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해결해야 될 적폐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중 심리전문가로서 꼭 해결해야 될 문제 하나로 꼽는 것이 바로 국회청문회이다.
고위공직자를 뽑아야 하는 경우에는 청문회라는 절차를 거쳐 해당 인물이 그 직책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검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고 엄격한 검증을 통해 좋은 인재를 적합한 자리에 배치해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정말 낯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나 혹은 일반적 선발 과정에서 하지 말아야 할 많은 행동들이 그 안에서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더 문제는 국회의원분들께서는 자신들의 행동이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보면 매우 유능하고 훌륭한 성품을 가지신 국회의원분들이 “당”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편가르기를 해 자행하는 여러가지 행동들 중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몇가지 행동들이 있다. 이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는 차원에서 조망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호통을 치고 감정적인 분노 반응이 난무한다.
국회청문회에서 흔히 보는 장면 중 하나가 질문하는 국회의원은 책상을 쳐가면서 후보자를 향해서 호통을 치고 고함을 지르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흡사 능력 검증을 위한 청문회가 아니라 학생부에 불려와서 혼나는 학생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리고 그 호통을 받으면서도 별말하지 못하는 후보자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차분히 얘기해도 될 것 같은데, 왜 저렇게 호통을 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에 대한 대답은 보통 ‘잘못했고 문제가 있으니까!’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런데 ‘잘못했고 문제가 있다’고 가정을 하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며 상대방을 비난해도 될까? 절대 그렇지 않다.
바로 이런 생각과 행동이 가장 여실히 드러나는 사회적 문제가 바로 ‘보복운전’이다. 운전을 하고 가는 도중에 무리하게 끼어들거나 위반을 하는 차를 보면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그럼 이런 운전자들에 대해서 호통을 치고 소리를 지르면서 비난해도 되는가? 그렇게 접근하면 상대방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가, 아니면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데?’나 혹은 ‘너는 뭘 잘했는데?’라고 하면서 그쪽도 감정적으로 대응하는가?
운전을 하다 보면 수도 없이 많은 문제가 생기고 운전자 간의 갈등이 생긴다. 이때 100% 문제가 생기고 소위 ‘개싸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이 바로 ‘바로 창문을 열고, 상대방에 대해서 화를 내며 비난하기’이다. 그럼 백이면 백 문제가 생긴다. 단, 그 결과는 누구의 잘못이 먼저인지와 상관없이 두 사람 모두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을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문제가 생기고 갈등이 생긴다고 해도 감정적인 반응이 선행하면 문제가 된다. 상대방이 아무리 잘못을 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해도, 감정적인 반응이 선행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유발한다. 특히 감정적 반응의 내용이 분노와 적개심을 포함하고 있는 공격적인 반응이라면 더욱 문제이다. 그와 같은 행동으로 인하여 정신적인 고통과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바로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2. 지위와 역할을 이용한다.
청문회 중 자주 듣게 되는 얘기 중에 ‘여기가 어디인 줄 알아요? 국회에요, 국회!, 혹은 ‘지금 감히 국회의원 앞에서~’ 등의 표현이 있다. 심한 경우에는 반말을 하거나 ‘닥치세요!’라는 표현들이 난무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들은 ‘문제라는 생각을 못할까?’ 하는 의구심마저도 생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후보자는 이런 질문을 받고도 절절맨다는 것이다. 옆에서 보면 ‘그런데 말을 좀 너무 심하게 하시는 것 아닙니까?’라던가, ‘그래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아니지요? 지금 TV로 제 자식과 가족들도 다 보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후보자가 한명도 없다. 심지어는 수천 명 되는 한 조직의 수장이 될 사람인데, ‘잘못했습니다!’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할 때면 측은지심이 생기기도 한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이 바로 ‘지위와 역할’을 남용하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후보자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국회의원들이 쥐고 있다. 따라서 후보자는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불편함 감정이 들게 하면 분명한 불이익이 예상된다. 그래서 꼼짝 못 하고 당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위와 역할’을 남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즉,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이 없거나, 잘못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불리한 ‘지위나 역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수모를 참는 것이다.
역으로 후보자가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똑같은 표현을 했다고 치자.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는가? 아마도 엄청나게 분노하면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거나, 삿대질을 하면서 ‘당신은 바로 탈락이야!’라고 소리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관계를 일방적 관계 및 우월적 지위에 있는 상태라고 칭한다. 즉, 어떤 표현이나 행동에 대하여 한쪽은 별 문제의식 없이 자주 하지만, 다른 한쪽은 맞대응할 생각도 못하고 꾹~ 참아야만 하는 관계라면 그것은 바로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지위나 역할’의 남용이다.
