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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Jan 26. 2024

유튜브와 인터넷이
상담선생님을 대신하다

Photo from i-Stock



1. 사람들이 찐.상담을 받지 않는 이유


Photo from i-Stock


사람들은 고민이 있을 때, 누군가의 도움을 구합니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거나 혹은 상담을 찾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상담을 요청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상담을 요청하는 이유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진정한 문제해결"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자신의 접근과 해결에 대한 정당성 확보입니다. 

즉, '내가 맞는 것 같은데..' 혹은 '내가 맞는 거 아니야?..'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며, '내가 맞다고 해줘!'라는 답을 듣는 것이 주요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 배가 아프면, 어떻게 하십니까?


Photo by Gadiel Lazcano on Unsplash


만약 여러분들이 배가 아프면 어떻게 하십니까?

① 배 아픔의 원인에 대해서 혼자 고민하고, 어떻게 할지 여러 가지 방법을 나름대로 시도해 본다!

② 주변의 지인들에게 물어본다!

③ 전문가를 찾아가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받고 처방이나 치료를 받아 해결한다!

위의 3가지 방법 중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까요?


아마도 배가 자주 아팠던 사람이라면, 자신의 경험을 고려하여 ①번과 같이 대응해도 될 것입니다. 

만약 배가 아픈 일을 별로 안 겪어 보거나 처음 겪지만 그리 심한 증상은 아니라면, ②번과 같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배가 많이 아프거나 ①번이나 ②번을 여러 번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아픈 것이 낫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마도 최대한 빨리 ③번의 접근을 취해야만 할 것입니다. 

만약 ③번을 고려하지 않거나 너무 늦게 ③번을 한다면, 증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심지어는 119를 타고 응급실에 실려갈 수도 있습니다. 



3. 현대의학의 가장 큰 적은? 


Photo by Online Marketing on Unsplash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의학적인 면에서도 획기적인 발전이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져버렸습니다. 

그것은 환자들의 순응성(compliance) 저하입니다. 

쉽게 말해 환자들이 의료진의 말을 믿지 않거나 따르지 않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환자들의 순응성 저하의 중심에는 인터넷과 유튜브 등 정보 과잉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마케팅의 발달로 인하여 '광고력 = 실력'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은 지는 오래되었으며, 의료진의 처방이나 치료적 방법들에 대해서도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통해 검증해 보는 것이 관행이 됐습니다. 

이에 더하여 온갖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기꾼이나 어설픈 전문가들에 의해서 양산되는 가짜 뉴스나 잘못된 정보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질병들이 생기는 일까지도 발생하였습니다. 


그래서 최근 의료진들이 자주 듣는 이야기들은...

'선생님, 인터넷에서 보니까.. 이 약은 부작용이 꽤 심하다고 하던데요.. 정말 문제가 없는 건가요??...'

'선생님, 유튜브에서 유명한 OOO님 방송을 보니까... 약을 먹으면 더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하던데요.. ㅠㅠ 꼭 약 먹어야 돼요? ㅠㅠ'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오는 환자는 당연히 치료진에 대한 신뢰나 치료 과정에 대한 순응성이 떨어지게 되며, 결국 치료 효과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4. 왕의 DNA


Photo by Nick Fewings on Unsplash


이와 같은 현상은 심리적 이슈인 경우 더욱더 심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배경에 따라서 나름대로의 이론과 프레임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는 객관적이거나 균형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았으며, 제한된 자신의 경험에 기초한 편향된 주관적 이론인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나저나 가시적이지 않고 검증하기도 어려운 심리적 이슈에 대해서는 치료진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믿지 않는 경향은 더욱 심한 것이 현실입니다. 


예를 들자면, 얼마 전 문제가 되었던 '왕의 DNA' 사건이 있었습니다. 

교육부 모-사무관이 '왕의 DNA' 이론에 심취하여 담임교사에게도 '왕의 DNA' 이론에 상응하는 대우를 요청하였고,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 교사를 괴롭히거나 심지어는 교체해 버리는 만행을 벌인 사건입니다. 

아마도 상식적인 판단을 가지고 있는 많은 분들은 '아니 저런 사람이 있어?! 완전히 문제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완전히 다릅니다. 


해당 센터는 여전히 '왕의 DNA' 이론에 근거한 상담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해당 사건으로 인해 더 유명해졌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요청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녀의 문제로 인해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심리적 어려움과 고통을 가진 부모의 마음을 이용해 먹는 악의적인 사기꾼일 뿐입니다. 

어떻게든 희망을 가지고 싶어 하는 부모님들의 안타까운 심정은 백번 이해가 되지만,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은 결국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5. 저의 내담자들을 존경하는 이유


Photo from Gettty-Image


저는 최대한 개인상담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개인상담을 하지만, 적극적으로 홍보? 하거나 알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힘든 내담자분들을 모시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고 저도 상처나 트라우마를 받는 일도 많습니다. 


새벽 2시에 온 내담자의 전화를 걱정스러운 마음에 받았다가 30분이 넘는 쌍욕을 듣기도 하며...

지적 장애 아동 교육비로 500만 원 이상을 지불하는 것을 언급했다가 전문가가 된 이후 가장 치욕스러울 정도의 비난을 받기도 하며...

