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의 가족들이 미국에서 살던 때가 있었다. 가족을 만나러 미국에 가면 자주 들르는 한국형 순두부집이 있었다. 그 때 가끔씩 보게 되는 짠~한 장면이 있었다. 중년의 아저씨가 혼자서 소주한잔을 놓고 순두부를 드시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마음이 짠~할수 없었다. ‘이 저녁 시간에 왜 혼자서 저러고 계실까?’, ‘다른 가족들은 어디에 갔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느끼는 감정은 ‘참.. 외로워보인다…!’라는 느낌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가끔 이런 짠~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제는 많은 회사들이 상사의 눈치를 볼 것 없이 정시가 되면 각자 퇴근을 하거나 다들 퇴근을 하는 것이 문화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그 때 방황(?)을 하며 ‘먼저들 퇴근해’라고 말하며 회사에 남아있는 부장님(? 혹은 그 동급이나 그 이상의 리더들)을 보면서 의아한 경우가 있다. 혹은 애타는 눈길로 ‘누가 같이 저녁 먹자고 하는 사람 없나?’하는 애절한 눈길을 느끼기는 하나 애써 외면하고 퇴근길을 재촉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다들 ‘왜 퇴근 안하실까?’, ‘회사가 좋은가?’, ‘집에 왜 안가지?’ 등의 나름대로의 생각들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가끔 상사를 안쓰럽게 생각되기도 하나 이해가 안되기도 한다. 그럼 우리 부장님은 왜 그리 외로워 보일까? 정말 외로울까? 혹은 왜 퇴근 후 갈 곳이 없을까?
1. 누구나 외로울 때가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부장님들만 외롭지는 않다. 모든 사람들이 다 외로울 때가 있다. 그런데 주변에 만날 사람도 충분히 많고, 다양한 모임에 소속되어 바쁘게 지내는 사람들은 이런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낄 여유가 없을 뿐이다. 그리고 다양한 활동에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잠시 덜 바쁘거나 한가할 때에는 ‘외롭다’는 느낌보다는 ‘심심하다’라는 느낌을 더 받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외로울 때가 있다. 정확히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데, 함께 할 사람이 없거나 혹은 주변에 마땅한 사람이 없는 경우’ 느끼는 감정이다. 다들 외근을 나가 혼자서 사무실에 남아 있거나 혼자 야근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외롭다! 그런데 사무실이 가득 차 있으며 사람들로 바글바글함에도 불구하고 오늘 저녁 퇴근 후 가볍게 맥주한잔 하자고 청할만한 사람이 없을 때에는 더욱 외롭다! 이런 이유로 ‘군중 속의 고독’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이렇듯 ‘외로움’이란 우리가 종종 느끼게 되는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감정이며, 살다보면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다만 이를 다루고 해결하거나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 만약에 이런 대처능력이 없다면 외로움이란 점차로 축적될 가능성도 있으며, 외로움의 깊이가 깊어지면 우울증과 같은 더 큰 심리적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잘 다루기도 해야 하는 감정이다.
2. 외로움에 대처하는 당신의 방법은 무엇인가?
‘당신은 외로울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
외로움이라는 것이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하면, 이를 대처하는 방법이나 노하우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럼 당신의 대처 방법은 무엇인가? 아마도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할 것이다. ‘친구를 만납니다!’, ‘게임을 합니다!’, ‘노래방에 갑니다!’, ‘영화를 봅니다!’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가장 문제가 되는 답변은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이다!! 이는 외로움에 대처하는 자신 만의 노하우나 방법이 없다는 것을 말하며, 이는 외로움이 발생할 경우 외로움이 불러오는 부정적인 감정적 영향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마음의 상처와 손상이 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처럼 외로움에 대처하는 자세가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은 저녁마다 약속을 잡아서 일정을 빈틈없이 채워 둔다. 또한 끊임없이 무언가 ‘의미있는(?)’ 활동들로 자신의 일정표를 꽉 채워놓는 경우도 있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대학원 수업’, 월요일과 금요일은 ‘개인적 약속 잡기’, 토요일은 ‘전공 스터디’, 일요일은 ‘스타트업 창업을 위한 모임’ 그럼 수요일은? 수요일 저녁은 ‘주중 친구모임’이며, 토요일 저녁은 ‘주말 친구모임’이다.
이런 경우라면 어때 보이는가? ‘외로움’은 없을 것 같지만, 뭔가 처절한 몸부림 같이 보이지 않는가? 정확히 말하면 이는 외로움에 대처하는 것은 아니다. ‘외로울 새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외로움에 노출되면 오히려 더 취약하다. 약속이 없거나 뚜렷하게 만날 사람이 없으면 매우 불안정하고 안절부절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대학원 방학이 되거나 혹은 빈 공간이 생겨버리면 이를 채우지 못해서 안달이 나기도 한다. 이 또한 바람직하지는 않을 수 있다.
3. 특히 부장님이 더욱 외로워 보이는 이유는?
물론 나이에 상관없이 외로움을 경험한다. 중고교 학생들도 외로울 수 있으며, 초년 직장인도 외로울 때가 있다. 하지만 40대 이상의 부장급 이상의 리더들이 이런 외로움에 더욱 취약한 것은 맞다. 그들이 더욱 외로움을 겪는 이유는 결론부터 말하면, “못 배워서” 그렇다!
