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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Aug 14. 2022

표현양과 골똘군의 연애하기


전형적인 외향형 성격의 표현양과 내향형 성격의 골똘군은 6개월 째 연애하고 있다. 

매우 활달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표현양과 대체로 차분하고 조용한 골똘군은 처음 만날 때부터 서로의‘다름’에 대해 많이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다름’ 때문에 서로 끌리게 되었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오히려 ‘다름’이 갈등의 요인으로 느껴지고 있다.     



1. 표현양의 살아가는 이야기     



저는 표현이입니다. 

저는 제 성격이 좋다고 생각해요. 

항상 명랑하고 사교적이며, 사람들한테도 참 잘하거든요. 

지금까지 제 주위에는 항상 많은 친구들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저도 그 친구들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데요.


하지만 가끔은 저도 힘들고 서운할 때가 있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만큼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상대방을 위해 노력하지 않거든요.

남들을 기쁘게 하거나 즐겁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때로는 그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조언하고 지적도 해주는데,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을 때에는 깊은 배신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저도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는데요. 

그러면 이제는 사람들하고 좀 멀리 지내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결심을 하고 좀 진지하고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 사람들은 “너답지 않게 왜 그래?”라고 이야기합니다. 

“놔둬, 나 심각해. 정말 어디 산 속에나 들어가서 혼자 살까 고민하고 있어”라고 말하면, 친구들은 “네가 산 속에 들어가 혼자 살면 나는 달에다가 방앗간을 차리겠다!”라며 믿어주지도 않아요.

하지만 그러다가도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왜 그래, 힘내! 표현이 네가 축 처져 있으니까 우리도 우울해지잖아!”라고 말해주면, 또 책임감과 사명감에 충만해져서 “그래, 내가 힘내야지. 나만 바라보고 사는 백성들을 위해 이 한 몸 희생하자!”라는 결심으로 다시금 웃으면서 산답니다.



2. 골똘군의 살아가는 이야기



저는 골똘이입니다. 

저는 제 성격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요. 

남들 앞에서 말도 잘하고, 나서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부러워요. 

저도 그런 모습을 가지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오면 너무 긴장되고 마구 생각이 많아져요. 


물론 좋은 생각들은 아니구요, ‘망신당하면 어떻게 하지? 남들이 재미없어 하면 어떻게 하지?’ 등과 같이 걱정되고 불안해지는 생각들이 대부분이죠. 

나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럴 만한 이유도 없고, 또 혼자 연습할 때는 잘하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그런 순간이 다가오면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들고 막 막하기만 합니다. 

그럴 때면 꼭 옆에서 “어, 얼굴 빨개졌네!”라고 말하면서 망신당하는 것을 돕는 못된 사람들이 있어요. 

그때는 ‘내가 지금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만 열심히 생각하느라 제대로 반격도 못하는데, 나중에 생각하면 너무 억울한 거 있죠. 

아, 그때 나도 똑같이 면박을 주는 건데. 하지만 다음번에 또 그런 상황이 오면 나도 당당하게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그런 걸 가지고 꼭 그런 식으로 말해야 겠어요?”라고 말하면서 복수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도, 비슷한 상황이 되면 또 말문이 콱 막혀 버려요.


아, 말하다 보니 정말 제 성격에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왜 저는 꼭 나중에 화가 나죠? 예전에 억울했던 일들이 마구 떠오르네요. 

아, 저는 성격이 왜 이럴까요?          



3. 표현양과 골똘군의 알콩달콩 연애 이야기     


Photo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표현양과 골똘군은 대학교 3학년 때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만났습니다. 

표현양은 모임 내내 분위기를 주도했고, 타고난 유머 감각으로 좌중을 내내 즐겁게 만드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 반면 골똘군은 참석한 사람들 중 가장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이었습니다. 

