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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Apr 26. 2020

'말하기'와 '대화하기'는 다릅니다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사람 이야기. 상호 존중에 기초한 소통적 대화하기

Photo by Jason Rosewell on Unsplash



배우자 1. 여보, 우리 얘기 좀 해

배우자 2. 얘기해, 다 듣고 있어

배우자 1. 아니 그게 아니라, 대화를 좀 하자고

배우자 2. 지금 대화하고 있잖아! 얘기하라니까

배우자 1. 이게 무슨 대화야, 나 혼자 떠들고 있잖아

배우자 2. 너는 원래 하고 싶은 말만 하잖아.. 그러니 나는 그냥 듣겠다고

배우자 1. 대화를 하자니까 대화를!

배우자 2. 너는 너 하고 싶은 말만 한다니까, 그러면서 무슨 대화야

배우자 1. 그래 그럼 너도 말해봐

배우자 2. 할 말 없어! 말하면 뭐하나, 듣지도 않는데..

배우자 1. 지금 안 듣는 건 당신이거든!

배우자 2. 너도 안 듣거든~ 언제 내 말을 진지하게 듣기나 했어?

배우자 1. 말 같지도 않은 얘기만 하니까 안 듣지! 말 같은 얘기를 해..

배우자 2. 아 됐어~ 말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음 하지 마! 나도 내 맘대로 할 거니까!




1. '(일방적으로) 말하기'는 '대화'가 아니다.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말'이란 자신의 표현하는 인간의 주요 수단이며, 이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고 교류한다. 이와 같은 인간의 언어적 특징을 이르는 표현이 바로 '언어적 인간(호모 로퀜스/Homo loquens)’이다. 즉, '말'이란 타인과 자신을 연결시켜주는 가장 핵심적 요소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핵심 요소이다. 


그런데 우리가 쉽게 착각하는 것이 있다. '말을 한다!'가 '대화한다!'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그렇지 않다. '대화(對話/dialogue)'는 두 사람 이상이 각자의 '말'을 전달하는 보다 종합적이고 역동적인 상호과정이다. 알고 보면 '말'과 '대화'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두 가지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혼자 말하기'와 '함께 이야기 하기'이다. '혼자 말하기'는 일방적인 자기표현이며,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은 언어적 표현일 뿐이다. 반면에 '대화'란 상대방을 고려한 상호적 소통을 전제로 한 말들의 종합체이다. 따라서 '대화'에서의 '말'이란 듣는 상대방의 입장이나 상황을 고려하여 정제되고 보완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혼자 말하기'를 하면서 이를 '대화'라고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2. '(혼자 & 일방적으로) 말하기'가 나쁜 3가지 이유


혼자, 그리고 일방적으로 '말하기'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소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원래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결국에는 감정적인 대립이나 갈등을 부추기는 문제를 발생하게 한다. 소통을 촉진하기 위한 말이 결과적으로는 관계 자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첫째, '일방적인 말하기'는 상대방의 경청을 유도하지 못한다. 초반에는 잠시 '말'을 들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일방적인 말하기는 진지한 경청을 유도하지 못하고 말하는 사람의 일방적인 표현과 내용 전달 만을 하게 된다. 당연히 듣는 사람에게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지 못하고 더 들을 생각도 하지 않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간의 이해와 상호작용을 촉진하지 못하고 결국 서로의 입장차나 주장만을 반복하게 하게 된다. 이런 경우 나오는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 나오는 전형적 표현은 '내 얘기를 좀 들으라고!'이며,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표현은 '들으면 뭐하나? 똑같은 소리인걸~'이라는 표현이다. 이 정도면 지금 '대화'가 아닌 일방적 '말하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둘째, 서로의 감정적인 대립과 싸움을 유발한다. 이와 같이 상대방을 충분히 공감하고 배려하지 못하는 일방적 소통은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부정적 효과를 불러온다. 효과적인 소통은 서로의 입장을 고려한 공감적 배려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이를 통해 상호 간의 이해가 높아지며,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관계 자체를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일방적 소통은 이와 같은 건강한 소통과 교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따라서 오히려 감정적 대립이 심해지며 갈등이 심화되어 더 큰 싸움과 갈등을 불러온다. 


