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사의 직장생활 클리닉. 직장인의 자기관리
종종 신문 기사들을 보다 보면 우울하기 그지없다. 온통 갑질이 난무하며, 폭언을 일삼는 상사와, 부정과 편법으로 얼룩진 세상사를 보게 된다. 그리고 이를 계속해서 보다 보면 어느 새인가 짜증과 화, 그리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런 기사들을 접하면서 흔히 ‘세상이 왜 이렇게 험하지?’,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과연 이 나라에 살아야 되나?’ 하는 생각들이 들면서 세상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이 든다. 과연 이런 현상이 적절한 것인가? 세상은 정말 이렇게 험하기만 한 것일까?
언론이나 매체들은 있는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그럼 진짜 진실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것일까? 많은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언론 기사에 휩쓸려 필요 이상의 좌절감과 분노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알아보자.
기본적으로 언론은 자극적인 내용을 선호한다. 어떤 때에는 일반적인 내용도 자극적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악마의 편집이다. 이는 의도적으로 이슈화하기 위해 중립적인 행동들을 자극적인 내용으로 보이도록 편집한 것을 지칭한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들은 억울함을 표현하기도 하며, 의도치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언론이나 방송은 정확한 팩트를 보고하는 것이 생명이기는 하나 균형적 팩트를 보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즉, 신문기사나 방송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거짓은 아니겠지만, 대중적인 관심이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편향되고 자극적인 내용에 대한 보도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편향된 정보라도 나름대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만연되어 있는 갑질에 대한 보도를 통해 이를 예방하거나 혹은 진상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만드는데 기여한다.
대표적인 예가 콜센터 상담원들이 욕설을 하는 고객에 대해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또한 서비스 업 종사자와 고객과의 관계 및 직장 내 상하 관계에서 막말이나 감정적 대응을 지양하고 서로 존중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부당하고 불합리한 감정적 문제와 상처들을 예방하고, 보다 건강하고 성숙된 업무 상 관계를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편향된 정보는 편향되고 왜곡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서비스 직무 종사자들은 하루에 수많은 고객들을 만난다. 그런데 모든 고객들이 다 좋은 고객일 수는 없는 것이다. 일부!!, 단지 일부 고객만이 진상고객인 것이다. 즉,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다고 부당하고 과도한 불만을 표현하는, 소위 진상 고객은 일부일 뿐이다.
또한 직장생활이란 조직 구조 상으로 상하관계라는 것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갑질이나 폭언으로 부하직원들에게 상처를 주는 리더들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모든 리더들이 그러는 것은 아니다. 상사의 폭언은 일부 리더들의 만행일 뿐이다.
일부의 사례를 전체 사례인 것처럼 느끼는 것은 불필요한 감정적 문제를 초래한다. 이와 관련하여 언론이나 방송의 책임도 있다. 문제 사례 중심의 자극적인 보도를 더 많이 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와 같은 부정 편향 보도나 있는 현실에 대한 불균형적 정보 수집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첫째, 필요 이상의 문제의식이나 세상에 대한 적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갑질에 관한 보도를 보면서 내가 겪은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에 대한 분노감과 적대감을 동일하게 경험하게 된다. 물론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공감과 위로는 필요하다. 하지만 피해자를 적절히 공감해주는 마음을 넘어서는 필요 이상의 과도한 분노와 적대감이라면 이는 다른 문제이다.
자극적인 문구나 한쪽 만의 입장을 기술한 내용은 객관적 사실보다 훨씬 더 강한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기 쉽다. 이와 같은 과도한 부정적 감정은 결국 내적인 부정적 감정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함으로써 전반적인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내 생활 주변의 관련 요소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다.
만약에 서비스 직무에 근무하는 경우라면 고객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증가하거나 고객 반응에 대해 필요 이상의 부정적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고객과의 사소한 갈등도 확대 해석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리더와의 관계에서도 예전에는 특별한 문제의식이 없었으나 이를 보다 큰 갈등과 대립으로 지각할 가능성이 높아져 결국에는 리더와의 관계가 더욱 불편하게 지각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 상황에 대한 불만족이 증가하고 내적 동기가 저하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필요 이상의 부정적 인식이나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본인 손해이며, 누구에게도 이득 될 것이 없다.
세 번째는 적절한 자기반성과 자기 계발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진상 고객이 잘못한 것은 맞다. 그렇지만 그에 대응하는 대응 스킬과 고객 관리능력 향상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리더가 괴팍하고 못된 성격일 수도 있다. 그러나 리더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바에는 리더를 대응하는 본인의 능력이나 대응 스킬의 향상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즉 편향된 정보나 기사에 휩쓸려 본인의 객관성을 잃게 되면, 본인의 고객 관리 능력이나 혹은 대인관계 스킬 향상의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기 성장의 기회를 잃고 고객이나 리더 탓만 한다면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만 높아진다. 결국 본인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세상 어떤 일이든 적절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내 부모나 가족에 대해서 화가 나더라도 가능한 한 냉정을 유지하며 대화해야 해결이 쉽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팀이 지는 경우가 있더라도 상대 국가 전체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교사는 학생을 지도할 때 가능한 한 객관성을 가지고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이지 개인감정에 따라 행동하면 안 된다.