부부 상담이나 커플 상담 후 헤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비난의 화살을 저에게 돌리며 남 탓과 감정적 화풀이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상담받다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안 오셨던 분의 안부와 그 당시 왜 상담을 그만두었는지를 수년 후 인터넷의 공개 게시판에 저의 실명까지 언급하며 강렬하게 비난한 글을 보면서 확인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딱히 홍보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의 상담센터에 연락을 하시면, '그런데 어떻게 저희를 알고 전화하셨어요?'라고 묻는 이상한 질문을 받게 되곤 합니다. 

알고 보면, 저한테 상담을 요청하시는 내담자분들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엉터리 피드백 정도는 걸러내실 수 있는 식견을 이미 갖추고 계시며, 브런치의 글들을 진지하게 읽으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이슈와의 적합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신청하신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에 더하여 브런치의 글이나 다른 매체들에서 저의 강의나 글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을 하실 정도로 본인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보호하는 행동력을 갖추고 있는 분들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시끄러운 세상을 피해있는 은둔형 전문가인 저를 찾아내어 상담을 요청하고 찾아오시는 분들을 진지하게 존경하고 존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상담을 신청하기 전의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상호 간의 신뢰로 작용하게 되어 상담 효과가 향상되고 심리적 이슈의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6. 세상에 전적으로 내 편인 사람이 한 명만이라도 있었다면...


Photo by Jordan Whitt on Unsplash


현실적인 여건 상의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개인 상담과 심리치료를 유지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 중 첫째는 저의 업이나 전문성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체성의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저를 필요로 하는 내담자나 고객분들을 위해서입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사람의 감정, 사고, 행동을 다루는 전문가로 활동해 왔으며, 이와 같은 전문가로서의 활동 중 핵심 중 핵심은 일대일 개인 상담과 심리치료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활동 속에서 저 스스로도 배움과 성장을 하게 되며, 제 고객이나 내담자분들께 도움이 된다는 유능감과 전문가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게 됩니다. 


앞서 예로 들었듯이 상담과 심리치료의 과정은 아주 험난합니다. 

게다가 저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피해자나 오래된 정신과적 질병을 가지고 있거나 성격장애 급에 해당하는 분들과 같이 주로 응급 이슈나 심각성이 높은 분들을 모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심리치료나 상담 또는 코칭의 과정이 일반적인 심리적 이슈에 비하여 험난하고 어렵지만 상담이나 치료 과정에서 겪는 제 마음의 고통과 힘듦을 한 번에 날려 버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치료가 끝나고 내담자나 고객분들의 문제가 해결되어 그분들이 다시금 웃음을 찾고 행복해진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이면서도 안타깝고 안쓰럽게 생각하는 표현은 '그래도 세상에 전적으로 제 편인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라는 말입니다. 

물론 세상에 전적으로 내 편이 있기를 바라는 것 자체는 비합리적 신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나의 말을 귀 기울여주고, 나의 고통을 이해하고 알아주며, 아픈 내 마음을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단 한두 명만이라도 있다고 느꼈어도 이렇게 아프고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상담이나 심리치료도 계약관계이며, 치료 기간에 한정된 관계일지라도 그 시간 동안 전적으로 내 편을 들어주고, 전적으로 나의 말에 귀기울여주며, 전적으로 나를 중심으로 공감과 위로를 해주는 사람을 만나 마음의 고통과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입니까?!



7. 나를 사랑하고 아끼며 보호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Photo by Giulia Bertelli on Unsplash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몸이 아플 때 병원을 찾아가는 것에 비하면 몇 배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적절하고 나에게 맞는 상담 선생님을 찾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처음 한 시간의 상담을 통해 진짜 나을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도 잘 안 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고 아끼며 보호하기 위해서는 용기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몸이 아플 때 병원을 찾아가듯이 마음이 아프면 마음도 치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야만 합니다. 

적절한 상담 선생님을 찾기 위해서 두세 번의 시행착오는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상담을 통해 나을 수 있는 확신이 없다면 상담 선생님에게 확신을 달라고 요구하시면 됩니다. 


분명하게 잘못된 문제는 고민만 하면서 아무런 시도나 행동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런 시도나 행동도 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나아지거나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고통에 익숙해져서 주관적으로 나아진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이는 심리적 고통의 만성화를 초래할 뿐입니다. 

아무것도 시도나 행동을 하지 않는 동안 내 마음의 상처는 더 심해질 것이며, 결국은 너무 많이 곪아서 터져 감당 못할 번아웃이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찾게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나를 사랑하고 아끼며 보호하기 위해서는, 나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표현입니다.  

자신의 상태에 항상 민감하며, 행복과 즐거움은 적극 향유하면서 아픔이나 문제가 생기면 즉각적으로 행동하는 것, 그것이 올바른 자기 사랑의 방법입니다. 


유튜브나 인터넷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와 유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마음의 문제와 아픔의 종류에 따라서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용기와 선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며 보호해야겠다는 생각과 다짐을 하시는 계기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194


https://brunch.co.kr/@mindclinic/146


https://brunch.co.kr/@mindclinic/134


https://brunch.co.kr/@mindclinic/568


https://brunch.co.kr/@mindclinic/449


https://brunch.co.kr/brunchbook/couns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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