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박사 레오 Feb 13. 2020

묘하게 잘 맞는 두 가지 성격 : 오지라퍼 VS 은둔자

심리전문가가 쓰는 비-전문적 심리학. 나서는 성격과 나서지 않는 성격

Photo by Josh Calabrese on Unsplash



1. 새 학년, 새 학급의 애매했던 분위기에 대한 회상


학창 시절을 떠 올려 보라! 학년이 바뀌면 새로운 친구들과 새 담임선생님과 함께 새로운 교실에서 새 학년을 맞이한다. 다행히 아는 친구들이 여럿 있는 경우는 다행이지만,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와 친구들 속에서 낯선 상황에서의 어색함과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런데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성향, 즉 성격이 드러나는 법이다!


이런 경우 새 담임선생님이 '혹시 임시 반장 할 사람?'이라고 물을 때가 있다. 이때, '어색한 듯 하지만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었나?' 싶게 ('정 할 사람이 없으면'이라고 약간의 연막 치는 발언과 함께) '제가 해보겠습니다!'하고 당당하게 나서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친구는 꼭 (임시 반장이라도) '소감과 각오!' 한마디 발표하도록 해주어야만 하는 것을 아는가? (임시이기는 하지만) 반장으로서의 진지한 정견 발표(?!)에 대한 새 친구들의 열렬한 박수갈채와 '오~ 좋아! 그럼 우리 철수 열심히 해봐! 고생해!'라는 선생님의 격려를 통해 진짜 반장 못지 않은 적극성과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완수한다!


그런가 하면, 일단 새로운 상황에 들어가면 일단 조용히 분위기 파악에 집중하는 친구들이 있다. 이들은 조용히 관망하는 가운데에 친구들에 대한 탐색과 성향 파악에 집중한다. 그 와중에 나와 맞을 것 같은 친구들과 가까이하지 말아야 할 친구들을 분류한다. 또한 각 과목 선생님들에 대한 비교 분석과 효과적인 대응 방법을 고민한다. 이처럼 새로운 상황과 새로운 등장인물(?!)들에 대한 파악과 분석이 끝나면 그때부터 슬슬 움직임을 시작한다. 이와 같은 준비 기간이 짧으면 1-2주에서 길면 한 달까지 걸리는 경우들도 있다.


당신은 이 중에 어떤 유형의 사람에 가까웠는가? 그것이 바로 당신의 자연스러운 성격일 가능성이 높다. 한 반에서 같이 생활하면서, 같은 교복을 입고 다니며, 동시대의 생활과 경험을 나누는 친구들이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과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은 크게 다른 법이다. 첫 번째와 같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앞장서는 친구들을 '오지라퍼'(적극적인 성향을 가지고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이라 한다. 반면에 조용히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분석한 후 어느 정도의 확신이 생긴 후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은둔자'라 칭한다.



2. 오지라퍼의 자존심 : 하늘 아래 태양은 하나다!


'오지라퍼(오지랖er)'들의 경우에는 적극성을 기반으로 하여 상황을 주도하고 이끌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는 대단한 강점이고 자원이다! 이들의 적극적 행동과 사람들을 설득하여 이끄는 능력은 사회적인 인정과 업무 상 성공의 원천이 된다. 특히 누구도 나서지 않는 애매한 상황에서 이들의 적극성과 주도성은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행동 가이드를 제공하여 많은 사람들이 방황(?!)을 하지 않도록 해주기도 한다. 생각해보라! 학기 초, 이들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인하여 애매한 상황에서의 어색함과 불편함이 종식되고 온 교실에 안정감이 생기지 않는가?!


물론 이들에게도 단점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타인의 삶과 행동에 너무 깊이 개입한다는 점이다. 때로는 상대방이 전혀 원하지 않는데 개입하여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생각이나 접근이 옳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입장에서)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그 "꼴"(혹은 '꼬락서니!'라고도 표현함)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와 같은 과도한 개입으로 인하여 갈등이나 문제를 유발하는 경우가 잦다. 즉,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표현이 이들에게 딱 맞는다! 워낙 관리하거나 개입하는 일들이 많으니 마음이 시끄럽고 다사다난한 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극히 소극적인 행동을 하거나 혹은 나서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경쟁자가 있을 경우이다. 자신과 같이 적극적이고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수 있는 경우, 아예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거나 아주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다. 즉, '하늘 아래 태양은 단 하나인 것이다!'. 하늘 아래 태양은 두 개일 수 없으며, 또 다른 태양을 인정하기도 싫을 뿐 아니라 분명히 태양이 있는데 그에 속해서 따르는 존재를 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외의 또 다른 "태양"이 잘하는지에 대해서 관조하는 행동을 보인다. 실제 그 속마음은..? 아마도 다른 사람이 '태양'이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기를 원하는지는 그 자신만이 알 것이다^^



3. 소리 없이 움직인다! : '정중동[靜中動]'


