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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Nov 12. 2019

상담가가 힘든 이유

상담 선생님도 사람입니다. 상담자의 사명

Photo by Nik Shuliahin on Unsplash



상담과 심리치료, 혹은 코칭을 전공으로 하면서 전문가도 마음의 상처를 받고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또한 내 일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숙명이다. 그래도 가끔 다치고 속상하고 안타까울 때가 있는 것 사실이다. 상담가도 힘들 때가 있다.



1. 상담과정 자체가 힘든 감정을 다루는 것이다.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오는 경우나 혹은 나의 조언을 필요로 해서 오는 경우에는 마음의 평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 안에는 불안과 우울, 심리적인 고통들이 가득한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분노가 가득차 있는 경우에는 더욱 더 힘들다. 왜냐하면 그 분노는 필연적으로 상담가를 향하기 때문이다.


상담과정에서는 인간사에서 겪는 모든 일들이 재경험 된다. 밖에서 타인들과 갈등을 많이 겪는 사람의 경우에는 상담가와도 갈등을 겪는다. 세상사에 불안감이 많은 사람은 상담에 대한 불안도 가득하다. 끊임없이 상담의 비밀보호 원칙을 확인하며, 자신이 상담 받은 것 때문에 장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에 대해서 걱정한다. 내적으로 분노가 많은 사람들은 상담가에게도 당연히 분노를 표현한다. 상담시간이 조금만 늦거나 혹은 분위기 상 조금만 일찍 끝나도 왜 정당한 대우를 안해주느냐고 화를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이 곧 상담의 생생한 치료 도구가 된다. 상담 속에서 표출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된 과정과 감정의 내용, 그리고 그 감정들을 해결하는 과정들을 반복하면서 건강한 문제해결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학습한 방법들은 세상에 다시 나가 밖에서 겪은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적용하게 된다. 그 결과 삶의 문제들이 해결되고 감정은 덜 다치게 되며, 치유와 해결이 발생하게 된다.


어찌되었건 상담 과정에서는 밖에서 자주 경험하는 불안과 분노, 공격성과 비난 등 모든 과정들이 집약되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어찌되었건 이를 견디어야만 하고, 세상과는 다른 건강하고 치유의 방향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 이 과정 자체는 상담가에게도 부담이 되고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상담가는 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자기감정을 관리하는 능력이 보통 사람보다 우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상처를 안 받는 것은 아니다ㅠ

그래서 상담가는 힘들 때가 많다ㅠㅠ



2. 도와주고도 욕먹을 때가 많다.


그나마 상담이 지속되어서 좋은 결과를 보였을 때에는 그래도 낫다. 왜냐하면 과정을 극복하고 이겨내서 내담자도 건강한 방법들을 학습하였을 것이며, 학습한 내용을 상담가에도 적용하여 좋게 마무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 세상사가 다 원하는대로만 돌아가겠는가?! 그 과정에서 이와 같은 불편한 감정을 다루어 좋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의 과정을 견딜만한 충분한 인내가 없다면 불편한 감정을 가진 채로 상담이 종결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를 보통 'Drop'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자기 마음을 보여주고 털어놓았던 과정이 있기 때문에 세상에서 겪던 갈등을 더욱 격하게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곧 상담가에 대한 분노나 적대감도 격해진다는 의미와도 통한다. 그래서 그동안 큰 도움을 주거나 위로와 힐링의 과정을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적대감과 분노, 그리고 세상에 들어보기도 힘든 쌍욕을 듣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낸다면 그게 무슨 전문가이겠는가? 그래도 상담가는 정신잡고 (drop된) 상담으로 인한 후유증이나 문제가 최소화되도록 집중해야 하며, 혹시라도 다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혹은 다른 상담가에게라도 꼭 가도록 하는 전문가로서의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분명한 것은 그분들과 맞짱을 떠서 쌍욕을 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그분들은 그런 패턴 때문에 힘들어서 오신 분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적어도 상담에서만큼은 세상과 동일한 결과(내가 분노를 표현하였더니 상대방도 쌍욕을 하면서 모두 안 좋게 끝나는 결과)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온전하게 상담가에게 있다.


그렇다고 해서 상처를 안 받는 것은 아니다ㅠ

그래서 상담가는 더 힘들 때가 많다ㅠㅠ



3. 상담가에 대한 고마움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담자분께서 많이 노력하여 상담을 잘 마치는 경우 마지막 시간은 보통 눈물 바다가 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 상담에 찾아왔을 때의 힘들었던 기억과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 했던 노력들, 그 과정에서의 위기들과 그것을 또 이겨내기 위해 했던 노력들, 그리고 상담을 시작할 때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오늘의 행복감과 편안함 등을 얘기하다보면 울컥하기 마련이다.


이런 감정은 상담가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그 과정을 내내 보았을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조망하는 관점을 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내담자분이 느끼시는 것보다 훨씬 더 감동적인 결말을 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좋게 종결을 하게 되는 내담자분들을 보면 상담가로서의 보람과 힘을 얻게 된다. 그러면서 남을 도와주는 직업들이 가지는 나름대로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다시금 확인하고 되새기게 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더 이상의 기대와 요구는 금물이다. 이제 내담자분은 건강해진 모습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며,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된 일상에서는 상담에 대한 기억이나 상담가가 자리잡을 공간은 없다. 게다가 이미 건강한 행동들은 습관화되었기 때문에 굳이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상태이다. 상담과정에서처럼 '상담 선생님이 뒤에서 계속 말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거나 의식적으로 그런 노력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상담에 대한 기억과 상담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건강한 삶 속에서 잊혀간다.


그럼 서운할 때 없느냐고? 솔직히 인간인데 어찌 하나도 안 서운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진정 건강해진 모습의 일부라면 흔쾌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상담 선생님만 그렇겠는가? 3년을 정성들여 교육한 제자들이 학교를 떠나가면서 선생님에게 감격의 눈물을 보이며 말한다.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평생 선생님을 꼭 기억하고, 그 은혜를 잊지 않을께요!!' 하지만 잊혀져 가는 것이 정상이고 그것이 인생이다. 좀 더 경험이 쌓이고 반복해서 이런 일을 겪다 보면 금방 해결될 수 있다.




가끔 상담가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 때가 왜 없겠는가?! 그러나 다른 어떤 직업은 안 그럴까?! 모두 마찬가지이다. 어떤 일이든 하다보면 다 힘든 점이 있고, 또한 나름대로의 기쁜 일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을 반복하면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서면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어느 정도 안정감을 가지고 직업적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가끔 되돌아 후회를 하기도 한다.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고 잘했으면 그 내담자분들이 drop되지 않았을텐데..ㅠㅠ 그럼 아마 그분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시기를 보낼 수 있었을텐데..ㅠㅠ 실은 이런 후회와 안타까움이 많은 직업이 바로 이 직업이다. 왜냐하면 사람과 관련되어 가장 민한 직업 중 하나며, 그 중에서도 감정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더욱 그런 후회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또 상처를 받기도 한다ㅠ

그래서 상담가는 더욱 힘들어지기도 하다ㅠㅠ


하지만 이제와서 어쩌겠는가?! 대신 '앞으로 뵐 내담자분들에게 더욱 노력하는 수 밖에 없지!'라는 나름대로의 합리적 사고로 마음을 달래고 다음 내담자의 상담노트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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