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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Jun 03. 2019

자기개발서를 읽지 마라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올바른 자기개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성장하고 자신을 계발시키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매우 좋은 현상일 뿐 아니라 꼭 필요한 노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법이 자기개발서이다. 


어떤 사람들은 한달에 몇권씩의 자기개발서를 읽으면서 스스로에 대해서 끊임없이 반성하고 그 내용을 실천하고자 결심한다. 또한 다른 이들은 자기개발서를 책꽃이에 꽂아 놓고 언제가는 도움되는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극단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개발서는 쓰레기다!'라는 글제목을 본 적도 있다. 


과연 자기개발서라는 것이 정말로 효과가 있는가? 이에 대한 의문을 한번씩은 다 가져봤을 것이다. 진정 자기개발서는 나 자신을 개발시켜줄 수 있는가? 이에 관하여 한번쯤은 진지하게 검증해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1. 자기개발서는 이상적(理想的)이다. 


자기개발서의 내용은 원론적이고 이상적인 경우가 많다. 주로 'Must'와 'Should', 즉 '어떻게 행동해야만 한다!'라는 이상적인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런 내용들을 보면서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하기도 하고 새로운 결심을 다지는 기회가 된다. 


'당신의 아이를 합리적으로 키우는 방법'이라는 책 제목에 끌려 그 내용을 보면서, 자녀의 행동에 대해서 차근히 설명해주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소리질렀던 스스로를 자책하고 반성한다. 그리고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결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을 보면서 내가 칭찬이 부족했구나 반성함과 동시에 칭찬의 방법과 앞으로는 더 많은 칭찬을 해야겠다는 다짐의 계기가 된다. 


이와 같은 자기반성이나 긍정적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다짐은 분명 도움이 된다. 그런데 가끔은 자기개발서 간에 상반되는 내용들이 종종 눈에 띈다. 회사 생활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상대방에게 맞추라는 얘기도 있는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전달하라는 내용도 있다. 또한 부부 간에도 모든 것을 공유하고 나누라는 얘기도 있고,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주라는 내용도 있다. 리더가 부하직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라는 내용도 있으며, 그냥 있는 적극적으로 리드해나가라는 내용도 있다.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과연 어떤 것이 맞다는 말인가? 


그래서 자기개발서를 "너무 많이" 읽게 되면 스스로 혼란과 모순이 생기게 된다. 왜냐하면 자기개발서라는 것은 각각 그 전제라는 것이 있으며, 나름대로의 방향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상반된 전제와 방향을 가진 두가지의 자기개발서는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힐링 메시지를 전하는 자기개발서이다. 


한동안은 스스로를 독려하여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열정적으로 달성하라는 식의 '노력과 성취' 중심의 자기개발서들이 넘쳐났다. 그런데 최근 그런 방향과는 반대로 '힐링과 위로'가 중심이 되는 자기개발서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즉, 이상적인 기준과 목표를 제시하고 열심히 살게 되면 당연히 피곤하고 지치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지치고 힘든 마음을 위로하고 힐링하는 것도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자기개발서들을 모두 종합해서 따르게 된다면, 현실적으로는 존재하기 불가능한 비현실적으로 완벽한 인간이 된다. 즉 적극적이면서도 신중하고, 활발하면서도 차분하며, 감성적 배려가 깊으면서도 논리적/합리적이고, 계획적이면서도 유연한 사람이 된다. 그런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절대로 없다!! 


즉, "너무 많은", 그리고 "특정한 방향이나 목적이 없는" 무차별적인 자기개발서에 대한 탐독은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높은 내적 기준을 형성하게 되고, 이들 간의 모순과 대립으로부터 오는 혼란과 더불어 "비현실적인 이상적 인간"의 조건에 맞추어 행동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비난을 초래한다.  



2. 자기개발서는 나의 현실적 제약은 반영해주지 못한다. 


특히 자기개발서는 개개인의 특성이나 성향, 그리고 각 사람들이 처해있는 상황적인 변인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쓴 글들이 아니다. 가장 범용적이고 일반적인 상황을 전제하고 쓴 글이다. 따라서 나의 특성이나 상황을 고려한다면, 나의 현실과 맞지 않는 조언이거나 현실적인 설득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즉 자기개발서가 유용하고 도움되기 위한 핵심 전제는 "나와 나의 상황에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전제가 충족되지 않으면 자기개발서는 단지 '이상적인 견지에서 현실적인 적용 가능성도 없이 자책만 자극하는 불필요한 조언을 모은 책'이 된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자기개발서보다는 개인적 상황과 특성을 고려한 개인 상담이나 맞춤형 컨설팅이 훨씬 더 효과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서비스들은 비용이나 접근성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어떤 전문가가 좋은지에 대한 검증도 어렵다. 즉, 자기개발서는 자기개발서대로, 그리고 개인 맞춤형 접근들은 그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분명한 방향이나 차이점, 그리고 각자의 장단점을 고려하지 못한 무차별적인 자기개발서 탐독이나 몰입하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과, 자신의 특성과 성향을 고려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자기개발서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먼저이다. 철저한 자기분석에 기초한 건강한 자기개발 방향의 설정 및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한 후 그에 맞는 자기개발서를 선정하여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인관계 상의 갈등이나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관계'와 관련된 자기개발서가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외향형 성격의 사람들과 내향형 성격의 사람들은 또 다른 자기개발서가 도움이 된다. 


