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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Aug 10. 2019

어떤 상담선생님을 찾아가야 하나요?

상담 선생님도 사람입니다. 상담가 선택 이슈

Photo by Michael Browning on Unsplash



참조. 

- 글 내용과 관련하여 생각보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다양한 의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말씀 및 피드백 주신 내용 참고하여 계속해서 내용을 보완/수정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심리학 전성시대라고 할만한 것 같다. 어디에 가나 심리학이라는 용어가 넘쳐나고 서점에는 심리학 코너가 크게 자리 잡았으며 온갖 제목의 '~심리학'이라는 책들이 넘쳐난다. 가히 심리학의 춘추전국시대이다.


이와 더불어 심리상담에 대한 인식이나 수용성도 매우 높아졌음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예전에는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하면 '내가 문제가 있거나 미친 사람 같냐고?' 공격적으로 반문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학교에는 "Wee센터"라는 것이 있으며, 일정 규모 이상의 대학들은 학생상담센터를 따로 둘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고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다. 이제는 회사들마다 직원들을 위한 상담센터를 두는 것이 보편적이 되었을 정도이다.


이와 같은 심리학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 확대되고, 심리상담에 대한 반감이 줄고 접근성이 강화되면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들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되어 있는 상담 관련 자격증이 4000개가 넘는 상태이며, 매우 다양한 기관에서 심리상담 전문가 민간자격을 발행해주고 있다. 그리고 상담자가 내담자를 대상으로 나쁜짓을 하는 그루밍 문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정말 제대로 된 상담선생님을 찾는 것도 어렵고, 실제로 나의 내담자들로부터 상담 선생님의 자격이나 수준 확인을 해달라는 의뢰가 많이 오기도 한다. 과연 어떤 상담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고, 어떤 상담선생님을 찾아가는 것이 좋을 것일까?



1. 전공은 보는 것이 좋다.


상담이나 심리치료도 전문적인 영역에 해당한다. 물론 일반적인 컨설팅이나 자문 정도는 또 다른 문제이기는 하나 심리적 이슈에 대한 상담은 기본적으로 전문성이 요구된다. 특히 단순한 심리적 이슈가 아닌 심리장애 수준(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이나 정신병적 성향이 포함된 경우 등)이라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는 심리장애 자체에 대한 지식과 발병 및 치료 과정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 정도 레벨의 문제를 상담하려면 상당기간 동안의 체계적인 학습과 훈련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사설기관 등에서 교육을 받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대로 된 상담이나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생각이 되면 전공을 보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는 모든 심리학이 다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상담심리학이나 임상심리학 전공, 혹은 소아의 경우에는 발달 심리학  전공 등이 필수이다. 혹은 꼭 심리학이 아니어도 사회복지학이나 특수교육, 그리고 교육학 전공(혹은 그에 상응하는 전공들)에서도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학습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문적 상담가는 관련 전공에서 최소한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는 신체적인 문제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생각하면 매우 간단하다. 건강상담이나 신체적 단련을 목적으로 하는 운동처방 같은 경우에는 관련 분야 전공만 갖추어도 충분하다. 하지만 명백한 신체적 질병이나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의과대학을 제대로 마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물론 관련된 공부를 하였을 수는 있으나 체계적이고 공식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법이다. 특히 신체적 장애나 문제가 심각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심리적 이슈도 심각한 경우에는 분명한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2. 자격증을 확인하라.


자격증이라는 것은 한 사람이 해당 전문영역에서의 전문가로 활동하기 위해 어떤 공부와 경험들을 가졌는지를 대변해준다. 따라서 자격증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4000개가 넘는 자격에 대하여 일일이 구분하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며, 또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여 해당 자격증을 취득하신 분들에게 의도하지 않게 누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나의 전공인 심리학 영역만 놓고 본다면, 한국심리학회에서 발행하는 상담심리전문가 자격과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이 가장 전통있고 권위있는 자격증이다. 1964년 한국심리학회 산하 임상심리분과회로 발족하였으며, 1971년부터 임상 및 상담심리 전문가 자격규정을 두고 체계적이고 엄격한 자격관리를 해왔다. 이후 상담심리전문가와 임상심리전문가로 나누어져서 운영되고 있는 상태이다. 또한 발달심리학회 등도 유사한 전통과 엄격한 자격과정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소아나 청소년 심리치료나 상담 분야의 전문가 양성과 자격관리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심리학회의 중독심리전문가나 건강심리전문가 등의 경우에도 엄격한 수련과정과 자격과정을 규정하여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 자격증 제도이다.  


