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우리가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감정이기도 하며, 나와 타인 모두에게 가장 해가 되는 감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분노감을 경험하며, 이와 같은 분노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분노가 축적되게 된다.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채로 축적되어 가는 분노는 더욱더 위험한 감정이 된다.
보통 '화'라고 표현하는 분노가 축적되는 이유는 강한 심리적인 충격(보통 트라우마라고 표현할 정도의)으로 인하여 큰 심리적 손상을 받은 경우나 지속적/반복적으로 분노감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이다. 강한 (부정적) 심리적 충격은 심리적 손상 자체가 크기 때문에 완전히 해결되는 데까지는 시간 자체가 오래 걸리며,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분노감의 경험은 심리적 손상 자체가 적더라도 반복되는 과정에서 분노감이 축적되면서 악영향이 증가되게 된다.
예를 들면,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나 혹은 회사 내에서 상사로부터 심한 충격을 받을 정도의 사건(심한 폭언이나 폭행 등)을 경험하였거나 혹은 이런 반복적인 신체적/심리적 학대를 받은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며, 학창 시절 반복적인 혹은 심한 왕따 경험 등의 경우에도 내면에 강한 분노감이 축적되기 쉽다.
특히 부모나 상사의 경우에는 우월적인 지위 때문에, 그들이 분노를 제공해주는 분노 유발자인 것을 알면서도 피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피해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적절한 보호 활동이나 조치를 하지 못한 채 피해가 반복되거나 상처가 축적되게 된다.
이와 같이 분노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이나 신체적/심리적 상해 등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절히 치유하고 해결하지 않는다면 분노가 축적되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축적된 분노는 다양한 부가적 문제를 유발한다.
1. 분노는 나 스스로를 해친다.
분노는 나의 마음과 정신을 황폐화시킨다. 특히 분노가 축적되었다는 것은 오랫 기간 동안 분노감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효과적인 관리와 대응을 하지 못한 채, 분노가 나의 마음과 정신을 황폐화하도록 방치되어왔다는 것이다.
분노는 대표적인 부정적 감정으로써, 내 심리상태가 심한 "-" 상태, 즉 극히 부정적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화'가 난 상태를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화가 난 상태라는 것은 매우 불편하고 부정적인 심리적 감정 상태로써, 내 마음의 평화와 안식이 없어지고 심한 긴장과 스트레스 상태라는 것을 반영한다.
이와 같은 강한 부정적 심리상태는 그 자체 만으로도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적인 활력이 없어지며, 심리적 에너지를 소진한다. 또한 분노라는 감정이 분노 유발자를 향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투사되어 타인과의 갈등이 증가되기도 하며, 스스로에게 향하는 경우에는 강한 자책이나 자존감 저하, 그리고 그와 관련된 우울감을 느끼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는 몸속에 암세포를 담고 있는 것이나 똑같다. 그 자체로도 신체적인 피로나 고통을 제공할 뿐 아니라 전반적인 신체적인 활력을 감소시키는 이상의 신체적인 문제들을 유발한다. 그리고 오래 지속되는 경우에는 다른 신체 영역으로 전이가 되어 암이 다른 기관에 퍼지기도 한다.
마음의 독소인 분노도 마찬가지이다.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채 축적된 분노감은 적절히 치유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내 마음속에서 지속적인 고통과 문제를 유발한다.
2. 주변 사람들을 멀어지게 한다.
내적으로강한 분노가 축적되는 경우,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갈등과 문제를 일으켜 결국 타인에 대한 적대감과 분노감이 증가한다.
일단 나의 심리적 상태가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에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교류가 줄어든다. 동시에 타인들의 행동에 대해서도 예민해지거나(특히 부정적 단서에) 필요 이상의 과잉대응을 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특히 타인들이 조금이라도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그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타인이 별 의미 없이 하는 행동이나 긍정적 의도를 가진 행동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해석하여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행동들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중립적 관계였거나 혹은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가졌던 사람과도 부정적인 관계로 변할 가능성이 증가되는 것이다.
