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박사 레오 Mar 25. 2020

상담은 그냥 대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담 선생님도 사람입니다. 상담과 심리치료적 대화

Photo by Steve Halama on Unsplash



상담과 심리치료, 기업의 경우에는 코칭이라는 이름의 활동을 주로 하다 보면 많이 듣는 얘기들이 있다.


상담이 뭐 하는 거예요?

그게 정말 효과가 있어요?

어떻게 대화만 해서 사람이 변화하지?


솔직히 이와 같은 질문들에는 대답을 해도 안 해도 결과는 똑같다. 왜냐하면 위의 질문들은 보통 상담이나 심리치료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능한 상담자들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신뢰를 만들어가는 능력이 있을 수도 있으나 어찌 되었건 그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상담에 대한 신뢰는 있으나 그 방법이나 가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들도 있다.


선생님, 저랑 저녁 드시면서 상담 좀 해주시면 어떨까요?!

아.. 그러잖아도 요즘 제가 우울증이 왔었는데, 담배 한 대 피면서 상담 좀 해주세요.

그냥 한 시간 정도 대화만 해주면 되는 건데 뭐가 그렇게 비싸요?


이와 같은 경우는 상담의 필요성이나 효과성에 대해서 막연한 인식은 있으나 진지한 수준으로 들어가면 아직 상담이나 심리치료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이다.



1. 상담, 특히 심리치료는 초고도의 집중과정입니다.


상담이나 심리치료는 상담자 입장에서는 초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활동이다.


1시간(정확히는 45분이나 50분 이내) 동안 내담자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 계속해서 집중하고 모니터링해야 하며, 동시에 내담자의 말투나 감정 변화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내담자가 말하는 내용에 대해서 과거의 말들과 비교하여 연계시켜야 하며, 본인의 입장에서 지각한 바를 말하지만 상대방은 어떻게 느꼈을지에 대해서도 추론해야만 한다. 또한 50분을 잘게 나누어 초기 도입 및 라포 형성, 금번 상담에서의 이슈 도출, 이슈 전개 및 과거의 내용과의 통합과 연계, 그리고 30분이 넘어가면 슬슬 종결을 위한 준비와 분위기 조성을 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과정들이 제대로 진행이 되려면 조용하고 집중이 가능한 상담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상담자의 심리적 및 신체적 상태도 중요한 요소이며, 내담자의 심리적 및 신체적 상태도 당연히 중요하다. 그래서 상담 스케줄 중간에는 이전 내담자와의 상담을 정리하고 새로운 내담자를 맞이하여 백지상태로 다시 시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처럼 상담이나 심리치료는 치료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집중하고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2. 전화 상담의 제한점


최근 코로나 등으로 인하여 상담 관계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상담센터의 경우에도 재택근무로 인하여 대면 상담이 모두 취소가 되었으며, 긴급한 경우에는 전화상담 등으로 대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가능하면 전화 상담을 피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전화로 상담을 하게 되면 내담자의 상태나 변화를 감지하는 과정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Zoom의 경우에는 얼굴 표정과 행동이라도 보이니 낫다. 그렇지만 전화 상담의 경우에는 얼굴 자체가 안 보이며,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


특히 내담자의 경우에도 전화상담은 문제가 된다. 내담자가 집중해서 상담을 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에서 전화를 하라고 부탁은 한다. 하지만 상담을 하다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 한 방에서 상담을 하다가 누가 들어오면 전화를 하면서 밖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엘리베이터 누르는 소리와 동네 애들이 떠드는 소리 등이 들리는 것을 보면 아마도 동네 놀이터 벤치 같은 곳에 자리를 잡으신 것 같다는 추측이 드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전화 소리 중에 담배를 피우시는구나 라는 판단이 들 때도 있다.


상담이나 심리치료란 상담자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내담자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고 방해받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서 내담자의 이슈가 진지하거나 증상이 심할수록 가급적 전화 상담을 피하며, 정보 전달이나 컨설팅에 가까운 상담, 혹은 아주 긴급한 위기 상황의 경우에만 전화 상담을 하는 편이다.



3. 상담이 만능은 아닙니다.


