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박사 레오 Nov 01. 2019

위대한 그 이름, 엄마! 첫 번째 이야기

행복한 엄마, 그리고 행복한 아이. 엄마를 치유하라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1. 엄마들의 아픈 이야기


A 씨의 퇴사 결심기


A 씨는 직장 맘이다. 그녀는 회사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으며, 좋은 실적을 내는 유능한 인재로 대우받고 있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연봉도 받고 있다. 그런데 A 씨는 최근 우울함에 빠져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아이 때문이다. 왜냐하면 학교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아이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아이에 대하여 ‘안정감이 없는 것 같고, 산만하다’고 평가하였으며, 그 해결책으로 ‘엄마가 좀 정서적으로 돌봐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들은 A 씨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집에 와서 가만히 아이를 집중해서 관찰해 보니 정말 선생님의 말대로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고 산만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A 씨의 고민은 시작되었으며, 아이가 어릴 때 자신이 직장을 다니느라고 충분히 돌봐주지 못한 것 때문에 정서적인 문제가 생기고 산만함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아이가 문제가 생겼는데, ‘직장에서의 성공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회사를 퇴직하기로 결심하였다. 주변에서는 차라리 몇 개월 쉬는 것이 어떻겠냐며 육아휴직을 권했으나 그렇게 되면 다시 번복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아예 사표를 내고 아이에게 집중하기로 굳은 결심을 하였다. 


B 씨의 후회


B 씨는 전업주부이다. 결혼 전에는 물론 유능한 직장인이었으며, 결혼 후에도 직장을 계속 다녔다. 하지만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서 몸도 힘들고 마음도 지치는 것 같아서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와 가정일에 전념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내 일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직장일 하듯이 아이를 위해,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전심전력하였다. 그 결과 남편은 회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하였고, 그것이 다 내조 덕인 것 같아서 내가 임원이 된 듯한 착각마저도 들었다. 게다가 초등학교 학생회장으로 당선되었을 때에는 ‘OO이가 저렇게 훌륭한 친구가 된 것은 다 어머니 노력이군요!’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아주 모범적인 학생회장 엄마를 수행하였다. 그리고 이는 B 씨의 자부심이었으며, 주변에 아이 문제에 대해서 모두들 상담하러 오는 학부모계의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터지기 시작하였다. 중학생이 된 아들은 이제 B 씨 보다도 더 큰 키와 잘생긴 외모로 인기도 많고 친구들 사이도 좋았는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면서 엄마의 지시나 통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말을 안 듣는 정도였으나, 엄마와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소위 맞짱을 뜨기 시작하였고 심지어는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고 대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B 씨는 과연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살았을까’라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더 열 받는 것은 남편의 반응이었다. 아들 문제를 상의하려고 하면, ‘피곤하니까 나중에 얘기하자!’고 하거나 ‘남자애들이 다 그렇지 뭐! 그런 걸 가지고 뭘 그렇게 고민해?! 그냥 놔두고 자기는 자기대로 취미생활이나 즐겨!’라고 무성의하게 대답하면 너무도 분한 마음과 더불어 그동안의 내 인생을 다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에 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2.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


‘1. 엄마들의 아픈 이야기’를 본 소감은 무엇인가? 아마도 엄마의 입장인 사람과 아닌 사람의 평가는 매우 다를 것이다. 엄마들 중에는 공감하며 같이 울컥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며, 자기의 얘기인데 다른 사람 얘기로 쓴 글을 보면서 자신의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비-엄마들의 경우에는 엄마라는 역할에 대해서 ‘그러게, 왜 그렇게 살아!’라고 속 썩이는 아들보다 더 열 받게 만드는 남편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엄마가 가질 수 있는 아픔에 대한 이해의 단초가 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이건 간에 엄마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로서의 나의 역할을 재조명해보거나 나의 엄마, 혹은 우리 아이의 엄마로서의 배우자를 떠올리게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어떤 방식으로 ‘엄마’라는 존재를 떠올리건 간에 좀 더 명확한 정리를 위해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엄마의 역할”이나 “내가 기대하는 엄마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이는 아주 간단하게 해 볼 수 있다. 다음의 5개 빈칸을 채워보라.


