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선생님도 사람입니다. EAP에 대한 이해
'영화 같은 곳에서 보면 장의자에 누워서 이야기를 하던데.. 여기는 안 그러네요..'
'제가 예전에도 상담을 받아보았는데, 그때에는 어린 시절부터 살아왔던 얘기를 다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그런 얘기는 안 물어보시네요? 그걸 모르고도 상담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제가 상담한 내용에 대해서 회사가 알고 있나요? 혹시 제게 불이익이 있거나 나중에 나쁜 의도로 활용될 수도 있잖아요?'
'왠지 문제를 풀다가 만 것 같은 느낌입니다. 상담을 좀 더 할 수는 없는 건가요?'
제가 박사과정이던 시절,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모 외국계 회사에서 '직원들이 스트레스받거나 마음이 힘들 때 24시간 아무 때라도 119처럼 전화로 상담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돈이 얼마나 듭니까?'라는 문의를 받았습니다.
비록 비용 문제나 현실적인 이슈들 때문에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당시 그 회사의 마인드 자체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회사가 원하였던 것이 바로 요즘 EAP라고 하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상담 시스템이었던 것이지요.
그러고 나서 20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많은 회사들이 회사의 중요한 복지제도 중 하나로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회사에서 비용을 제공하는 상담이 일반적인 상담과 다른 점들로 인한 혼란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 한번 정리하고자 합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상담과 개인적으로 받는 상담의 형식적인 차이는 바로 회기 문제입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상담의 경우에는 보통 회기 제한이 있습니다.
만약 개인이 자기 돈을 내고 상담센터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는 경우에는 횟수의 제한이 없습니다.
본인의 경제적인 여력이 되는 만큼 상담을 받으면 됩니다.
그런데 회사 상담의 경우에는 보통 횟수 제한이 있습니다.
보통은 5회, 길게는 8회 등이며, 미국의 경우에는 10회 이상을 제공하는 곳도 있기는 합니다.
어찌 되었건 몇몇 사람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막고 회사가 무한정 비용을 감당할 수는 없기 때문에 상담 횟수의 제한을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로 인해서 회사 상담과 개인 상담을 큰 차이를 보입니다.
보통 10회 이내의 상담을 받게 된다면, 이는 단기 상담에 해당합니다.
단기 상담이라고 하면 보통은 현재 고통받고 있는 혹은 해결하고자 하는 이슈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한된 기간 내에 구체적인 변화 등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회기 제한을 고려한 현실적인 기대를 하지 않고 장기 상담에 준하는 기대를 하고 회사 상담을 이용한다면, '상담이 별로 효과가 없었다'라고 느끼거나 '얘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하는데 상담이 끝났다'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저도 개인 상담의 경우에는 최고 3년까지도 연속해서 상담을 했던 분도 계십니다(결국 진정한 상담 종결은 5년 후에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희 회사에서 제공하는 사내 상담 센터의 경우에는 특별한 경우(상당한 고위험군이나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 법적 문제, 혹은 극단적 선택 시도하셨던 분 등)가 아니라면 보통 5회 혹은 10회 이내로 상담을 끝마치게 됩니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무한정 혹은 1년 내내 받는 상담과는 분위기나 진행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상담을 받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특정 문제의 해결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해야 단기간에 최대의 상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상담 효과나 개선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상담비'입니다.
그래서 상담비를 누가 내는지에 따라 상담에 대한 기대나 효과가 다릅니다.
이와 같은 점에서 회사 상담과 개인 상담은 차이를 보입니다.
보통 (정설은 아니며, 정확한 연구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담비가 비쌀수록 상담 효과는 커집니다.
이는 상담비가 비싸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상담의 효과가 좋다기 보다는
상담비가 비싼 경우 내담자의 몰입과 집중이 높아진다가 좀 더 정확한 해석입니다.
즉, 상담비를 본인이 내고, 많이 낼수록 그에 상응하는 혹은 투자한만큼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의도가 강해집니다.
따라서 더 열심히 참가하고 몰입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 상담은 내담자 본인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그 비용을 대신 지불합니다.
그래서 일반적 상담에 비하여 내담자의 개방성이나 적극성, 그리고 상담과정에서의 집중과 몰입이 적은 경우들이 일부 있습니다.
본인이 비용을 내는 경우에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식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회사 상담에서는 '호기심에 한번 들러본' 경우들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두가지 태도는 상담 결과 상에서도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회사 상담과 같이 상담 횟수가 충분하지 못하고 일정 회기 내에서 끝나야 하는 경우라면 궁극적인 변화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단기 상담의 경우에는 더욱 더 내담자 분의 집중과 몰입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회사 상담의 경우에는 기대했던 것 만큼의 효과를 경험하지 못하거나 이전에 했었던 개인 상담과는 다른 느낌을 받게 되곤 합니다.
회사 상담과 개인 상담의 차이 중 하나는 상담 내용 상 차이입니다.
회사 상담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직장인이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기쁨도 그들의 아픔도 회사와 관련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담 내용 중에는 회사와 관련된 내용들이 많을수 밖에 없습니다.