몸살 기운이 있을 때 약국에 가서 쎈~ 약을 처방받아먹고 나면 금방 몸이 괜찮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주사를 한방 맞으면 온 몸의 변화가 금방 느껴진다. 그런데 상담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느낌을 얻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리고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만능인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은 이상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상담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상담이나 심리치료는 사람 대 사람 사이의 대화 형식을 갖추고 있다. 그나마 병원 정신과 등에서는 상담자나 치료자가 흰 의료가운이라도 입고 있어 시각적인 차별화라도 된다. 하지만 병원 외의 장소에서는 소위 사복을 입고 상담하는 경우가 많아 외적인 차별점은 없다고 봐도 된다. 게다가 젊은 세대들이 많은 회사들의 경우에는 정장이나 넥타이 등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강의가 끝나고 바로 가는 경우에 어색하고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래서 그런 회사에 상담하러 갈 때에는 일부러 소위 찢청을 입고 가거나 그전에 일정이 있더라도 캐주얼 정장을 입고 갔다가 넥타이는 풀고 들어가기도 한다.


이와 같이 외적인 차별점도 없고 가시적인 치유 활동(복약이나 주사 등)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담자의 심리적 영역에 대해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요소는 치료자와의 '신뢰 로운 관계'이다. 즉, 치료자가 나를 돕고 지원해줄 것이라는 신뢰와 믿음, 그리고 그에 기반한 치료자와 내담자의 상호작용,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오는 대안과 해결책들을 믿고 적용해보기 등이 상담과 심리치료의 핵심과정이다.


거꾸로 보면, 상담자나 치료자와 충분한 신뢰관계가 형성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유명하고 유능해 보이는 상담자를 만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왜냐하면 상담자나 치료자 입장에서는 내담자의 특성에 맞춘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한다고 해도 내담자가 이를 수용하거나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내담자와 상담자가 충분한 신뢰를 형성하고 오랜 기간의 관계 경험까지 있다고 한다면 거의 모든 심리적인 문제들에 대한 최적의 해답과 솔루션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다.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의 신뢰와 관계에 따라 상담이나 심리치료는 만능이 될 수도 있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수도 있다(단, 심리적 영역에 국한하여!).



4. Psychological Mindedness를 가지라


Psychological Mindedness라는 개념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심리적인 측면을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자녀가 ADHD인 경우 심리검사를 해보면 내면에는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가득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부모님께 '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고, 상당히 우울한 상태입니다!'라고 피드백을 해주게 된다. 그런 경우 어떤 부모들은

'우울하다고요? 쟤가요? 헐~ 우울한 애가 그렇게 정신없이 산만하게 군답니까?'

라고 답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부모가 자녀의 마음을 들여다볼 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즉 Psychological Mindedness가 없는 것이다.


리더들의 경우에도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나간 부하직원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는 경우들이 있다.

'제가 얼마나 잘해줬는지 아세요? 제 후계로 생각하고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도전적인 과제도 많이 주었으며, 좀 더 유능한 직원으로 성장하도록 적극적으로 피드백도 하고 가르치는 데에도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그런데 나갈 때 인사도 없이 나가고, 제가 힘들게 했다고 하는데 정말 열 받았어요!'

 이 경우에도 본인의 의지와 의도만 중시할 뿐이지 그 상황에서 느꼈을 부하직원의 부담감이나 스트레스 등은 전혀 보지 못하거나 보았다고 하더라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이 또한 Psychological Mindedness가 없는 것이다.


심리상담이나 심리치료도 마찬가지이다. 기본적으로는 Psychological Mindedness가 있어야만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아니요, 그냥 제 얘기를 들으시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해서 딱 처방을 주시면 되는 거잖아요! 들어봐서 그 말이 맞다 싶으면 제가 할게요!'

라는 표현은 전형적으로 Psychological Mindedness가 없는 경우에 나오는 반응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노력이 없으며, 상담이라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말하면 솔루션이 툭 튀어나오는 기계적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나 다른 사람들의 마음 상태를 보고 느낄 수 있는 Psychological Mindedness를 키우는 것은 항상 중요하다. 그래야만 자신이나 타인이 마음이 지치거나 힘든 것을 적시에 신속하게 감지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나 자신의 심리적 행복이나 타인과의  행복한 교류를 위해서 필수적인 능력이다. 결국 상담이나 심리치료는 이와 같은 마음을 보는 자세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고도의 전문적인 집중적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을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171


https://brunch.co.kr/@mindclinic/134


https://brunch.co.kr/@mindclinic/28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