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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Aug 16. 2021

(상담을) 실행하는 용기

Photo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제 내담자분들은 긴긴 상담을 종결할 때, 저에게 '박사님, 감사합니다 ㅠㅠ'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내담자들이 저에게 보내주시는 감사 말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답합니다. 

'큰 용기 내어 상담을 받으시고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내신 본인 스스로에게 감사하고 칭찬하세요!^^'


많은 제 지인들이 저에게 문의를 하십니다. '제 주변에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데요, 박사님께서 보내면 될까요?'

그럼 제가 되묻습니다. '본인이 원하세요?'

만약 '아니요. 아직 본인은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혹은 '아직 상담받을 생각은 없는데, 제가 한번 권해보게요!'라고 대답하시면, '네 그러세요!'라고 답하면서 '그런데,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아마도 안 오실 거예요!'라고 말씀드립니다. 


혹은 '제 지인이 상담을 받고 싶다는데요, 박사님께 보내도 되나요?'라고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네 그러세요! 제 전화번호 알려주셔도 됩니다!'라고 답하지만, 실제로 상담을 신청하고 찾아오는 경우는 반도 안됩니다. 

마음은 있으나 막상 상담을 받는데 드는 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을 부담할 생각까지는 없는 것입니다.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실제로 받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많은 용기가 필요한 행동입니다. 

그래서 직접 상담을 받으시고 변화를 이루신 제 내담자분들이 그리도 훌륭하다고 제가 항상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1. 자신을 직면하는 용기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문제점이나 개선 필요성에 직면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장 어렵기도 하고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누구나 문제나 이슈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상담이나 심리치료가 꼭 문제가 있어야 받는 것도 아닙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사람도 상담을 받는 경우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본인의 마음의 고통이나 있거나 삶의 문제들이 있다면 당연히 개선하는 것이 좋겠지요. 


주변에 보면 '저 사람은 문제가 좀 있는 거 같아', 혹은 '저 사람은 상담을 좀 받으면 좋을 것 같은데..', 또는 '저 인간은 왜 저러는지 몰라, 아.. 저 정도면 제발 치료 좀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께 만약 당신은 이러저러하니 상담 좀 받으세요라고 말하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너나 잘하세요! 네가 더 문제예요!!'라는 반발과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자신을 직면하는 용기가 가장 선행되어야 하며, 가장 어려운 단계입니다. 



2. 변화를 고려하는 용기


Photo by Brendan Church on Unsplash


자신을 직면하였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변화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즉, 자신의 문제에 대하여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이상으로, 이를 바꾸고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와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문제의식은 있으나 실제적인 변화의지가 없다면 더 깊은 좌절과 낙담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문제가 뻔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지 않기 때문이며, 결국 문제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변화의지가 없는 실행과 개선 활동은 변화나 개선의 방향성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변화하고자 하는 행동을 효과적으로 조직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노력하고 공들인 만큼의 성과를 얻기 힘듭니다. 


자신의 문제나 이슈를 피하지 말고 직면하며, 이를 바꾸고자 하는 내적 동기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내적 이슈에 직면하고 변화를 고려하는 것 자체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며, 필수적인 단계입니다. 



3. 상담을 알아보는 과정


Photo by Marten Newhall on Unsplash


혹자들은 '상담을 알아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합니까?'라고 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큰 의미를 가지는 행동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진정한 변화를 위한 실제적인 실행을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상담을 알아보는 것부터 벌써 '반'이 시작된 것입니다. 

또한 이 단게에 이르게 되면, 지금 당장 상담이나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후일 이슈가 생기면 즉각적인 상담 실행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게다가 이 과정은 다양한 정보 수집과 더불어 수집된 정보 중 어떤 선택을 하였는지(즉, 어떻게 최종 상담 선생님을 결정하였는지)의 과정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 또한 내담자의 사고와 의사결정 과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후일 상담에서 아주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때때로 저에게 상담을 받으러 오기까지 잘못된 판단으로 인하여 수많은 시행착오를 하고 결국 저에게 오는 분들도 흔합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후기만 믿고 제대로 된 자격증이나 상담자 자질을 확인하지 않았다거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으나 신기하고 사람들을 홀리기 쉬운 특수 비법을 쓴다고 하는 곳에서 헛돈 쓰고 오시는 일들도 많습니다. 

이와 같은 상담을 알아보는 용기 및 그 탐색과 결정 과정은 내담자의 대표적인 행동 샘플링이며, 이를 기반으로 하여 문제를 개선하는 것도 유용한 치료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4. 상담을 신청하여 시작하는 용기


Photo by Jukan Tateisi on Unsplash


아마 상담을 받아보신 분들은 다들 상담 선생님 전화번호를 받고, 혹은 상담센터 홈페이지의 상담 의뢰 전화번호를 보면서 마지막 갈등과 고민을 합니다. 

'전화할까? 말까?', '상담을 한다고 나아질까? 괜히 헛돈 날리는 것이면 어떻게 하지?', '혹시 더 나은 상담자가 있지 않을까?', '지금은 좀 나아진 것 같은데 꼭 가야 하나..?', '아 정말.. 어떻게 할까?' 등등 마지막 고민을 하게 됩니다. 

상담 선생님 추천도 받고 전화번호까지 저장하고서도 상담을 신청하는 용기를 내지 못하여 결국 상담을 포기하거나 혹은 일 년도 넘게 상담 신청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경우들도 흔합니다. 