1. ‘엄마’란 __________

2. ‘엄마’란 __________

3. ‘엄마’란 __________

4. ‘엄마’란 __________

5. ‘엄마’란 __________


당신의 무엇이라고 채웠는가? 아마도 그 안에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표현을 넣었을 것이며, ‘희생’이나 ‘헌신’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혹은 엄마랑 사이가 좋지 않은 분들의 경우에는 아예 한 칸도 채우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표현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앞서 예시로 든 A 씨와 B 씨와 같은 입장에 처해있는 분들은 이를 채우면서 아주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며, 그중 몇 분은 울컥하여 눈물이 났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저 5개의 빈칸 채우기에 대해서 별 감정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3. 엄마는 몸도, 마음도, 아플 수밖에 없다… ㅠ


그런데 엄마는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다. 실은 마음뿐 아니라 몸도 아프다! 가끔 출산한 부인을 뒷바라지(?) 하는 것에 대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젊은 초보 남편들을 구박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 있다. 몸에, 그것도 배에다가 ‘15kg에서 20kg 정도 되는 덩어리 하나를 10개월 내내 허리춤에 달고 다니면 어떨 것 같아요?’라고 묻는다. 이 한마디로도 많은 초보 남편들은 ‘아….!’하는 통찰을 얻기도 한다. 그래도 못 깨닫는 남편들에게는 ‘큰 수술을 받아보았는지’에 대해서 묻거나 ‘죽을 것 같은 고통을 5시간 내내 겪어본 적이 있는가?’에 대해서 묻는다. 만약에 그런 경험이 있다면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면 되고, 그런 경험이 없다면 ‘만약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떨 것 같은지?’에 대해서 질문한다. 


이 정도 예를 들면 출산의 고통을 겪어본 일이 없는 남편들도 진지하게 부인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서 공감하게 되며 그중에는 미안한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사람들도 많다. 그 정도 되면, 한마디 덧붙인다. ‘그 정도 신체적인 고통(즉, 산통)을 겪고 나면, 그 몸이 완전히 회복되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라고 하면 대부분은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라고 답하며 울컥하는 마음에 상담실을 나선다. 


그런데 이것은 단지 출산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큰 두려움과 불안감, 그리고 관련하여 수많은 잡생각(?)들이 들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는가? 예를 들어, 회사에 다니는 직장 맘의 경우에는 ‘임신 소식’에 대해서 무조건 반갑거나 행복하고 즐겁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출산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도 많은 것에 더하여 업무에 대한 고민들도 생기기 때문이다. 즉, 출산으로 인하여 업무와 육아를 병행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업무 효율성이 유지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 그리고 출산 휴가 동안의 몇 개월 동안의 공백과 그 후의 재적응 문제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업무에 복귀한 후에도 한동안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신체로 인한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업 가족 중심 엄마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도 않다. 왜냐하면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신체적 및 심리적 어려움은 동일한 것이다. 물론 그 내용은 다를 수 있다. 업무와 관련된 심리적 부담감은 없을지라도 대신에 아이 자체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더 클 수 있다. 가장 먼저는 아이가 건강하게 잘 태어날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다. 이런 걱정은 모든 부모들의 걱정이 아니던가?! 나의 경우에도 정말로 분만실 앞에서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이 손가락과 발가락이 5개 다 제대로 가지고 태어났는가였다ㅠㅠ 게다가 그 이후에 과연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것인지(초보 엄마는 당연히 엄마로서의 유능감이 없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걱정이 드는 것은 당연함!!), 그리고 정보화 시대의 부작용인 아이들의 정서 및 행동 문제들에 대한 염려와 불안, 게다가 임신 때부터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여자로서의 자신감과 매력 등에 대한 걱정 등 어디 걱정거리가 없어서 못 하겠는가?!



