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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Mar 29. 2020

의심병에는 약도 없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감정 이야기. 불신

Photo by Sydney Sims on Unsplash



저는 그 사람을 믿지 못하겠어요.

전화를 안 받는 순간부터 온갖 상상을 다하게 돼요.

또 어디서 무슨 나쁜 짓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들어요.

제가 그냥 그러는 거는 아니라니까요

저는 촉이 되게 좋아요!

요즘 계속 의심 가는 행동들이 많았어요...


선생님도 저를 진심으로 대하시는 건 아니잖아요

선생님이 저한테 잘해주시는 것도 결국은 비즈니스잖아요?!

결국은 돈 버는 거잖아요!

저한테 해주시는 말씀도 다 책에 나와 있던데요?!

어떤 내담자에게도 똑같이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거 아닌가요?

지난번 상담 선생님도, 선생님도 다 마찬가지예요ㅠ




1. 의심과 불신의 부작용


일반적으로 심리치료나 상담이 삶의 과정 속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 이슈들을 관리하고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심리치료나 상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그 중 한 경우가 바로 '의심과 불신이 높은 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심리치료나 상담은 치료자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의심과 불신이 높은 경우에는 치료적 관계를 위한 신뢰로운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의심과 불신'은 이처럼 대인관계 상의 기본적인 신뢰 문제를 가져온다. 따라서 타인과의 관계에서 신뢰로운 관계 형성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타인들이 적대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더불어 관계 과정에서 부정적 감정을 자주 느끼게 된다. 이로 인해 자기 삶에서의 만족감이나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되며, 타인과의 불신과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적대감과 관련된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 대표적인 심리적 질병이 '편집증(Paranoia)'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보통 '의처증'이나 '의부증'이라고 불리는 배우자를 계속해서 의심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회사 등에서는 타인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거나 타인과의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이와 같은 내적 문제들을 보인다.




2. 의심의 속성


의심이란 중립적이거나 특별한 의미가 없는 상황이나 자극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다. 즉 일단 상황이나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부정편향된 해석을 하는 것이다. 때로는 타인이 긍정적인 의도로 했던 행동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왜곡하여 받아들이기도 하며, 모두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굳이 문제점을 들추는 것도 이와 같은 부정 편향의 일종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에게 연락이 되지 않았을 때 '왜?' 연락이 안 될지를 추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배터리가 나갔을 수도 있고, 화장실에 갔을 수도 있다. 또한 다른 사람과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을 수도 있으며, 더 중요한 어떤 일에 몰두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상황에서

'왜? 내 연락을 피하는 거지?',

'혹시 나한테 책잡힐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니야?',

'무슨 나쁜 짓을 하고 있길래, 내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등의 부정적으로 편향된 해석을 하는 것이다.


더욱 심한 경우에는 긍정적 행동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해석하거나 받아들이기도 한다. 상사나 동료가 월요일에 출근하여 '오늘 OO님 그 옷 너무 잘 어울리네~ 주말에 뭐 좋은 일 있었어?^^'라고 인사를 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

'왜 갑자기 친한 척하는 거야? 오늘 뭐 부탁할 게 있나?',

'지가 뭔데 내 외모를 평가해?! 자기 보라고 이 옷을 입은 줄 아나?!'

'별로 좋은 옷을 입은 것도 아닌데.. 왜 저런 말을 하지? 혹시 날 놀리는 거야?'

등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3. 본인이 가장 힘들다.


만약 이처럼 부정편향되게 상황이나 자극을 해석하거나 긍정적인 의도들을 왜곡하여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면 그 마음속과 감정은 어떠하겠는가? 아마도 항상 화가 가득할 것이다. 게다가 주변의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고 긴장감과 적대감을 가지고 살게 된다. 그래서 항상 편안하지 못한 마음은 물론 극히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지낼 가능성이 높다.


더 문제는 이와 같은 내적인 감정이 타인에게도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편향된 부정적 지각은 타인에 대한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타인들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했다가 소위 '뻘쭘'하게 되는 일을 자주 겪게 되며, 아예 긍정적 피드백은 물론 일상적 피드백이나 교류마저도 줄이게 된다. 게다가 일상적인 상황에서 난데없이 공격적 반응을 당하게 된다면 당연히 그에 보복하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는 다양한 대인관계 상의 이슈나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로 인해 자신은 물론 타인의 심리적 갈등이나 문제들이 심화되게 된다. 자신과 타인의 정서적 스트레스나 감정적 고통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의심'과 '불신' 경향이 높은 사람과 결혼을 하거나 혹은 동료로서 일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된다.