이런 골똘군을 보면서 표현양은“어느 절에 계시는 스님이세요?” “앗, 자리에 계셨네요. 너무 조용해서 가신 줄 알았죠!”라고 말하면서 은근히 놀리기도 해 모임 도중에 골똘군의 얼굴이 서너 번 정도 빨개졌고, 그 당황해 하는 모습에 표현양을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이 즐거워했었습니다.


그런데 표현양은 한쪽 구석에 별로 말도 없이 조용하게 있는 골똘군에게 괜히 관심이 끌렸으며, 골똘군도 자신을 놀리는 것은 괘씸했지만 그래도 표현양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국 표현양은 골똘군에게 한번 만나보자는 제안을 하였으며, 골똘군은 '생각 좀 해보겠다'라고 했지만 적극적인 표현양의 대쉬에 이끌려 그들의 연애는 시작되었습니다.     



4. 표현양과 골똘군의 다름 이야기     



막상 둘이서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고나니 서로 ‘정말로 많이 다르구나’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식당에 가서 같이 밥을 먹 을 때에도 골똘군은 공부하듯이 찬찬히 메뉴를 보면서‘뭘 먹을까?’를 생각하고 있는 동안, 표현양은 벌써 “뭐 먹을래? 나는 된장찌개!”라고 말을 해 버립니다. 

그리고 골똘군이 ‘골똘’하게 생각한 끝에 “나는 김치찌개 먹을래”라고 말하면 표현양이 “근데 여기는 된장찌개가 더 맛있던데”라고 말하고는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메뉴를 추천 해주는 순간, 골똘군은 다시 ‘내가 선택한 김치찌개가 좋을까, 아니면 여기서 밥을 먹어본 표현이의 말대로 된장찌개가 좋을까? 과연 어떤 선택이 더 좋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골똘’한 생각에 잠기기 시작합니다.

결국 그래도 원래대로 김치찌개를 선택했으나 생각보다 맛이 별로였던 골똘군은 식당을 나오면서 표현양이 “아, 맛있게 잘 먹었다. 우리 커피나 한잔 할까?”라고 말하는데도 ‘아까 표현이가 말한 대로 된장찌개를 먹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왜 끝까지 김치찌개라고 주장해서 이렇게 맛없는 식사를 하게 되었을까?’에 대해 생각하느라 표현양의 질문을 놓치고는 “응? 지금 뭐라고 했어?”라고 반문합니다.


연애 초기에 표현양은 이와 같은 골똘군의 모습이 싫지 않았으며, 오히려 신중해 보여 좋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뭔가를 해준다는 생각에 즐겁기도 했답니다. 

골똘군의 경우 역시 표현양이 자기 대신에 주도적으로 관계를 이끌어주는 것이 한편으로 편하기도 했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표현양의 모습을 보면서 고쳐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다시금 스스로를 개선하고자 결심하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습니다. 

연애가 계속되면서 표현양은 함께 많은 것을 공유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골똘군은 아무리 친해도 자신만의 영역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렇게 하루 종일 붙어 다니면서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우리가 정말 애인이면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알아야 해! 우리는 대화가 부족해!”라고 말하는 표현양의 불만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서로 헤어져 집에 돌아간 후 표현양이 전화를 해서 늦게까지 통화하면서 계속 말할 때면 골똘군은 졸리고 피곤한 것을 억지로 참으면서 전화 통화를 했지만, 때로는 너무 피곤해 끊고 싶어도 표현양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참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표현양이 그동안 참았던 불만을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골똘군은 표현양의 이야기에 나름대로는 정신을 차리면서 ‘정말 내가 잘못했나? 내가 뭘 잘못한 거지?’라고 열심히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말없이 골똘하게 생각에 잠긴 묵묵부답의 골똘군을 보면서 일방적으로 불만을 쏟아 붓던 표현양은 “정말 너랑은 답답해서 이야기 못하겠어!”라고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습니다. 

