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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Nov 12. 2020

AI 면접? 근거와 로직에 대한 또 다른 관점

경영자와 HR을 위한 심리학. AI 면접 로직 분석

Photo by Yancy Min on Unsplash



* 개인적으로는 저의 영역 외의 다른 사람 전문가 분들의 활동이나 작품에 큰 관심을 두지는 않습니다. 특히 다른 전문가 분들이 개발하신 제품이나 작품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는 더더욱 안 하려고 합니다. 

* 그런데 최근 AI 면접과 관련해서 제 고객분들의 많은 피드백과 문의사항들이 있어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견지에서 한번 조망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서 감히 글을 써 봅니다. 


* 참고로 저는 임상/상담 심리학을 전공하고, 정신과에서 심리평가/진단 및 정신감정과 심리치료를 전공한 임상가이면서, 동시에 HR에서는 선발 평가 및 리더십 역량 진단 도구 개발(AC, 역량검사, 심리검사 등)과 코칭 등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임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 AI에 대해서는 거의 지식이 없는, 심리학을 전공한 일개 역량과 역량평가 및 면접 전문가의 견해라는 제한을 고려하여 보시기를 권합니다. 





0. MMPI의 가치


저는 개인적으로는 심리검사 중 다면적 인성검사라고 불리는 MMPI(Mi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를 가장 선호합니다(물론 Rorschach Test라고 하는 투사적 검사를 더 아끼고 소중히 여기기는 하나 이는 기업 장면에서 사용하기는 한계가 있는지라 제외하고..).

MMPI를 제가 선호하는 이유는

1. 검사 구성 과정에 대해서 명확한 과정이 확실하며(개발자 및 개발과정)

2. 검사의 구성 논리나 근거가 충분하며(다른 검사와는 달리 경험-합리적 방식으로 구성하였음)

3. 이후 다양한 집단이나 연구를 통한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쳤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1.~3. 까지의 과정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있으며, 자격이 되는 전문가가 활용한다면 큰 가치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최근의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에 비추어 보면 더 이해가 쉬운데, 

1. 백신 연구자들이 코로나 감염과 관련된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체계들을 구성하여 논리를 만들고

2. 원인과 문제라고 생각되는 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되, 

3.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1상, 2상, 3상에 거친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친 후 판매와 활용에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와 관련된 과정들이 충분히 공개되고 규명되어 있어서, 각종 논문이나 학술지를 통해서 언제든지 확인하고 검증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만약 이와 같은 백신이 정OO 본부장님과 같은 전문가의 손에 쥐어져서 적재적소에 활용된다면 코로나의 치료 및 개선에 엄청난 기여를 하겠지요?!


이처럼 한 평가도구가 의미 있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이상과 같은 뒷배경들이 있습니다. 

1. 이론이나 개념적 근거가 분명해야 하며, 

2. 구성/개발 과정이나 논리가 합당하여야 하고, 

3. 연구를 통하여 찬반 모두가 포함되는 열띤 연구나 경험적 증거들을 축적하면서 계속적인 수정과 보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타당성 있는 도구로 거듭나게 됩니다. 



1. 뇌과학이 뭐예요?


'박사님, 뇌과학이 뭐예요?' 제가 AI 면접과 관련하여 제일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 저는 기가 막힐 정도로 한심한 대답을 합니다. '뇌에 관한 과학입니다!^^'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뇌라는 것은 너무도 복잡하고 신비로운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쉽게 뇌 그림을 보기는 하나 그 안에서 어떤 기능과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과학 기술이 발전하여 뇌의 혈류량을 측정하거나 혹은 뇌에 직접 미세 자극을 가하여 뇌의 영역과 그 활동 내용(언어/인지/행동 등 인간의 다양한 측면의 지적 혹은 비-지적인 활동)을 연계하고자 하거나 CT, MRI, PET 등을 통하여 뇌기능을 밝히고자 하는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연구들은 찬성 증거와 반대 증거들을 통한 열띤 토론을 통해 정설이 되기까지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구가 돈다는 것이 지금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정설이지만, 그 과정에서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수많은 시련과 반대에 부딪쳤던 것과 같은 과정입니다. 


