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예쁘고 좋은 말하기
원래 개인적으로는 정치에 매우 무관심하다. 그 이유는 정신건강 전문가로서 정신건강에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과 영혼이 더러워지지 않기 위해서 가능하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래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두가지이다. 오랜만에 정치인들이 국민을 매우 기쁘게 해서 오랜만에 밥값을 하는 경우와, 아주 명백하게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때이다. 즉 정치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심한 막말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을 뿐 아니라 낯선 나라에서 자녀와 가족을 잃은 슬픔에 온 나라가 애통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막말이 넘쳐나는 지경에 이르다 보니, 단순한 거슬림을 넘어서서 국민의 분노를 자극하는 상황에 다다랐다. 이 정도 되니 비슷한 일을 겪어 재경험의 아픔 속에 있는 나의 내담자 분들과 내 가족의 일처럼 함께 슬픔을 공감하던 온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자명한 것 같다.
대체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막말을 함부로 지껄이는가? 도대체 그들이 그렇게 욕먹을 것을 뻔히 알 것 같은데도 막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끔 중학생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그들의 대화 속에 온갖 '욕'들이 난무하며, 자극적인 표현들이 가득해 있는 경우들이 있다. 또한 조폭들 대화를 듣다보면 역시 대부분은 '욕'과 거친 말투들이다. 이들은 왜 '욕'이나 거친 막말을 하는 것일까?
이와 같은 '막말'의 첫 번째 기능은 '존재감 과시'이다. 조폭은 공격적인 행동과 거친 언어적 표현을 통해서 자신들의 세를 과시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공격적 태도와 존재감은 그들의 핵심 역량(?!)이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청소년의 경우에는 약간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들이 막말을 하거나 '욕'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동기와는 다르게 청소년기는 성인인 듯, 성인은 아닌 듯 애매한 단계로써 자아정체감의 혼란을 겪는 시기이며, 질풍노도의 시기이다. 이런 내적 혼란으로 인한 불안정한 감정적 상태와 충동적 행동 경향성으로 인하여 자신의 자존감이나 존재감을 보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쳐서 사회적으로 건강하고 바람직한 방법을 학습하게 된다. 이런 발달 과정 나타나는 전형적인 부정적 행동의 예가 바로 '욕'을 포함하는 '막말'들이다.
즉, 공격적 행동 자체가 핵심 역량인 특정 직업을 제외한다면, '욕'이나 '막말'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가장 초보적인 행태이며, 원시적인 행동인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원시적이고 초보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통제나 부정적 피드백, 혹은 심한 처벌을 받게 된다. 한마디로 '욕'이나 '막말'을 했다가 선생님에게 혼나거나 막말로 시비 걸었다가 친구한테 더 크게 얻어맞는 등 더욱 큰 처벌과 고통을 받게 되면서 문제행동들이 사라진다.
동시에 보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방법의 존재감 과시 방법을 학습하는 것도 중요하다.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거나 혹은 자신의 노력을 통해서 공부나 운동에서 긍정적 성과를 내면 자신이 기대하던 존재감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존재감 획득은 부작용도 없으며, 오히려 과정 중 칭찬과 인정 등과 같은 긍정적 심리를 동반한다. 이와 같은 과정이 바로 건강한 성장과 개발 과정이며, 막말과 같은 문제행동들은 자연스럽게 감소하게 된다.
그럼 사람들은 왜 아직도 그렇게들 막말을 남발할까? 그나마 청소년들은 성장과정에서 겪는 어쩔 수 없는 시행착오이며, 이를 통해서 세상의 쓴맛을 봄과 더불어 건강하고 올바른 성인으로써 발달해 가는 성장통이라고 양해해 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배울만큼 배우시고, 나이도 드실 만큼 드신 분들이, 왜 그런 소위 '애들만도 못한 짓'을 하는 것일까?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첫 번째 원리는 '퇴행(regression)'이다. 퇴행이란 어린 시절 혹은 현재보다는 이전의 발달 단계로 되돌아 가는 것을 지칭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보통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거나 혹은 마음이 약해지는 경우 부분적으로 이와 같은 현상을 보일 수 있다.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이 가끔은 부모에게 짜증을 낸다. 몸은 컸지만 아직 심리적으로 완전히 발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이 오면 어린 시절 철없이 굴던 때로 돌아가는 것이다. 격무에 지친 어른들도 너무 지치고 힘들 때에는 어린아이처럼 누군가의 품에 폭 안겨서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이런 것이 전형적인 심리적 퇴행의 예이다.