혼자 남게 된 골똘군은 자리에서 한참을 더 생각해본 후, 그동안 자신도 불만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냥 참고 넘어갔던 일들이 억울해지면서 표현양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아 ‘뭐가 문제일까?’라고 다시금 생각에 잠겼습니다.


며칠 후 다시 만난 표현양은 얼굴에 화가 난 표정이 역력했지만 억지로 참는 듯이 보였고, 골똘군은 평소보다 더 말이 없이 어찌해야하나 생각했습니다. 

결국 이 둘은 헤어지기로 결정하기 전에 다름해결사를 만나서 일단 상의해보기로 했습니다.     



5. 표현양과 골똘군의 행복 만들기 1단계. 현재 상태 분석



저는 다름해결사입니다. 

표현양과 골똘군은 자신들의 연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를 찾아왔습니다. 

표현양은 겉으로 보기에도 화가 많이나 있었으며, 자신의 답답함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가지 사건들을 거론하면서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 놓았고, 골똘군이 말하는 도중에도 자신의 의견과 다른 부분은 곧바로 지적하면서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에 골똘군은 표현양에 비해 말수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말도 느리고, 중간중간에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곤 했는데, 이런 표정일 때면 표현양은 “바로 저런 표정을 지으면서 저를 무시해요”라고 말했습니다.     


표현양 

해결사님, 저는 도저히 골똘이와 더 이상 사귈 수가 없어요.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 답답할 수 있나요? 

정말 사람을 아주 미쳐 버리게 한다니까요. 

어떤 때는 제가 화가 나서 이야기 좀 하려고 해도, 뭐라고만 하면 인상쓰면서 대답은 안 하고 삐져 있다니까요. 

자기도 나름대로의 입장이 있을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런 일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해야 알 거 아닙니까?     


골똘군 

해결사님, 저는 절대로 표현이를 무시하거나 표현이의 이야기를 흘려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가끔 표현이가 화가 나서 마구 쏘아대면 혼란스러울 때가 많아요. 

왜냐하면 표현이는 저한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거든요. 

그래도 정신차리고 생각 좀 해보려고 하는데 저한테 왜 말이 없냐고 다그치면 전혀 생각이 되질 않아요.     


표현양과 골똘군은 각자 자기 입장에서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주지 않는 상대방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불만을 표현했습니다. 

이처럼 불만을 표현하는 방식마저도 표현양은 매우 빠른 어조로 많은 이야기를 감정이 섞인 채 말한 반면, 골똘군은 천천히 조용하게, 몇 가지 핵심적인 불편함을 중심으로 말했습니다.



6. 표현양과 골똘군의 행복 만들기 2단계. 서로 이해하기 



저는 표현양과 골똘군에게 서로가 각각 외향형 성격과 내향형 성격임을 알려주었습니다. 

외향형 성격은 매우 말이 빠르고 표현의 양이 많으며 즉각적인 반응과 응답 등과 같은 토론식 대화를 선호하는 반면에, 내향형 성격은 생각이 정리되고 어느 정도 확신이 든 경우에만 말로 표현하는 경향을 보이며 여유있고 공간이 확보되는 대화를 선호한 다는 것을 말해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두 사람은 “맞아요”, “그래요”를 연발하면서 서로의 ‘다름’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고 놀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알고 보니 지금은 답답해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서로에게 느꼈던 매력의 초점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표현양 

맞아요, 해결사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듣고 보니, 예전에도 그렇게 조용한 말투가 우선 눈에 확 들어왔던 것 같아요. 

저는 한참 말해 놓고 괜히 말했다고 후회한 적도 많았구요, 좀 진중해 보이기 위해 말수를 줄일까 고민한 적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골똘이가 그렇게 차분히, 그리고 사려 깊게 말하는 게 좋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저는 제 스타일에 맞추어 골똘이가 말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군요. 

제가 골똘이를 많이 몰아친 것 같네요. 

아마 내향형 성격의 골똘이 입장에서는 좀 정신이 없었을 수도 있겠네요.     