셋째, 관계 상 근본적인 신뢰를 망친다. 대인관계란 벽돌로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의 과정이다. 즉, 하나하나의 사건이 쌓여서 궁극적인 신뢰를 만들며, 쌓인 신뢰를 통해서 공고한 관계가 형성된다. 이처럼 차곡차곡 쌓인 관계는 큰 갈등이나 문제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시간이 갈수록 그 안정성과 신뢰가 더욱 증가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일방적인 말하기를 즐겨하는 사람은 이와 같은 타인 간의 신뢰를 형성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타인에게 소통을 한다는 느낌은 물론 소통을 기반으로 한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혹은 관계 자체를 피하거나 끊어버리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친구나 가까운 사람들이 별로 없는 문제들을 보이게 된다. 



3. 대화를 위한 3가지 전제 조건


그렇다면 건강하고 효과적인 대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상호 소통적이고 관계를 촉진할 수 있는 대화를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전제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는 상대방이 '대화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대화할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무슨 얘기를 해도 '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대화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어설프게 대화를 시도하다 보면 결국 '대화'를 강요하게 되며 이와 같은 강요는 대화를 더 피하게 되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물론 '대화하고 싶도록 하는 마음'을 만들 수는 있다. 이는 심리치료나 코치 등 전문가 수준에서는 필수적이다. 이에 적합한 방법들이 바로 '라포 형성', '상대방의 관심사로 대화 시작하기', '상대방의 입장이나 상황에 대한 공감적 이해 표현하기' 등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전혀 관심이 없거나 대화의 동기가 없다면 이 또한 소용없는 경우들도 흔하다. 


두 번째는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 '대화할 내용이 잘 준비되어 있는가?'에 대한 점검이다. 물론 할 얘기나 전달하고 싶은 내용은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날 것 수준의 내용 말고 '상대방을 고려한 최적화된 형태로 요리가 되어 있는가?'에 대해 묻는 것이다. 효과적인 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무수히 많다. 그중에는 상대방의 성격이나 성향, 그리고 현재의 심리적 혹은 기분 상태 역시 영향을 끼친다.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여 최적화된 상태로 그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세 번째는 '대화할 형식(상황 포함)이 적절한가?'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진지한 대화나 혹은 감정가가 배어있는 대화의 경우에는 이를 더욱 고려해야 한다. 내담자들에게 제언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제발 '운전 중'에 진지한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알고 보면 운전이라는 것이 습관처럼 느껴져서 그렇지 상당히 예민하고 민감한 상태를 유발하는 활동이다. 그런데 운전을 하는 와중에 진지한 대화를 하게 된다면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짜증이나 문제가 더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운전하는 상황에서는 그냥 좋은 음악이나 듣는 것이 최상이다. 이처럼 상황이나 장소 등 대화를 하는 형식적인 문제들 또한 고려해야 한다. 일상적 내용이 아닌 진지한 얘기가 필요하면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나 환경을 조성하고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언질을 주어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말'이라는 것이 인간 생활 중 중요한 비중과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래서 '말'과 관련해서는 많은 속담과 경구들이 있기도 하며, 이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말의 중요성과 의미를 쉽게 깨닫게 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 '대화'의 상호적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표현임. 절대로 '곱지 않은 가는 말'에 '곱게 오는 말'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함.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 가능하기는 하나 천냥 빚을 빌려준 사람의 마음을 완벽하게 공감하고 이해하여 감동을 불러일으켜야만 되는 것임. 엄청나게 어려운 과정임. 의도와 목적을 가진 대화는 그렇게 어려운 것임!

'빈수레가 요란하다' : 말이 많아지는 경우를 경고한 내용. 대화, 특히 의도와 목적이 있는 대화의 경우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초점화 할 필요가 있음. 산만하고 방향 없는 대화는 결국 의도를 달성하지 못함. 이는 단지 말을 나열하거나 아마 말이나 섞어 놓은 것에 불과함(보통 Word Salad라고도 함). 


이와 같은 속담이나 격언들이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말의 중요성이란 인류가 말을 시작한 이래로 그 중요성은 항상 강조되어 왔던 것 같다. '대화'란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소통의 과정이다. 이를 통해서 보다 공고하고 신뢰 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확대될 수 있다. 단, 그만큼 충분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 또한 기억해야 한다. 



https://mindclini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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