필자가 보유하고 있는 임상심리 전문가의 경우, 임상심리학이나 상담심리학 전공의 석사 수준 이상의 학력을 기본적으로 요구하며, 3년 이상 병원 및 상담장면에서 지도교수의 비교적 엄격한 관리와 통제 하에 심리검사나 상담/심리치료에 대하여 임상적 훈련을 마쳐야 한다(죽도록 피곤하고 힘든 과정이다..ㅠ). 즉 관련 공부만 해도 '학부 4년 + 대학원 (최소) 2.5년 + 임상경험 3년' 등 총 10년에 가까운 교육과 전문가 훈련 과정을 거쳐야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인 셈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뇌기능에 대한 학습은 물론 심리통계, 그리고 심리장애나 전문적 심리치료 과정 등과 더불어 치료자로서의 윤리적 태도와 자세 등까지도 엄격하게 훈련받는다.

 


3. 관련 경험을 확인하라.


어떤 분야의 전문가이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잘하는 전문가는 없다. 대학교수님들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는 강의와 연구가 주요 활동이지만 상대적으로 강의능력이 탁월한 교수님이 있는가 하면, 연구 능력이 더 우수한 교수님도 있다.  마찬가지로 심리전문가의 경우에도 개인적인 전문성이 좀 다를 수는 있다.


이와 같은 개인적인 전문분야를 확인하는 방법은 관련 경험이나 경력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주로 병원이나 임상장면에 있었는지, 혹은 학교 교수님으로 주로 활동하셨는지에 따라 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수행했던 대상이 소아나 청소년이었을 수도 있으며, 성인 중에서도 일반 성인이거나 직장인 혹은 리더들을 대상으로 했을 수도 있다. 또한 최근에는 노인에 대한 심리진단이나 심리치료와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분들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석사를 졸업하고 S그룹에서 운영하는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다. 그리고 전통적인 대학병원의 임상장면에서 스태프로 근무를 하여, 외래와 정신과 병동에서 임상가로 활동하였다. 이후 박사과정을 하면서 학교 상담센터에서도 근무하였던 경험이 있어 후일 대학생들을 위한 경력개발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많이 도움이 되었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주로 기업들과 교육/코칭/상담 등을 진행하였는데, 정신과 시절에 경험했던 전문 경력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피해자들의 경우 우울이나 불안장애 등 심리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은데, 피해자분들을 도와드림에 있어서 정신과에서의 경험들이 밑바탕이 되어 크게 활용되고 있다.  



4. 피하고 조심해야 할 사항들


상담이라는 것이 워낙 민감하고 깊이 있는 개인적 영역을 다루는 것이다 보니 조심해야 할 것도 많이 있다. 좋은 상담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며, 특히 나에게 맞는 상담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조심하고 피해야 할 사항들도 있다. 그와 관련된 몇가지에 대해서 말하자면...


1) 미즈넷은 심리상담이 아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다음 사이트에 '미즈넷'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주로 부부관계나 가족 이슈 등과 관련하여 제목처럼 "미즈"분들이 글을 많이 올리는 공간이었다. 그 접근성이나 핫한 주제들로 인하여 상당한 인기를 끌었으며, 심리적 이슈가 생기면 거기에 먼저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그런데 이는 절대로 심리상담이 아니다. 비전문가들끼리의 의견교환 장소일 뿐이다. 이것을 심리상담과 혼돈하면 절대 안된다. 만약 당신의 오른쪽 배가 심하게 아프다고 가정해보자.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인가? 친구들끼리 모여 앉아서 증상을 토론하고 개인적으로 적용했던 처방과 대책들을 공유한다고 해서 배가 아픈 것이 해결되는가, 아니면 제대로 병원에 가서 진찰과 검사 후 투약과 치료를 하는 것이 맞는가?!