골똘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해결사님 이야기가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생각도 많고 이렇게 표현하는 게 좋을까, 저렇게 표현하는 게 좋을까, 어떻게 표현해야 내가 생각하는 바를 잘 표현하는 것일까 고민하면서 타이밍을 놓칠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처음 표현이가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을 보면서 시원하기까지 했었거든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감당하기 힘들었는데, 그런 표현을 한 번도 못했으니 표현이 입장에서는 제가 왜 그런지 알기 힘들었겠군요. 

정말 답답할 수도 있었겠어요. 

하긴 뭐 저도 제 성격이 답답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그동안 싸움의 원인이 되었던 한 예를 집중적으로 물어보면서 그때 서로의 느낌이 어땠는지, 서로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정말로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거나 무시했는지 등에 대해 차근차근 확인해보았습니다. 

물론 두 사람에겐 서로에 대한 진지한 애정과 관심이 있었으며, 비록 갈등 때문에 싸우기는 하지만 아직도 서로에게 좋은 감정이 있고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7. 표현양과 골똘군의 행복 만들기 3단계. 갈등 풀어내기  



그렇지만 표현양은 한번 기분이 안 좋아지고 화가 날수록 골똘군의 스타일을 배려하고 맞추기보다는 좀더 완고하게 자기 스타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반해 골똘군은 갈등 상황일수록 더욱 위축되어 말수가 적어지고 자세한 설명으로 이해시키기보다는 더 깊은 생각에 몰두하고, 자꾸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생각하느라 대화에는 오히려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골똘군의 입장에서는 표현양이 감정적인 어조로 마구 쏟아 내는 말들을 감당하기 힘들었으며, 표현양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 더 깊은 생각에 잠기느라 겉으로는 굳은 얼굴 표정을 하고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골똘군의 모습을, 골똘군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을 무시한다고 해석했던 것입니다.     


표현양 

골똘아, 정말 내가 많이 잘못한 것 같아.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 데.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 결국 그 사람이 바라는 것을 해주는 것이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해주는 것인데, 내가 너무 그런 면이 부족했던 것 같아. 

정말 많이 미안하고, 이제부터는 절대로 안 그럴게. 

그리고 너도 너의 생각이 어떤지 좀더 많이 말해주면 좋을 것 같아. 

난 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제일 답답하거든. 

좀더 많은 생각을 이야기해 주면 너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골똘군 

그래, 표현아. (한참 생각 후) 나도 많이 잘못한 거 같다. 

(또 한참 생각 후) 앞으로 잘해볼게!     


해결사 

골똘군, 지금처럼 그렇게 간단하게 정리된 채로 말하지 말고, 중간 중간 자기가 생각했던 것도 좀더 많이 표현해주면 표현양이 더 쉽게 이해할 것 같은데요.     


골똘군 

아, 그런가요? 제가 또 너무 간단하게 말했네요. 

표현아, 나도 어떤 때에는 내가 너무 확실한 것만 말하거나, 아니면 너무 간단하게 표현해서 남들이 오해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거든. 

그런데 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앞으로는 그냥 생각에 잠겨 있지 않고, 생각하는 과정도 좀 말로 표현하도록 노력할게. 

그리고 너와 이야기할 때 조금만 더 기다려주고 여유를 주면 내가 훨씬 더 잘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아.     


역시나 표현양의 화려하고 풍부한 표현에 비해 골똘군은 앞으로의 다짐마저도 너무 간단히 정리되고 요약된 채로 이야기했지만, 해결사의 격려에 힘입어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자세하게 말했고, 이 모습에 표현양은 반색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답니다.       