바로 조직의 리더와 부하직원의 관계가 그렇다. 또한 업무 상 갑을관계도 동일하다. 그리고 백화점에서의 고객과 점원들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김과장은 왜 그래? 아니 왜 그렇게 생각 없이 행동하는 건데?’라고 하는 표현에 대하여 상대방인 김과장이 ‘팀장은 왜 그러세요? 팀장님이 더 생각 없이 행동하시는 것 같은데요?’라고 반응할 수 있는가? 혹은 이런 반응을 한 후 명백한 불이익(즉, 업무 배제나 업무 상 비난, 혹은 올해의 고과 평가가 바닥을 칠것이라는 예상 등)이 예상된다면 그것은 바로 ‘지위와 역할’을 남용하는 것이다.
3. 하고 싶은 말만 한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기는 청문회(聽聞會)의 정의는 “듣고 묻는 모임”이다. 특히 문청회(聞聽會)가 아니라 청문회라는 점이 중요하다. 즉, 바람직한 청문회의 절차는 ‘후보자의 입장이나 생각, 그리고 앞으로 비전과 실천계획’ 등을 "우선 듣고", 그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질문”하여 이를 검증하는 것이 올바른 절차가 아닐까?
그런데 국회 청문회는 이와 같은 절차를 아예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이미 결론은 내려져 있다. 청문회 전부터 (상대 진영의 후보인 경우에는) ‘저 사람은 안돼!’라는 결론을 이미 진작에 내리고 ‘칼을 간다’라는 표현을 당당하게 쓸 정도로 비난과 공격을 준비한다. 아예 그 사람의 생각이나 나름대로의 계획에는 관심도 없어 보인다. 반면에 (우리 진영의 후보인 경우에는) 대체 검증을 위한 질문인지 아니면 잘난 척할 기회를 주는 것인지를 헷갈릴 정도의 낯부끄러운 질문들을 한다.
즉, 아예 듣는 과정 자체가 생략이 되는 경우가 흔하며, 미리 내린 결론을 강요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결론에 방해가 되는 존재나 언급들은 싹~ 무시하고 짓밞으면서 자신의 주장을 반복하거나 ‘일단 내 얘기를 들어보라고요~’하고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청(聽)”도 아니고 “문(聞)”도 아닌 설교를 한다. 혹은 ‘제 말이 맞아요? 안 맞아요?’나 ‘다른 말을 필요 없고 인정해요? 안 해요?’ 등과 같은 극단적이고 강압적인 폐쇄형 유도질문을 남발한다. 이와 같은 행동들은 상대방을 심하게 압박하여 자백을 받아야 하는 검사나 경찰들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취조’ 기법이지 ‘청문’ 기법이 아니다.
우리가 보통 권위적인 리더 혹은 리더십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패턴이다. 즉 자신의 뜻이나 방향을 이미 정해 놓고, 부하직원들의 의견이나 반론은 전혀 들을 생각도 없고 인정하지도 않다. 그리고 자신의 뜻에 동조하거나 따르지 않는 구성원에 대해서는 “잘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도 비난하거나 불이익을 준다. 이것은 문제가 아닐까? 심각한 문제이며, 분명히 잘못된 접근이다.
4. 개인적 신상털기
이번 정부가 표방하는 선발 및 채용 동향 중 가장 중요한 원칙 하나는 “직무중심 채용”이다. 즉, 직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능력과 자질을 중심으로 하여 채용을 진행해야 하며, 직무와 관련성이 없는 “개인적 영역”에 대한 내용들은 질문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면접이 이루어진 경우 해당 조직은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 이 법을 만드신 분들이 바로 “국회의원”이다.
그런데 국회청문회를 보다 보면 ‘저 질문을 왜 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개인적 신상털기’가 도를 넘을 때가 있다. 심하게 말하면 한 사람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가족들까지 처벌하는 “연좌제”도 폐지되었고, 한번 처벌 받은 것에 대해서는 다시금 처벌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라는 것도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범죄들 조차도 “공소시효”라는 것이 있는데, 국회 청문회는 이 모든 원칙을 넘어서는 불가침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고위공직자의 경우 “도덕성”이라는 필수적 덕목이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증되는 것이 맞다. 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는 개인적 영역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경우가 반드시 있다. 또한 고위공직자의 경우에는 일반인 보다도 좀 더 엄격한 잣대로 보아야 하는 것도 납득이 된다. 하지만 국회 청문회에서의 ‘신상털기’는 아무리 이해해준다고 해도 “업무 외적 영역”에 대한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단지 비난하기 위해서나 괴롭히기 위해서 하는 질문들이 넘쳐난다.