오지라퍼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야! 다들 가만히 있으니 어떻게 해?! 나라도 나서야지!'라고 한다. 동시에 '너희들은 왜 그렇게 가만히 있는 거야?! 좀 적극적으로 해봐!'라고 '나서지 않고 가만히 있는 사람들'을 책망하기도 한다. 바로 이들은 나서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즉 '은둔자'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상황을 주도하고 이끌어 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며, 주목받는 것 자체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앞장서서 나서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나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다소 간의 불편감이 있더라도 상황에 맞추어 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들이 정말로 '가만히만 있는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이들도 움직인다. 다만 소리 없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이를 바로 '정중동[靜中動]'이라고 한다. 이들은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영역에 대해서는) 훨씬 더 집중력을 가지고 정교하고 치밀하게 상황을 관찰하고 분석한다. 또한 나름대로의 충분한 관찰과 분석이 끝나고 정리가 된 후라면,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표현한다. 다만 이와 같은 내적 프로세스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며,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굳이 '나서서'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이 같은 행동 패턴 때문에 타인들로부터, 특히 오지라퍼들로부터 '답답하다!'거나 '너는 왜 이렇게 무반응이야?!'라는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때로는 '속을 알 수 없다!'거나 심한 경우 '속에 능구렁이 한 마리를 숨기고 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표현들이 억울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아무도 나한테 안 물어봤으니까, 안 말했을 뿐'이기도 하며, 굳이 내가 나선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도 아니어서 가만히 있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 보자면, 타인들이 자신을 '갑갑하다!'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몇 배로 스스로를 "갑갑"해 한다. 이런 느낌이 들 때면 속으로는 '나는 왜 이렇게 답답하고 소극적인 것이지?ㅠ'라는 고민에 빠져들어 더욱 조용해지기도 한다!ㅠ



4. 얼핏 부조화?, 알고 보면 단짝!


서로 판이하게 달라 보이는 이 두 유형의 사람들의 궁합(?!)은 어떨까? 한 사람은 적극적이고 행동력이 강하며 나서기 좋아한다. 그리고 자신의 활동으로 인한 성취감과 그 결과로 주변 여러 사람들이 만족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본인은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 다른 한 사람은 조용하고 묵묵히 오지라퍼의 리드에 따라 움직여준다. 물론 본인의 의견이나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다.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인다면, 그것은 궁합이 안 맞는다는 것인가? 아이러니컬하게도, 나의 성격과 가장 궁합이 맞는 성격은 나와 가장 '다름'을 보이는 사람이 최적의 파트너이다. 만약 '오지라퍼'끼리  사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런 회사는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조직이 된다. 역으로 '은둔자'끼리 사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우선은 이런 일 자체가 거의 없다. 만약에 있다고 하더라도 은둔자끼리만 만든 회사는 '어떤 사업을 할지, 그리고 완벽한 사업 아이템을 기획하고 구상하다가 마는' 회사가 된다. 왜냐하면 아무도 행동하고 실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교육 장면에서도 외향형 성향 만점의 극-오지라퍼 바로 옆자리에 교육생 중 내향형 성향 1등인 극-은둔자가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또는 성공을 이룬 회사나 조직의 경우 구성원 면면을 살펴보면, 앞장서서 리드하는 오지라퍼와 조용한 가운데 상황을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은둔자가 반드시 있다. 즉, 이들은 행동 양상은 너무 다르지만, 서로가 반드시 필요하고, 가장 보완적이며, 최적의 성과나 결과를 함께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파트너이다! 




성격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단지 서로 간에 '다름'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자연스러운 '다름'을 '틀림'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자주 범한다. 왜냐하면 서로의 행동양식이나 소위 스타일이 안 맞아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유연한 관점을 가지고 서로의 강점을 인정해본다면, 내가 가지지 못한 점을 상대방이 보완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오지라퍼와 은둔자는 바로 그런 사이의 훌륭한 파트너이자 보완자이다! 


당신의 주변을 둘러보라! 혹시 그동안 갈등이 있고 불편했던 사람이 있는가? 다시금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보라. 혹시 그 사람이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볼 수 있거나 혹은 나의 행동 상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단,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특성이나 성향을 이해하고 수용할 때 그렇다는 얘기이다! 바로 이것이 '다름'을 '조화'로 만들어 모두의 '행복'과 '성공'을 만들어 내는 지혜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원리. 성격 심리


#1. 돌보는 성격과 돌봄 받는 성격 / 장녀와 막내아들이 잘 사는 이유

#2. 자신이 힘든 성격과 남을 힘들게 하는 성격 / 간편 성격장애 구분법

#3. 묘하게 잘 맞는 두 가지 성격 : 오지라퍼 VS 은둔자 / 나서는 성격과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

#4. 사람에 매달리는 성격과 사람이 부담스러운 성격 / 의존적 성격과 비사교적 성격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은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217


https://brunch.co.kr/@mindclinic/218


https://brunch.co.kr/@mindclinic/151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은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58772877?scode=032&OzSrank=1


이전 08화 사람에 매달리는 성격과 사람이 부담스러운 성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