표현양은 이제부터 대화할 때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면 ‘지금 골똘이는 나를 무시하거나 내 말을 소홀히 여기는 게 아니라 잘 대답하기 위해서 생각하는 거야. 지금 내가 개입하면 골똘이의 생각을 방해할 수 있으니 좀더 기다리는 게 훨씬 더 좋아!’라고 자동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골똘군의 경우는 표현양과 대화할 때 ‘내가 좀더 자세한 설명을 하는 게 표현이를 위해서 좋아. 완성되고 정리된 생각이 아니어도 그냥 표현해도 괜찮아. 참, 그때 연습한 표현 써먹어야지’, “미안, 잠깐만 내가 생각할 여유를 줄래?”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8. 표현양과 골똘군의 행복 만들기. 뒷 이야기 



지금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직도 싸우기도 하고 답답하다고 구박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싸움 막판에는 “그래, 해결사님한테 가서 한번 누가 옳은가 판단해보자!”라고 말하는 순간 서로 자기 입장만 주장하던 모습을 발견하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스스로들 해결을 잘한답니다. 결국 저한테 다시 오지 않아도 될 정도로 두 사람은 잘 지내고 있고, 가끔 메일로 안부를 보내준답니다.          


안녕하세요, 해결사님. 저 표현이에요. *^^* 오늘은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마음이 설레네요. 

이 좋은 날에 어디라도 다녀오셨나요?

…     

(중략)     

저희는 요즘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아직도 골똘이는 저 없으면 인생이 너무 황량해서 제가 돌보면서 아이 키우는 마음으로 산답니다(저 장하죠?? 칭찬 잔뜩 해주세용~~~~~).

그때 해결사님의 조언 덕에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답니다. 골똘이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많이 적용하고 있어요. 그럴 때면 제가 아직도 너무 부족한 게 많다는 생각도 들고 반성도 해요.

…     

(한참 중략)     

…     

아직도 날씨가 쌀쌀해요. 해결사님 옷 잘 챙겨 입고 다니시구요. 해결사님 감기 걸리시면 많은 사람들이 슬퍼해요. 흑흑흑…

행복하세요~~~~~~ 

표현이 드림


안녕하세요, 해결사님. 골똘이입니다. 

해결사님의 조언,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마음속에 중요한 원칙으로 간직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골똘이 드림          


두 사람의 메일을 받으면 ‘어쩌면 이렇게 메일마저도 다를까’라는 생각에 한참을 미소짓게 됩니다. 

날씨 이야기에서부터 제 안부와 옷차림까지 시시콜콜 다 언급해주는 표현양의 메일과‘이게 끝인 가’라고 생각하며 위아래로 다시 봐도 다른 말은 없는 골똘군의 골똘히 생각한 끝에 정리되고 요약된, 그리고 몇 번의 검증을 거친 메일을 보면서 지금도 툭탁툭탁 싸우다가 또 알콩달콩 화해하는 일상적인 ‘행복’에 빠져 있을 두 사람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9. 어떻게 할 것인가?



표현양(외향형)은 골똘군(내향형)을 대할 때 이렇게 하세요

☞ 겉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이 안에 있습니다. 그게 뭘까 궁금해 하세요.

☞ 감정 표현은 10배 정도 증폭해서 받아들이세요. 워낙 표현이 약하거든요.

☞ 한꺼번에 많은 이야기를 하지 말고, 한 번에 한 주제씩 대화하도록 노력해보세요.

☞ 중간 중간 쉬거나 기다리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나 여유를 주세요.

☞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서 끊으면 혼란스러워하니, 중간에 말을 가로채지 마세요.          


골똘군(내향형)은 표현양(외향형)을 대할 때 이렇게 하세요

☞ 혼자 생각을 다 끝낸 후에 표현하지 말고, 생각하는 과정도 말로 표현해 주세요.

☞“응” “그래” “그랬구나” “그래서?” 등과 같은 적극적인 경청 기법을 많이 활용하세요.

☞ 가능하면 몸 움직임을 많이 사용하세요. 단조로움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 내 기준보다 조금 더 과하게 표현해보세요. 훨씬 더 잘 전달됩니다.

☞ 생각을 단순하게 해보세요. 어떤 때에는 불필요한 생각들이 너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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