리더나 부하직원도 서로 간에 문제나 갈등이 있더라도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며 통상적으로 납득되는 수준 내에서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이 맞다. 필요 이상의, 혹은 일상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감정적 대립이나 갈등 표출은 본인에게나 상대방에게나 서로 이득 될 것이 없다. 서로 상처만을 남기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적절한 심리적 거리는 필수이다.
언론이나 신문기사들 속에서 보이는 문제 현상이나 갈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 안에 분명히 문제가 존재하며 해결하거나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접근도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 감정적 반응이 필요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한 객관적 판단과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상황과 연계시켜 해석하거나 내 주변을 문제 중심으로 재해석할 필요도 없다. 10%의 문제 고객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나를 찾고 인정해주는 20%의 단골 고객과 내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70%의 보통 고객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10%의 괴팍하고 생각하기도 싫은 리더가 있지만 나에게 비전을 제시해주고 롤모델이 되어준 20%의 리더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냥 무난하게 일상적으로 지내면 되는 70%의 보통 리더도 있는 법이다.
즉 신문기사나 방송은 어쩔 수 없이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 또한 하나의 비즈니스이며, 방송사 수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광고와 직결되는 시청률이라는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으로 구성하는 것이 편리하다.
TV 드라마에서는 우리가 평상시 만나기도 힘든 재벌 3세들이 넘쳐나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장면들이 가득하다. 물론 평범한 가정이 나오는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나 평범한 가족이 나오는 경우 출생의 비밀이 두세 번은 얽혀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만약 이와 같은 비현실적 드라마에 빠져 이를 현실로 착각한다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드라마 속 캐릭터에 빠져서 비현실적 감정에 사로잡힐 것이다.
언론이나 방송의 생명은 팩트이며 있을 법한 현실을 재구성한 의도적 작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객관적 견지에서 적절하게 걸러내지 못하고 내적인 심리적 균형을 잃는다면 오히려 독이 되기 쉽다. 드라마는 드라마, 문제점에 대한 보도는 보도, 그리고 현실은 현실이다.
방송이나 언론의 내용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관점을 잃지 않고 균형적으로 판단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라면 내 업무 혹은 리더들과의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들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비슷한 사례에 대한 적절한 공감을 통해 나의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과도한 몰입이나 잘못된 동일시(나의 모든 고객들이 진상일 거야! 혹은 내 리더도 갑질을 하겠네! 등)는 문제를 일으킨다. 적절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며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균형적 사고와 균형적 판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회사 Top 3 안에 드는 회사를 그만두고 나를 찾아왔던 내담자가 있었다. 그 회사를 원해서 들어갔으며, 초반 업무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던 그는 동료들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이 가득하였다. 원하던 회사에 들어갔으며 업무 내용에도 만족했던 그는 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을까?
그가 말한 퇴사 사유는 동료들의 불평과 불만이었다고 한다. 퇴근 후 소주 한잔 기울이며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회사에 대한 불만이나 상사의 불합리한 대우 등을 서로 나누게 된다. 처음에는 ‘그래? 그런 일이 있었어? 너무 하네!!’ 등의 공감을 해주는 수준이었으나, 이런 얘기를 자주 듣다 보니 본인도 어느새 회사와 상사에 대한 불만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진지하게 생각할수록 조직의 불합리함이나 상사의 부당한 대우가 점차로 더 크게 느껴졌다고 한다. ‘이런 불합리한 조직에서 못된 상사들과는 더 이상 일할 수 없다!’고 결정을 내리고 사표를 던진 그는 동료들에게도 당당하게 그만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 동료들은 사표를 던지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이렇게 좋은 회사를 왜 그만둬?’라고 하는 반응에 황당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물론 퇴근 후 소주 한잔을 하면서 내내 회사에 대한 칭찬과 좋은 점만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결국은 다양한 얘깃거리들에 대해서 얼마나 균형적 관점에서 판단하고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자식은 부모에 대해서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으나 후일 자신의 아이를 키우면서 ‘내 부모도 나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으며 울컥하게 된다. 나의 리더에 대한 불만은 더 못된 리더에게 고생을 하거나 혹은 내가 리더가 되었을 때가 되어서 이해하게 되는 경우들도 많다.
결국 내가 처한 상황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지각과 판단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우울하고 화가 나는 기사 옆에 따뜻하고 감동적인 기사들도 있는 법이다. 눈에 보이는 단편만 보지 말고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라. 보다 합리적이고 건강한 균형적 생각과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