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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Nov 27. 2019

전문가의 품격

진정한 전문가의 행동규범

Photo by Helloquence on Unsplash



1. 철저한 자기 성찰과 수련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것은 해당 분야에 대하여 많은 정보나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해당 분야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한 풍부한 경험 및 해결과 관리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문가 수준에 이르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투자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야 하는 과정이다.


심리학, 그 중에서도 임상 심리학이라는 전공을 가지고 있는 나의 경우에는 전문가 자격을 획득하기 위한 수련과정만 해도 10년 가까이 되며, 정신과나 심리치료 전문기관에서의 심리검사와 심리치료, 그리고 관련된 연구 실적 등 비교적 엄격한 자격과 절차를 요구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도전하는 코치 자격증의 경우에도 제대로 된 코치 라이센스의 경우에는 임상가가 되기 위한 과정만큼이나 고되고 엄격한 훈련과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분들이 공감하시는 이야기이겠지만, 막상 전문가 자격을 획득하고 나서 본격적인 전문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제부터 시작이구나!!ㅠㅠ'이다. 즉, 전문가로서의 자격을 획득하기 위한 수련과정은 기본 과정이며 필수과정일 뿐 그 과정 자체가 전문가의 품격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단지 이제 좀 어디가서 전문가라고 말을 시작할 수 있을 뿐이며, 앞으로 더 큰 수련과 훈련이 필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 표현하는 속담이 바로 '선무당이 사람잡는다'이다. 전문가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타인들을 도와주고 이롭게 하는 사람이지만,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선무당 같은 전문가들의 전문성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타인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2.  언행을 삼가하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한 개인 자격이라면 무슨 말을 해도 무슨 상관이겠는가?! 하지만 전문가라는 지위와 역할이 부여되는 순간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언행을 해야 한다. 이를 조절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말을 하지 말거나 전문가라고 밝히지 않으면 된다. 타인이 나를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가 표현하는 한마디 말에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만 한다.


길을 가던 낯설고 모르는 사람이 '어이~ 얼굴이 우울해 보이네! 관상이 안 좋아!!'라고 말한다면 그냥 썅욕을 하고 지나가버리면 된다. 왠지 찝찝하고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지만 크게 관심을 두거나 심각하게 고려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 같은 말이라 생각하고 무시하면 된다. 그런데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이, 그것도 심리전문가가 심리검사 결과지를 앞에 놓고 검사 결과와 상대의 얼굴을 번갈아보다가 '요즘 무슨 일 있으세요? 왜 이리 우울하시죠?'라고 진지하게 묻는다면 없던 우울감도 생길 수 있다.


전문가로서의 언행이 고객이나 내담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상대를 전문가로서 인정을 안하는 사람이야 그 말을 믿지 않고 무시하겠지만, 전문가에게 의지하고 있는 상태일 경우 전문가의 말은 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힘들게도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무리 신중하게 생각하고 조심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 바로 전문가의 언행이다.


방송에 나와 전문가로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여 대중적인 인식을 제고하고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전문가의 역할 중 하나이다. 그런데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거나 인기를 얻기 위해 자극적인 발언과 위험스러운 표현들을 함부로 남발하는 일부 전문가들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그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 자극적인 언행으로 개인적 인기와 돈을 벌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말에 누군가는 상처를 받거나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음에 항상 주의해야만 한다. 그래야 진정한 전문가이다.



3. 존중하는 사람이 존중받는다 지적인 사람은 지적을 아낀다.


정신과에서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일을 한다. 의사와 간호사는 기본이고 심리전문가 외에도 언어치료, 사회사업가, 작업치료전문가 등 다양한 치료전문가들과 지원파트가 있다. 심지어는 환자들을 관리하는 건장한 보호사분들도 함께 일한다.


그렇게 많은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다보면 협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때로는 전문가들 간에 전문영역을 두고 벌이는 미묘한 신경전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전문영역에 상관없이 존경과 존중을 받는 분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자신의 전문성과 상관없이 다른 전문가를 존중한다는 점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다른 분야의 전문가를 존중하지 않는 전문가는 자신이나 자신의 전문성에 대해서 존중받지 못한다.


