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박사 레오 Jul 05. 2019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심리학적 단상.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feat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2019년 7월 16일 소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발효된다. 그리고 이 법과 관련하여 다양한 논의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만큼 걱정과 우려도 생기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 과연 ‘괴롭힘’이라는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가장 크다.


왜냐하면 ‘괴롭힘’의 정의를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서, 그 범위나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와 관련된 내용에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업무 상 적정 범위”는 어디까지 해당되며, “신체적 및 정신적 고통” 및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의 궁극적 개념은 무엇인지가 이슈가 된다. 그중에서도 "신체적 및 정신적 고통"이라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요소가 크기 때문에 더욱 논란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 실제 내용 상에서 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은 채 모호하고 일반적인 표현으로 놔두었기 때문에 향후 조직 내에서나 인사적 차원 및 법률적 차원에서 상당한 혼란과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고려해볼 사항들을 보자.



1. "적정범위" VS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행동"  


얼마 전 친구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면서도 랩을 부르거나 장난처럼 폭력을 가하는 동영상이 알려져서 공분을 일으킨 적이 있다. 결국 피해자는 사망하였으나 가해자들은 큰 죄책감을 보이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사람들은 더욱 분노하였다.


그런데 이런 현상들은 자주 볼 수 있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장난"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부모들은 '애들끼리 놀다가 생긴 일인데 그런 걸 가지고 뭐라고 하느냐?'라고 반문한다. 자녀에 대하여 체벌을 가하는 부모들은 "내" 자녀가 잘되라는 의미로 "매질"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혹은 '올바른 인간'이 되도록 엄격하게 양육하는 것이 맞다고 한다.


직장 내 상사는 '성과향상'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부하직원의 '역량향상'을 위해서 독려한 것일 뿐이라고 한다. 동료를 따돌리고 괴롭히는 사람들은 그가 '일을 잘 못하고 결국 나에게도 피해가 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명분들이 있다면, 그리고 이런 명분들이 합당하고 인정된다면 그들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아무리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다고 해도 그에 대한 반응의 범위는 "적정 범위" 이내여야 한다!!


친구들 사이의 장난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적정범위' 이내의 장난이어야 하며, 상대방에게 극심한 신체적 및 정서적 고통을 겪는 수준이라면 그것은 잘못이다! 부모의 의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아이에게 심각한 후유증이나 문제가 생길 정도의 양육방식은 '적정범위'를 넘는 것이다! 그것은 "학대"이다!!


직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괴롭힘'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부하였을때 상사의 호통과 비난에 상처받았던 사람들이 막상 상사가 되고 나서 부하들에 대해서 똑같이 호통을 치고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자신이 당해서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는 행동들은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왜냐하면 호통을 치거나 혼내는 것 외에도 다른 대안적 방법들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일을 잘하지 못하는 동료는 교육을 통해 업무 능력을 개선하거나 일을 잘 못하는 것으로 인해서 낮은 고과를 받게 될 것이다. 그 사람을 당신이 직접 단죄하는 비난과 따돌림은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월권행동이다!


종합해 보면, "적정범위"라는 것을 판단하는 핵심적 원칙은 "통상적 사회적 평가(상식적 수준)"에 근거한다. 그런데 이 상식적 수준이라는 것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판단이 다를 때 문제가 발생한다. 가해자들은 (가해)행동을 했던 범위를 상식적 수준이라고 주장한다(자녀에게 매를 들거나, 상사가 호통을 치거나, 업무 무능력에 대하여 비판하거나 등). 그러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를 상식적 수준에서 벗어나는 "정서적 고통"을 주는 행동으로 인지하게 된다. '적정범위'라는 것을 정의함에 있어서 피해자가 납득 및 인정하기 어렵거나 극심한 정서적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하면 이는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괴롭힘'이 된다. '적정범위'였는지에 대한 판단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가해자의 명분보다도 피해자의 지각이 더 중요하다.


