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만만 32화. 결벽증 직장동료에 대한 효과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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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벽증이란 정확히 말하면 정신의학적 진단명은 아니며, 더럽고 지저분한 것을 싫어하며 깨끗하고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증상을 나타내는 일반적 용어에 해당한다. 만약 이 증세가 심하다면 이는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나 공포증(Phobia)의 일종으로 다루게 되는 등 일종의 불안장애(Anxiety Disorder)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결벽증의 증상(?!)은 일상적 상황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항상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는 책상과 단정하고 흐트러짐 없는 옷차림, 자주 손을 씻는 증상을 넘어서서 많은 사람들의 손이 거쳐간 곳은 피하기(공중화장실이나 물건 등) 등 딱히 '이런 행동이 문제인가?' 싶은 행동들이 결벽증의 특징이다. 심한 경우에는 대중교통의 손잡이 등을 잡지 못하기 때문에 아예 이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외식 등 밖에서 식사(공동으로 사용하는 집기나 도구들이 있기 때문에!)하는 일에 대한 어려움 등을 보이기도 한다.
즉, 결벽증이란 표현에서 보이듯이 "증(症)"이라는 명칭을 쓰는 순간 부정적인 의미가 강해진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라는 관점을 버리고 객관적인 견지에서 보면, '결벽'한 행동 자체는 긍정적인 측면도 충분히 많이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부정적인 측면이나 문제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더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결벽증'이라고 표현할 때에는 이와 같은 행동이 가지는 문제점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하지만 균형적 관점에서 보면, '결벽'은 깔끔함과 단정함을 말하며 이는 생활 상에서 긍정적인 부분들이 충분히 있다. 예를 들어 '결벽 경향'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는 자신의 자리나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자리를 보게 되면, 마음마저도 상쾌하게 해주기도 한다. 또한 업무 처리 등에 있어서도 '결벽'을 추구한다. 그래서 문서 작업을 할 때에는 오탈자 하나 찾아보기 어려우며, 일처리와 관련해서도 철저한 계획을 통해 완벽한 업무처리를 추구하고 고품질의 결과는 내는 경향도 있다. 즉, '결벽'이라는 행동 자체에 대해서 문제 중심으로만 보지 않으면 크게 나쁘지 않을 뿐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도 많이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결벽'이 문제가 될까? 결벽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두 가지 정도가 있다. 그 첫 번째는 "본인이 고통스러운 경우"이다. 우선은 '깨끗하게 상황을 만드는데 드는 노력이 과도한 경우'이다. 대표적인 것이 손을 너무 심하게 오래 씻는다던가, 자리를 정리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 등이다. 다른 한 가지는 '깨끗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고통이 너무 심한 경우'이다. 내 방이나 내 자리의 경우에는 본인 소관이지만, 내가 관여할 수 없거나 공동으로 활동하는 영역에서의 '깨끗하거나 정돈되지 않음'으로 인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이다. 이처럼 본인의 고통이 너무 심한 경우에 '결벽'은 마음의 평화를 잃어버리게 되고 극심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초래한다.
두 번째는 "타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경우"이다. 즉, 깨끗함이나 청결함, 혹은 정리나 정돈을 타인에게도 강요하거나 요구함으로써 갈등과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이다. '결벽'이라는 자신의 삶의 방식(?!)이나 행동습관을 자신 만의 영역에서 자신만 지킬 때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타인에게 강요하거나 요구할 때 문제가 된다.
실제로 결벽증을 가진 사람과 함께 거주해야 하는 가족들의 스트레스나 갈등이 만만치 않다. 본인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손 씻기나 외출 후 옷 갈아입기 등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으며, 집안이 어질러져 있거나 정리되지 못한 모습에 짜증이나 화를 내는 경우도 많다. 특히 회사 내의 상사가 이 같은 결벽증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 이는 더욱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상사가 업무적인 부분 외에도 책상 정리나 행동 양식까지도 간섭하거나 통제하는 경우가 많으며, 결재라도 받을라 치면 내용보다도 형식적인 측면들(오타에 대한 격한 반응과 깔끔하고 완벽한 형식에 대한 지나친 요구 등)에서도 완벽함을 요구하여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다.
그런데 한번 상상해보라! 내 바로 옆자리의 사람이 '정리와 정돈을 잘하여 항상 자리가 깨끗하고 정리되어 있으며, 보안 문서 등이 돌아다니는 일도 없이 보기만 해도 마음도 깨끗해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가, 아니면 '정리되지 않은 서류 더미와 지저분하게 잡동사니들이 널려 있으며, 중요한 서류들이 관리되지 않은 채 여기저기 널려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가? 또한 나와 같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이 '철저한 메모와 일정관리를 하면서, 업무에 대한 명확한 구분과 정리, 그리고 단계별 체크를 통해서 실수나 빠짐이 없도록 완벽한 일처리를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가, 아니면 '회의 내용을 기록하지도 않고 일정 약속도 자주 잊으며, 업무 수행 중에 실수나 놓치는 일이 자주 발생하여 때로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사람'이 좋겠는가?
대부분의 심리적인 특성들은 양가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적극적이고 추진력이 높은 사람은 세세한 부분을 놓치거나 심사숙고하지 못한 가능성이 있으며, 신중하고 꼼꼼한 사람은 일처리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마찬가지로 '결벽'한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깔끔하고 정리된 행동 양식을 보이는 경향이 높으며, 일처리 과정에서도 효율성과 완벽하고자 하는 경향이 높아 고품질의 업무 성과나 결과를 보이는 경우들이 많다. 다만 이 과정에서 본인도 스트레스를 받고, 타인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는 것도 맞다.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판단이나 그 사람의 행동 경향성에 대한 판단에서 균형적이고 객관적인 판단과 대응이다. 문제 중심적인 접근과 평가를 해 버린다면 그 사람이나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게 되고, 그 결과로 "증(症)"이라는 말미를 붙여 그 행동의 의미를 평가절하하거나 비난조로 얘기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 큰 문제는 그와 같은 행동이 가지는 이면의 장점이나 긍정적인 측면을 간과하기 쉽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높이게 되며, 부정적인 관계 양상을 보이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결국 본인 손해이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든, 어떤 특성에 대해서든, 균형적인 관점으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절대적으로 '좋은 성격'이나 '긍정적이기만 한 특성'들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균형적 관점과 평가는 상대방에 대하여 균형적 감정을 가지게 되며, 사안이나 상황에 대한 유연한 최적의 대응과 관계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된다.
행동 특성에 "증(症)"이라는 표현을 붙이거나 혹은 편향되고 극단적인 (부정적) 표현들('완전 피곤한 스타일이야! 핵짜증!ㅠㅠ'이나 ' 어쩜 저러냐? 정말 이해 안돼ㅠㅠ')등을 사용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높여봐야 결국 내 감정이나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 관계 자체를 틀어지게 할 뿐이다. 또한 상호 간에 나눌 수 있는 긍정적인 교류나 상호작용을 놓치게 할 뿐이다. 그래서 사람에 대해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유연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항상 바람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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