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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Jun 02. 2024

위기 개입
상담 프로세스

Photo by Rodion Kutsaiev on Unsplash



1. 심리상담 전성시대


Photo from i-Stock


제가 처음 심리학을 시작할 때에는 심리학에 대해서 '또라이들이 가는 과' 혹은 '거기 가면 점성술이나 관상 같은 걸 배우는 거니?'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이제 10년 정도만 있으면 심리학 전성시대가 올 거야!'라는 선배들의 밑도 끝도 없는 희망을 먹고 버티던 시절도 있습니다. 

제가 심리학 학과 과정을 마치고 세상에 나왔을 때에도 제가 제 직업이 뭔지를 스스로 설명해야 하는 뻘쭘함이 있을 정도로 아직도 심리학은 미지의 학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확실히 많이 달라졌다고 느낍니다. 

특히 사회적인 이슈나 문제가 생기는 경우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상담은 기본적으로 병행하는 등 심리상담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와 필수적인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반면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상담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면서 무자격자에 의한 (유사)심리상담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확대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제대로 된 학습이나 실습 한번 없이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받아본 책으로 시험을 봐서 60점 이상만 되면 발급해주는 심리상담 자격증이 남발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2. 심리적 측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Photo by Ben White on Unsplash


이와 같은 시대적 분위기 변화는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심리학에 대한 관심은 한 개인에게 있어서 심리적인 영역이 존재함을 인정함과 더불어 이를 치유하고 관리해야 할 대상임을 모두에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직장생활이나 개인의 삶에서도 '행복'에 대한 관심 증가와 더불어 '행복하지 못함'이나 '심각한 심리적 손상'에 대해서도 각성하고 주의하는 효과도 불러일으켰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감정노동자에 대한 관심과 케어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생기기도 했으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을 통해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언어적 폭력이나 괴롭힘 등에 대한 관심과 법적인 처벌도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학교 폭력의 피해자들이나 재난 피해자들에게는 당연하게 심리치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심리적 손상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하였으며, 모든 학교에 'WEE' 센터라는 상담실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가족 내 폭력이나 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내 새끼 잘되라고 부모로서 내가 혼내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같은  말도 안 되는 폭력 부모의 억지도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아직도 개선되고 바뀌어야 할 것들이 많으며, 갈길이 멀다는 생각을 지울 길은 없습니다. 



3. 팩트 체크


Photo by Simon Infanger on Unsplash


최근 제가 전문가로서 가장 주목해서 보고 있는 대상은 '군'입니다. 

군인은 대표적인 스트레스 고위험군에 해당합니다.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도 높고 상시적인 긴장이 필요하며, 특히 살상무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더욱더 그렇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의무복무제로 인한 사회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스트레스는 훨씬 더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군과 관련하여 안타까운 소식들이 계속 들려옵니다. 

채해병 순직사건 자체만 해도 뜨거운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연이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21일에는 수류탄 투척 훈련 중 수류탄이 폭발해 훈련병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였고, 27일에는 육군 위관급 장교와 공군 위관급 장교가 각각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문제가 되는 사건은 25일 규정을 벗어나는 군기훈련으로 인하여 입대 열흘도 되지 않는 훈련병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이 중에서도 25일에 발생한 군기훈련으로 인한 훈련병 사망사건이 유독 저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왜냐하면 관련된 기사 내용 중에 '심리상담'과 관련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는 군이 아니라고 했지만) 핵심 내용을 요약하자면, 군기훈련을 지시했던 중대장에 대해서는 멘토를 지정하고 심리상담을 지원한다고 하고 귀향 조치하여 심리적 안정을 취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팩트에 근거하여 볼 때,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심리적 측면을 고려하고 심리 상담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으나 그 내용과 방향이 매우 잘못되었다는 것은 지적할 수밖에 없습니다. 



4. 무엇이 문제인가?


Photo by Tanner Ross on Unsplash


저는 굳이 '가해자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장에게 구속하지 않고 심리상담을 지원했는가?'라던가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이 여자였으며, 과거 행적에서 페미니스트 활동이 뚜렷하다!'나  이를 기사화하는 모 방송사의 뉴스 일러스트레이션에 얼마 전 게임업계를 완전히 뒤집었던 남성 비하적 손모양이 포함되었다는 등 젠더 이슈로 연계되는 것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할 생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관점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서 핵심적 요소도 아니며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응급 이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추후에 객관적 자료들은 통해서 검증하고 확인하며, 그에 따른 대응과 대처를 하면 됩니다. 


저의 관점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입하고 심리상담을 지원해야 하는 우선순위의 사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해당 중대장은 이미 상담을 받고 있다고 하니 제외합니다). 

