약간 좋은 상태. 특별한 이유는 없으나 대체로 기분이 좋은 정도

'+3' : 상당히 좋은 기분 상태. 일이 잘 되거나 상사나 부모로부터 칭찬을 받은 정도

'+5' : 매우 좋은 기분 상태. 원하던 학교에 합격하거나 결혼식 등에서 느끼는 극히 행복한 상태 등



2.  '-감정'은 감정의 변화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통 '별 감정이 없다!'라고 말하는 경우에는 그렇게 좋은 기분도 아니며 나쁜 기분도 아닌 상태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감정'이라는 것은 이와 같은 '별 감정이 없는 상태'와는 좀 다르다. '별 감정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의 감정을 느끼거나 화나 짜증 나는 일을 겪게 되면 '-'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감정'의 경우에는 감정의 변화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즉, 좋은 일이 있어도 좋은 느낌이 없으며, 안 좋은 일을 당해도 나쁜 기분을 못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안 느끼게 되는 좋은 점(?!)이 있기는 하나 동시에 행복하고 즐거운 감정도 못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긍정적 감정에 대해서는 계속 인지하지 못하는 반면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격한 반응을 보이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왜냐하면 내적인 부정적 감정이 축적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표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내적인 부정적 감정이 쌓여가는 과정조차도 못 느끼다가 쌓인 감정이 표출되는 순간 감정에 압도되고 관리나 조절도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신체적인 감각이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만약 신체적 감각이 없거나, 특히 신체적인 고통을 못 느낀다면 자신이 다치고 상처 받는 것 또한 지각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신체적인 위험이나 고통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게 되며, 결과적으로 어느 순간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적절한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것은 몸이 더 이상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도록 그 상황을 회피하거나 고통을 중단시키는 활동을 하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게 되면 결국에는 극단적인 형태로 감정이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왜  '-감정'이 생기는 것일까?


  '-감정'이 생기는 일반적인 이유는 보통 두 가지 정도이다. 하나는 다른 기능에 비하여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취약한 경우와 어떤 이유에서든 감정을 회피하는 것이 지나치게 습관화된 경우이다. 


사람은 모든 능력에서 우수할 수는 없다. 보통 강점이 있으면 상대적인 단점이 있고, 강점이 너무 강한 경우에는 그 약점도 강한 경향을 보인다.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취약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매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성향이 강한 경향을 보인다. 매사에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을 하려고 하며, 합리적인 설명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인정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감정이라는 것은 전형적으로 비논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는 논리적인 추론이 가능하기는 하나('실연하면 당연히 슬플 것이다!' 등), 그 깊이나 진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논리적인 설명이 어려운 감정에 대해서 인지하거나 받아들이는 충분한 연습과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감정을 회피하는 습관이 굳어진 경우이다. 이는 보통 어린 시절이나 혹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심한 불편감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상황이 많았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부모가 격한 부부 싸움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무력감과 심리적 고통을 겪었던 아이는 그 고통스러운 감정을 차라리 느끼지 않고 무감각해지는 것이 거의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혹은 회사에 입사한 후 못된 상사에게 계속해서 괴롭힘을 받는 경우 아예 퇴사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그 상황을 견뎌야만 한다. 그때 느껴지는 감정이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이를 계속 느끼느니보다는 차라리 감정 자체를 회피함으로써 심리적 고통을 피하는 방식을 학습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은 '부정적 감정을 회피'하는 것과 동시에 '긍정적인 감정'마저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부정적 감정으로 인한 내적 손상이 지속됨과 동시에 행복이나 즐거움도 즐기지 못하는 패턴이 공고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행복할 수 있겠는가?!



4.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세찬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빛이다. 


옛날 우화 중 햇빛과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내용이 있다. 햇빛과 바람이 외투를 입고 있는 나그네의 옷을 누가 벗길 수 있는가에 관한 내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세찬 바람으로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고 하여도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는 어려웠으며, 오히려 나그네는 옷깃을 꼭 잡고 옷이 안 벗겨지도록 더 움켜잡아 버렸다. 반면에 따스한 햇빛이 비추게 되자 나그네는 자연스럽게 스스로 외투를 벗었다. 


'無-감정'을 치유하는 과정은 바로 이 우화와 같은 것이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감정 느끼기를 조금씩 연습하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유용하다. 혹은 과거의 심리적 고통과 아픔으로 꽁꽁 얼어버린 마음을 따스한 햇빛을 쐬여 천천히 녹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두 가지 방법 모두 단기간에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따뜻함을 주는 주변 사람의 애정과 관심에 변화하게 된다. 그 사람이 상담자나 심리치료 선생님과 같은 전문가인 경우도 있으며, 함께 오랜 시간을 함께한 배우자나 동반자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감동적인 경우들이 많다. 치료자인 상담 선생님의 입장에서만 말하면, 얼었던 마음을 녹으면서 내담자가 웃음을 되찾아가는 과정은 정말 보람이 있다. 혹은 그동안 적절한 훈련이나 연습이 되지 않아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을 경험하는 내담자의 해맑은 미소는 정말 보기 좋다. 동시에 마음의 고통이나 어려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해결함으로써 마음이 덜 다치게 하는 능력 또한 늘어나게 된다. 이 어찌 감동적이지 않겠는가?!




때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임원이나 CEO 등이  '-감정' 경향을 보이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동안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고 자신의 감정을 돌보는 연습이나 습관이 되지 않았거나 아예 감정을 고려하지도 않으며 살아왔던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들이 감정의 존재와 중요성을 인지하고 연습을 통해 이를 느끼고 경험하는 순간 자신에 대한 깊은 자부심과 칭찬을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즉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좀 더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와 같은 긍정적 감정은 그동안 성공은 했으나 왠지 공허했던 마음을 채워준다. 더 큰 긍정적 결과는 본인이 감정을 제대로 느끼는 순간 타인의 감정에 대한 관심과 관리 능력 또한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성원의 행복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즐겁게 일하도록 만드는데 집중하는 리더로 변화하게 된다. 


이처럼 감정이란 한편으로는 고통스럽고 힘들기도 한 존재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행복과 만족을 주는 소중한 경험 과정이다. 어찌 세상을 살아가면 좋은 일만 있을 수 있겠는가?! 햇빛이 밝고 환할수록 그림자는 더 어둡고 진하듯이 우리의 감정도 명암이라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우리 마음의 어두운 부분을 느끼지 않기 위해 감정 자체를 회피한다면 우리 마음의 긍정적이고 밝은 부분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선택이 아니다. 두 가지 모두를 경험하고 잘 다루고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하라. 내가 지금 즐거움을 느끼는지, 스트레스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지?! 이와 같은 연습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어 감정을 느낀다면 당신의 삶은 훨씬 더 풍부해질 수 있으며, 마음에 고통을 주는 요소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과 해결이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감정 이야기

Part I. 우리를 아프게 하는 감정들


#1. 불신(의심)

#2. 분노

#3. 우울

#4. 불안

#5. 無-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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