뇌과학은 이와 같은 종합적인 접근을 하는 학문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뇌과학은 인간 행동과 관련된 다양한 학문들이 융합하여 만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뇌의 기능을 생물학적/해부학적/유전적/심리학적 관점과 방법들을 활용하여 뇌의 기능과 역할을 밝히고자 하는 인간 행동 이해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제가 심리학을 처음 공부할 때도 이와 같은 시도 있었으며, 임상적 활동을 할 때도 이와 같은 노력들이 지속되었고, 현재도 수많은 과학자들이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뇌과학이 상품으로 개발되거나 혹은 정식 서비스로 제공되는 과정에서는 충분한 자료들과 연구들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이를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그 상품 개발에 참여한 연구자나 기관들을 보는 것입니다. 

만약 뇌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만들었다면, 그 이론적 개념이나 근거들을 제시한 연구자들이나 기관을 확인해 보면 간단합니다. 

그래서 뇌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만든 제품이 단지 마케팅이나 홍보적 차원에서 뇌과학을 사용하였는지 아니면 진짜 연구 결과에 근거한 접근을 했는지는 연구자들을 보면 됩니다. 

보통 이는 신뢰감을 주는데 매우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에(즉, 'OO뇌과학 연구소의 OOO박사와 공동 개발한' 등의 표현) 적극적인 홍보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와 같은 연구 데이터를 검증한 충분한 논문이나 연구자에 대한 명확한 확인이 안 된다면......

글쎄요..



2. 전두엽의 기능


저는 S모 대학병원에서 수련과정 중 정신과 임상심리팀 소속이지만 신경과와 치매클리닉에 파견을 갔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신경과와 신경외과 등 뇌와 관련된 진료과들이 모여서 콘퍼런스를 하던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전공 상 뇌 자체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며, 뇌의 문제들이 기능적으로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대한 평가 전문가로서 뇌 자체의 전문가분들이 회의를 보는 과정에서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예를 들어 간질 환자의 경우 전두엽 쪽에서 경련이 발생하면서 관련된 행동적 반응들(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거품을 물고 쓰러져서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등)을 보이며, 이와 같은 문제들이 반복되면 치명적인 뇌손상과 영구적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뇌를 절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뇌라는 것이 참 신비하고 오묘해서.. 똑같은 분위를 똑같이 절제한다고 하더라도 기계적으로 같은 증상을 보이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뇌 절제술을 시술하더라도, 특히 전두엽 부분을 절제하더라도 그로 인한 장애나 문제의 경우에는 신경심리검사 등을 통해서 시술 전과 후의 기능상 차이를 비교 분석해보아야 합니다. 

즉, '뇌의 특정 영역 = 특정 기능'이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를 기능적 분석 혹은 신경심리학적 분석이라고 합니다. 

뇌절제를 하더라도 기능적으로는 손상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약간 어지러움 같은 가벼운 증상을 느꼈을 뿐이며 영상진단에서도 특별한 손상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두엽 기능과 관련된 감정 조절이나 인지능력 상의 심각한 문제들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처럼 뇌기능과 행동기능적 측면과의 연계성은 과학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부분이 미지수로 남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뇌 영역과 기능적 연계성이 비교적 명확한 경우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수(Medulla)라고 하는 영역은 호흡, 순환, 운동 등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 생명 유지 기능을 담당합니다. 또한 소뇌는 뇌의 평형감각을 유지하는 핵심적 기능입니다. 

이처럼 기본적이고 단편적인 인간 행동과 관련된 부분들인 경우에는 뇌 영역과 기능적 수행 간의 연계성이 밝혀져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뇌 중에서도 가장 그 기능과 역할이 미지수로 남아 있으며, 고차원적인 인간 행동(감정, 창의성 등)과 관련되었다고 추정되는 영역이 전두엽입니다. 

또한 창의성, 전략적 사고, 분석적 사고 등과 같은 소위 역량에 해당하는 복잡한 인지적 활동은 그 자체가 여러 가지 능력들의 종합체입니다. 


그런데 이를 구체적인 특정 영역과 직접적으로 연계시킨다는 것은.....

글쎄요... 



