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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Nov 25. 2019

트라우마, 혹시 가지고 계신가요?

심리만만 17화. Trauma의 해결과 관리

Photo by Luis Galvez on Unsplash



1. '트라우마'란?


'트라우마(Trauma)'란 일상적 범위를 넘어서는, 심각한 신체적 손상이나 생명의 위협 등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심리적 외상을 지칭하는 정신의학적 용어이다. 불행히도 '트라우마'라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우리 사회 모두가 가슴 아플 정도의 불행한 사고들 이후이다(굳이 특정하지는 않을 것임).


일반적으로 큰 사고나 사건 등이 발생하면 '트라우마'가 생긴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 이것이 더욱 심각한 상태로 발전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의 경우에는 그냥 잊히거나 혹은 심리치료 등의 방법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해결되는 경우들도 있다. 그런데 트라우마란 이와 같은 큰 사건이나 생명의 위협이 될만한 사고 등 말고도 생활 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은 교통사고이다. 교통사고를 경험하게 되면 한동안은 운전을 하기 힘들어지며, 교통사고가 발생했던 장소 부근에 가면 급격하게 불안감이나 증가하거나 사고 때의 공포나 스트레스를 재경험하게 된다. 또한 일상적 범위 안에 드는 경험들 중에서도 반복되어 경험하거나 혹은 주관적으로는 큰 심리적 손상을 받은 경우에는 심각한 트라우마로 발전하는 경우들도 많다. 예를 들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상사의 잦은, 그리고 반복되는 폭언이나 혹은 동료들의 따돌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즉, 트라우마를 만들어 내는 요인들로는, 사고의 심각도 및 위험성과 반복 노출 정도,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개인의 주관적 반응과 그에 대한 해결 노력 수준 등이다. 이 각각의 요인들에 따라서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의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지가 결정된다. 



2. 트라우마의 생존가치 


트라우마와 관련된 심리적 장애들은 보통 불안장애(anxiety disorder)로 분류한다. 대표적인 것이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로써, 사건과 관련된 자극에 대한 과민반응 혹은 극단적 회피나 사건과 관련된 자극이나 의도적인 회상이 없음에도 반복되는 재경험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된다. 즉, 급격한 스트레스 사건이나 위협적이거나 심각한 생명의 위협을 주는 정도의 일을 경험한 후 그와 관련된 극심한 불안을 경험하는 것이며, 그에 대한 반응 결과로 과도한 민감성이나 극도의 회피, 혹은 실제적인 위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경험하는 과정인 것이다. 


트라우마 수준의 심리적 고통에 이를 비유하기는 어렵지만, '자라 보고 놀랜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랜다'는 속담에서의 프로세스와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이고 보면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자라'를 보고 너무 많이 놀랬다면, 자라와 유사한 자극이나 '자라'를 연상시키는 자극만 봐도 '놀람'을 재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자라'에게 놀랬던 곳이나 혹은 유사 자극이 있는 곳('솥뚜껑'이니 아마도 부엌일 수 있음) 자체를 회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특별한 사건이나 자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라에게 놀랬던 일'이 반복적으로 재경험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불안 반응은 기본적으로 생존가가 있는 반응이다. 왜냐하면 위협이 되었던 자극을 회피하게 하거나 혹은 상당한 긴장이나 불안을 경험함으로써 조심스럽게 대하게 만들어, 다시금 위험이나 위기가 재현되지 않도록 하는데 기여한다.  만약 특정 장소에서 교통사고를 경험했다면, 아마도 해당 장소에 다시 운전을 하고 지나가게 되는 경우 이전 사고 경험이 재경험되면서 상당한 불안과 긴장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긴장감과 불안감은 조심스러운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고, 다시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이것이 바로 트라우마가 가지는 생존가치이다. 


하지만 트라우마라고 부를 정도가 되면, 이는 긍정적인 수준의 생존가치를 넘어서는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야기한다. 따라서 일상적 생활에서 장애나 문제를 일으키며, 그로 인해 다양한 파생적 이슈들을 야기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적극적인 대응과 치료를 통해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완치는 아니더라도 완화시키는 것을 항상 중요하다. 



3. 트라우마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


트라우마를 해결해야 하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극심한 심리적 고통'이다. 트라우마로 인한 심리적 고통은 트라우마와 관련된 자극이나 상황을 연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자극에 대하여 극심한 심리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서 광범위한 생활 상의 문제들을 겪게 된다. 회사 내에서의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에서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경우 회사 출근하는 것 자체가 고통의 원인이 되며, 회사를 회피하거나 혹은 퇴사를 하게 된다. 더욱더 문제는 다음 회사로 이직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부정적인 영향력이 쉽게 해결되지 않고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유사한 자극이나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재경험하거나 반복적인 고통을 느끼는 수준이라면 이는 적극적인 치유와 해결이 필요하다. 생각해보라, 얼마나 심리적으로 고통스럽겠는가?! 문득 떠오르는 관련된 기억으로 인하여 극심한 심리적 고통이 유발되나 스스로 이를 통제하거나 조절할 수 없다면 엄청난 무기력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이런 돌발적(으로 느껴지는)이고 반복되는 심리적 고통의 재현은 일상생활 자체를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없게 한다. 