4. 당신은 치유하였는가? (to 엄마들!)


지금까지 글을 읽으면서 당신의 소감은 어떠한가? 만약 당신이 엄마라면 이 과정을 거쳤던 것이 맞는가? 만약 당신이 엄마가 아니라면 당신의 배우자나 당신의 엄마도 이런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가? 이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엄마들은 과연 어떤 기분과 감정을 가지게 될까?


실제로는 자신이 어떤 기분과 감정을 가지는지에 대해서 생각할 겨를 자체가 없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세상에서 처음 주어지는, 하지만 무언가 막중하다는 것은 알고 있는, 그래서 부담감은 엄청나게 크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른 채 허둥대느라고, 자신의 감정과 기분에 대해서는 돌볼 여유 자체가 없다. 2시간에 한 번씩은 젖이나 우유를 먹어야 하는 영아들의 특성상 숙면은 고사하고 절대적인 잠 시간 자체가 모자란다. 어느 정도 아이가 큰 다음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이를 돌보다 보면 하루가 다 가버린다. 그래서 지쳐서 허덕이게 된다. 게다가 초등학교라도 들어가면 아이보다도 다른 학부모와의 관계 형성과 관리는 또 다른 도전 과제이다. 이 와중에 어디서 자기를 돌보고 챙길 여유가 있었겠는가?!


엄마들의 마음은 이미 다치고 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지할 여유도 없으며, 치유할 엄두는 내지도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엄마들은… 마음이… 아프다… 옆에서 보기에 더 안타까운 이유는 자기가 아픈 줄도 모르는 것이다ㅠㅠ 그래서 엄마들의 마음은… 더 아파지게 된다… 


만약 엄마들이 이 글을 읽고 ‘맞네!’, ‘그렇네!’, ‘그래서 내가 그렇게 힘들었구나!ㅠㅠ’라는 생각과 통찰이 든다면 바로 마음의 치유를 시작하라. 만약 이 글을 읽고 나의 부인이나 나의 엄마나 주변의 엄마들이 ‘정말 힘들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바로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라! 한마디의 말과 행동이면 된다. 엄지 척 들고, ‘당신은 위대한 엄마야!’라고 말해주면 된다. 그 말을 들은 엄마(나의 엄마이던, 배우자이던)가 ‘무슨 소리야? 술 먹었어? 왠 헛소리를 하고 그래?!’라고 말한다면 얼른 이 글을 보여주라! 아마도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들 마음에 대한 위로와 치유가 시작될 것이다! 


위대한 엄마들이여! 당당하고 행복하라!!




덧붙이는 말. 


수많은 위대한 ‘엄마’들에게 제 글이 어설프게 느껴지지 않으셨으면 하고 바랍니다. 

제 모든 글이 다 그렇듯이, 이 글도 제 내담자 중 엄마들이신 분들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드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쓴 글입니다. 

저 자신도 진짜 엄마는 아니기 때문에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하지만, 그 어느 엄마보다도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언가 부족함이 있다 하더라도, 그저 위대한 한 엄마의 철없는 아들로서, 그리고 한 엄마의 남편으로써, 그리고 많은 엄마들에 대한 위로와 힐링을 해왔던 치료자로서 최선을 다해서 공감하고 위로하고자 하는 좋은 마음에서 썼다고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관련하여 궁금하신 점들이나 하고 싶은 얘기들이 있으시면 댓글에 달아주세요! 가능하면 진지하게 답변드리겠습니다!!


'위대한 그 이름, 엄마! 두 번째 이야기'(아마도.. 다음 주 중 집필 예정)에서 좀 더 구체적인 위로와 힐링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함께 읽으시면 좋은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141


https://brunch.co.kr/@mindclinic/135


이전 01화 부모가 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