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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Apr 12. 2020

사람 성격이 갑자기 바뀌나요?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사람 이야기. 개과천선의 비밀

Photo by Evan Bollag on Unsplash



"성격이 바뀌나요? 성격은 안 바뀌는 거 아니에요?"

"저는 어려서부터 이런 성격이었어요.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바뀌겠어요?"

"노력은 했어요! 그런데 근본 성격은 안 바뀌는 것 같아요ㅠㅠ"

"저는 그냥 팔자가 그런 거 같아요. 제가 기억하는 한 항상 그래 왔거든요. 아마도 평생을 이렇게 살겠죠...ㅠ"

"내가 이 나이에 무엇이 변하겠어요?! 그냥 이렇게 살래요"




1. 성격은 진짜 바뀌는가?


심리학의 영원한 화두 중 하나는 '성격은 변화할 수 있는가?'이다. 성격이라는 것은 한 개인을 나타내는 심리적인 특징들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특징이 어떤 장소에서나 혹은 어떤 대상에게나 비교적 일관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어렸을 때의 성격이나 특징들은 대체로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성격은 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편이다.


특히 현재가 힘들거나 심리적인 고통을 가지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회의론이 더 지배적이다. 우울감을 겪고 있는 내담자나 혹은 불안 경향이 높아 세상살이가 그리 맘 편하지 않은 고객들의 경우 자신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또한 리더십 교육이나 자기 계발 워크숍 등에서도 이와 같은 의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나아질 수 있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성격은 변화할 수는 있다!'가 정답이다. 하지만 그냥, 그리고 쉽게 변화하지는 않는다. 상당히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들여야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체질을 변화시키는 것과 유사한 과정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2.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성격이 갑자기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장면은 드라마 마지막 회이다. 특히 선한 역과 악역의 구분이 분명하며, 갈등과 대립 구조로 흥미를 자극했던 드라마의 경우에 마지막 회에 가면 뜬금없이 악인이 반성을 하고 사죄하며 모든 갈등과 문제들이 해결되는 방향으로 정리가 된다. 그래서 모든 시청자들의 감정적인 앙금을 해소하고 아마도 잘 살겠지?!라는 긍정적 기대로 마지막 회를 마치도록 해준다.


하지만 이는 그대로 '드라마 마지막 회'에나 나오는 얘기인 것이지,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이다. 현실에서 성격이 바뀌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길고 긴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갑자기, 그리고 쉽게 성격이 변화 할리 없다. 드라마나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부분도 있으나,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힘든 소망과 기대를 대리 충족해주는 기능이 있다. 현실에서는 안 변하는 배우자가 '영화처럼 급-변화하고 개과천선 하기'를 바라는 시청자의 욕망을 대리 충족해줄 뿐이다.


그렇다면 성격은 안 변한다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현실계에서도 성격은 변화한다. 단, 쉽게 변화하지 않을 뿐이다. 성격이 변화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다. 그 첫 번째는 '개고생'이며, 두변째는 '엄청난 노력'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만약 이 두 가지 조건이 충분히 충족된다면 성격은 변화할 수 있으며, 변화된 성격으로 더 나은 삶과 행복을 만들어 갈 수 있다.



3. '개고생'은 문제의식과 변화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다.


일반적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상황에서는 성격이 바뀌기 쉽지 않다. 성격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기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계기는 상황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즉, '개고생'하고 난 후 '아.. 변해야겠구나!'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거칠게 운전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운전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으며, 오히려 자신이 탁월한 드라이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큰 사고를 한번 겪고 나면 자신의 운전 방식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안전 운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마음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데 소홀했던 사람은 본인이 감당 가능한 수준 내에서는 문제의식을 가지기 못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축적되어 심하게 번아웃을 겪고 나면 스트레스 관리의 필요성을 처절하게 느끼게 된다.


이처럼 성격이 변화하기 위한 핵심적 전제조건은 문제의식과 변화 필요성이다. 이는 그냥 오지 않는다. 아주 고통스럽고 힘든 여정 속에서 나온다. 상황이 힘들던가, 아니면 내면의 심리적인 어려움이 극심하던가, 어떤 것이든지 큰 좌절과 심리적 고통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 고통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변화하기도 하고, 아니면 고통 속에서 그대로 방황하기도 하는지가 결정된다.



4.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각고의 노력'이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어려움을 견디며 몸과 마음을 다하여 무척 애를 씀(표준국어대사전 searched by daum)'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사람의 성격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절대 쉽게, 그리고 그냥 오지 않는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고난이나 좌절의 과정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고난과 좌절은 우리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계기를 주고 변화의 밑거름이 된다. 최근 COVID19에 대한 대응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는 그냥 온 것이 아니었다. 메르스라는 전 세계적인 위협이 있었으며, 이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대비가 있었기에 그와 같은 결과가 온 것이다. 게다가 희생적인 의료진의 현신과 노력, 그리고 자신도 힘들지만 그들을 돕고자 하는 국민적인 노력들이 모여서 그와 같은 결과가 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동일한 문제를 반복해서 겪는 것이다. 이는 문제를 거치면서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거나 변화 필요성을 느끼는 수준에서 그쳤기 때문이다. 문제의식과 변화 필요성에 기초하여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각고의 노력과 실행'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성격이란 이미 습관화되고 안정화된 나의 행동 패턴이다.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긴장과 각성, 그리고 동일한 상황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고 그 결과를 검증하는 반복되는 실행과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와 같은 새로운 행동 패턴이 새로운 습관으로 안정화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맞다는 것을 알면서도 충분한 연습을 통해서 습관화되지 않는다면 이는 반쪽의 성공일 뿐이다.




심리치료나 상담 장면에서 상황적인 변인에 의한 심리적 어려움이나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상황이 개선되거나 상황을 견디는 심리적 내성과 대응능력을 향상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격적 문제나 성격장애에 대한 심리치료는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온 행동 패턴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만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하며, 심리치료에 대한 비용도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보통 1년 이상을 심리치료나 상담을 받고 문제 해결되어 종결을 하는 날이면 내담자분들은 엄청나게 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눈물은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시작하던 날의 눈물과는 엄청나게 다른 의미를 가진다. 가장 큰 부분은 문제를 해결하여 심리적 이슈들이 해결될 것에 대한 기쁨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울컥하게 만드는 것은 그 오랫동안의 과정과 노력을 견디고 이겨냈다는데 대한 감격의 눈물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다른 말들이 별로 필요 없다. '고생했어요.. 정말 장해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제가 다 보아왔잖아요!..'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치료자도 속으로는 소리 없는 감동의 눈물을 삼키게 된다.


누구나 크거나 작은 성격 상의 이슈들을 가지고 있다. 이슈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꼭 개선하거나 고치지 않더라도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 있어서 큰 문제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본인이 불편하거나 타인을 힘들게 할 수는 있다. 이것을 개선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본인 스스로의 선택이자 결정이다. 하지만 해결하고 싶은 이슈가 성격적인 것이라면 어설픈 마음가짐으로 덤벼서는 안 된다. 뼈를 깎는 아픔을 겪어야 할지도 모르며, 치료 과정에서 더 아픈 나의 모습과 과거를 들여다보아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또한 필수이다. 치료자는 이를 도와줄 뿐인 것이지, 결국은 본인 스스로 선택하고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단, 노력해보라고 권하고는 싶다. 왜냐하면 과정이 힘들지만, 그 결과로 그동안 상상도 하지 못했던 행복한 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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