이는 다른 유사 법률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성희롱'과 관련하여서도 가해자들은 '좋은 마음으로', '부정한 의도없이', 혹은 '친하다고 생각해서 편하게 대하다 보니' 가해행동을 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안 좋은 마음'이 되거나, '성적 수치심'을 느끼거나, '친하고 싶지 않거나 편하게 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된다. 그래서 모든 피해자 보호와 관련된 법률들은 '피해자의 입장과 상태'를 중심으로 문제 여부를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


 

2. "정서적 고통" VS "그 정도가 무슨?!"


또 한가지 중요한 판단 기준은 "신체적 및 정신적 고통"이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다. 이와 같은 '고통'을 어떻게 정의하고, 누구의 판단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가 핵심적 이슈 중 하나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면담해 보면, 가해자의 진술과 피해자의 진술에서 큰 온도 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들은 '그럴 수밖에 없을 정도로 피해자가 무능하고 문제가 있었다!'라고 기술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으며, 가해자(들)가 너무 괴롭혔다!'로 말한다. 과연 어떤 것이 맞는 말인가?


회사 내에서 업무를 보는 과정 상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모든 관계에서는 갈등이나 문제가 발생하며, 이로 인한 '대인관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는 회사뿐 아니라 다른 모든 곳에서도 발생한다. 학교 다닐 때에는 학업 스트레스라는 것이 존재하며, 친구들과의 갈등이나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럼 이와 같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정상 범위의 스트레스"와 문제가 될 수 있는 "신체적 및 정신적 고통"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 중에서도 신체적인 고통과 관련해서는 아예 논의 자체가 필요하지도 않다. 왜냐하면 너무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신체적인 고통을 주는 행위는 이미 다른 기타 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는 바이다. 문제와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정서적 고통' 부분이다.


이를 판단하는데 고려해야 하는 핵심적인 두가지 이슈가 있다. 그 첫번째는 정신적 고통의 "심각성 수준"이며, 두번쨰는 "업무 관련성" 여부이다.  


첫번째 심각성 수준은 고통의 정도가 심각하면 문제가 된다. 가해자의 의도나 가해수준과 상관없이 피해 정도가 심각하면 일단 문제이다. 그 의도가 정상적 범위의 업무활동이건, 아니면 역량향상을 위해서였건 간에 그로 인한 정서적 고통의 정도가 심각하면 문제이다.


피해자가 만약 회사에 입사한 후, 업무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신과'를 다니거나 '우울증' 혹은 '불안장애'나 '공황장애' 등이 발생하였다면, 이것은 명백한 문제이다. 처음으로 정신과를 방문한 날짜나 진료 기록 상 진단일이 "입사 이후"로 밝혀지고, 피해자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울해졌다고 보고하면 그것은 99% 문제가 된다. 소위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충분히 그렇지 않게 행동을 했다는 명백하고 구체적인 증거들을 정교하게 제시하지 못한다면 분명 문제가 된다. 그런데 그럴수가 없다! 똑같은 말과 표현이라고 해도 뉘앙스라는 것이 고, 말을 하는 전반적인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것까지 다 증거를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각성 수준에 대한 판단과 관련하여 현장에서 자주 부딪치는 반론 두가지는 '그렇게 심하게 대하지 않았다!'와 '원래부터 좀 이상했다!'이다. 즉 (가해자 입장에서의) 객관적인 판단에서는 그렇게 '심한 문제를 야기할 정도의 실제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았으며, '원래부터 취약성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논란들은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여 인사위원회나 혹은 법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되었을 때 더욱 이슈가 된다.


이에 대한 결론은 비교적 간단하다. 심각성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피해자에게서 나타나는 실제적인 피해 정도가 더 중요하며, 원래부터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친한 친구를 길에서 만나 반가운 마음에 어깨를 툭 쳤다. 그런데 그 친구의 팔이 부러졌다. 원래 그 친구의 팔이 원래부터 약했건, 안 약했건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팩트는 "내가 그 팔을 건드린 후 팔이 부러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앞에 가던 차를 살짝 들이받았는데, 뒤쪽범퍼가 아예 내려앉아버렸다. '뒤에서 보아하니 원래부터 떨어질 범퍼였습니다!'라는 변명이 통하겠는가?


