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이나 코칭을 시작할 때, 보통은 '어떻게 지내셨어요?'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동안의 심리적 상태에 대한 개방형 질문으로써, 이에 대한 대답을 통해서 내담자나 고객의 그동안 심리적 상태를 평가해보는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럴 때 가장 반가운 대답 중 하나가 바로 '무난하게 보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보통 나를 찾는 내담자나 고객들은 마음의 문제가 있거나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 그런데 '무난하게 보냈어요!'라고 대답하거나 '별일 없었어요', 혹은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라고 말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힘든 상황을 벗어났으며, 극심한 심리적 고통이나 문제를 겪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심리적 상태를 보통 Tranquility라고 칭한다. Tranquility라는 의미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평안'과 더불어 '고요' 혹은 '냉정'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다. 그 의미 자체는 평화롭고 조용하고 차분한 의미를 반영하지만 실제로 Tranquility는 상당히 역동적 활동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이다. 왜냐하면 심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평안'한 상태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Tranquility라는 의미를 되돌이켜 본다면 그냥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매우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무난함', 좀 더 우아한 표현으로하면 'Tranquility'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1. Tranquility는 건강하게 심리적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반영한다.
만약 당신의 상태에서 '평안'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평안한 상태라는 것이 단순히 정적이고 평범한 하루가 아니라 내가 충분히 행복한 상황에 있으며, 나의 스트레스를 잘 해결하고 대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평안한 상태라는 것은 단순하고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나의 행복과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조절하여 적절한 균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는 이런 평온한 상태의 가치를 쉽게 잊고 산다. 무난하고 일상적인 하루가 얼마나 소중했던 지에 대해서 처절하게 깨닫게 되는 경우는 이 균형이 깨졌을 때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나 혹은 심리적인 어려움으로 인하여 건강한 균형이 깨졌을 경우 우리는 '그 때가 좋았구나!!'라고 되돌이켜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평상 시에는 건강의 소중함과 가치를 잘 못 느끼고 있다가, 내가 큰 병을 앓거나 혹은 주변의 아픈 사람을 보았을 때 건강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Tranquility라는 것은 단순히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건강한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2. Tranquility는 문제를 잘 해결해왔음을 반영한다.
이와 같은 건강한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내 주변에서 혹은 내가 생활하면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잘 해결해 왔음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와 같은 평온함과 무난함은 오지 않는다.
누구나 다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심리적 균형을 깨뜨릴만한 상황 속에서 생활한다. 학생에게는 공부나 교우관계가 잠재적인 스트레스 요인이며, 직장인은 성과압박, 이해관계가 얽힌 대인관계, 과도한 업무 등 훨씬 더 많은 잠재적 위협 요인 속에서 견디는 과정이다. 기혼자들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끼리의 갈등 요소들이 늘 잠재되어 있으며, 자녀라도 있을 경우에는 그 자체가 큰 스트레스 요인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의 주변에는, 그리고 우리 삶 속에는 수많은 잠재적인 위협요인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해결해야만 평온함과 무난함이 찾아온다. 즉, 별일이 없고 상황이 좋은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다루고 대처하는 나의 능력'이 적절하고 우수한 것이다.
특히 규칙적인 운동습관을 가진 사람은 신체적으로 더욱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신체적 이슈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사람은 잠재적 위협 요인을 재빠르게 인지하고 대처하여 신체적인 손상이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적절한 마음의 훈련과 연습을 하는 경우 더욱 건강한 심리적 균형과 조절이 가능하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민감한 경우(psychological mindedness라고 함) 더 큰 심리적 문제를 에방하거나 마음의 상처가 깊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3. Tranquility는 나의 주변에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들이 많음을 의미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이와 같은 평온함과 무난함이 오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활기가 없거나 무료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Tranquility를 가지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긍정적 자원들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을 때 경험할 수 있다.
내가 흥미를 가지고 몰입할 수 있는 나의 일, 그리고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나의 소중한 자원이다.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나 혹은 지치고 힘들 때나 기쁘고 즐거운 일이 있을 때 함께 손잡고 웃으며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은 더욱 소중한 자원이다. 책상 위에 놓여져 있는 가족 사진을 보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가끔씩이라도 한다면 그 또한 특별한 가치를 가진다.
때로는 물리적인 자원들도 긍정적 가치를 가진다. 지친 하루를 보내고 휴식할 수 있는 나의 방이나 집, 그리고 점심 식사 후 천천히 산책할 수 있는 나무가 우거진 산책로도 분명한 가치가 있다. 만약 당신이 작거나 오래 되었더라도 나만의 공감을 확보할 수 있는 차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물리적인 자원들도 소중하고 가치 있는 자원으로써 기능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와 같은 자원의 소중함과 가치를 자주 잊게 된다. 그 가치를 잊는 순간 부지불식간에 멀리하게 되거나 관리를 하지 못해 상실되기도 한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자원들이 주변에 널려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들의 의미와 기능을 한번씩만 되돌이켜 본다고 하면 당신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 분명하다.
상담과 심리치료를 베이스로 한 코칭과 교육을 주로 하는 나의 직업 상,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나의 내담자나 고객분이 상당시간을 까맣게 잊고 안 오시거나 업무에 밀려 코칭에 늦으시는 경우, '이제 많이 나아지고 회복되셨나보구나!'라고 해석하게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일상적 상황에 충분히 집중할만큼 심리적인 고통이나 어려움이 없는 것을 의미하며, 적어도 상담이나 코칭이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신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에 전념하고 몰입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흔히 가지는 나쁜 습관 중 하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만 진지하게 검토하고 리뷰하는 것이다. 신체적으로도 병이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심리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 이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해결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미리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지금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나의 주변에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들을 한번 생각해보라. 그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뇌여보라. 아마도 지금 이후의 오늘 하루, 그리고 며칠 동안은 좀 더 즐겁게 보낼 수 있거나 적어도 스트레스나 심리적인 어려움에 쉽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것들이 소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