회사 상담의 경우 회사 업무를 수행하는 중 발생하는 문제들을 상담하는 비율이 높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이 때문에 회사 상담의 경우 기업 상담이나 혹은 조직 내 이슈를 다루는 상담자를 요구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회사 상담에서는 모두 회사 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슈로 오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구성원이 개인적 이슈로 스트레스가 많은 경우 회사 업무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개인적 이슈를 해결하여 개인적 차원에서의 심리적 안정과 만족이 증가한다면 회사에서의 생활이나 업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당당하게! 회사 상담에서도 개인적 이슈들을 상담하셔도 됩니다!!^^
개인 상담의 경우에는 큰 이슈가 되지 않으나 회사 상담에서는 이슈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상담 정보나 내용의 보안입니다.
즉, 비밀 유지가 되는지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회사 상담의 경우 비밀 유지 여부에 대하여 확인하거나 혹은 불안해 하는 경우들이 매우 많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회사 상담이건 개인 상담이건 내담자 분의 개인적 정보나 프라이버시는 동일한 원칙에 준하여 준수합니다.
저희 회사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물론 저희도 상담비를 정산받으려면 보고는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개인 정보들이 절대로 드러나지 않고 개인적 프라이버시를 준수하는 수준으로 보고를 하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노주선이라는 내담자 분이 팀장님과의 갈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내적인 우울과 적대감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임.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5회의 상담을 받았음'의 경우가 있다고 할 때, '37번 내담자, 총 5회, 상담 주제 : 대인관계' 수준 정도로 보고는 합니다.
즉 누가 상담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으며, 검사를 받은 경우에도 검사 결과를 개인에게만 전달하지 회사에는 전달하지 않습니다.
만약 이와 같은 기본적 가이드라인에 대한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예 서비스 제공을 거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7번 내담자, 총 5회, 상담 주제 : 대인관계' 정도의 보고가 되는 것도 싫으시거나 개인 정보 보호나 프라이버시가 계속해서 걱정된다고 하시면 그냥 개인 비용으로 회사와 상관없는 상담을 받으시면 됩니다.
회사로부터 몇십만원 혹은 몇백만원의 비용을 회사에서 대신 지불해주는 혜택을 받는 대신에 그냥 그 비용을 본인이 내시고 편하게 상담을 받으시면 된다는 것입니다.
회사 상담과 개인 상담의 경우 상담자의 자격 자체에 크게 다른 점은 없습니다.
물론 상담자의 경험이나 성향 상으로 전문가 개인적 차원에서 회사 상담이나 개인 상담 중 어떤 상담을 선호하는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다 따져보고 상담을 받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힘들 뿐 아니라 내담자 입장에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들은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 상담이나 심리치료 수련 과정 중에는 아동과 청소년, 성인과 노인, 개인적 문제와 조직 내 이슈 등과 관련된 상담과 치료에 대한 학문적 공부와 수련을 합니다.
또한 보통 10년 이상 된 전문적 상담을 수행해 보신 분들의 경우에는 솔직히 안 다루어 본 주제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장 내 문제들은 다룰 수는 있습니다.
속된 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내담자 분들을 도와주다 보면 상담자도 간접적인 '산전수전'을 다 겪게 되며, 그와 관련된 솔루션이나 전문적인 지원 노하우와 경험을 가지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자격(예를 들어 한국심리학회 공인 자격증 등)을 갖추신 분이라고 하면 상담자의 자격이나 성향 문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상담자의 입장에서만 말씀드리면) 어떤 문제를 가져오시더라도 기본 이상의 충분한 상담은 가능하며, 혹시라도 더 적합하고 좋은 상담자가 있다고 생각이 되면 그 분을 추천해 드릴 겁니다.
오히려 내담자분들이 상담자의 외적 조건이나 자격 등을 보고 어느 정도 신뢰하고 의지하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인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 제가 회사에서 비용을 내주는건데, 개인적인 문제를 상담받아도 되나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시잖아요? 그렇다면 그 정도 지원은 받아도 되죠?! 뭐가 문제에요?! 그리고 개인적 문제가 해결되면 편안한 마음으로 더 즐겁고 열심히 직장생활하게 되겠죠?! 뭐가 문제에요??!!^^'
'그래도 회사에서 제가 상담 받은 것을 알까봐 불안하고 걱정되요!'
'네, 그럴 수 있죠. 일단 저희들이 철저하게 비밀보장의 원칙은 지켜 드립니다.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미더우시거나 의심이 자꾸 생기시면, 그냥 개인적으로 비용 지불하면서 회사와는 별개로 개인상담을 맘 편하게 받으세요!'
'상담을 받으면 어떻게 하는거에요? 뭘 준비해 가야 하나요? 정말 도움이 되기는 하나요?'
'제가 다 설명을 드릴 수는 있지만요, 일단 상담을 한번 받아보시면 확실하게 알게 됩니다!
뭐 회사가 돈 내주는데 뭐가 그리 걱정이세요^^
이나저나 본인에게 도움이 되니 편하게 성격검사도 한번 해보시고요~ 상담도 받아보셔서 직접 체험해 보시면 되죠^^'
'상담 마치신 소감이 어떠세요?'
'흠 처음에는 별 기대없이 왔습니다. 그냥 회사에서 하는거라 좀 의구심도 있었고, 궁극적인 문제해결은 안하면서 괜히 이런 걸로 땜빵하려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근본 문제나 조직에서의 문제들이 해결된 건 아니지만, 저 자신을 이해하고 제가 스스로를 괴롭히던 부분들도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팀장님과의 관계도 많이 나아졌습니다. 스트레스가 좀 풀리고 그동안 쌓였던 것을 해소해서 그런지, 잘해주려고 노력하시는 부분도 보이구요 저도 좀 좋게 소통하려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