4.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와 같은 성격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보통 두 가지 정도이다. 하나는 성장 과정에서 충분한 신뢰와 안정감을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가장 많으며, 다른 한 가지는 충분히 '의심'이나 '불신'을 가질만한 경험을 겪은 경우이다. 이런 경험을 겪고 나면 일단 사람들을 '의심'하고 '불신'하는 경향이 생기며, 혹시라도 믿을만하거나 믿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끊임없이 테스트(즉, 진짜 믿을만한 사람인지를 검증하는 과정!)를 한다.  


예를 들면 크게 사기를 당하여 많이 힘들었거나 불행한 결혼생활(특히 배우자의 외도 등)을 한 이후라면 충분히 '불신과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건을 경험한 후에는 자연스럽게 '불신'과 '의심'이 생기는 것은 그와 같은 부정적인 사건을 반복해서 경험하지 않도록 조심하게 하는 생존가가 있다. 이와 같은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차별화된 상황인식(즉, '모든 사람이 나쁜 것은 아니면 나를 등쳐먹은 "그 인간"이 나쁜 놈이었어! 등)이 생기면서 점차로 나아진다.


문제는 성장과정에서 충분히 안전감과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여 세상이나 환경에 대하여 '불신'과 '의심'을 가진 채료 살았어야만 했던 경우이다. 이 같은 경우에는 그동안 '의심'과 '불신'에 가득한 대인관계 패턴이 지속되어 왔을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실제로 부정적 관계 경험도 많다. 따라서 어렵게 신뢰로운 관계를 맺는다고 해도 관계가 쉽게 깨지거나 지속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특히 결혼과 같이 깊은 수준의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문제가 더욱 불거지는 경우도 흔하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치료가 쉽지는 않다. 왜냐하면 치료자와도 신뢰를 형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치료자의 노력이나 접근을 '상업적 목적을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하거나 치료자와 사소한 문제(예를 들어 치료자 사정으로 연기나 취소하는 경우)를 부정적으로 확대하여 치료 관계가 종결하는 경우도 많다('제가 쉬워 보이세요? 저를 얼마나 무시하시면 그렇게 시간을 막 바꾸세요? 저도 정당하게 돈을 내는 내담자라고요!'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되고 개선이 되는 경우는 단기가 아닌 장기적으로 치료자와 신뢰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충분한 '신뢰' 관계를 재경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담자의 핵심 이슈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에 맞추고자 하는 치료자의 인내와 부단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물론 치료적 관계 이내에서 제한되어야 한다.  다른 한 가지는 끊임없이 설명해주며 신뢰를 보여주는 배우자를 만나는 경우이다. 계속해서 '의심'하고 '불신'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내하며 신뢰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배우자를 만나는 경우에는 새로운 안정적이고 신뢰로운 관계를 재형성하는 것이 가능하기도 하다.




이처럼 '불신'과 '의심'이 많은 성향은 기본적으로 대인관계 상 문제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즉, 부정적이고 잘못된 대인관계 경험으로 인하여 왜곡된 부정적 인지체계(사람에 대한 부정적으로 왜곡된 편견)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개인적으로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타인도 힘들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그래서 치료나 상담을 통한 개선과 치유가 꼭 필요한 이슈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를 치유하고 해결하는 것 역시 사람 관계이다. 즉, 이전과는 다르게 신뢰롭고 안정되며 믿을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경험이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해결한다. 물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때로는 오랜 기간 후 진정한 믿음과 신뢰를 재형성한 후 본인 스스로나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미소'와 '행복'을 찾으시는 내담자분들을 보면 그동안의 노력과 인내, 그리고 치료자가 진짜 믿을만한 사람인지를 검증하려 했던 사건들(ㅠㅠ)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듯한 마음이 든다.


만약 '신뢰'와 '불신'이 너무 크다면 솔직히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멀리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대처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고 반드시 관계를 회복해야만 한다면 좀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인내하고 노력할 필요는 있다. 본인도, 주변 사람도, 모두 인내를 가지고 노력해야 하는 마음의 이슈이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감정 이야기

Part I. 우리를 아프게 하는 감정들


#1. 불신(의심)

#2. 분노

#3. 우울

#4. 불안

#5. 無-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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