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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Jan 04. 2020

아이에게 동생은 절망이었다!ㅠ

행복한 엄마, 그리고 행복한 아이. 동생 딜레마

Photo by Kevin Gent on Unsplash



한 아이에게 있어서 '동생'이라는 존재는 매우 양가적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심리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 상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도 당연하며 이를 잘 극복하고 해결하는 것 또한 과업이기도 하다. 제목과 관련하여 더 정확한 표현은 '아이에게 동생은 절망이었으나, 이를 잘 해결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이다. 즉,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으며,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나,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과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1. 동생과의 관계에 대한 호소들


우리 회사에서 상담센터를 운영해주는 모-회사에서 '부모 워크숍'을 할 때였다. 몇몇 분께서 동생과 관련된 내용을 진지하게 질문하셔서 맘먹고 제대로 '동생'과 관련된 설명을 한 적이 있다. 그 모임에서 '동생과 관련하여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과정'을 들으면서 여러 엄마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아마도 그들의 마음이나 아픔을 충분히 알아주지 못했던 부모로서의 미안함과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위기를 잘 넘기고 의젓한 첫째의 역할을 하는 고마움 등 복잡한 심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많은 부모들을 만나면서 부모들이 많이 궁금해하고 걱정도 많이 하는 것이 바로 '동생'과 관련된 주제이다. 동생의 출생으로 인하여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는 걱정에서부터 동생을 질투하거나 괴롭힌다는 문제까지 동생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질문들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하여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보다 더 먼저 강조하는 것은 "그들의 감정에 초점을 두어 공감하라!"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겪을 심리적 과정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를 하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해답은 저절로 나오기 때문이다.  


동생과 관련된 부모들의 걱정은 대체로 두 가지이다. 하나는 동생으로 인하여 그들이 받았을 '스트레스'에 관한 것이며, 또 하나는 동생과 관련하여 보이는 문제 행동('동생 괴롭히기' 혹은 '싫어하기' 등)이다. 이 두 가지 이슈에 대해서 결론부터 내리고 간다면, 동생으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다!'가 맞는 얘기이며, 이와 같은 '스트레스나 감정적 어려움을 잘못 해결하게 되면 문제행동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 그들이 정확하게 동생으로 인하여 어떤 심리적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하여 알 필요가 있다.

 


2. 동생이 생기는 과정 (feat. 동생을 맞이하는 아이의 입장)


동생을 맞이하는 아이(형, 언니, 오빠, 혹은 누나 등)의 경우에는 보통 그 나이가 5세 이전인 경우가 많다. 이 나이 때에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한 시기가 아니며, 아직도 본인 자체가 부모의 절대적인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시기이다. 또한 이때에는 자신의 행동과 관련된 장기적 결과를 예측하거나 혹은 어떤 행동이 문제행동인지에 대한 사리분별도 약할 수밖에 없으며, 아직은 내적 요구나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시기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이처럼 이 당시 아이의 심리적 수준에 대해 먼저 얘기하는 이유는 아이의 지적 및 정서적 수준에 대한 정확한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스스로도 아직 자조능력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아이는 동생을 맞이하게 된다. 뭔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으며, 지금까지는 전적으로 자신을 지원하고 돌보아주던 엄마의 신체적 변화가 가장 먼저 느끼는 변화이다(왜냐하면 엄마가 힘들어지니까!). 아무래도 출산이 가까워오면서 엄마는 힘에 부칠 수밖에 없으며, 집안일이나 혹은 큰 아이를 돌보는 일에서 상대적으로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엄마가 대놓고 이전에 비하여 소홀히 대하는 일은 없겠으나, 엄마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하는 아이의 입장에서는 엄마의 사소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막상 '동생의 출산'이 시작되면서부터 생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만약 산후조리원에 들어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어느 날부터 엄마가 보이지 않으며 엄마를 대신하는 타인들(예를 들어 할머니나 아빠 등)이 자신을 주로 케어하는 상황이 된다. 비록 그들이 엄마가 보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나름대로는 설명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조차 없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그 설명이 충분히 납득될리는 없다. 게다가 한달 쯤 후 엄마가 다시 나타났을 때에는 엄마에게는 나 말고 다른 대상이 그 품에 안겨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더욱이 호기심이나 궁금함에 아이를 구경(?)하거나 만지려고 하다 보면 '안돼!' 혹은 '조심해!'라는 날카로운 경고를 받기 일쑤이다. 이때부터 아이의 절망은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  

