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박사 레오 May 29. 2020

타인의 성격을 바꾸는 방법

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러는거야.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지혜

Photo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상황 1. 딸의 심리검사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한 아버지와의 대화

치료자.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보호자. 제 딸 아이의 성격을 개조하고 싶습니다.

치료자. 성격을 개조한다구요? 왜요?

보호자. 제 딸 성격이 대인관계에서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경향이 너무 높아서 나중에 사회 생활 할 때에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자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치료자. 보호자분 성격은 어떠세요?

보호자. 제가 어릴 때 그런 성격이었어요. 제 딸이 제 성격을 똑같이 빼다 박았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제가 겪었던 일들을 딸이 겪을 것을 생각하면 너무 걱정됩니다. 그래도 어린 시절부터 성격을 개조하면 저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수 있을 것 같아요,


상황 2. 적극적 성격의 강한 추진력과 실행력이 강한 CEO와의 코칭

코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EO. 저희 회사 이사들이 문제가 많아서요! 어떻게 하면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코치.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CEO. 다들 잡생각만 하고 실행력이 너무 없어요. 뭐라고 얘기를 하면 곧바로 실행을 해도 모자랄 판에 다들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라고만 하고 꾸물대는 모습을 보면 복창이 터진다니까요! 

코치. 뽑을 때에는 그런 줄 모르고 뽑으셨나요?

CEO. 뽑을 때에는 신중하고 꼼꼼하고 사려 깊은 면들이 너무 맘에 들었거든요. 제가 워낙 행동파다 보니까 저를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죠!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보니까 이런 결함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직장인이면 빠릿빠릿하게 행동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1. 왜 바꾸려고 하는가?


우리는 보통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해석하고자 한다. '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러는거야?'라는 질문은 바로 이와 같은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반영한다. 그런데 부부, 가족, 부하와 상사, 혹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동료 등 상대방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거나 혹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에는 이해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타인을 바꾸고 변화하기를 바라거나 요구하게 된다.


위의 사례는 자녀 성격검사를 하기 위해 방문했던 한 보호자와 나누었던 대화의 일부이다. 내성적인 성향이 강했던 보호자는 사회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많은 고민과 아픔을 가지고 있었으며, 항상 좀 더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그들의 행동을 닮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성격이 어디 가겠는가? 어느 정도 노력하여 사교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가능했으나 항상 긴장과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했으며, 근본적인 성격이 바뀌지 못함에 대한 자책이 있었다.


본인이 살아왔던 아픔과 힘듦 때문에 딸의 행동을 바라볼 때마다 그것을 반복하지 않고 싶다는 안타까운 부모의 심정은 백번 이해를 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래서 딸의 성격을 바꿀수만 있다면 하는 간절한 바램도 이해는 한다. 그래서 딸만큼은 자신과 같이 고단한 인생을 살지 않고 좀 더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삶을 살게 하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다.



2. 무엇을 바라는가?


하지만 이는 지극히 자신의 입장과 관점에서의 판단이며,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은 접근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인간의 행동이란 얼핏 단점처럼 보이는 행동 이면에는 그에 상응하는 장점과 잠재력이 있는 법이다. 또한 명백한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행동에는 반대급부의 단점이 자리잡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타인에 대해 불가능한 완벽주의적 기대를 한다.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을 가진 딸은 행동적 문제를 일으키는 일들이 거의 없으며,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사려 깊게 행동하기 때문에 실수를 하는 일도 적다. 반면에 활발한 대인관계를 맺으며, 많은 친구들과 관계를 맺는 편인  아이들은 관계의 깊이나 진지함이 부족할 수 밖에 없으며 '가지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라는 말처럼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다사다난'한 과정을 겪게 된다.


빠른 행동력과 강한 추진력을 가진 CEO에게 있어서 치밀하고 정교한 사고력을 가지고 있으며, 한번 행동하기 전에 다양한 측면들을 충분히 심사숙고 한 후에 행동하는 이사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보완적 파트너이다. 단, 그들에게는 충분히 생각할 여유와 더불어 생각에 집중하여 결론을 내릴 때까지 조급함이나 다그침으로 그들의 집중과 몰입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3. 그래도 바꾸고 싶다면 & 바꾸어야만 한다면


즉, 우리가 상대방이 성격이 바뀌어 졌으면 좋겠다고 원하는 경우에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완벽한 인간을 기대하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적극적이고 추진력 있으며 빠른 실행력과 행동력을 보이면서 신중하고 꼼꼼하고 세심하며 차분하고 조용하기도 한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 본적이 있는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전공이자 직업인 나의 경우에도 결코 본적이 없다.


그래도 상대방의 성격을 바꾸고 싶거나 혹은 상황 상 바꾸어야만 하는 경우들이 있다. 너무 사랑하고 좋아서 결혼을 했으나 막상 살 맞대고 사는 결혼과정은 또 다른 문제이다. 그 안에서 갈등과 문제들이 커진다면 서로 성격을 바꾸거나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1시간 정도의 면접으로 신입사원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다. 막상 채용을 하고나서 생활해보니 고치고 보완해야 할 행동들이나 발견된다면 그것을 바꾸어야만 한다. 실무를 할 때에는 탁월한 성과를 보였으나 관리자나 리더가 되고 난 후 사람을 리드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는 반드시 개선하거나 개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리더를 내려 놓는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사람의 성격을 바꾸고 싶다면' & '그래도 사람의 성격을 바꾸어야 한다면'  다음의 세가지 단계와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이는 본인의 성격을 변화하거나 혹은 남을 변화시키는 과정 모두에 적용된다.


