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엄마, 그리고 행복한 아이. 청소년기 자녀와의 관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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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나 강의를 가게 되면 청소년기 자녀들을 둔 부모님들의 고민 상담을 많이 하게 된다. 북한의 김정은도 무서워한다는 소위 ‘중2병’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와 관련된 문제이다. 어렸을 때에는 그렇게 착하고 말도 잘 듣던 자녀들이 청소년기가 되면서부터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에 부모들은 당황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나름대로 달래기도 하고 혼내기도 하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이 바로 중2병 증상이기도 한다.
나름대로 중2병에도 그 원인이 있고, 해결방법이 있다(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게시 예정인 글 참조). 그 전에 반드시 중2병을 만드는 양육방법에 대해서 우선 알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중2병은 예방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일단 문제가 발생해 버리면 이를 관리하거나 통제하는데에는 수십배의 에너지와 노력이 들어간다. 그리고 잘 해결된다고 해도 부모나 자녀 모두에게 큰 심리적 상처가 남게 된다.
반드시 강력하고 반항적인 중2병을 만드는 세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어린 시절, 특히 5세에서 10세 사이에 아이를 강압적으로 양육하면 강력한 중2병이 발생하게 된다. 이나저나 5세 이전에 대해서는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하나 잘 기억하지 못하는 시기이나, 5세 이후는 그렇지 않다. 소위 (생생히 기억하는) 트라우마가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시기이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는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아 부모-자녀 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 시기에 아이를 통제하는 방법으로 부모의 강압적인 권위를 적극 활용하면 아이는 청소년기에 큰 반항으로 보답한다. 어린 시절에는 신체적으로도 밀리고, 말빨도 밀리며, 부모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억지로 순응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상황이 편안하고 좋은 것은 절대 아니다.
아이를 엄격하게 다루거나 통제 중심의 강압적인 방식으로 양육하는 것은 일단 편하다. 즉각적인 행동 통제가 가능하며, 쉽게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 자녀의 심리적 상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는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위안이 되며, 나의 심리적인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정과 부모가 긴장과 스트레스, 그리고 두려움의 대상으로 느끼는 것이 적절해 보이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쌓인 감정들은 폭발할 때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다. 이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 즉 소위 중2병이 나타나는 때이다.
쉽게 말해서 이전에는 어쩔 수 없이 부모의 통제에 따라야만 했다. 그런 부모의 태도나 행동이 이해가 되고 수긍이 되어서가 아니다. 그냥 두렵고 무섭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따랐던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되돌아보거나 잘잘못을 판단할 수 있는 내적 능력은 개발되지 않은 채 무서움과 두려움에 “살려고” 무조건 따랐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성장하여 이런 두려움과 무서움을 극복하거나 혹은 예전만큼 그렇게 무섭지 않으며, 이제는 대적으로 해도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강력한 저항과 과거 시절에 대한 보복이 시작된다. 그것이 바로 중2병의 폭발력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중2병을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완전히 방임하여 자녀를 대하는 것이다. 즉, 나이 수준에 적절한 (부모로부터의) 관리와 통제를 경험하지 못한 채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적절한 관리와 통제를 받지 않은 아이들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건강한 통제력과 자기관리 방법을 학습하지 못한다. 그래서 ‘Spoiled Child’가 되거나 ‘고삐풀린 망아지’가 되는 것이다. 일단 이런 패턴이 형성되어 버리면 이를 다시 되돌리기란 매우 어렵다.
이 때 주의할 것은 “민주적인 부모”와 “(절대적인) 방임형 부모”는 천지차이라는 점이다. ‘민주적인 부모’는 기본적으로 자녀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핵심적인 몇가지 원칙(절대로 어기면 안되는 행동 등)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단호하게 대한다. 하지만 그 외의 영역에서는 자유롭게 인정하고 수용한다. 즉, 개인의 건강한 자율성을 강화하는 ‘민주적’인 양육행동을 보인다. 반면에 ‘방임형 부모’는 아예 손을 놓아버리는 경우에 해당한다.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 진지하게 잘못된 것인지 잘한 것인지, 그리고 그 행동이 미칠 장기적인 영향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아무런 통제도 가하지 않고 원하는대로 혹은 상황에 따라서 원칙없이 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자녀의 경우에는 통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그런데 민주적 부모들은 이런 통제가 반복되면서 “원칙”과 “기준”이라는 것을 학습하게 되는데, 방임형 부모의 행동은 자녀들이 이를 학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부모도 원칙이 없기 때문이며, 그때의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녀들은 부모의 행동이나 원칙이 공정하고 일관적이라고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그 순간에 임기응변적 대응으로 넘어가게 된다. 소위 ‘잔머리’만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운전’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민주적 부모’란 엄격한 운전 지식을 요구하는 필기시험 및 고난이도의 실기시험을 치루고 운전을 하는 경우이다(기본적으로 문제되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에 대해 구분할 수 있음). 허락된 곳에서는 높은 속도를 내도 되지만, 학교 앞에서는 절대로 천천히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 이를 지키려고 한다. 그래서 문제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에 ‘방임형 부모’는 아예 운전면허도 없이 마음대로 차를 끌고 다니도록 허락하는 경우와 동일하다. 따라서 해도 되는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모르며,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무조건 타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비난하거나 내내 억울하기만 하다.