축적된 분노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과도한 자기방어적 기제를 만든다. 자신에 대한 조금이라도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에는 과도한 리액션을 하거나 훨씬 더 강한 공격적 행동으로 보복하게 된다. 일상적인 관계의 사람들이나 혹은 우호적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는 경우 이를 예민하게 반응하며 부정적인 과잉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통 관계 상 90% 정도 좋은 교류가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좋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 교류를 가졌던 관계라고 하더라도 10%의 갈등이 생기는 경우 이를 예민하게 지각하는 경향이 높아지며(3~4배로 부정적으로 지각함), 그에 근거한 반격 행동을 보이게 되어 갈등이나 문제가 심화된다. 혹은 중립적인 관계나 별 문제가 없는 관계의 사람들인 경우에도 같이 일을 하다 보면 사소한 갈등이나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런 갈등이나 문제가 심화되기 쉬워 결국에는 부정적이고 파국적 관계가 되어 버린다.
결국 축적된 분노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며,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떠나고 외로워지게 되는 원인이 된다. 결국 내 안의 고통을 이해해주거나 나눌 사람마저도 줄어드는 것이다.
이렇듯 내적으로 축적된 분노는 타인과의 전반적인 관계 자체를 방해하고 더 큰 문제를 발생하게 한다.
3. 타인들의 공격과 분노를 이끌어 낸다.
분노는 단순히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을 증가시키고 멀어지게 하는 이상으로 주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결국은 자신에 대한 공격적 행동을 유발한다.
이런 과정은 운전 중 발생하는 운전자들의 분노 행동이나 보복 운전 과정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타인의 사소한 실수나 혹은 운전 중의 의도하지 않은 실수에 대해 과도하게 분노를 표현하면 상대방은 더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게 된다. 그래서 결국에는 큰 싸움이 되어 버리고 만다. 또한 타인이 실제로 부정적인 의도를 가지고 난폭운전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에게 심하게 화를 내거나 차를 이용하여 보복은 가한다고 해서 그쪽이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헛된 것이다. 의도적인 난폭운전을 하는 정도의 인성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더 큰 보복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한 부부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부부 싸움을 하는 경우, 상대방의 실수나 문제에 대해서 과도하게 비난하거나 화를 내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문제에 대해 사과하거나 인정하기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적 대응을 유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소한 잘못에 대해서 잘못의 정도나 심각도에 비하여 심한 비난을 하는 경우에는 '뭐 별 것도 아닌 일에 그렇게 성질을 내는건데?!'나 혹은 '내가 뭐 그 정도로 잘못했어? 왜 이렇게 심하게 화를 내는 건데?!'라고 반응하며 더 큰 싸움으로 확장되게 된다.
이처럼 축적된 분노에 의한 예민한 반응이나 과도한 부정적 대응은 결국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며, 상대도 분노감을 겨게되어 결과적으로 나에 대한 공격적 행동을 유발하게 한다.
즉, 필요 이상의 과잉대응은 상대를 화나게 하며, 결국에는 나에 대한 더 강한 공격적 행동을 초래하게 된다.
어린 시절 어머니나 자신에게 심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둔 자녀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품게 된다. 동시에 그 상황에서 아무런 대응도 못하였던 자신에 대해 스스로 비난하거나 혹은 심한 무기력감을 학습하게 된다. 이로 인해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기 어렵다.
폭언을 하거나 비하적 발언을 일삼는 리더와 함께 일했던 부하직원은 자존감에 큰 상처를 받게 되며, 크나큰 분노감을 경험한다. 리더의 부당한 행동에 대해 반박하고 싶거나 되갚아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느라고 더욱 큰 심리적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이후에도 그 당시 리더와 유사한 특성이나 행동을 보이는 사람만 봐도 그때의 분노감이 되살아나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이렇듯 다양한 이유와 경험들로 인하여 분노감을 경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일단 경험된 분노감은 나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내게 된다. 그런데 이런 심리적 상처를 그냥 놔두는 것은 더욱 큰 문제를 일으킨다.
신체적 상처에 대해서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상처가 심한 경우에는 오랜 기간 동안 치유 활동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분노와 같이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남기는 감정에 대해도 적극적인 치유와 해결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신체적인 상처를 방치하는 경우 상처가 더욱 악화되어 더 큰 문제가 발생하며, 심한 경우에는 영구적 장애로 발전되기도 한다. 마음의 큰 상처를 남기는 분노도 마찬가지이다.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마음의 상처가 더욱 악화되어 큰 마음의 상처를 일으키며, 더욱 심한 심리적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만약 마음속에 큰 분노감이 자리 잡고 있다면, 지금 당장 치유를 시작하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아픔과는 별개로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충분히 고통은 견디었으므로, 이제는 보다 건강하게 살아도 될 자격이 있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