2) 온라인의 심리상담 후기는 안 믿는 것이 좋다!

최근 온라인 마케팅이 활성화되면서 심리상담을 검색하면 많은 사람들의 상담 후기들이 올라오는데, 이는 거의 믿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심리상담의 내담자들은 자기 얘기를 그렇게 쉽게 온라인에 공개하지 않는다! 심리상담을 받은 후 길에서 상담선생님을 만나도 아는 척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그때의 아픈 기억들이 되살아나거나 많이 힘들었던 시절의 일들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잊고 싶어하거나 혹은 정말 기억 속에서 잊혀진 시절의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라인 상에서 음식점 소개하듯이 자기가 받아본 심리상담센터가 좋더라 하는 경우들은 대부분 광고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대신에 폐쇄적 형태의 온라인 자조모임 같은 곳의 상담후기나 댓글 등이 진정한 상담 후기나 소감 등인 경우는 많다. 게다가 심리상담전문가들은 온라인 마케팅 같은 거 잘하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경우가 많다.


3) 온라인을 통한 상담 시에는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말라.

최근 온라인이나 혹은 채팅을 통한 상담 프로그램 등이 많이 늘어났다. 상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고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저렴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하긴 이제는 AI 상담가도 있는 정도이니까! 하지만 대면관계가 아닌 상태에서의 상담의 경우에는 상담자를 선택할 때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심리상담이라는 것은 개인적 영역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온라인에서의 비대면 관계의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를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라인 & 비대면 상담 시에 구체적인 직업이나 나이, 이름 등을 밝히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온라인 상담이나 채팅상담의 경우 상담자도 신원을 밝히지 않고 닉네임(예를 들어 레오 등)을 사용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4) 상담비로 싸우지 말라

상담에서 아주 예민한 문제 중에 하나가 상담비와 관련된 문제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상담비로 옥신각신하거나 싸우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상담비 문제로 실랑이를 하다보면 심리치료나 상담을 위한 신뢰로운 관계를 해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담비를 들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신이 계획한 비용에 맞는 상담자를 찾아가면 된다. 그리고 상담가도 일종의 직업이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와 관련하여 적정수준이라고 생각되는 상담비를 책정할 권리도 있다. 그게 맞지 않으면 그냥 맞는 사람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상담비와 관련된 조정이나 협상이 너무 오래되면 건강한 상담관계 형성 자체가 방해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부수적인 문제들로 인하여 가장 중요한 핵심적 이슈의 손상이 가해지는 것이다.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생각하는 수준에 비하여 너무 비싼 상담비라면 안 가면 되는 것이다. 만약 충분히 능력이나 자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담비만 높으면 아마 알아서 망할 것이다. 굳이 실랑이를 하거나 욕을 할 필요도 없다. 다른 적합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비용을 요구하는 서비스 제공자를 찾으면 된다.




사람의 신체적 문제를 다루는 의사에게는 다른 직업에 비하여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필요하며, 환자의 권리와 개인정보를 엄격하게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요구된다. 심리상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신체적인 문제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며 비가시적인 마음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오히려 신체적인 이슈를 다룰 때보다도 더 조심스럽고 엄격한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심리학이 대중화되고 심리상담 서비스 자체가 활성화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동시에 관련된 부작용이나 문제들도 증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의료 서비스의 경우에는 국가에서 그 내용과 과정을 직접 관리하고 통제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심리상담의 경우에는 국가적 관리나 개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부분들이 많다.


이와 같은 문제와 관련하여 전문가나 혹은 전문가를 관리하는 조직 차원에서의 노력과 실행이 필수적이다. 상담전문가의 윤리교육 강화 및 철저한 수행관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장치들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 하에서 어느 정도는 내담자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올바른 선택을 할 필요도 있다. 만약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공식적인 책임을 지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의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의료법 위반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으나 불행히도 심리상담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반적 법률의 범위 내에서만 그 책임을 묻고 처벌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좀 더 신중하고 올바른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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