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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Sep 16. 2019

사람에 대한 비합리적 신념 3가지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Photo by Jacek Dylag on Unsplash



사람을 한문으로 표현하면 "인간(人間)"이라고 한다. 그 뜻을 나누어 생각해보면 사람 '인(人)'에 사이 '간(間)'이 합쳐져서 "인간"이라는 표현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인(人)'에 대해서 여러가지 해석이 있기는 하나 이를 두 사람이 기대어 있는 모습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즉, 사람의 인생이란, 다른 사람과의 교류나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고 그 안에서(즉,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총체적인 활동을 포함하는 것이 결국은 사람(즉, 인간!)이다. 


이 떄문에 사람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은 모두 "사람"과의 관계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상담이나 코칭 장면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기쁨과 즐거움도, 그리고 분노와 슬픔도 대부분은 '사람'과 관련하여 발생한다. '사람'때문에 웃으며, '사람'때문에 울고, '사람'으로 인해 분노하지만, '사람'으로 치유받는 것이 인생이다. 


그런데 가끔 사람에 대해서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거나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를 통칭하여 "비합리적 신념"이라고 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비합리적 신념'은 받지 않아도 되는 상처를 받게 하거나 혹은 필요 이상의 분노나 좌절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즉, 사람에 대한 합리적 기대만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우리가 '사람' 때문에 받는 상처나 아픔을 반은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비합리적 신념"을 "합리적 기대"로 바꾸는 것만 해도 세상살이가 많이 편안해진다. 



1. 인간이 합리적일거라는 믿음


인간은 기본적으로 동물이다. 동물이라는 것은 기본적인 행동 경향성은 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동물의 왕국'이라는 TV 프로그램을 기억하는가?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동물의 왕국'을 집중해서 보실 때, '저 프로그램이 재미있어요?'라고 여쭈어보았던 적이 있다. 그 떄 아버지는 '모든 인간사가 저기에 다 들어 있단다!'라고 (그 당시의 나의 관점에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대답을 하셨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세상을 오래 살면서 다양한 인간사를 다 겪고 나니 어느 날 '동물의 왕국'에 빠져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버지 생각이 난다. 무언가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당시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무슨 얘기인지 이제는 좀 알것 같다. 동물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의 안위가 중심이며, 약자를 잡아먹고 강자를 보면 피한다. 그것이 생존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이 좋으면 접근하고, 싫으면 피한다! 그것이 바로 동물 행동의 기본 원리이다. 


즉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감정적인 것이 당연하다. 사람들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일 것이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합리적 사고와 행동이 인간의 특징적인 행동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는 우리 뇌 중 합리적이고 이성적 판단과 행동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충분히 성숙하고 발달된 15세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며, 15세 이전에도 충분한 교육과 엄격한 자기 관리를 훈련해 왔을 경우에 가능한 얘기이다! 게다가 사람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면 더욱 더 이기적이고 자기들 중심적으로 행동한다. 


그래서 인간이 기본적으로 합리적일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은 타인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불러 일으킨다. 분명히 자기가 무리해서 끼어들기를 해 놓고도 반성하거나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서로 보복운전을 해 댄다. 집단 이기주의라는 것이 팽배해 자기 동네에 장애인 학교를 세운다고 하면, 극렬하게 반대를 한다. 이런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동은 국가 간의 사건들을 보면 더욱 명확하다. 국가 간의 분쟁들의 대부분은 '힘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며, 타국에 대한 진정한 존중과 이해보다는 자국의 이익에만 촛점을 두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 어디서 합리적인 이성과 타인에 대한 진지한 존중을 찾을 수 있는가? 말 그대로 '동물의 왕국' 실사판에 불과하다. 오히려 인간사를 되돌아 보면 사람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일 것이라는 기대나 믿음 보다는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존재'라고 전제했을 때 더 잘 설명된다. 나와 특별히 좋은 관계에 있어서 기꺼이 희생하거나 나를 위해 자신의 요구를 접어줄 수 있을 정도의 관계가 아니라면 합리적 대응을 크게 기대하지는 말라. 특히 부모는 자녀들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믿음을 줄여라. 그렇지 않으면 부모의 복창이 터질 것이다. 당신들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당신들이 어릴 때에도 딱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2. 사람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믿음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에서 유지태라는 남자 배우가 이영애라는 여자 배우에게 했던 명대사가 있다. 유지태가 이영애에게 정말 애타는 마음으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묻는 장면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고 애절하고 간절한 사랑의 마음을 공감하며 함께 분노하기도 하고 함께 울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성적이고 합리적 기준에서 본다면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것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변하지!!"이다. 사랑은, 그리고 사람은 당연히 변한다!! 연애할 때는 너무 좋아보였던 이성은 결혼한 순간 변한다! 왜냐하면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연애는 (애틋한) 감정적인 교류가 중심인 관계이지만, 결혼은 관계의 촛점이 생활로 바뀐다. 이로 인해 두 사람 간에 발생하는 상호적 역동의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애에 비하여 결혼은 서로 공유하고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나 대상의 영역이 몇배는 확장된다(예를 들어 추석명절 등). 그럼 당연히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감정적 교류의 내용도 달라진다. 즉 '애틋한 연애감정'에서 명절 용돈이나 행사 참석과 관련된 '현실적 신경전과 밀땅'이 상대적으로 급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연애 때 느꼈던 감정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가?


