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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Mar 10. 2020

타인의 감정을 이해 못하는 나, 로봇인가요?

심리만만 41화. 공감과 수용의 심리학

Photo by Franck V. on Unsplash



한 남편의 독백

가끔 제 배우자가 저한테 자기 회사 문제를 상의합니다.

문제가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그럼 저는 성심성의껏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서 대답을 해줍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갑자기 말없이 조용해지면 '아.. 내가 또 실수했구나..ㅠ'하는 걸 그제야 깨닫습니다ㅠㅠ

그때부터 전형적인 레퍼토리가 제대로 시작됩니다!ㅠ

'자기야! 그냥 들어주면 된다고..ㅠ 제발 내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해 달라고!!'

첨부터 공감해달라고 얘기를 하던가, 나중에야 꼭 그렇게 얘기한다니까요 ㅠㅠ


한 부인의 독백

이제는 포기했어요.

제 남편은 정말 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진짜 중요한 게 뭔지를 몰라요ㅠ

무척 간단한 일인데 그게 안돼요!

그냥 제가 얘기를 할 때 잘 들어주고 제 말을 이해하고 공감해주기만 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나요?

저를 사랑한다면 그렇게 해주는 게 당연하잖아요!

제가 뭐 답을 몰라서 그러겠어요?

저도 알아요!

첨부터 위로와 공감을 해달라고 하면 되지 않냐고요?

그래 봐야 소용없어요.

형식적이고 기계적으로 공감하는 척하는 건 더 싫어요ㅠ

진심이 없잖아요ㅠㅠ




1. 공감과 이해를 쉽게 보지 말라.


'공감(하라!)', '(타인을) 이해(해야 한다!)', '(타인을) 수용(하라!)'.....


'공감', '이해', '수용', 우리가 일상적 상황에서 아주 흔히 듣는 얘기들이다. 듣는 정도가 아니라 '공감 강박'이 생길 정도로 타인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다. 자신의 감정을 공감해주지 못하는 배우자에게 '당신은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ㅠ'라고 비난을 퍼부으며, '왜 엄마를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 거야?'라고 청소년기의 자녀들은 부모에게 원망을 던진다. 다양한 세대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는 조직 내에서도 구세대는 신세대에게, 그리고 신세대는 그들 나름대로 구세대에게 '우리 세대를 이해하고 수용해 주세요!'라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그런데 과연 이 요구들이 당당한 것인가? 그리고 당당하게 요구할 정도로 기본적인 품성인 것은 맞는가? 만약 이처럼 '공감'하고, '이해'하며,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비난받을 정도로 큰 문제인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해'란 '타인의 입장에서 타인의 감정이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수용'이라는 '이해한 타인의 감정이나 상태를 (내적인 편견이나 기준에 의해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공감'이란 '타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수용한 후, 자신이 그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여 타인에게 위로를 제공하는 능력'이다. 이 세 가지 능력 중 어느 하나 쉬워보이는 것이 있는가? '이해', '수용', '공감' 모두 고급 대인관계 스킬이며,  상당한 훈련과 연습이 필요한 상급 노하우이다! 그렇게 쉽게 타인들에게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2. 당신은 공감 무능력자인가?


당신은 공감을 잘하는가? 이 질문에 대하여 당당하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게다가 당당하게 'Yes'라고 대답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실제로는 그렇게 잘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만큼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공감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주관적 판단을 하는 존재인 인간이 경험해보지도 않은 타인의 입장을 정확히, 그리고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이해조차도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내적 기준이나 판단 로직을 접어야만 진정한 수용이 이루어진다. 공감이라는 것 또한 상대방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여 상대방에게 '내가 당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음'을 전달하는 능력까지를 포함하는 과정이다.


즉,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공감하는 것 자체는 매우 어려운 고난도의 대인관계 스킬이며 고도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다. 그래도 당신이 주변 사람들을 공감하려고 노력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의도와 노력인 것이 맞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상당한 경험과 연습이 이루어져야만 할 수 있는 것이 공감인 것이다. 정리해서 보자면, 우리 모두는 기본적으로는 공감 무능력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할 뿐이라는 것이 팩트에 더 가깝다.



3. 공감의 기술


공감에는 여러 수준이 있다. 가장 간단한 수준의 공감은 '기계적 공감'이다. 타인의 이야기에 대해서 '아~ 그랬구나~ 저런! 힘들었겠네ㅠ' 정도의 상투적인 공감 문구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는 공감을 하고자 하는 의도는 있으나 실제로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는 경우에 자주 발생한다. 혹은 사회적 관계를 촉진하기 위해서 깊이 있는 공감보다는 기술 중심의 연습과 훈련을 했을 경우에 나타난다. 이와 같은 공감을 자주 하는 경우 '공감 AI 혹은 로봇'이라는 피드백을 받게 된다.


이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하는 수준이다. 상대방의 상황이나 특성을 고려하여 상대방이 어떤 감정과 경험을 하였을지를 추론하는 것이다. 이는 유연한 사고와 다양한 경험들이 뒷받침되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 자신이 신입사원이었을 때를 떠올리거나 학창 시절 경험들을 회상하여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완벽한 공감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심리적 상태를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이와 같은 내적인 공감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이 수준까지는 이르렀지만, 적당한 표현을 할 줄 모른다면 그 마음 만이라도 전달하는 것이 좋다. '내가 당신의 얘기를 듣고 보니,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해가 돼요! 그런데 내가 말주변이 없고 어떻게 표현할 줄 몰라서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줄 수가 없어 안타깝네요ㅠ' 정도의 표현이라도 한다면 상대방은 충분히 당신의 마음을 전달받아 위로가 될 수 있다.


즉, 마지막 수준의 가장 좋은 공감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여 '내가 당신의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라는 표현까지를 동반하는 수준이다. 이 정도 수준의 공감을 한다면 상대방은 큰 위로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수준에 이른다면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 벌써 얼굴 표정이나 자세 등과 같은 비언어적 측면에서도 그 느낌이 충분히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직업 상 많은 사람들이 대인관계와 관련된 질문을 자주 한다. '사람을 잘 설득하는 비법은 무엇입니까?', '상대를 감동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심리학 박사님이시니 한방에 사람을 변화시키는 묘책이 있을 것 같은데요?' 등등.


이와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애정이 있으면 됩니다!'라고 대답한다. 실은 이 말이 정답도 아니며, 맞는 말도  아니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역지사지하고자 하는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굳이 연습하고 훈련하여 내 마음을 표현하는 스킬 향상을 위해서 노력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공감과 관련된 기술 자체는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고객과의 관계에서 보면 충분히 역지사지하고 고객이 좋아할 만한 표현을 자주 사용하지 않던가?!


즉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애정'은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공감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초석이자 시작점이다. 만약 당신의 기술이 서투르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진심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전달된다. 이는 어떠한 잔기술이나 세련된 것처럼 보이는 스킬보다 더 강력하다. 그래서 대인관계는 '벽돌로 집을 쌓는 것과 같은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마음이 담긴 작은 교류들이 쌓여서 두 사람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  애정하는 관계를 만들게 된다는 점을 꼭 기억하라!





본 글과 관련된 방송은 다음에서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665/clips/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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