 


3. 동생과 관련된 잘못된 접근들


어떤 때에는 연년생이기도 하며, 나이 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3-4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라. 이와 같은 상황이 어떤 느낌일지?! 아직은 부모, 그중에서도 엄마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동생'이라는 존재는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 과연 어른들이 기대하는 만큼 형이나 누나, 혹은 오빠와 언니가 된 것이 마냥 기쁘며, (본인이 굳이 선택하거나 원하지 않았던) 윗사람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사명감을 가질 수 있겠는가? 새롭게 나타난 경쟁자로 인한 혼란과 경계심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연한 반응이 아니겠는가?!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여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동생'이 등장함으로써 발생하는 아이의 긴장감과 불안감, 그리고 관련된 스트레스나 정서적 어려움을 전제로 한 접근이 필요하다. 역으로 보자면, 지나치게 윗사람으로서의 역할을 강요하는 것(전혀 이해도 안 되고 수용도 안된다!)이나 혹은 동생에 대한 탐색 행동(당연히 궁금하지 않겠는가?!)에 대한 지나치게 강한 경고나 처벌은 아이의 내적인 불편감이나 긴장감을 더욱 악화시키는 기능을 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아직 충분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하여 제대로 된 학습이나 가이드를 받아본 적도 없다. 아직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혼란이며, 본인 스스로도 정답이 없이 헤매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와 같이 '동생'이라는 새로운 존재가 등장함으로써 느끼게 되는 불안감이나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킬 수 있는 일련의 행동들은 금기사항이다. 아이를 더 큰 혼란과 좌절로 이끌어 가게 된다.


 

4. 동생과 관련된 바람직한 부모의 행동들


아이에게는 '동생'이라는 존재는 인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납득하거나 수용하기는 어려운 존재이다.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고 있으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대상이다. 게다가 단순히 더불어 사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어느 정도 돌보고 케어해야 하는 대상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동생'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긍정적인 인식과 연합을 형성할 수 있는 제반 노력들이 필요하다.


우선은 동생이 태어나기 전 동생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각인시킬 수 있는 접근은 항상 도움이 된다. 하지만 동생이 실제로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그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엄마의 뚜렷한 체형 변화에서부터 적응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삭이 되면서부터 엄마는 몸이 불편할 수밖에 없으며, 뚜렷한 체형 변화가 일어난다. 이처럼 엄마의 몸이 부자연스러워지거나 불편해지면서 기존의(?) 자녀들이 가지는 불편함이나 불안감도 늘어난다. 이에 대해서 엄마의 배를 같이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특히 아빠와 함께, & 사랑스럽고 좋은 분위기로!!) 동생의 존재를 인식시키는 것, 혹은 그것을 본인의 출생과도 연계시켜서 설명해주는 것('우리 수빈이도 엄마 뱃속에 이렇게 열달 동안 들어있다가 태어난거야~ 신기하지?^^') 등이 도움된다. 물론 알아듣지는 못한다. 하지만 동생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만들어 줄 수 있으며, 그 분위기나 대화의 속성이 우호적이라고 하면 막연하게나마 좋은 느낌으로 동생을 맞이할 수 있다.


