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사의 직장생활 클리닉. 더불어 살아가기 : 직장인의 대인관리
사람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은 사람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고 해서 잘하는 것은 아니다. 대인관계를 잘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함과 동시에 이를 실제로 적용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대인관계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렵다. 서로 다른 요구와 기대를 가진 두 사람이, 다양한 측면에서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으며, 이 요소들을 잘 다루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세상 무슨 일이 아무 노력 없이 되겠는가? 특히 내가 그 일을 잘하고 싶다면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꾸준히 연습하고 반복하여 잘 단련시키는 실행이 필요하다.
만약 몸짱이 되고 싶다면 몸을 멋지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근육과 골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이를 단련시키는 다양한 방법들을 배워야 한다. 그 결과로 내가 원하는 몸짱이 되는 것이다. 골프를 잘 치고 싶다면, 드라이버, 퍼터, 아이언 등 각각의 상황에 맞는 골프채의 사용법을 알아야 한다. 그와 동시에 궂은 날씨나 다양한 그린 상황에서 충분한 실전을 경험해야 싱글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대인관계도 이와 같은 마음의 훈련이 필요하다. 대인관계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각각을 다루는 주요 방법들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에 기초해서 충분한 연습과 실행으로 나의 것을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인관계를 잘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대인관계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즉 대인관계 상호작용에서의 핵심적인 요인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대인관계의 핵심 요건은 다섯 가지이다. 첫째, 대인관계의 주체인 “나”이다. 둘째, 대인관계 상 상대측인 “타인”이다. 그리고 세 번째, 대인관계가 발생하는 “맥락”이나 “상황”이다.
그리고 넷째와 다섯째는 두 사람 간의 상호작용이다. 그중 넷째는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일반적 상호 작용 및 긍정적 교류”이며, 다섯째는 두 사람 사이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이나 부정적 상호작용”이다.
이와 같은 대인관계 핵심 요소들 각각에 대한 이해와 관리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도시화하면 다음과 같다.
이 다섯 가지 요인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이 바로 대인관계이다. 모든 사람들은 이 각각의 요소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특징과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좋은 대인관계를 맺기도 하고 때로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리고 대인관계를 향상하고 싶다면, 이 중 어떤 부분에 집중하여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나 타인의 성격에 대한 이해나 나와는 다른 성향을 보이는 사람에 대한 수용성이 없다면 대인관계 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일상적인 관계에서는 큰 문제가 없으나 갈등이나 문제 상황에 직면하면 바로 위기를 겪기도 한다.
즉 대인관계 핵심 요소 각각에 대한 나의 특징과 장단점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동시에 나의 취약점과 개선점에 대해서도 알아야만 한다. 그래야 대인관계 능력의 향상과 개선을 시작할 수 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질문에 대해서 스스로 답해보라. 이 질문들을 통해서 나의 대인관계 5요소에 대한 특징 및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
질문 1. 나는 나 자신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 상 중 하
질문 2. 나는 타인을 잘 이해하고 수용하는 편이다 / 상 중 하
질문 3. 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유쾌하고 긍정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 상 중 하
질문 4. 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갈등이나 문제를 잘 다루고 해결할 수 있다 / 상 중 하
질문 5. 나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대인관계 방법들을 차별적으로 적용한다 / 상 중 하
위에 제시된 질문들에 대한 당신의 평가는 어떠한가? 아마도 개별 질문에 따라 ‘상’인 경우도 있고, ‘하’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주관적인 평가가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본인은 ‘상’이라고 생각하나 실제로는 ‘상’이 아닐 수도 있으며, 본인은 ‘하’라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해당 능력이 적절하고 우수할 수도 있다. 만약 대인관계와 관련된 본인 능력에 대하여 제대로 평가받고 싶으면 심리검사 등을 해보거나 전문가의 도움과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다.
좋은 대인관계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차원에서의 고민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는 관심과 동기에 대한 확인이며, 두 번째는 관계 스킬이다.
가장 먼저 확인할 사항은 “대인관계에 대한 관심과 동기 수준”이다.
사람의 성격에 따라서 대인관계에 대한 관심 수준이나 타인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동기 수준에 차이가 있다. 이것이 서로 간에 맞지 않으면 좋은 관계는 유지되기 어렵다.