내향형 성격의 사람들에게는 이미 문제중심적 사고와 엄격한 자기비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인관계 상의 이슈나 갈등에 대해서 자신의 책임이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으며, 갈등이나 문제들로 인한 감정적인 어려움을 참고 억누르는 과정에서 상당한 심리적 고통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은 관계 자체에 대한 책 보다도 내적인 치유와 힐링과 관련된 자기개발서를 우선 일독하거나 병행할 것을 권한다. 


반면에 외향형 성격이 강한 사람들은 (이나저나 책을 진지하게? 깊이 있게 보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타인의 성향에 대한 이해나 다름과 관련된 자기개발서가 도움된다. 왜냐하면 외향형이 강한 경우에는 자신의 방식대로 타인이나 팀을 이끌어 가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민감성이나 상대방 파악 능력 등은 우수하기 때문에 적절한 프레임(다름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그에 따른 차별적인 효과적 대응방안)만 제공된다면,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며. 상대의 특성에 맞추어 최적의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사람들이 가지는 다름'과 관련된 자기개발서는 매우 유용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잘 지내기를 원한다면, ‘다름의 심리학'등과 같은 책을 통해 다양한 성격 유형에 대한 이해 및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게 도움된다. 그리고 구체적인 소통과 교류 방법 상 개선이 필요하다면, ‘관계의 99%는 소통이다'등과 같은 책을 통해서 대인관계 커뮤니케이션의 구체적 노하우를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즉 자기개발서를 읽을 때에는 나에게 맞춘 뚜렷한 편식이 필요한 것이다.



3. 읽고 난 후가 더 중요하다. 


자기개발서 자체는 죄가 없다, 다만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한계일 뿐이다. 자기개발서 활용 중 가장 나쁜 것은 "자기개발서를 읽는 것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다. 자기개발서를 읽기만 하고 그와 관련된 실천이나 행동이 없는 경우 자기개발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인터넷이나 유튜브에는 몸짱이 되기 위한 수많은 방법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각자의 성공담과 실패담들이 무수하게 올라온다. 이와 같은 자료들을 보면서 스스로 몸짱이 되기 위한 철저한 목표 설정이나 자기반성을 끝도 없이 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 몸짱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중 하나라도 제대로 실천하고 적용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즉, 자기개발서의 가치는 진정한 실행과 적용에서 그 가치가 드러난다. 


많은 리더들이 '리더십을 향상하기 위해서 많은 리더십 관련 도서를 읽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리고 이런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스스로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것이 가장 나쁘다. 즉, 리더들은 자기개발서를 많이 읽으면서 나는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심리적 위안과 만족감을 가지면서 스스로 만족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이와 같은 자기개발서 중심의 리더십 향상 노력은 지식 리더십(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적 수준의 이해)만을 향상시킬 뿐 실행 리더십(실제 구성원 관리에서의 구체적인 스킬과 실제적인 적용 노력)을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생각하는 스스로에 대한 위안을 얻을 수는 있으나 실제 구성원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나 변화를 주지 못한다. 


육아관련 자기개발서에 몰두하는 엄마는 친구들끼리 모이면 소아심리 전문가 노릇을 한다. 왜냐하면 아는게 너무 많으니까! 자기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까지도 육아 관련 자기개발서에서 학습한 내용을 기반으로 하여 온 사람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자녀에 대해서는 똑같은 방식으로 대하거나 혹은 너무 많은 지식으로 인한 엄격한 내적 기준으로 인해 스스로 우울한 엄마가 되기 쉽다. 그로 인하여 가장 소중한 내 자녀에게도 그 우울함과 엄격함이 그대로 전달되게 된다. 





자기개발서를 읽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리고 자기개발서는 보석과 같은 내용들로 가득차 있는 보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 보석과 같은 보물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을 때에만 그 의미를 가진다. 아무리 아름다운 목걸이라고 해도 보물상자 속에만 있을 때에는 별 의미가 없다. 그것을 꺼내어 목에 걸었을 때 그 빛남과 아름다움이 완성되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 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에 그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맹사성과 관련된 이 일화에서 노스님은 '백견이 불여일각(百見而 不如一覺)'이며, '백각이 불여일행(百覺而 不如一行)'이라고 답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라. 즉,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더 나으면, 백번 보는 것보다 한번 깨우침이 훨씬 더 나은 것은 맞다. 그러나 아무리 듣고, 아무리 보고자 하며, 아무리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행함이 없다면 결국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자기개발서는 물론 좋은 자원이다. 그러나 그것을 읽거나 이해하는데 그친다면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차라리 백권의 자기개발서를 읽는 것보다 나에게 맞는 한권의 자기개발서 내용을 고려하여 행동하고 적용하라. 그것이 진정으로 자기개발서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읽는 것에 그치거나 이해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라. 하나라도, 그리고 제대로 행동하고 실행하여, 나의 것으로 만드는데 집중하라. 그래야 진정한 변화와 개발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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