일단 더 큰 문제들은 보통 동생이 태어난 후에 발생하게 된다. 엄마의 뱃속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때와 동생이라는 실체가 눈앞에 있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본격적인 당황스러움과 혼란이 제대로 시작되는 것이다. 이때 아이들은 다양한 행동을 보인다. 그 안에는 문제가 되는 행동(꼬집거나 손으로 때리고 발로 건드려 보기 등)도 있으나 그 안에는 적어도 중립적이거나 우호적인 행동도 있다. 그런데 보통 부모들은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할 때에만 관심과 피드백을 주는 실수를 범하기 쉽다(신기함에 손으로 건드려 보는데, '안돼!'라고 소리지르기 등). 이보다는 긍정적이거나 우호적인 행동에 대해서 명백하게 칭찬하고 강화주는 것이 좋다. 혹은 그런 상황이나 행동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신기한 눈길로 동생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은 부정적이지 않는 관심과 호기심이다. 그때 "조심해!"가 아니라 '동생 이쁘지? 우리 수빈이도 어렸을 때 이렇게 예뻤는데, 이렇게 잘 자랐어! 나중에 동생도 너처럼 이쁘고 멋지게 자랄 거야!' 등으로 반응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작은 과업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빈아~ 저기 휴지 좀 가져다줄래?'라고 간단한 심부름 등을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수행한 아이에 대해서 '고마워~ 우리 수빈이가 동생을 돌봐주었네! 장하다 우리 아기!!' 등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중립적 반응이나 우호적 행동에 대한 확실하고 선택적인 강화와 칭찬은 관련 행동을 많이하도록 촉진하거나 혹은 동생에 대하여 칭찬과 인정 등의 긍정적 정서와 연합되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 준다.

 



개인적으로 6살 차이가 나는 (삼남매 중) 우리 막내에 대한 첫 기억은 지금도 분명하고 생생하다(큰 동생은 2살 차이라서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ㅠㅠ 맞짱 떠서 싸운 기억 밖에는^^). 어느 날 자다가 한밤중에 시끄러운 소리에 깨어보니, 아직은 걷지도 못하고 어렵게 앉아 있는 것만 가능한 아가가(아마도 6개월 정도?) 다른 식구들은 다 자고 있는데 혼자 일어나서 울고 있었다. 그때 그 혼자 울고 있던 아가를 보면서, '(한밤중에 어두운데, 혼자서 울고 있으니)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으며, 그 때의 막내 동생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이 느낌은 아직도 막내 동생을 대하는 나의 정서를 지배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친구가 아무리 컸어도,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어도, 혹은 무슨 짓을 하던지, 나 개인적으로는 항상 그때의 기억이 동반되며 그 당시의 측은했던 마음으로 대하게 된다.   


알고 보면 동생을 맞이하는 아이를 대하는 원칙은 간단하다. 동생을 경쟁자요, 내 사랑을 빼앗아가는 나쁜 존재로 보도록 하기보다는 더불어 살아가야 하며 돌보아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제반 접근들을 취하는 것이 좋다. 그전에 동생의 존재라는 것이 아이에게 미칠 수 있는 불안감과 위협감을 분명히 전제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동생을 돌보거나 혹은 적어도 긍정적인 호기심이나 관심으로 대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아무리 생각을 해 본다고 해도 동생이 태어났을 때의 느낌을 되살리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너무 어릴 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나의 무의식적 인지 속에 그 막연하고 모호했던 감정들로 남아 있으며, 이는 이후 동생이나 부모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동생이 태어났을 때의 그 혼란스러운 감정을 기억할 수 있다면 아마도 문제 해결이 더 쉬울 것이다. 왜냐하면 그와 동일한 혼란을 지금 내 아이에게 겪게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니까!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라도 그들의 심정과 절망을 이해한다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고 관계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의 자녀가 동생과 잘 지내는 것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크게 문제 없이 가끔 동생을 돌보면서 그래도 의젓한 윗사람 역할을 하고 있는가? 그 친구는 이런 엄청난 시련과 절망을 이겨낸 훌륭한 친구이다! 당연히 칭찬하고 인정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바로 지금 표현하라!! '갑자기 엄마, 아빠가 왜 이러는거야?'하면서 뚱~한 표현이나 황당한 마음이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을 것이다! 이런 좋은 느낌을 쌓아가는 것이 바로 올바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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