트라우마를 해결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행동 범위의 제한' 때문이다. 교통사고의 경우 운전 자체를 못하거나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겪어 심각한 이동성의 문제들을 보이게 된다. 또한 이와 같은 물리적 행동반경의 제한으로 인하여 특정 장소나 지역 자체를 아예 회피하거나 혹은 해당 지역에서는 심각한 심리적 고통이나 효율성의 뚜렷한 저하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운전을 업으로 하는 분들이 교통사고 등으로 인하여 트라우마를 겪은 경우 뚜렷한 문제로 드러나게 된다. 


트라우마를 해결해야 하는 세 번째 이유는 '정상 범위의 생활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는 극심한 심리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경험하도록 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일상생활 자체를 방해할 뿐 아니라 긍정적이고 건강한 선택을 제한한다. 내가 바라고 원하던 좋은 회사에서 이직 제의가 온 경우에도 새로운 회사에서 어떤 기회와 도전이 있을 것이며 이를 성취함으로써 본인에게 어떤 성공과 발전이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은 뒤로 밀리게 된다. 트라우마와 관련된 이슈들을 고려하고 검토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게 된다. 



4. 트라우마의 해결과 극복


대부분의 심리적 장애나 어려움들의 해결과 극복과정이 다 그렇지만, 트라우마의 경우에도 첫 번째는 '부정적 감정의 발산과 해소'이다. 내적인 불안이나 심리적 고통들 자체를 표현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다른 일반적인 심리적 이슈들과는 달리 워낙 감정의 강도가 강하고 이를 꺼내거나 표현하는 과정에서의 심리적 고통이 심하기 때문에 섣부르게 접근해서는 안된다. 


또한 한두 번의 시도로 인하여 내적인 감정들이 해결되고 치유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 또한 오류이다. 우리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암이 발견되었다면, 그 치료과정이 험난하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하는 것처럼, 트라우마의 경우에도 보다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며, 일반적 심리장애에 비하여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발전적 차원의 노출과 재경험'이다. 첫 단계인 '부정적 감정의 발산과 해소'가 본격적인 치료를 위한 준비단계라고 한다면 두 번째 '발전적 차원의 노출과 재경험'은 본격적인 치유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혀 있고, 이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극심한 상태에서는 어떠한 치료적 접근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합리적 사고나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정에 대한 관리와 해결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 이후에 본격적인 증상에 대한 치유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본격적인 치유 과정도 여러 가지 접근이 가능하다. 하나는 인지적인 차원의 접근으로써, 특정 자극이나 상황에 대한 극심한 공포나 심리적 고통을 객관적으로 조망하고 현실적인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경험과 심리적 반응과의 연계성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정상범위 수준으로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행동적 접근도 가능하다. 이는 교통사고 경험자들이 반복적으로 사고 장소를 방문함으로써 점차로 공포나 두려움이 감소하거나 사회 공포증 환자들이 치료자와 함께 마트에서 물건을 사 보기 등을 수행함으로써 자신이 예상하는 부정적 사건들이 발생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과정과 동일하다. 



5. 두려움에서 벗어날 용기를 가지라. 


지금까지 말한 접근들은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접근에 근거를 둔 트라우마의 개념과 그 치료과정들에 대하여 소개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상상 이상으로 큰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경우들이 흔하다. 어렸을 때 물에 빠져서 죽을뻔한 일이 있어서 물에 대한 공포가 있는 사람에게 '알고 보면 별거 아닌데, 왜 그리 유난을 떨어! 그냥 들어가면 돼!! 아무 일 없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치료나 개선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의 의지와 치유를 위한 용기이다.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아무리 이론적으로 유용하다고 밝혀진 치료법도 소용없다. 본인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이겨내고 극복하고자 하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하여 (필요시, 전문가와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실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통사고가 났던 두려움으로 인하여 사고 장소를 다시는 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평생 그 두려움을 해결할 수 없고 그 장소를 계속 우회하여 다녀야만 한다. '자라'와 '솥뚜껑' 때문에 놀랐다고 해서, 다시는 부엌 근처에도 얼씬거리지도 않는다면 평생 자기 스스로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 수 없다. 모든 심리적 이슈들이 마찬가지이듯이 본인 스스로 치료하고 변화하고 개선해야겠다는 의지는 중요하다. 이것이 치유와 개선의 시작 단추이자, 변화를 가져오는 가장 큰 연료이다. 


크건, 작건, 트라우마로 인하여 불편함을 가지고 있고 문제라고 생각이 든다면, 지금 당장 용기를 내라. 당신은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트라우마에 압도되어 사는 인생은 중단할 수 있다. 




본 글과 관련된 방송은 다음에서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665/clips/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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