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박사 레오 Feb 08. 2020

장녀와 막내아들이 잘 사는 이유

심리전문가가 쓰는 비-전문적 심리학. 돌보는 성격 VS 돌봄 받는 성격

Photo by juan pablo rodriguez on Unsplash



보통 결혼을 하는 경우에는 서로의 형제 서열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보통은 장녀와 장남이 만나거나 혹은 막내인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경우 서로 투닥거리면서 갈등을 경험하는 경우들이 많다. 왜 그럴까? 이를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성격 구분법이 바로 '돌보는 성격' vs '돌봄 받는 성격'이다.



1. 돌보는 성격 vs 돌봄 받는 성격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이고, 이해가 쉬우면서도 유용한 성격 구분법은 바로 '돌보는 성격'과 '돌봄 받는 성격'으로 구분하는 방법이다.


'돌보는 성격'이란, 다른 사람들을 돕거나 베푸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성격이다. 이들은 타인을 리드하는 편이며, 내가 만족하기보다는 상대방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편이다. 사람들에 대해서 칭찬과 위로를 아끼지 않으며, 분위기를 리드하여 상대방이나 혹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만족(즉, 본인보다도 타인이나 전체의 만족)을 위해 노력한다.


이에 반하여 '돌봄 받는 성격'은 타인의 지원이나 도움을 받는 것에 익숙한 성격이다. 쉽게 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혹은 타인이 도와주는 것에 대해서 잘 받아들인다. 그와 관련된 부담감도 별로 없으며, 어떤 경우에는 돌봄 받는 것을 즐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때로는 이를 너무 당당히 요구하거나 당연시 여김으로써 인해서 '이기적이다!'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대신에 남을 챙기거나 돌보는 것에는 관심이 덜하며 관련된 스킬도 떨어진다.



2. 장녀와 막내아들의 성향


그런데 대체로 장남이나 장녀의 경우, 즉 형제 서열 중 첫째의 경우에는 역할 상으로 돌보는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이는 어쩔 수 없는 타협의 결과(어리고 약한 동생이 태어났을 때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해 있기 때문에 (자의나 혹은 부모의 요구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돌보는 역할을 학습하고 개발함)이기도 하며, 동생에게 빼앗긴 부모의 애정과 관심을 획득하기 위한 생존 방법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건 보통은 장녀나 장남에게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돌보는 역할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하여 성별에 상관없이 막내의 경우에는 성장과정에서 딱히 누군가를 돌보아야 하는 부담이나 요구 없이 자신의 요구나 원하는 바에 따라 살아도 큰 문제가 없다. 또한 주변에서도 막내는 어느 정도 그러련이 하고 생각하면서 부지불식간에 지원해주거나 이런 성향을 강화해준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나 관심을 제공하기보다는 자신만 관리하거나 혹은 자신의 만족에 따라 움직여도 큰 문제가 없게 된다.


이처럼 장녀나 장남에게 일반적으로 부여되는 가족 내의 역할과 막내에게 요구되는 행동 요구는 서로 큰 차이를 보인다. 사람은 성장과정에서의 겪는 이와 같은 사회적 요구들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리고 사회화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3. 모든 장녀가? 모든 막내가? 그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모든 장녀와 장남은 '돌보는 성격'인가? 아니면 모든 막내들은 돌봄 받는 성격인가? 그렇지는 않다.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역할보다 더 큰 변인은 바로 성격이다. 성격적으로 '타인을 돌보는 것을 좋아하고, 그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성격'이 있다. 반대로 '타인을 돌보는 것에 대한 관심과 동기가 적은 편이며, 타인이 자신을 돌보아주는 것이 마냥 편하고 좋은 성격'이 있다. 이것은 꼭 형제 서열과 상관이 있는 것은 아니며, 그냥 본인의 타고난 성향일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성향과 (암묵적으로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 간에 상충이 되는 경우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장남이나 장녀인데, 성격 자체가 '돌봄 받는 성격'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그렇게 되면 철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되거나 혹은 자신이 해야 하는 (암묵적인 사회적) 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부적절감과 불편감을 가지게 된다. 