인간은 끝도 없이 변화한다. 상황이 변화하고 내적 요구가 변화하면 변한다! 게다가 상황마다의 감정적 변화까지 고려한다면, 사람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분명히 비합리적 신념인 것이 맞다. 친했던 동료도 승진하면 변한다. 승진 이후 요구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둘도 없을 것 같던 친구도 성인이 되면 이전과는 다른 관계가 된다. 이제는 우리가 순수한 마음으로만 관계하는 학창시절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사람이 안 변할 것이다!'라는 (잘못된) 기대나 혹은 '사람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완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 결국은 실망과 분노만이 남게 된다. 이로 인한 마음의 상처들이 너무도 많아지는 것이다. 인간은 변한다. 순간의 상황과 그에 따른 내적 요구들,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들로 인하여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기본적인 행동원리이다. 사랑도 변하고, 약속도 바뀌며, 윈칙과 신념도 달라진다. 그것이 더 맞는 설명이고, 합리적 기대이다. 그래서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것'이다. 



3.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사람들의 사이의 의사소통과 대인관계에서 가장 문제를 일으키는 핵심적인 잘못된 신념이 바로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는 믿음이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다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오류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라는 기대는 정확히 표현하면 "추정"이고 "가정"이다. 이런 추정이나 가정이 가지는 문제는 증거들의 변화에 따라서 쉽게 변화한다는 것이다. 좋은 분위기에서 긍정적 교류를 하고 있는 상태(예를 들어 애틋한 연애를 시작했을 때)에서는 '긍정적 추정'이나 '우호적 가정'을 하게 되며, 이것이 맞는 경우들이 많다. 왜냐하면 딱 봐도 서로 좋은게 분명하니까! 하지만 한번 대판 싸움이라도 할라치면 '증거 중심 접근'을 하게 된다. '너는 나한테 언제 사랑한다고 말한 적 있어?!' 혹은 '나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그따위로 행동을 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호적인 관계에서는 '아마도 저 사람도 나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거야!'라는 긍정적 추론이 가능하지만, 관계 상 갈등이나 문제가 생겨버리면 (명확한 증거나 확실한 근거들을 소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에 가졌던 긍정적 추론은 눈녹듯이 사라져 버린다. 하긴 열이 받은 상태라면 예전에 받았던 사랑 고백 마저도 '다 거짓말'처럼 느껴지거늘, 어디에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추론과 가정들이 설자리가 있겠는가?!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전제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전제 하에 '확실하고 분명하게 표현해서 알게 해주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욱 큰 신뢰를 가져온다. 부부도, 신뢰가 두터운 상하관계도, 부모자녀간에도 마찬가지이다. 부부 간에도 서로 '사랑한다!'는 확신과 '고맙다!'라는 긍정적 표현과 교류가 상시적으로 일어나야 더욱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평생 동지로 살아갈 것 같았던 신뢰로운 동료나 상하 관계에서도 '수고했어! 역시 대단해!!'라고 표현해줘야 신뢰가 더욱 두터워진다. 그것이 바로 "인정"이며, 이는 상호 간에 긍정적 감정을 공유하고 나눔으로써 더욱 좋은 관계를 만드는 초석이 된다. 


분명히 자녀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왜 이렇게 말을 안들어ㅠㅠ', '너 정말 공부안할거야? 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정말..ㅠㅠ'이라는 타박만 "표현"하는 부모로부터 자란 자녀는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기 어렵다. 자녀들이 속으로는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아!'라고 생각하거나 '엄마는 나의 성적만을 중요하게 생각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진지하게 "엄마, 혹시 내 친엄마 맞아?"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상대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다 알아준거라는 믿음은 오류다! 그와 같은 모호하고 애매한 접근은 추후 갈등이나 문제가 일어났을 경우에는 쉽게 무너지고 만다. 분명히 말하고 표현해야 상대방도 확신을 가지고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것이다. 



4. 어쩌라고~


이 글을 읽고 난 다음의 소감이 무엇인가? 그럼 인생을 이리도 삭막한 전쟁터와 믿지 못할 사람들로 가득한 곳으로 생각하고 살라는 얘기인가? 


그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혹시 당신 주변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가? 상황이나 조건이 변해도 꾸준히 일관성을 가지고 "변하지 않게 당신에게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민망하거나 습관이 되지 않아서 굳이 표현을 하지 않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내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들의 행동이나 나에 대한 태도를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매우 감사해하고 행복해하라! 그것이 정답니다. 즉, 우리가 사람에 대한 비합리적 신념을 가지는 것은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의 가치를 소홀히 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함으로서 그로부터 오는 심리적 만족이나 행복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동시에 비합리적 신념에 맞추어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불편한 마음"과 실망이나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자주 느끼게 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즉, 합리적인 기대는 내 상황에서의 즐거움과 만족을 제대로 느끼고 경험하게 하며, 불필요한 부정적 감정을 감소시키는 기능을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합리적 기대와 신념을 가지고 균형적이고 행복한 만족을 가지고 사는 건강한 방법이다.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라! 그리고 언젠가는 변할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변하지 않고 이 마음 그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하라! 또한 이런 나의 마음을 "분명하고 구체적이고 확실한 표현을 담아 상대방에게 전달"하라! 그것이 상대방과 나를 더욱 더 행복하게 하며 불필요한 감정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주변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라! 그리고 언젠가는 변할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변하지 않고 이 마음 그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상대방에게 감동하라! 또한 자신의 마음을 "분명하고 구체적이고 확실한 표현을 담아 전달"하는 사람에게는 당신도 표현하라! 그것이 상대방과 나를 더욱 더 행복하게 하며 불필요한 감정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이 말 한마디 하려고 이렇게 길게 글을 썼다ㅠㅠ 왜냐하면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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