‘절대적인 방임형 부모’에 의해 양육된 청소년기의 심리가 딱 이렇다! 그동안은 아무 문제없이 하고 싶은대로 했는데, ‘왜 이제사?’, ‘왜 안되는데? 예전에는 문제 없었는데?!’, ‘갑자기 못하게 하니.. 짜증나네..!’ 등등이 그들의 심정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없으며, 세상에 대한 판단이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부모의 양육태도와 상관없이 강력한 중2병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체벌’하는 것이다. 아이를 때려서 키우라! 반드시 큰 보복과 복수가 돌아올 것이다. 어떤 이유와 명분이든 그것은 가해자(즉, 부모!) 입장에서의 명분과 논리일 뿐이며, 피해자(즉, 자녀!)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단지 내적 분노와 폭력에 대항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무기력감만을 경험할 뿐인 가슴 속에 두고두고 품고살 한이 맺히는 과정일 뿐이다.
그런데 부모는 과연 어디서 폭력을 배웠을까? 아마도 십중팔구는 그들의 부모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폭력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때 기분이 어땠는가? 이후에 어떤 부작용이 생겼는가? 그것을 가만히 되돌아보면 ‘왜 폭력을 행사하면 안되는지에 대한 이유’들이 분명해진다.
그나마 ‘왜 때려!’ 혹은 ‘때리지 말아요!’라고 말이라도 할 수 있는 연령이면 그나마 낫다.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폭력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어린아이라면 그 심리적 고통은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게 된다. 물론 부모들은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다. ‘너 잘 되라고!’, 혹은 ‘잘못된 행동을 했으니까!’ 등등의 명분이 있다. 하지만 이런 명분에 그들(즉, 자녀들)은 진정 이해를 하고 동의를 한 내용인가? 아니면 폭력과 관련된 두려움과 공포에 그냥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는가?
독재정권이 영원할 것 같지만 결국에는 분노가 울분이 축적되면 터지게 되고, 극렬한 저항으로 표출될 수 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그들이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은 시기(신체적 사이즈로는 비슷해 지니까!), 혹은 나름대로의 판단으로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시기(사춘기라는 것은 결국 부모로부터 독립된 자기만의 신념과 원칙을 가지기 시작하는 시기임)가 되면 이전처럼 맞기만 하고 있지는 않는다. 적어도 그냥 맞지는 않는다! 부모에게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던가 아니면 속으로는 쌍욕을 하면서 더 큰 분노와 그것을 참기 위해 더 큰 무기력감을 경험할 것이다.
프로이트의 이론처럼 인간의 모든 행동이 5세 이전의 무의식에 의해서 모두 결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경험은 후일 성인이 되었을 때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맞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잘못된 양육은 후일 문제로 나타나게 된다.
실제 상담을 하다보면 부모는 기억도 하지 못하고 있는 사건에 평생 한이 맺혀 있는 경우도 많으며, 이로 인해 자신의 감정적 문제는 물론 대인관계 등에서도 나쁜 영향을 끼치는 일들을 자주 보게 된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 그래서 자식 키우는 것은 농사짓는 것과 똑같다고 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천재지변과 같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의 영향도 고려하여야 하는 길고 긴 과정이다.
우선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부터 제거하자! 그리고 좀 더 성숙하고 건강한 방법으로 바꾸어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히 건강 문제의 경우에도 예방이 중요하며, 한번 심한 병치레를 하면 치료 시간도 많이 걸릴 뿐 아니라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이처럼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로 인한 문제들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무심결에 했던 부모들의 문제행동이 가지는 편리함의 몇배가 되는 노력이 들어간다. 그래서 진심으로, 진지한 말로 조언하는 것이다. 나중에 덜 고생하고 고통스럽지 않으려면 현재의 자신부터 리뷰하고 반성하라. 그리고 작은 개선노력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라! 그것이 당신과 당신의 자녀 모두 오랫 동안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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