‘나’ 혹은 ‘상대방’ 간의 대인관계에 대한 관심이나 동기 수준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 관계 상 갈등이 발생한다.
만약 둘 간의 대인관계 동기 수준이 서로 다르다면, 일방적 관계가 되거나(즉, 관계 동기가 높은 사람이 관계 동기가 낮은 사람을 계속 챙기거나 돌보기),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즉, 관계 동기가 높은 사람이 계속 적극적으로 대시하다가 지치거나 혹은 관계 동기가 높은 사람의 적극적 접근을 관계 동기가 낮은 사람이 부담스러워 멀리하거나 거부함).
차라리 관계 동기 수준이 서로 낮은 수준이라면, 최소한 관계 만을 맺으면서 서로 불만 없이 지낼 수 있다. 그리고 관계 동기가 서로 강한 사람들은 소위 ‘뜨겁고 열정적’인 관계와 교류를 보인다. 하지만 한쪽의 요구가 강하고 다른 쪽의 요구가 약하다면 관계는 불균형을 보일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좋아하지 않는데도 한쪽에서만 계속 하트를 보낸다고 관계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적극적으로 부하직원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상사의 태도는, ‘회사는 회사, 퇴근 후에는 개인’이라고 생각하는 부하직원에게는 부담을 주게 된다. 반대로 대인관계에 별 관심이 없는 상사에게 ‘왜 나를 적극적으로 돌보아주지 않는 거야?!’라는 불만을 가져봐야 별 다른 해결책이 없다.
두 번째는 관계 스킬의 적절성과 다양성이다.
대인관계를 맺는데 필요한 관계 스킬이 적절하고 우수한지, 아니면 그 기술 자체가 미숙한지에 따라서 관계의 양상과 결과는 달라진다.
상대방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의 프러포즈를 하는 경우에는 성공률이 높다. 하지만 어렵게 준비한 프러포즈가 미숙하고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방식이라면 당연히 실패할 것이다. 타인을 위로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역정을 내거나 화를 부추기는 경우가 생겼다면, 이는 관계 스킬이나 다양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상황에 적절한 풍부한 관계 스킬은 또 하나의 중요한 자원이 된다. 관계 스킬이 미흡한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대인관계 상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
관계 스킬의 적절성과 다양성은 대인관계가 이루어지는 맥락이나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대인관계 상에서 고려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맥락의 중요성이다. 즉 관계가 이루어지는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정답이 달라지는 것이다.
직장 내에서는 부하 직원의 하소연에 대해 비교적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만약 문제의 원인을 부하 직원이 제공했다면, 그것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공해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같은 문제라도 배우자가 그 얘기를 한다면 무조건 배우자 편을 들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왜? 직장은 감정가를 뺀 업무적 차원의 관계이지만, 부부 관계는 감정적 소통과 교류가 우선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채 자기 생각대로 응대하는 경우에는 예상과 다른 반응이 온다.
‘내가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야! 그냥 내 얘기를 들어달라는 말이야!!’나 ‘당신은 정말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나를 하나도 이해해주지 않아!!’ 등, 전혀 기대치 않았던 당황스러운 피드백을 듣게 된다. 이는 상대방이 기대하는 대화 속성(즉, 감정적인 차원에서의 공감과 지지)과 내가 제공한 내용(즉, 객관적 판단과 그에 기초한 솔루션)이 서로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맥락은 상호 간의 대화 중 기대하는 바를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맥락을 고려한 차별적인 대인관계 교류와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인관계 상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두 번째는 갈등관리이다.
갈등이란 서로 간의 기대나 원하는 바가 다를 경우 발생하게 된다. 기대나 요구의 차이로 인해 불편한 감정이 발생하게 되며, 상호 간의 조정이나 타협이 없다면 더욱 갈등이 심화된다.