그럼 일부 정치인들이 보이는 막말 현상은 '퇴행'으로 다 설명되는가? 그렇지 않다. 그들의 막말은 좀 더 미성숙하다. 그들의 행동은 감정관리의 실패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즉, 자기 성질에 못 이겨서 나타나는 사회적 상황이나 역할에 적절한 감정관리 및 자기관리가 제대로 안된 현상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반대로 보면 지위나 역할에 상응하는 자기관리 능력과 감정관리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전문적 심리검사 보고서를 작성할 때 쓰는 표현 중에, '행동을 수행함에 있어서 자신의 행동에 따른 장기적인 결과를 예측하지 못함'이라는 표현을 쓸 때가 있다. 즉, 별생각 없이 현재의 기분이나 감정에 따라서 행동하여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다른 표현 중에는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려하지 못함'이라는 것도 있다. 즉 자신의 표현이나 행동이 타인에게는 큰 상처나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두 가지 모두 성숙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할 행동은 아닌 것이다.
적절한 내적 통제와 관리를 거치지 않은 막말은 이와 같은 두 가지 경향을 모두 반영한다. 자신의 일시적인 감정과 판단에 따라서, 타인에게 미칠 악영향이나 자신의 행동에 따른 부정적 결과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이다.
물론 일반 사람들도 이런 행동을 보일 때가 있다. 때때로 욱하는 마음에, 혹은 나도 힘든 상태에서 상대와의 마찰을 겪는 과정에서 충동적으로 막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부부 싸움 중에 하는 서로에 대한 막말이 그 전형적인 예이다. 서로 부부싸움을 하다 보면 감정이 격해지고, 거친 표현과 서로에 대한 비난을 날리게 된다. 혹은 고객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거나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되는 손님들도 가끔 진상짓을 한다.
이런 일시적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한 막말은 진지한 사과가 잇따른다면 그 부정적 영향력이 최소화된다. 즉, 부부 싸움 후 '아까 그렇게 말해서 미안해, 진심이 아니었어! 사과할게!! 사랑해!'라고 표현한다면, 그 부정적 효과가 최소화된다. 혹은 욱하는 마음에 진상을 치는 손님 중에 '미안해요, 내가 원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아까 너무 욱해서 큰소리쳤네요. 미안해요!!'라고 사과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막말을 하고 나서도 전혀 사과할 줄 모르거나, 오히려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이 가장 나쁘다. 이는 자신의 입장에서만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하며, 상대방에 입장에 대해서는 공감과 이해를 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이다. 그래서 스스로는 아무런 고통이나 죄책감이 없으며, 이 때문에 피해자는 더 고통스럽다. 그래서 가장 나쁜 것이다.
막말뿐이 아니다, 철없이 했던 과거의 행동들은 언젠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다.
잘못을 하고도 당당하게 사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이제는 점점 그런 사람들의 입지는 좁아지는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이제는 완벽한 정보공개 사회이며 점차로 공명정대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5년 전, 10년 전의 막말과 악행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하며, 이들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과거의 모습을 SNS를 비롯한 여러가지 방법으로 폭로할 수 있는 시대이다. 굳이 그럴 것 없이 여러가지 자료들을 통해서 언젠가는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막말은 결국 언젠가는 후회하는 날이 오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막말은 나 자신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막말을 활용하여 잠시 동안의 존재감을 얻었을 수 있다. 그리고 막말의 내용에 동조하거나 비슷한 막말을 하는 사람끼리의 연대감을 획득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막말을 통해서 얻은 존재감에 비하여 스스로에 대한 품격은 심하게 떨어지고 훨씬 더 부정적인 평가가 증가하게 된다. 또한 막말을 할 때 박수쳐 주던 사람들은 막말한 사람의 행동이 달라지거나 혹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막말'을 시작하며 공격한다. 열성을 다해 지지하고 박수쳐줄 때에는 전혀 예상치 못하지만, 막말에 환호할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결국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막말을 시작하는 것이 당연한 결말이다.
둘째, 타인의 신뢰를 상실한다.
막말을 반복하는 사람에게는 사람이 떨어져 나간다. 막말을 할 때 환호해주는 일부 사람들에게 혹해서 보지 못할 뿐이지 나에 대한 신뢰를 접고 조용히 멀리하는 사람의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난다. 그들은 굳이 입 아프게 그렇게 해라, 하지 마라, 그런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알고보니 참 몹쓸 사람이었구나!'라고 판단하며 조용히 떠나간다. 특히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막말을 통해서 지지율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일시적인 착각을 얻을 수 있으나, 다수의 말없는 유권자들은 '저 사람은 절대 찍지 않을거야!'라는 부정적 다짐을 하게 된다. 눈 앞의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이익을 위해 더 큰 손실을 초래하는 것이 막말이다.
셋째, 호전적인 적을 만들어, 결국 본인도 공격당한다.
