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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Dec 11. 2019

모든 사람은 심리전문가이다!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Photo by Julian Rivera on Unsplash



1. 누구나 사람에 대한 일가견이 있다.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사람 심리에 대한 전문가이다. 왜냐하면 사람에 대하여, 그리고 사람 심리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일가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이 살아온 과정 속에서 경험에 기반하여 사람에 대한 판단과 평가를 하고 대응하고 관계하는 자신 만의 프레임을 구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프레임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기본적인 원칙과 기준이 되며, 사람들 속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자신의 프레임으로 해석하면서 점점 더 정교화되고 체계화된다.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경우에도 이성에 대한 생각이나 혹은 부모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와 관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온갖 세상 경험을 모두 거쳐 온 노년기의 분들은 더욱 공고한 자신 만의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만약 개인적 성장과정이나 경험에서 사람들과 지지적이고 우호적인 교류가 많았다면 인간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와 평가를 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그래서 타인들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는 우호적이고 긍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면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나 아픔을 많이 경험한 사람은 사람에 대하여 불신하고 의심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경향으로 인하여 실제 대인관계에서 긍정적인 교류보다는 부정적 교류나 경험(예시. 의심으로 인한 긴장, 긴장으로 인하여 자연스러운 관계나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음, 그래서 대인관계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이 강화됨)이 축적될 가능성이 더 높다. 


이처럼 사람들은 지금까지의 경험에 기초하여 "사람에 대한 나름대로의 프레임"을 가지게 되며, 이에 맞추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상호작용을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교류나 상호작용의 결과로 자신의 프레임을 계속해서 구체화하고 정교화하면서 발전시켜 나간다. 이것이 바로 각자의 심리 이론을 형성하며, 그 이론에 근거한 나름대로의 "심리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2.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 주관적인 이론 체계이다. 


이와 같은 개인적 경험에 근거하여 사람 심리에 대한 나름대로의 프레임과 이론을 구성하는 것을 Naive Psychology라고 한다. 굳이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이론적이지 않다는 차원에서의) 순수(한 사람들의) 심리학'(?) 정도가 적당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즉, 복잡한 심리학적 이론이나 체계에 영향받지 않은, 순수한 개인의 경험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이론적) 프레임이라는 의미이다. 


즉, 모든 사람은 각자 사람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 원칙과 기준들은 각 개인들이 살아온 과정 중 축적된 경험의 산물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각자 살아온 인생 과정이 다르며, 또한 똑같인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방법이 다 제각각이다. 그래서 각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신 만의 심리학은 그 모양이나 내용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경험하고 느껴갈수록, 그 사람의 과거와 지금까지의 경험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과거와 경험을 알게 될수록 한 사람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폭이 넓어지고 이해나 수용의 깊이가 깊어지게 된다. 또한 이와 같은 이해의 폭과 깊이가 더해갈수록 한 사람의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매력과 고유성이 드러나게 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상대방의 안에 있는 숨겨져 있던 보석 같은 가치를 발견할 수도 있으며, 그동안 그렇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행동들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된다. 



3. 편견과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라.


그러나 각자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나름대로의 견해와 프레임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 이는 제한된 경험에 근거하여 각자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받아들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체계적이고 리뷰나 조사에 의거한 것이 아니며, 과학점 검증을 거치지도 않았으며, 반대되는 증거들에 대한 진지한 반영도 이루어지지는 않은 편향된 이론 체계라는 한계는 있다. 