1) 해당 훈련병의 부모

2) 해당 훈련병과 같이 군기훈련을 받았던 나머지 5명의 동기와 그 부모들

3) 고인과 같은 내무반 또는 같은 소대에 소속되어 있던 훈련병들

4) 해당 훈련소에서 같이 교육을 받던 동기생들 및 이 사건을 간접적으로 목격하거나 수많은 '썰'들로 인하여 엄청나게 혼란스럽고 불안할 기타 훈련병들

5) 훈련소의 간부급 인력들


제가 가장 의아해하면서도 전문가로서 답답하고 화가 났던 것은 제일 시급하게 개입해야 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중 유일하게 심리상담을 지원받았다고 언급된 사람이 왜 중대장뿐이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5. 어떻게 해야 하는가?


Photo from Getty-Images


저는 전공과 경력 상, 특별한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회사나 조직 등에서 사망자가 나오는 경우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업무 수행 중 사고로 인하여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나 극단적 선택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경우 저는 가능한 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해당 건을 대응하는데 최대한 집중합니다. 

이처럼 조직 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아주 시급하고 집중적인 개입과 관리가 필요하며, 최대한 빨리 개입하는 것이 관련된 피해를 막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관련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사건사고로 인하여 심리적 손상의 가능성이 있는 대상자 선정. 단, 집중관리 대상자와 일반 대상자로 구분

2. 일반 대상자의 경우 간편 심리상태 검사 실시 및 집중관리 대상자의 경우 전문 심리검사 실시. 일반 대상자 중 검사 결과 심리적 손상이 발견되는 경우 전문 심리검사 추가 실시

3. 집중관리 대상자는 무조건 1회 필수 상담 진행 및 일반 대상자의 경우 희망자는 상담 진행

4. 심리검사 및 상담 결과를 종합하여 집중지원 대상자 선정 후 집중 심리치료 실시

5. 사후 진단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회복 후 심리상담 종결 후 지속적인 사후 관리 및 지원


이를 이번 사안에 적용해 보면, 

1. 대상자 선정  

- 집중관리 대상자 선정. 함께 군기훈련을 받았던 5명 및 같은 소대원 & 해당 소대의 소대장/부소대장과 차상위 관리자

일반 대상자. 해당 교육 기수 사고 발생 당시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던 훈련병 전원

2. 심리검사

- 일반 대상자 대상 심리적 상태 평가를 위한 간편 심리검사 실시 후 심리적 손상 우려되는 경우에는 추가 전문심리검사 실시

- 집중관리 대상자 대상 전문심리검사 실시. 

3. 심리검사 결과에 기반한 1회 상담 실시 

- 집중관리 대상자 대상 전문가 면접 및 상담 (필수)

- 일반 대상자 중 심리적 손상 의심자 대상 면접 및 상담 (선택)

4. 심리검사 및 전문가 상담 결과를 종합해 지속적인 심리지원 제공

- 심리검사 결과와 면담/상담 결과를 고려한 전문가 종합 평가를 통한 차별적 지원(예. 퇴소 권유, 지속적인 정기 상담 및 지휘관 특별 관리, 일상 복귀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 일상 복귀 등)



6. 우리 모두의 아들입니다. 


Photo from 육군훈련소 홈페이지


대한민국 법률에는 다음과 같이 병역의 의무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9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②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병역법 제3조

①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


국가가 부여한 의무를 감당하는 사람들은 존중받아야 하며, 소중해 대해져야만 합니다. 

어떤 형태의 불이익이나 신체적 및 심리적 손상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서 보호하고 지원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병역의 경우에는 가장 화려하고 젊은 시절을 우리 모두의 안위와 안전을 위해 희생한 그들의 노력과 헌신은 존중받아야만 합니다. 

혹시라도 그들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적어도 그 원인과 문제는 무엇이었으며, 책임이 있는 사람에 대한 분명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분명한 노력과 개선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들은 단지 누군가의 아들이나 자녀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들과 자녀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자기 가족만을 지키고자 그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 모두를 위해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헌신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내 자식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그들을 존중하고 소중히 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혜택으로 오늘도 안전하게 잠들 수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답일 것입니다.  




우리 일상의 무난함과 평화로움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일상의 가치를 지키고 보호해 준 그들의 노력과 헌신에 다시금 깊이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그들에게 감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 것 또한 혜택을 누리는 자들의 책임일 것입니다. 


불의에 사고로 고인이 되신 훈련병과 세상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마음의 고통을 겪고 계신 그 부모님들에게 진지하고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번 안타까운 사고가 어떻게 진행되고 해결되는지에 대해서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며, 철저한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어떤 대안들이 수립되고 적용되는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한마디 더 붙인다면...

오늘도 GOP에서 고생하고 있을 사랑하는 지수야...

오늘도 지수를 비롯한 동료들의 마음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허망할지 걱정이 되는구나...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내기 바라며, 몸 건강히 제대하기를 간절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https://brunch.co.kr/@mindclinic/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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