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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Jun 22. 2020

'짜가 외향'을 아십니까?

MBTI를 통해 보는 성격과 성격검사에 대한 이해

Photo by Kreated Media on Unsplash



저는 원래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었습니다.

친구들도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번 사귀면 무척 깊이 사귀는 편이었죠.

가끔씩은 사람들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얘기를 했지만 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다들 적극적이고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저만 너무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거나 회식 같은데에서 노래라도 할라치면 정말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선배들이나 상사들께 상의를 해보면 대부분이 저에게 그렇게 소극적으로 살아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세상은 가만히 있는다고 알아주는 곳이 아니라 적극적인 자기 PR이 필수라고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결심을 했죠!

'나도 이제 더욱 열심히, 그리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해보는 거야!'

라고 결심을 했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서점에 가서 '직장인 유머 100선'이라는 책을 샀습니다. 항상 사람들이 저에게 썰렁하다고 구박을 했거든요!

또 한 가지는 회식 때 주눅 들지 않기 위해서 혼자 노래방에 가서 열심히 노래 연습을 했습니다! 최신곡부터 트로트까지 30곡 정도를 목표로 마스터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회식이 무섭지 않다니까요^^



1. '짜가 외향'을 아십니까?


사람의 성격 중에 좋은 성격과 나쁜 성격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어떤 성격이라도 장점이라는 것이 있으며, 또한 그에 상응하는 단점이라는 것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성격(보통 외향!)의 경우에는 낯선 사람과의 친화력이 우수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합니다. 또한 대체로 행동이 빠른 편이며, 실행력과 추진력도 우수합니다. 반면에 세부적이고 정교하며 꼼꼼한 면이 부족하며, 관계의 폭이 넓은 반면에 깊이는 부족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와는 달리  조용하고 차분한 성향을 가진 내향형의 사람들은 신중하고 사려 깊으며, 꼼꼼하고 정교하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또한 대인관계의 폭이 좁은 대신에 한번 사귄 사람과는 진지하고 깊이 있는 관계를 가지는 편입니다.

 

그런데 내성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자신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일하면서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해야만 하는 직장생활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서 자기 성격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업무가 사람들을 많이 상대해야 하는 영업이나 CS 직무라면 이와 같은 내적인 불편감은 더욱 커집니다.


그래서 어느 날 (사례에 나온 것과 같이) 좀 더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바뀌겠다고 하는 결심을 하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들을 몇 년 동안 집중적으로 하다 보면 실제로도 많이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화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MBTI와 같은 성격검사를 하게 되면 이전과는 달리 외향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바탕이 되는 근본 성격이 변화하였다기보다는 외향적 스킬이나 행동 패턴이 늘어난 것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원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으나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적극적이고 활발해지겠다는 결심을 하여 열심히 노력하며, 그 결과로 성격검사 상 외향으로 나오는 경우들을 "짜가 외향"이라고 합니다. 



2. MBTI 유형은 16가지가 아니다.


보통 MBTI에 대한 불만 중 하나는 '어떻게 사람은 16가지로만 나누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MBTI와 유형론 검사들은 해석의 편의성과 경제성을 위하여 편의상 성격을 4개 차원의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을 뿐이지 사람의 행동 패턴이 정형화된 16가지만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다양성과 개인별 특성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고려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점수대입니다.


단적으로는 외향 30점(만점)과 외향 10점은 아주 다른 행동 패턴을 보입니다(어세스타에서 실시하는 정식 라이센스 MBTI 온라인 진단 기준). 또한 내향 30점(만점)과 내향 10점 역시 아주 다른 행동 패턴을 보입니다. 외향 30점 정도라면 매우 뚜렷한 행동지향적 경향을 보이며, 어떤 일이든 빠른 실행력과 행동력으로 신속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너무 생각 없이 행동하는 거 아니냐?'는 피드백을 들을 정도로 일단 행동화하는 경향들이 높습니다.