질문을 하는 국회의원께서는 “이것이 꼭 필요한 질문”이라고 한다. 부하직원의 개인적 영역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는 리더들도 똑같이 얘기한다. “이 친구의 업무능력과 관련해서 꼭 필요한 영역”이라고 주장하며 개인적인 영역에 대한 침범을 정당화한다. 면접관 교육을 할 때 주는 '개인적 영역'에 대한 면접 상 해도 되는 질문과 하지 말아야 할 질문들에 대한 가이드가 있다. '지원자가 질문을 들었을 때, “왜 이 질문을 할까?”나 “이 내용이 내 직무와 어떤 관련성이 있지?”라는 의구심을 가질수 있는 질문은 하지 말라'라고 가이드 한다. 혹은 지원자가 이와 같은 질문을 했을 때 충분히 납득될만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는 개인적 영역에 대한 잘못된 질문”이라고 교육한다.
이는 국회의원이나 리더나 조직에 근무하는 사람들 모두가 조심해야 하는 문제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사귀는 사이가 아니며 가족이 아니고, 단지 “업무”나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계약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계약관계를 넘어서는 영역에 대한 언급이나 개입은 잘못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나 ‘감정노동자 보호법’ 등과 관련하여 과연 어느 정도까지가 허용되고 어떤 행동들이 문제인가에 대해 논란이 많다. 특히 이 중에서도 문제가 되는 행동은 어떤 것들인가 하는 것이 더욱 고민이다.
이와 관련된 해답은 무척 간단하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은 내 구성원에게도 하면 안 된다. 게다가 나의 부하직원이나 동료들은 나와 함께 공동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더욱 소중한 사람들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길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에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아끼고 중요하게 여기는 행동이나 발언들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고성이나 막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위나 역할을 이용하여 고통을 주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또한 심한 감정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는 일방적 소통이나 강압도 하지 말라. 그리고 상대방의 개인적 영역에 대해서는 소중하게 보호해주라! 이것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비롯한 감정 관련 법률에 대한 기본적인 행동 지침이다.
개인적으로 가지는 바램은 '국회청문회'라는 절차가 이 사회의 모법답안이며, 상호존중 속에서도 객관적인 평가와 검증을 하는 좋은 예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국회청문회' 비디오를 보면서 '자! 이렇게 상호 존중하면서도,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면서 회의하고 토론하는 방법을 보세요! 여러분들도 이렇게 하면 돼요!!^^'라는 대화가 가능한 사회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최소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만들었으면 그들부터 이를 철저하게 준수하고자 하는 모범을 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 적어도 하는 척이나 노력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반대로 아이들이 보면서 '왜 저분들은 저렇게 소리 지르고 고함을 치는데 저는 왜 안됩니까?'라고 반문하는 일이 있어서 되겠는가?! 아이들이 현재의 청문회를 보면서 어떤 것을 배우겠는가? 이와 같은 잘못된 내용에 대한 관찰학습을 하면서 큰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직장 내에서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지 않겠는가?! 혹은 권위나 지위를 가지면 사람을 막 대하고 호통을 쳐도 된다는 것을 배우지 않겠는가?
지위나 역할을 부여받은 자들은 이를 남용하고 못된 짓에 써먹으라고 이를 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위나 역할로 인하여 더 엄격한 도덕성과 자격을 검증받아야 하며, 더 철저한 책임의식과 조심스러운 행동이 요구된다. 이 말을 왜 강조하고 반복해야 하는가?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최근 일련의 감정관련 법률 시행이 우리 모두가 좀 더 성숙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소통해야겠다는 고민과 실제적인 노력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P.S.)
이 글을 마치는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다. 솔직히 두렵고 무섭다. 제발 국회의원분들이 이 글을 읽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왜냐하면 그분들께서 이글을 읽고 열이 받아서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나 역할을 활용하여 나 개인이나 우리 회사에 위해를 가할 수도 있으며, 우리 회사로 찾아와서 나에게 호통을 치고 비난을 할까 봐 두렵다. 또한 그분들의 보좌관을 시켜서 내 개인신상을 털어 내어 ‘너는 얼마나 똑바로 살았길래 우리를 비난하는지 한번 털어보자!!’라고 할 것 같아 무섭다ㅠㅠ
가해자들은 모른다. 피해자들이 이런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가진 다는 것을. 오히려 이런 마음을 가지는 피해자를 비난한다. 그럴까 봐 더더더 무섭고 두렵다.
피해자들의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이다. 공격이나 피해를 한번 제대로 당하고 나면 이런 두려움과 걱정에 사로잡혀서 손이 떨리고 심장이 쿵쾅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역지사지하는 마음을 꼭 가지고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