특히 입사 후 업무를 수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면 그것은 99% 업무 연관성이다. 만약 그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가 될만한 행동(예를 들어서, 업무 상 위력을 활용하여 고성을 하거나 감정적인 비판을 했다거나,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한두가지 행동 등)이 있었다면 그것은 더욱 문제가 된다.


또한 '원래부터의 취약성'이라는 것은 더욱 증명하거나 판단하기 어렵다. '원래부터 이상했다' 혹은 '원래부터 문제가 있었다'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만약 입사 시 심리검사 결과 상 문제 소지가 분명히 있었던 경우(예를 들어, '입사 시 MMPI(다면적 인성검사)를 시행했는데 그 결과 명백하게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이미 겪고 있는 상태였으며, 전형적인 우울증 프로파일을 보였음' 등)의 경우에도 그것이 현재 문제의 원인으로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 이후 '업무를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보이는 문제 중 어느 정도가 원래부터의 문제이며, 어느 정도가 가중되었는지의 비율을 정확하게 판단할 방법이 없다. 아주 치열한 논쟁을 한다면 증명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보통의 법 정서는 피해자 편이기 때문에 증명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수용되는 더욱 어렵다. 게다가 문제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대신에 그런 식의 방어를 하면서 피해자에 귀인을 하고자 하는 활동 자체가 2차 가해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3. 사회적 통념에 비추어 상당하지 않은 행위양태


두번째 '업무 관련성' 여부이다. 업무와의 명확한 관련성이 분명하며, 정해진 업무 수행 범위 내의 문제라고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리고 법 내용에서도 '사적 심부름 등 개인적인 일상과 관련된 일을 하도록 지속적, 반복적으로 지시'하거나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나 소문을 퍼뜨림' 등은 명백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명백하게 "업무 관련성"이 있는 상황에서의 구체적인 사안들로 들어가면 이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특히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업무적으로 필요하고 요구되는 범위 이외의 행동"들이 문제가 된다. 그런 전형적인 예가 '업무와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업무 외적인 언급'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것은 "사회적 통념에 비추어 상당하지 않은 행위양태"가 된다.


예를 들어, 부하직원의 업무 상 문제를 지적하면서 '너는 왜 그러니 정말! 너는 대체 상식이 있는거야? 어떻게 그렇게 행동할 수 있어? 그 정도 되면 너 스스로 문제를 깨달아야 하는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업무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업무 외적 개인적 비난'(상대방의 상식 여부에 대한 비난), 업무적 행동 외의 근본적인 태도나 특성의 문제(특정 문제 행동을 과도하게 일반화하여 상대방의 특성까지 확산적으로 비난)까지 비난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 정도의 표현이면 "부정적 뉘앙스의 감정적 표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것 또한 정서적 고통을 주는 행동이다.


즉 절대적으로 업무 관련성이 분명한 범위 내에서만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범위를 넘어서는 순간 사회적 통념에 비추어 상당하지 않은 행위양태가 되기 쉽다. 업무적 소통의 내용도 업무에 국한되어 있어야 하며, 행동이나 특성에 관한 논의도 업무 관련성 부분에 제한되어야 하고, 그 표현방식도 업무적으로 주어진 수준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문제이다. 이는 감정적 대응이나 필요 이상의 심각한 정서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행동 자체가 상당히 많으며, 실제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중 전형적인 몇가지 유형은 "감정적인 대응""개인적 영역에 대한 비난" 등이며, 과도하게 일반화되고 확장적인 특성과 연관지어 비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 정말 열받네!'라는 표현이 들어가면 문제이다. 왜냐하면 '극히 부정적인 감정표현'이며, 보통 상사이니까 이런 표현을 한 것이기 때문(즉, 지위를 이용한 행위)이다. 만약 부하직원이었다면 그 표현을 그리 쉽게 했겠는가?!


또한 '너는 정말 인간적으로 실망이야!'나 혹은 '내가 너 개인적으로는 정말 싫은데, 그래도 업무를 해야 되니까..."라는 말도 업무 상 필요가 없는 말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관계나 교류가 메인이 아닌 곳이며, 개인적 선호 여부와 상관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장소이기 대문에 개인적 선호 여부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통념을 벗어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부분과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리더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세가지 행동"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https://brunch.co.kr/@mindclinic/94 참조).