이와 같은 갈등 과정은 정서적으로 매우 불편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회피”하고자 한다. 그런데 갈등을 회피하게 되면, 이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거나 혹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지속된다. 그래서 결국에는 갈등이나 부정적 감정이 심화되거나 축적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좋은 분위기에서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쉽다. 하지만 갈등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의 관계란 상당히 어렵다. 즉, 일상적 관계에 비하여 갈등관리는 몇 배의 노력을 들여서 힘들게 연습하거나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이를 ‘회피’한다면 더욱 깊은 갈등의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일단 갈등이 발생한 다음에는 부정적 감정이 생겨버리기 때문에 합리적이거나 효율적인 대화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대화가 감정적이 되고 격해지며, 평상시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표현과 언어로 상대방을 공격하게 된다. 이 때문에 서로의 사이는 더욱 벌어지거나 회복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은 갈등을 예방하는 방법(즉 나와 상대방의 특성이나 성향을 고려해서 갈등 요소를 사전에 파악해서 피하기)이 선행되어야 하며, 일단 갈등이 발생한 경우에도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들(감정이 격해지는 경우 time-out을 통해 진정하기 등)을 학습하고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명 네트워크 마케팅사의 부부를 상담한 적이 있다. 이들은 같은 일을 하면서 서로의 일을 도와주며, 상호 간에 힘이 되어주는 사이였다. 남편은 매우 합리적이고 논리적 사고에 기반한 날카로운 분석력과 꼼꼼한 실행력이 장점인 사람이었다. 그에 반해 부인은 사업이나 사람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편이었고, 적극적인 추진력과 실행력이 우수한 사람이었다.
남편의 불만은 부인이 일하는 방식이 매우 감정적이라는 것이었다. 그에 대해 조언이라도 하려고 하면, 짜증과 화를 내고 자기 조언을 무시하는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심지어는 부인이 사업적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해서 조언을 해줄 때에도 결국에는 부부싸움으로 대화가 끝난다고 했다.
또한 부인은 부인대로 남편이 자신을 위로하고 지지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였다. 인생의 동반자이며 평생의 파트너인데 충분한 위로와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사업에 집중하겠느냐고 호소하였다. 이렇듯 남편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이렇게 서로 간의 불만이 극에 치달았을 때 나를 찾아오게 되었다. 각자 따로 놓고 보면 훌륭한 성격과 좋은 마음을 가진 이들이 갈등하고 부딪치는 원인은 사업 동료 관계와 부부 관계 사이의 혼란이었다.
업무 상으로만 만나는 경우 업무와 관련된 성격이나 특성만 보여주면 되고, 업무적 차원의 교류만 신경 쓰면 된다. 또한 부부 관계의 경우에는 업무 상 대인관계와는 다른 정서적 교류와 관계만 집중하면 된다. 업무 상으로는 빠른 성과를 위해 같이 상의하고 노력하여 결과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반면 부부 관계 측면에서는 업무로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정서적 공감과 지지를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사업적 파트너인 동시에 부부와 가족으로 맺어진 관계 패턴이, 서로에게 도움과 힘이 되기도 하지만 거꾸로 보면 갈등이나 혼란의 원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들에게 내려준 처방 중 하나는 ‘빨간 깃발’과 ‘파란 깃발’ 기법이었다. 즉, 서로에게 가족이나 부부로서의 정서적 교류와 기대를 가지고 얘기하고 싶은 경우, ‘빨간 깃발’을 들어서 이를 표현하도록 하였다. 반면에 사업 파트너로서의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와 피드백, 그리고 협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파란 깃발’을 먼저 들어서 이를 알리도록 하였다.
만약 서로 간에 깃발의 색이 일치하지 않는다면(즉 부인은 파란 깃발(업무 상 협의와 조언)을 원하는데, 남편은 빨간 깃발(즉 감정적/정서적 교류와 기대)을 드는 경우), 우선은 깃발 색부터 서로 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간의 다른 기대와 요구로 인해 백이면 백 싸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듯 대인관계란 맥락에 따라 다른 기대와 요구가 발생하며, 그에 따라 대인관계를 맺는 각자의 다른 특성과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미묘한 역동과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는다면 본인의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서로의 성향과 특성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수용, 그리고 깃발로 대변되는 같은 마음가짐으로 교류해야 제대로 된 교류가 생기는 것이다. 그 결과 갈등은 줄어들고 서로의 만족은 증가할 수 있다. 이것이 구체적인 대인관계 요소들을 파악하고 이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