1) 분명한 장단점 분석을 먼저 수행하라.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한 변화를 기대하거나 요구하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전 작업이다. 막연히 편향되고 불가능한 변화를 기대하지 않기 위해서는 객관적 차원에서의 장단점에 대한 조망이 선행되어야 한다.

2) 변화 필요 행동이나 생각(즉, 성격)을 특정하라.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요구하는지에 대해서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확인하여 변화의 목표와 기대를 설정해야 한다. 막연하고 애매한 변화 목표는 결국 사람을 통째로 바꾸는 것 외에는 불가능하다. 가능한 한 작은 범위와 구체적인 변화를 기대하라.

3) 어떤 방식으로 변화를 이룰지에 대한 방법을 고민하라.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느 정도 기간을 가지고 차근차근히 변화를 이루어 갈지에 대한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변화 과정에 대한 계획과 구체적인 방법들이 갖추어진 후 성격 변화를 시도해야만 한다. 이는 훌륭한 축구 선수 하나를 키워내기 위해서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의 훈련과 습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4.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세찬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빛이다.


이 세가지 단계를 잘 거치게 되면 성격은 변화할 수 있으며,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거나 혹은 타인을 개발시킬 수 있다. 그 중에 가장 어렵고 쉽지 않은 과정은 '3) 어떤 방식으로 변화를 이루것인가?'이다. 특히 본인이 아니라 타인의 성격을 변화시키려는 목적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아무리 좋은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실제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데 우리가 이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몇가지들이 있다.


1) 문제의식과 동기유발이 핵심이다.

변화를 이루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없다면 아무런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갈등이나 문제만 더 깊어지게 된다. 특히 타인을 변화시켜야 하는 경우에는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된다.


2) 다그침과 윽박지름은 금물이다.

다그치고 윽박지른다고 결코 변화가 오지 않는다. 강제로 변화하라고 설득하고 강제하는 것이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이다. 특히 변화를 기대하는 대상이 자녀나 부하직원인 경우에 조급한 마음에 이와 같은 강압적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는 오히려 그나마 가지고 있던 내적 동기를 저하시키거나 반발심을 불러오게 되며, 아예 사이 자체가 나빠지는 부작용이 생기기 일쑤이다. 세찬 바람은 오히려 옷깃을 더 꼭 잡고 벗겨지지 않으려고 애쓰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3) 따뜻한 햇빚으로 비추어라.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핵심은 따뜻한 햇빛과 같은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접근이다. 때로는 엄격한 통제나 날카로운 지적도 필요하다. 하지만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관계 내에서'라는 전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이 상처만 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는 상대방 입장과 수준을 고려한 인정과 공감적 배려가 있는 칭찬이 그 핵심이다.




포스터 from 네이버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가 있다. 벌써 30년 전의 영화이며, 로빈 윌리엄스의 젊었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인데, 지금 다시 보더라도 그 감동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엄격한 규율을 바탕으로 한 통제중심의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본인들이 진정 원하는 바를 발견하게 하며,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게 하는 과정을 담은 명작 중의 명작이다. 학생들의 입장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그들과 함께 행동하고자 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우리 모두는 마음 깊은 곳에서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영화는 영화!, 현실은 현실!'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죽은 시인의 사회' 속에는 우리가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한 모든 정답들이 다 들어있다. 다만 이를 내 삶 속에서 실천하거나 적용하지 않고 있을 뿐! 혹시라도 영화를 보면서 큰 감동을 안고 집에 돌아와 '숙제 했어? 너 정말 그렇게 공부도 안하고 뭐가 되려고 하니?ㅠ'라고 자녀를 구박하지는 않는가?! 영화를 통해 나도 저런 선생님이나 캡틴이 있기를 바라면서도 막상 내가 리더의 역할을 할 때에는 '아.. 증말.. 이것 밖에 못해요? 월급받기 미안하지 않아? 정말 기본이 안되있어!'라고 말하지 않는지 반성해야 한다.


 '내 자식의 행복과 안녕을 위하여', '내가 사랑하니까 자식을 위해서', '나를 사랑한다면 그 정도 변화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야?', '직장인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조건', '좋은 업적과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등 나의 관점과 나의 판단에 기초하여 상대방의 변화를 요구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 그리고 부부 간에, 그리고 상사와 부하 혹은 동료들 간에 좋은 의도와 목적으로 상대를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와 목적이라도 그 접근이나 방법이 잘못되어 있다면, 올바른 성격변화와 성장을 이루어내지 못한다. 역으로 부정적인 감정들이 더 커지거나 마음의 손상만 남기는 경우도 많다. 의도와 목적이 방법을 정당화해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성격 변화와 관련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을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303


https://brunch.co.kr/magazine/personality



https://mindclinic.net/


https://www.personality.co.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