그분들은 항상 겸손하며 신중하고, 자신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말하며 이를 채워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다른 전문가들이 기꺼이 자신의 전문성을 다해 진심으로 지원하고 돕게 만드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120%의 치료 효과를 보이게 된다. 이로 인해 그분들의 환자나 고객분들은 치유와 해결을 얻게 되며, 그 전문가에 대해 더욱 큰 신뢰와 믿음을 가지게 된다.


존경과 신뢰를 얻는 전문가의 길은 이런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것이 바로 전문가의 품격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말로 하기는 쉽다. 하지만 진심으로 이를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단기적 관점이나 눈 앞의 이익에만 집중한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4.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라 타인의 티끌보다는 내 안의 들보에 집중하기 


개인적으로 가장 불편한 전문가는 '나 아니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다. 아무리 훌륭한 전문성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나만 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비-전문적 사고이며, 결국에는 부정적인 결과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일시적으로 혹은 단기적 관점에서는 본인의 생각이 맞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혼자만이 남게 될 것이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능력한 전문가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를 '오만(傲慢/arrogance)'이라고 한다.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가장 주의해야할 것이 바로 이 '오만'이다. 왜냐하면 '오만'이 생기는 순간 타인의 의견과 피드백에 귀를 닫게 되며, 자신 안에 있는 부족함보다는 타인에 대한 무례한 평가와 판단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 안의 들보'를 간과하고 '타인의 티끌'에 집중하는 순간 전문성은 감소하기 시작하며 그 빛이 바래게 된다.


급격한 변화가 일상화되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다. 지금 당장의 전문성이 평생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오늘의 지식과 전문성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겠는가? 지금 당장은 본인이 최고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새로운 정보와 지식으로 무장한 더욱 업그레이드된 전문가는 끊임없이 나오게 되어 있다. 현재의 전문성에 안주하는 순간 지금의 전문성은 구닥다리로 전락하며, 고지식하고 꼰대 정신으로 똘똘 뭉친 도태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타인의 티끌에 집중하여 섣부른 비판과 어설픈 평가를 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들보에 집중하라. 그것이 바로 진정한 전문가의 품격이며, 스스로의 전문성을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의 주의와 관심이 나를 벗어나 경쟁자나 타인을 향하게 될 때 스스로의 성장과 발전은 멈추어 버린다. 그로 인해 결국에는 편협한 편견에 사로잡힌 고지식한 전문가로 전락하게 된다.




모-대학병원에 근무할 때였다. 모-여대를 나오신 사회사업가 선생님과 함께 근무를 한 적이 있다. 물론 외모도 출중하시고 여러모로 매력이 넘치시는 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분의 태도와 마인드였다.


이 글에 나온 품격있는 전문가의 조건을 거의 다 갖추신 분이었다. 항상 겸손하고 신중하셨으며, 다른 영역의 전문가들에게도 항상 존중과 신뢰를 보이는 분이었다. 치료 과정 중 필요한 조언을 구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으며, 그분의 질문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진지함으로 답변하고 돕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그 분이 가지신 전문가의 품격은 결국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그분이 담당하시는 환자분들은 항상 뚜렷한 호전을 보였으며, 특히 소아환자들의 경우에는 괄목할만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그 과정을 보면서 정말 중요한 배움을 하나 얻었다. 그 어떤 전문적 지식이나 스킬도 치료자의 진정성과 마인드를 넘어설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지식이나 스킬을 학습하는 것은 쉽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정보들은 인터넷이나 도서관에 넘쳐난다. 하지만 그 환자나 고객에 대한 진정성과 진지한 마인드는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전문성에 대한 신중함과 지속적인 성장과 개발 요구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를 전문가의 품격이라고 한다.


결국 지식이나 스킬이 부족해서 전문가가 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품격을 갖추지 못해서 진정한 전문가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표현이 참 추상적이고 현실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아마도 진정한 전문가들은 알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진짜 전문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않아도 이해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전문가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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