예를 들어, 성별에 대한 인식이나 지역에 따른 편견(즉, 지역감정), 그리고 결혼이나 육아에 대한 관점 등 사람과 관련된 다양한 측면에 대한 견해와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이론(?) 체계이다 보니 딱히 정답이라는 것을 정하기도 어렵다. 단적으로 '사람은 원래부터 선한가, 아니면 악한가?' 등과 같은 이간의 본성에 대한 논쟁부터 시작하여, '사랑은 과연 변하는 것인가?'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에 대한 문제는 물론이며,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성숙이 증가되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매력이 줄어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는 철학적(?) 이슈들까지 각자 나름대로의 경험에 따라 주관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각 개인들 간의 프레임은 부딪칠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한 오해와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 제한된 경험과 경험을 통한 (냉철하고 객관적인 과학적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반화 작업으로 인하여 때로는 부정확하고 왜곡된 프레임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왜곡된 프레임은 심리적인 어려움이나 불필요한 갈등이나 대립을 초래하기도 한다. 결혼에 대한 기대와 요구 상 큰 차이가 있는 부부는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우며, 연령 수준에 따른 세대 차이가 큰 직장인들 간에는 직장 내 행동에 대한 프레임(즉, 직장생활에서 갖추어야 할 예의 수준이나 회식에 대한 태도 등)이 서로 달라 갈등의 요소가 된다. 



4. 인정 & 조율이 해결책이다.


이와 같은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첫째는 상대방의 프레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며, 둘째는 나의 프레임과 상대방의 프레임 간에 조율과 타협을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프레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서 나의 프레임에 기초하여 판단하고 대응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서로의 (다른 프레임에 따른) 입장 차이만을 고집하면서 대립이 심화될 뿐이다. 상대는 그런 생각과 가치를 가지게 된 이유가 있는 것이며, 그것은 상대방의 프레임을 인정해야만 볼 수 있다. 또한 내가 상대방도 나의 프레임을 인정하고 수용해야만 이후의 과정들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상대방의 프레임에 대한 인정과 수용이 이루어지고, 상대방도 나의 프레임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충분히 했다면 타협과 조율의 과정이 필요하다. 즉 각자 어느 정도를 양보할 것이며, 상호 간 양보에 기초해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호 간의 인정과 수용이 전제된 타협과 조율은 문제를 풀어나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대한 부모와 자녀 세대는 각기 다른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어른이 되어서야 접하였으며 종이책을 중심으로 정보 획득을 해왔던 경험은 가진 부모들은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문제이며 이를 어떻게 통제하고 줄일지에 대해 집중한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이나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접하였던 청소년이나 자녀 세대는 스마트폰은 그냥 내 신체의 일부와 같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나의 신체의 일부(?)처럼 익숙한 도구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지극히 불편하고 이해를 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직장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칠전팔기(七顚八起)'와 '헝그리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진 리더급의 세대는 '헝그리'한 경험 자체도 별로 없으며 강제와 통제보다는 자발적인 선택과 자율적 의사결정에 익숙한 신세대의 프레임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선은 서로의 경험을 고려하여 각자의 프레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데에서 화합이 시작된다. 그리고 상호 이해에 기반을 두고 적절한 타협점(신세대의 방식을 존중하되 기성세대의 방법도 어느 정도 수용해주기 등)을 찾도록 조율하는 것이 해답인 것이다. 




모든 사람은 사람에 대한 식견과 기준을 가지고 있다. 나름대로의 심리전문가인 것이 맞다. 전문가들 간에도 이론적 관점에 따라서 동일한 현상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취하듯이, 일반인의 경우에도 자신의 경험에 따라서 다른 내용의 심리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은 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도 필요함과 동시에 각자 자신의 심리 전문성을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전문성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자신의 관점(자신이 보유한 사람에 대한 프레임)을 고수하고 변화하지 않으려는 사람을 보통 "꼰대"라고 칭한다. 타인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전혀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론적 관점만을 주장하는 전문가 학계에서나 동료들에게 배척당하듯이, 심리전문가로서의 보통 사람들도 자기 만의 프레임을 주장하고 타인의 프레임을 인정하지 못하면 배척당할 수밖에 없다. 


훌륭한 학자는 나이에 상관없이 업적이나 전문성 수준에 상관없이 열린 마음과 관점으로 자신의 이론을 보다 정교하게 발전시켜 나가듯이, 보통 사람들도 진정한 심리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관점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관점을 가져야 할 뿐 아니라 타인의 심리 전문성(즉 프레임)을 인정하고 수용하고자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을 바로 '성숙'이라고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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