간단히 말해서, 회사란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기 때문에 업무적으로 필요한 수준에만 집중해서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 범위를 넘어서서 긍정적 교류나 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부정적인 교류나 관계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이다. 단, 여기에서 '긍정적 교류나 관계'의 정의는 "모두가 동의하는 긍정적"이어야만 한다. 상사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나 부하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것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한쪽의 입장에서만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된다. 그리고 그 한쪽이 상사라면 그것은 상사의 전형적인 '갑질'이 된다.




'변화'란 항상 불편함을 동반한다. 왜냐하면 익숙한 것을 버려야 하며, 새로운 역할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해왔던 습관이나 행동들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도 쉽지 않으며, 새로운 역할에 대해 학습하는 것은 항상 부담스럽다. 그리고 이를 적용하여 습관화에 이르려면 상당히 시일이 소요될 뿐 아니라 과정상 수많은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그런 혼란과 두려움 속에 서 있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피할 수는 없는 문제 아닌가?


"박사님, 제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요? 그런데 저는 정말 제 부하직원들이 좀 정신 차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습니다. 워낙 자기 일에 대해서도 좀 소홀히 하고,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기니까, 더 이상은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큰소리 좀 제대로 친 거 맞습니다! 저 원래 그렇게 소리치는 사람도 아니고요, 정말 많이 참고 항상 좋게 말하거든요!”


모 재벌가의 딸이 자기 회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화를 내면서 물건을 집어던지고 소리를 질렀던 사건이 있었다. 그에 대한 당신의 판단과 평가는 무엇이었는가? "정신 차리게 하기 위해서 그랬겠지!", "좋은 의도였으니까 이해해줘야겠네!"라고 생각했는가? 아니면 아무리 의도가 좋거나, 부하직원이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저건 아니지!!"라고 비판에 동참하였는가?!


"박사님, 저는 회사 오기가 무서워요. 회사 정문 앞에만 서면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숨이 막히는 기분이에요. 오늘도 저희 팀장님이 또 소리를 지르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너무 불안해져요. 오늘은 또 어떤 일로 다그칠까, 오늘도 실수하면 안되는데,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티지 하는 생각에 답답해져요. 정말 도망가고 싶은 생각뿐이에요"


혹시라도 당신이 누군가를 이런 심리적 상태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혹은 이미 누군가의 마음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라. 그런데 이렇게 타인에게 정서적 고통을 주고 힘들게 해도 된다는 권리를 누가 주었는가?


예전에는 학교에서 신체적인 체벌이 당연시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라도 매를 맞지 않으면 엉덩이에 가시가 돋친다'라는 우수개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회사에서도 소위 "쪼인트(상대방의 정강이를 발로 차면서 고통을 주는 행동으로써, 전형적으로 혼낼 때 하는 괴롭힘의 일종)"라고 하는 행동들이 묵인되던 시절이 있었다. 이와 같은 행동들이 과연 정당한가? 명분이 옳다면 해도 되는 행동인가?


그런데 지금 보기에는 너무도 문제인 이런 행동들이 "문제행동"이라고 생각되는데, 몇십년이 걸렸다. 그리고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지속되고 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건 간에 타인에게 심각한 "신체적 및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은 문제이다.


이제는 우리의 상식이 좀 더 건강한 수준으로 성장해야 할 때이다. 눈에 보이는 신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하며, 타인을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문제라는 인식과 더불어 보다 건강한 방법으로 교류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단순한 법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정신건강과 행복을 만들어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이유이다.   




P.S. 함께 읽기를 권하는 글들


"리더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세가지 행동"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https://brunch.co.kr/@mindclinic/94


"모두의 감정은 소중하다"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https://brunch.co.kr/@mindclinic/118


"폭력에 대한 심리학적 단상"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https://brunch.co.kr/@mindclinic/116


"리더와 부하가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세가지. 리더편"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https://brunch.co.kr/@mindclinic/98 


"국회의원들에게서 배우는 의사소통 및 관계스킬"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https://brunch.co.kr/@mindclinic/121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위한 변명"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https://brunch.co.kr/@mindclinic/122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개발서를 읽지 마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