반면에 외향 10점의 경우에는 행동지향적 경향을 보이기는 하나 그 행동 이면에는 충분한 심사숙고를 하고 난 후 행동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충분한 심사숙고 후 행동을 하기 때문에 행동의 방향이 적절하고 정교성이나 정확성이 높은 편입니다. 반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내적인 논리와 근거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즉각 반영하거나 상황에 따라 자신의 원칙이나 행동을 쉽게 바꾸지 않아 고집스러운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내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내향 30점 정도 되면 필수적인 사회적 활동 이외에는 주로 혼자 지내는 것을 선호하며 극소수의 제한된 사람들과의 관계 만을 즐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생각의 깊이나 정교성이 매우 높습니다. 반면에 내향 10점의 경우에는 필요시 외향적 성격에서 보이는 행동들을 대체로 활용할 수 있으며, 때로는 성격검사 결과 상 내향이 나왔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네가? 네가 내향이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얘기를 듣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보이는 외적인 행동과는 달리 내적으로는 전형적인 내향형 성격이 보이는 성향들, '심사숙고하여 행동하기,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된 후 말로 표현하기, 주로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회복함' 등의 경향이 뚜렷합니다.



3. 유형이 아니라 사람을 보라


즉, 각 유형의 높고 낮음에 따라서만 구분을 하더라도 각 성격유형 차원은 강한 외향 & 약한 외향, 그리고 약한 내향 & 강한 내향 등 4가지 패턴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를 다시  '외향-내향', '감각-직관', '사고-감정', '판단-인식' 등 4가지 성격유형 차원에 적용하기만 하더라도 총 256가지 유형이 나오게 됩니다. '단순하게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구분하고 강제로 그 틀에 맞추어 넣는다'라는 의견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는 전형적으로 잘못된 사용 예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실제 MBTI 정식 라이센스 보유기관인 어세스타에서도 이와 같은 점을 명확하게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유형별로 구분하는 것 이상으로 점수의 높고 낮음이나 척도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도 고려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보다 면밀한 개인차를 반영하기 위하여 Form K에서는 '외향-내향', '감각-직관', '사고-감정', '판단-인식'이라는 네 가지 척도 별로 다섯 개의 하위 척도를 만들어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향-내향'의 경우에는 '능동성-수동성, 표현적-보유적, 다양한-밀접한, 관계 참여적-관계 반추적, 열성적인-정적인' 등 다섯 개의 다면척도로 구성되어 세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관련 내용은 어세스타 홈페이지가 가면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제 인용이 문제가 되는 경우 자삭하겠습니다^^).


20개 척도(4개 주요 차원X5개 다면척도)에 대하여 높고 낮음까지 고려하여 경우의 수를 구해본다면 '4의 20제곱'이라는 엄청난 유형 갯수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즉 MBTI 등과 같은 유형론 기반의 성격검사들이 정형화된 틀로 사람을 구분하고 강제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말입니다. 수없이 많은 활용이 가능한 도구를 한두 가지 제한된 용도로만 사용하면서 도구 탓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결국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유형을 보는 것으로 인한 문제인 것입니다. 성격검사란 그 결과를 통해서 사람을 보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짜가 외향' 혹은 '가라 외향'('가라'라는 표현이 일본어에서 유래된 표현인 것 같아 최대한 자제 중입니다!)이라는 표현이 공식적 용어는 아닙니다. 제가 사용하는 여러 가지 심리검사 도구 중 MBTI를 사용하여 강의나 코칭, 상담을 할 경우에 내담자나 고객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개인적으로 만들어 낸 표현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저 표현에 울컥하고 공감받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사람의 성격이란 개인의 기본적인 행동 경향성을 바탕으로 한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 변화와 성장이라는 코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진지하게 읽으시는 분들 정도의 성격이라면 '짜가 외향'이라는 용어가 가지는 의미에 가슴 뭉클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런 분이 계시다면 '스스로 환경적 요구나 역할에 적응하고자 열심히 노력한 스스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칭찬!!' 해주시기 바랍니다.


행여라도 찐-MBTI 전문가분들께 해석을 받으러가 '선생님, 저는 "짜가 외향"인가요?' 등과 같은 질문 하시면 큰일 납니다! '어디서 그런 말도 안되는 용어를 듣고 오셨어요? 그런 사기꾼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전문가 사칭자가 누굽니까?!'라는 타박받으실 수 있습니다ㅠㅠ 다만 '짜가 외향'이라는 표현에 담겨 있는 성격 변화와 성장에 대한 노력과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에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그 대상이 여러분 자신일 수도 있으며, 여러분의 고객일 수도 있습니다. 누구이건 간에 중요한 것은 '짜가 외향'인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노력을 존중하고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에 있음!'을 다시금 강조드립니다!!^^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을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333


https://brunch.co.kr/@mindclinic/336




https://mindclinic.net/


https://www.personality.co.kr/


http://www.yes24.com/Product/Goods/58772877?scode=032&OzSra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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