3. 뇌 영역과 기능적 행동 간의 연계성


인간의 대부분의 행동은 복합적 요소에 의해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부부 싸움의 경우에는 시각적으로 상대방의 행동을 관찰합니다. 

그리고 그 행동들을 분석하여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그 행동이 우호적인지 적대적인 것인지를 판단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어떤 행동과 대응을 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우호적(싹싹 빌기 등)으로 대응할지 적대적(더 큰 소리로 반박하기)으로 대응할지는 이전 경험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서 현재 행동으로 유발될 장기적인 결과를 예측하여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 각각의 요소들은 고려한다면, 인간의 단순해 보이는 행동마저도 실제로는 무척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들의 결합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나와 있는 뇌 이론과 관련해서도 특정 영역을 직접적으로 연계하여 해석하는 것은 무리로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이는 축구선수의 축구 능력을 보기 위하여 다리의 특정 영역, 발가락의 힘, 발등 크기, 정강이 근육의 양과 탄력성을 측정하여 골 결정력을 예측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뇌기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까지는 뇌에 대한 물리적인 촬영에 근거한 분석(MRI나 CT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과 더불어 행동기능적 평가에 의한 현상적 평가(신경심리검사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분석이며, 사람의 행동에 대한 의미 있는 분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데이터가 축적이 되고 난 후라면 이와 같은 정보들이 의미가 있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충분한 근거와 자료들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글쎄요...




이처럼 특정 뇌 영역과 관련시켜 해석하는 것은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무리인 부분이 있습니다. 

아!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뇌수술을 하기 전에 환자의 뇌를 열고 뇌의 특정 영역들을 자극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옵니다. 

뇌수술을 하기 전 특정 영역에 대한 절제로 인하여 어떤 기능적 문제들이 생기는지를 판단하여 최소한의 영역을 절제하여 기능적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 또한 수술대 위에서 누워서 할 수 있는 행동들에 한정되기는 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뇌과학을 하시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그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고, 즉각적인 결과나 보상에 국한되기보다는 미지와 신비의 세계에 도전하여 인간 행동의 신비를 밝히시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저로써는 존경만 하지 감히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대신에 저는 행동기능적 평가와 인지적 및 심리적 평가나 진단에 집중하는 전문가입니다. 

이분들과의 협업이 이루어진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겠지요. 


오늘 글을 써 놓고.. 여러 번 읽어 보았습니다. 

AI나 뇌과학에 대한 어설픈 전문가(심리학에서도 뇌에 대하여 다른 전공에 비해서는 많이 공부하고 연구하며, 관련 분야와의 적극적인 협력이나 연구를 수행하기는 합니다!)가 혹시 헛소리 하는 것이 아닐지 걱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글이 뇌과학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나 이를 기반으로 한 작품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고 말하는 것은 아님을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좀 더 올바른 방향과 더 타당하고 신뢰로운 결과나 성과를 내는 데에 조금이라도 보탬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AI 면접 시리즈

1. AI 면접? 글쎄요.. : AI 면접의 효용성

2. AI 면접 로직 분석 : 뇌과학과 전두엽

3. AI 면접 과정 분석 : 게임 형식 검사의 활용상 제한

4. AI 면접의 가치 : AI 면접이 가야 할 길




본글을 쓰는 과정에서 참고한 자료와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미 일찌감치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 잘 정리하신 글이 있습니다. "아뭏튼워라밸"님께서 쓰신 '요즘 유행하는 AI 면접의 실체' 등 일련의 글들을 참고하였음을 우선 말씀드립니다. 또한 제가 보기에도 제가 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관점도 보실 수 있는 좋은 자료인 것 같으니 여러분들도 한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brunch.co.kr/@work-and-life/12


* 최근 AI 면접과 관련하여 한겨례21의 박태우 기자님께서 관련된 심층보도(?)를 하시는 중인 것 같았습니다. 객관적인 견지에서 균형적 분석을 해주신 것 같아서 해당 기사의 내용을 많이 참고하였습니다. 

http://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49403.html

http://h21.hani.co.kr/arti/reader/together/49437.html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을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ceo-hr


https://brunch.co.kr/brunchbook/interviewclinic




https://mindclinic.net/


https://www.personalit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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