실제로 이 과정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습니다. 

내적 혼란을 정리하고 스스로의 판단을 신뢰하고 용기와 믿음을 가지고 실행하는 것입니다. 

이는 무척 단순한 과정처럼 보이지만 이와 같은 실행 의사결정을 막고 방해하는 것은 내적 과정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를 넘어서는 것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실은 용기라고 할 것도 없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냥 "실행"하면 됩니다. 

'그냥 시험 삼아 딱 한 번만 만나보지 뭐!'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직접 만나서 물어보지 뭐!'라고 생각하며 그냥 해보는 것입니다. 

혼자서 불확실성을 백번 생각해 봐야 정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머리만 복잡할 뿐입니다. 

'시험 삼아(?!)' 상담을 신청하고 딱 한 번만 이라도 받아본 후 자신의 복잡한 생각과 예상들을 직접 검증하고 확인하면 됩니다!



5. 타인을 신뢰하는 용기


Photo by Jannis Lucas on Unsplash


아무리 훌륭한 상담자나 심리 치료자라도 치료나 상담이 성공할 수 없는 내담자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상담자(혹은 심리 치료자)를 신뢰하지 않는 내담자'입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상담이나 심리치료는 실패를 하게 됩니다.

상담자나 치료자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자기 개방을 하지 못하게 되며, 자기 개방을 하지 못하게 되면 정확한 문제의 진단이나 솔루션을 도출하기 어려우며, 결국에는 상담이나 치료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피상적인 수준에서만 맴돌게 되며, 결국은 상호 간에 깊이 있는 심리적 상태이나 이슈에 대한 논의를 하지 못하고 실패를 하게 됩니다. 


물론 상담자나 심리 치료자들은 내담자의 신뢰를 형성하고 이끌어내기 위한 전문적인 훈련을 받습니다.

아마도 경력이 많거나 전문성이 높을수록 내담자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능력도 높을 수 있습니다. 

혹은 이미 널리 실력이 알려져 있는 저명한 치료자나 강연자로 활동하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이미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어 특별한 라포 형성 과정 자체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치료자나 상담가 쪽에서 알아서 준비할 문제이며, 이와는 별도로 내담자가 상담자와 신뢰로운 관계를 맺고 나의 문제나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조언자로 신뢰하지 않는다면 치료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즉, 여러 가지 정보를 통해서 상담자를 선택했다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상담자를 신뢰하여야 진정한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자기 개방하여 심리적 이슈와 문제들을 상의하며, 이를 기반으로 하여 본격적인 치료와 변화가 시작되게 됩니다. 

이렇듯 내담자와 상담자가 서로 손을 잡고 한걸음, 두 걸음 같이 나아가면서 조금씩 서로 신뢰가 깊어지며 진지한 치료적 관계를 맺게 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때로는 신뢰 자체가 형성되지 않거나 상담이 진행되어도 필상적 수준에서 신뢰가 머문다면 깊이 있는 상담을 진행하기 어려우며, 결과적으로 증상이나 문제의 해결도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6. 자신을 믿는 용기


Photo by Darius Bashar on Unsplash


제가 전문가로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며 내담자분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은 바로 '내담자 자신, 즉 스스로를 믿는 용기'입니다. 

어느 누구라도 스스로를 신뢰하고 자신이 변화할 수 있다는 내적 신념을 가지지 못하면 상담과정을 이겨내기 힘듭니다.


우선 길고 긴 상담이나 치료과정을 스스로 인내하고 견뎌야 합니다. 

때로는 증상이나 문제가 다시 악화되고 마치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생각에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고 아무 소용이 없었네 ㅠㅠ'라는 생각이 들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없다면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상담 과정에서 겪는 여러 가지 이슈와 과정들 속에서도 이전과는 나아지고 개선되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결국 끝까지 노력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흐지부지해지는 상담에 그치게 될 것입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통해서 스스로의 문제를 개선하고 극복한 사람은 스스로가 과정을 이겨내고 극복하여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상담과정에서 내담자는 상담자와도 다양한 감정의 굴곡과 변화를 겪게 됩니다. 

전적으로 믿음을 가지고 신뢰하고 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구원자로 생각하고 환상적이고 이상적인 기대를 가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원했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담자를 보면서 실망하거나 좌절하기도 합니다. 

혹은 타인들에 대한 분노나 적대감을 주요 호소문제로 상담받는 내담자는 거의 틀림없이 상담자에게도 분노와 적대감을 보이는 순간이 옵니다. 


물론 상담 초반에 혹은 과정 중에, 이와 같은 과정과 변화들이 내담자에게 찾아올 수 있으며, 그 과정을 극복하지 못하면 상담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말해주어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당해보면 그 과정이 그리 녹녹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중도에 상담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들도 자주 있습니다. 


이렇듯 상담이나 심리치료는 끝까지 상담을 지속해서 나 자신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면서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겠다는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신뢰가 없다면 좋은 마무리를 하기 어렵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상담이나 심리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장애나 문제들에 흔들리고 방황하지만 스스로를 다독이고 용기를 부여하며 끝까지 견뎌내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삶의 과정과 아주아주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과정을 잘 극복하고 이겨낸 사람은 삶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이전과는 다른 조금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접근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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