아니,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 있으며,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아 그 자리까지 승승장구 승진한 그분들이 “못 배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말이 된다! 그들이 사회적 인정이나 업무 상에서는 성공을 했을지 모르나, 그들은 삶의 여유를 즐기거나 감정적인 이슈들에 대하여 대처하는 능력 상에서는 “무능력”하기 때문이다. 즉, ‘노는 법’, ‘쉬는 법’, ‘시간이 날 경우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서는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문외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왜?’라고 물어봐야 소용없다. 그냥 그리 살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그들이 젊은 시절에는 그렇게 살수 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직장 내 폭언이나 괴롭힘 금지법’ 등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워라밸(Work-life Balance)’나 ‘삶의 질(Quality of life)’라는 말들이 낯설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한참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그런 것은 사치요, ‘헝그리 정신이 부족’한 것이었다.
그들의 삶은 곧 직장이었으며, 주말에도 직장에 나오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었고, 개인적인 삶에 비하여 직장에서의 업무나 생활이 더 우선시 되어왔다. 그래서 ‘개인적 생활에서의 여유를 즐기거나 사사로운 감정(외로움 등)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알고 보면 그들도 참… “불쌍한” 사람들인 것이다ㅠㅠ
4. 채움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Cohort Effect라고 한다. 굳이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동년배 효과’(?) 정도로 번역이 가능할 것인데, 한 시대적 상황을 공유하면서 겪는 사회문화적인 공통성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사회적 환경이나 문화적 특성으로 인하여 그 또래의 사람들이 유사하게 경험한 것들과, 그로 인하여 발생한 공통적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의 신세대는 풍족하고 넉넉한 환경에서 개인의 가치가 존중되는 세상에서 생활하며 성격과 감정을 형성하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제한된 물자를 나누어 공유해야 하고, 군사문화가 팽배해 있으며, 개인의 고유성보다는 조직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시대에서 자란 사람들과 당연히 성격이나 성향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기성세대, 즉 부장급(및 그 이상의 리더들)들이 겪어왔던 삶의 방식인 것이다.
이 때에는 사회적인 정답이라는 것이 비교적 분명하였으며, 개개인의 가치보다는 집단적 가치가 우선시 되었기 때문에 개인적 감정이나 요구 등은 별로 중요하게 대우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배울 수도 없었으며, 그나마 배운 것이라고 해도 현재 상황과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들 것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들은 시대적 상황에 맞는 새로운 학습이 필요한 것이다.
노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여유를 즐기는 것과 사사로운 감정에 대처하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정신없이 바쁘게 일만 하는 것이 정답이 아닌 시대에, 빈공간이 생기면 이를 잘 채우는 노력과 실행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연습과 훈련이 충분히 이루어졌을 때, 외로움이 발생하더라도 별로 불쌍해 보이지 않는 자연스럽고 당당한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안 그러면 예전처럼 일만 죽도록 하다가 “한방에 훅~” 가버리는 수가 있다!!
가끔 신세대들은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칭하며, 기성세대들은 신세대를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고 평가하는 등 서로를 비판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는 엄밀히 말해서 “틀림”이 아니다. 단지 “다름”일 뿐이다. 살아온 방식과 경험이 다른 것에 따른 “다름”이며, “다름”으로 인한 “차이”일 뿐이다. 거꾸로 서로가 상대방의 시대를 바꾸어 살아 그 시절의 경험들을 했다면 본인들도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무척 다른 문화적 배경과 환경 속에서 살아와서 나와 다른 생각과 가치를 가지는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며, “다름”을 수용해주고 “차이”를 인정해준다. 그런데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다름”과 “차이”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넉넉하지 못한 것일까?
한 회사를 대상으로 하여 ‘세대공감’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연령대별로 워크샵을 진행하여 조직 내의 세대차이를 이해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이었다. 그 중에서 서로의 세대를 바꾸어 “Role Play”하는 과정이 포함되었다. 아마도 그 프로그램 중에 제일 많이 서로 깨닫고 이해한 것은 바로 그 역할연기였던 것 같다. 서로의 입장이 되어 보면 그리도 간단한 것을….
그래도 부하직원들 중에 그 모습을 ‘우리 부장님 참.. 외로워보이네..’라고 공감을 해보려고 노력하거나 ‘저녁은 어떻게 하시려나? 나라도 같이 먹어드릴까?’라는 부하직원이 있다면 그 리더는 정말 행복한 리더일 것이다. 그렇게 상사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는 직원이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고 그 부하직원은 아마도 무슨 일을 해도 성공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 이유는 상대방의 입장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 공감하는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하여, 앞서 논의한 Cohort Effect를 고려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추가한다면 더욱 사랑받고 인정받는 사람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들을 이해해주는 부하직원에 대해서는 상대방도 “역지사지”하려는 노력을 더하고자 할 것이며, 이와 같은 상호 간의 역지사지는 세대와 상관없이 돈독하고 친밀하며 신뢰가 두터운 동료로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재의 세대간 갈등이나 문제를 푸는 가장 핵심적 열쇠이다! 결국 서로를 먼저 존중하는 것이 답이다!! ‘왜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거야?’ 보다는 “아! 그래서 저렇게 행동하는구나! 이해가 되네! 한편 훌륭하고, 한편 안쓰럽네!’가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