또한 막내나 혹은 중간 서열임에도 불구하고 '돌보는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본인의 성격 상 그냥 '돌보는 역할'이 맞아서 그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경우는 그래도 낫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예를 들어 장남이나 장녀가 신체적인 병이 있다던가 혹은 너무 철이 없거나 완전히 돌봄 받는 성격이거나 등)로 장남이나 장녀가 '돌보는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않고 중간 서열이 '돌보는 역할'을 하는 경우에는 내적으로 화가 쌓이거나 억울함이 쌓이는 경우도 있다.  



4. 같은 성향은 부딪친다.


어찌 되었건 사람의 기본적인 성향을 '돌보는 성격'과 '돌봄 받는 성격'으로 나눈다고 하면, 그 안에서의 상호 간의 매칭이라는 것이 발생한다. 아마도 가장 자연스러운 조합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일 것이다. 즉, 한 사람은 '돌보는 성격'이며, 다른 한 사람은 '돌봄 받는 성격'인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돌보는 성격'은 '돌봄 받는 성격'에게 지원과 돌봄을 제공하고 그 안에서 충분한 보람과 만족감을 얻는다. 반면에 '돌봄 받는 성격'의 경우에도 자신을 '돌보아 주는' 상대방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호감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같은 성향끼리 만나는 경우에는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즉, '돌보는 성격'과 '돌보는 성격', 혹은 '돌봄 받는 성격'과 '돌봄 받는 성격'이 만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서로의 역할이 겹치기 때문에 다양한 갈등이나 잡음이 생기기 쉽다. 예를 들어 '돌보는 성격'의 경우에는 타인과 식사를 하는 경우에도 상대방의 선택에 맞추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점심 먹으러 가자! 뭐 먹을래?'라고 질문을 한다. 보통 '돌봄 받는 성격'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요구하거나 혹은 타인이 자신에게 메뉴를 맞추어 주는 것이 익숙하다. 반면에 '상대방도 돌보는 성격'인 경우에는 '그래서? 너는 뭐 먹고 싶은데?'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서로 상대의 의견을 물어보는 과정이 수차례 반복되면서 짜증이 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역으로 '돌봄 받는 성격'의 사람들끼리 만나게 되면, 서로 자기가 먹고 싶은 메뉴를 맞추어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갈등은 '직접 구워야 하는 고깃집'에 가는 순간 극에 달한다! '돌보는 사람'들끼리는 집게와 가위를 차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쟁탈전이 장난 아닌 반면 '돌봄 받는 사람'들끼리는 익숙치 않은 고기 굽기와 그 결과 제대로 구워지지 않은 고기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만을 느끼게 된다!


즉, '돌보는 성격'끼리 만난 경우에는 서로가 상대방의 요구에 맞추어 행동하고자 하기 때문에 누구도 자신의 요구를 정확히 말하지 않거나 혹은 서로 상대의 요구에 맞추려고 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돌봄을 받는 성격'끼리 만난 경우에는 자신의 요구나 희망대로 하고자 하는데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상대방이 자신의 요구에 맞추어주지 않는 것에서 갈등이 생긴다. 그래서 이처럼 같은 유형끼리 만나는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돌보는 역할'과 '돌봄 받는 역할'이 재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다른 곳에서는 '돌보는 성격'이었지만, 두 사람이 만났을 때에는 '돌봄 받는 역할'을 하게 되거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돌봄 받는 성격'대로 행동하던 사람이 두 사람이 만났을 때에는 '돌보는 역할'을 하게 되기도 한다.  



5. '타인을 돌보는 것'도 '타인에게 돌봄 받는 것'도 본능이다.