일반적으로 '의견 표현'이라고 하지 않고 '막말'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척 자극적이거나 (부정적) 감정을 자극하는 말 표현을 지칭한다. 이런 표현들은 필연적으로 타인들의 분노를 유발한다. 앞서 언급한 타인의 신뢰를 상실하는 이상으로 막말의 대상자였던, 혹은 대상자들을 공감하던 사람들의 분노까지도 자극하게 된다. 이를 '공분(公憤)'이라고 한다. 즉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정도를 넘어서서 분노에 가득한 적이 되도록 만든다. 그래서 막말을 하는 정치인들이 계란세례를 맞고 다니는 것이다. 결국에는 본인도 손해이다. 큰 손해를 입게 된다.
이렇듯 막말은 참으로 '후회'할 짓이다. 말하는 자신도 불편하고, 주변 사람도 불편하게 만들며, 타인을 분노케 하여 본인도 더 힘들어지는 일련의 부정적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렇게 후회할 짓을 왜 반복하는 것일까? 그런데 이와 같은 막말의 부정적 효과나 악순환을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합리적 사고력이 있었다면, 아마도 막말을 시작도 안했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막말을 했더라도 금방 진지하게 사과했을 것이다. 그래서 막말을 일삼는 사람들에게는 합리적 판단력도, 타인에 대한 공감도, 진정한 사과도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예전에 소위 인터넷 상의 '막말'로 유명해진 연예인이 있었다. 실제로는 '막말'이라기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억압과 통제가 심했던 사회적 현상에 대한 반감으로, 시니컬한 언행과 좀 심한 비판이나 문제제기를 하는 정도였다고 생각이 들기는 한다. 어찌되었건 그 시절에는 상당히 자극적인 언행으로 큰 명성을 얻었었다.
이후 유명세를 탔던 그 연예인은 승승장구하며 공중파까지 진출하게 되었고,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그 강렬한 입담을 통해서 더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예상치도 못하게 예전의 발언들을 문제삼아 시시비비를 가리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며, 과거의 발언들이 다시금 회자되며 논란이 시작되었다.
그때 그 연예인은 바로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사과'하였다. 추호의 변명도 하지 않고, 과거의 발언들에 대하여 사과하고 방송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후 물러나버렸다. 그리고 그 논란은 가라앉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후에 발생하였다. 그 연예인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기자나 방송에 생색한번을 내지 않으면서, 조용히 위안부 할머니들이 계시는 '나눔의 집'에서 묵묵히 헌신적 봉사를 하였다.
이와 같은 전과정을 나처럼 계속해서 주목한 사람도 별로 없었을 것이며, 내가 알고있는 사실들이 왜곡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논란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도, 그리고 깨끗하게 물러나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는 행동도, 그리고 아무런 티 한번을 안내고 봉사활동에 전념한 것도 모두 인상 깊었다. 그리고 그 연예인은 다시 방송에 복귀하여 예전보다도 훨씬 더 높은 인기를 얻으며 사람들에게 큰 웃음과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다. 더 큰 신뢰와 믿음을 받으면서~
사람이 막말을 할 수는 있다. 일시적으로 했건, 감정적으로 했건, 아니면 의도적으로 했건 막말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반복되는 것은 문제이며, 의도적이었다면 더 문제이고, 사과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을 정도라고 하면 아예 기대할 바가 없는 사림이라 해도 될 것이다.
막말을 통해서 서로 아프게 하고 상처 받는 세상이 아니라, 서로 좋은 말과 예쁜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에 스스로도 맑아지고 남들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세상이 그립다. 그런 막말에 상처 받아서 오는 나의 내담자분들이나 일반 국민들을 보면 가슴 아픔을 금할 길이 없다.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제발 평화롭게라도 살게 놔두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P.S.
본 글을 올리면서 소위 "그분"들이 저에게 심한 '막말'과 악행을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본 글은 국민의 정서에는 전혀 관심이 없이, 이기적이고 유치하고 원시적인 방법으로 자기존재감 과시를 위해 막말을 일삼는 "일부!!!!" 정치인과 유명인사들을 위한 쓴소리입니다. 만약 이글을 보면서 '너가 뭐라고 우리를 욕해?!'라고 막말을 하는 순간, 바로 본인 스스로가 "나는 막말하는 나쁜 사람들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제가 비판하고자 하는 "일부!!!!" 나쁜 사람들은 저에게도 분명히 막말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 아닌 성숙하고 건강한 사람들은 제 글을 보면서 '혹시 나도 실수한 것이 있을까?' 반성하는 마음을 가질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앞으로는 더욱더 말을 할 때 조심하고 예쁜 말을 써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로 삼을 것입니다.
저도 지금 진지하게 생각하고 반성 중입니다. '혹시 내 글이 의도와는 다르게 엉뚱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염려하며, 좀 더 '조심해서 글을 쓰고 예쁜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라고 결심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