본인의 고유의 성향(즉, '돌보는 성격' & '돌봄 받는 성격')과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역할 요구(즉, 장남이나 장녀처럼 동생이나 남을 '돌보는 역할' & 막내들처럼 자신만 돌보고 타인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는 '돌봄 받는 역할')가 서로 맞으면 가장 자연스럽다. 자신의 성격적 성향에 따라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성격'과 '역할'이 맞지 않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심리적 갈등이나 불편감('나는 왜 이럴까? 이러면 안 되는데..ㅠ' 혹은 '내가 왜 이런 역할을 해야 돼?! 억울해ㅠㅠ' 등)을 겪게 된다.


그런데 '타인을 돌보는 것'도 '타인에게 돌봄 받는 것'도 모두 기본적인 인간의 본능이다. 다만 성격이나 역할에 따라서 그 비율과 비중이 달라질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쪽이 완전히 없어지는 경우도 없다. 그래서 사회생활에서는 모두를 돌보는 '왕언니' 역할을 하며 성격에도 맞아서 심지어는 잘 돌보는 사람도, 집에 와서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사람들에게는 '돌봄 받고자 하는 본능'을 채우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혹은 타인들은 너무 잘 돌보는 사람들의 경우, 내적으로는 그 이상으로 타인들로부터 '돌봄 받고자 하는 요구'가 숨겨져 있는 경우들도 있다. 


즉, 두 가지 모두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핵심적인 본능이며, 모두 만족해야만 하는 것이다. 내적 신념이나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역할에 따라서 한쪽만을 너무 충족하는 것도 문제이며, 나머지 한쪽 요구가 지나치게 결핍되는 것도 문제이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본능을 모두 건강하게 충족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질문들에 대해서 순서대로 답해 보면 된다.  


1. 나는 기본적으로 '돌보는 성격'인가, 아니면 '돌봄 받는 성격'인가?

2. 기본적인 성격과 상관없이 내가 '돌보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얼마나 있는가?

3. 기본적인 성격과 상관없이 나를 '돌보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얼마나 있는가?

4. 비율을 따져보았을 때, '내가 타인을 돌보는 역할과 사람'이 많은가, 아니면 '나를 돌보는 역할과 사람'이 많은가?

5. 그 비율이 나의 기본적인 성향과 일치하는가?


기본적으로 나의 성향과 나의 역할이 일치하거나, 내가 '돌보는' 사람이나 역할의 비중과 나를 '돌보아주는' 사람의 비율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춘다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나의 성향과 현재의 역할이 불일치하고, '돌보는' 비중과 '돌봄 받는' 비중이 너무 편향되어 있다면 이는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편감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형제 서열과 관련된 성격 특성에 관한 심리학적 이론들이 있다. 대표적인 이론가로는 개인심리학 이론을 정립한 Adler라는 심리학자이다. 그는 형제 서열에 따른 심리적 특성들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전형적인 성격 특징들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이론들은 사람의 전반적인 경향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사람은 타인을 돌보고 주도하며 리드하면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으며, 반대로 타인으로부터 돌봄 받으며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두 가지 모두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부분이며, 모두 어느 정도는 충족되어야만 하는 부분들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나의 성향을 정확히 아는 것은 필요하며, 그에 기초해서 한쪽으로 너무 편향되거나 한쪽이 너무 결핍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삶을 사는 것은 항상 중요하다. 그래서 자기 이해가 필요한 것이며, 이것이 모든 인간의 삶과 행복의 가장 기초적 영역인 이유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원리. 성격 심리


#1. 돌보는 성격과 돌봄 받는 성격 / 장녀와 막내아들이 잘 사는 이유

#2. 자신이 힘든 성격과 남을 힘들게 하는 성격 / 간편 성격장애 구분법

#3. 묘하게 잘 맞는 두가지 성격 : 오지라퍼 VS 은둔자 / 나서는 성격과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

#4. 사람에 매달리는 성격과 사람이 부담스러운 성격 / 의존적 성격과 비사교적 성격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은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199


https://brunch.co.kr/@mindclinic/218


https://brunch.co.kr/@mindclinic/219



https://mindclinic.net/


https://www.personality.co.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