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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Oct 22. 2019

중2병(을 가진 청소년들)을 위한 변명

행복한 엄마, 그리고 행복한 아이. 어느 중2 청소년의 독백

Photo by Andre Hunter on Unsplash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을 만나게 되면, 두 가지 이유에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하나는 중2병을 가진 청소년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전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속 터지는 마음을 움켜잡으며 어떻게든 해보려고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또 하나는 ‘그들의 마음을 참 몰라주는구나’라는 생각에 첫 번째와는 다른 차원의 안타까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과연 그들은 왜 그런 행동을 하고,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한번 그들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중2의 독백



1. 저도 이제 제 생각이라는 것이 있어요!


저희 부모님은 저를 인정해주지 않아요! 제 말은 아예 듣지도 않고요, 항상 개무시해요~! 제가 무슨 말이라도 제대로 해보려고 하면 잘 듣지도 않고요, 다 듣는 시늉을 내고서는 결국 하는 말은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몰라서 그러는데..’라고 하면서 결국 잔소리만 늘어놓는다니까요?! 


저도 이제 알건 다 안다고요. 오히려 제가 더 잘 아는 것도 많다고요. 그런데 왜 저는 생각이 없다고 구박하고, 맨날 틀렸다고만 해요? 저도 저 나름대로 판단하고 생각할 줄 안다고요. 무엇이 잘못되고 뭐가 옳은 건지에 대해서도 판단할 수 있다고요. 왜 자꾸 제 말을 무시하는 거죠? 


오히려 친구들이나 학교 선배들은 안 그래요! 제 말을 일단 귀 기울여 들어주기도 하고, 인정도 해주는걸요. 부모님에게도 말해보라고요? 말하면? 진지하게 들어준 적은 있어요? 대번에 ‘그건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라고 하시잖아요. 그래서 아예 말을 하지 않는 거예요. 


제가 완전 어른이라고는 말 못 해요. 하지만 저도 이제는 저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고, 저만의 생각이라는 것도 있다고요. 언제 저의 생각과 의견을 인정해준 적 있어요? 제발 저도 이제 어른이라고요! 저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주세요! 제발~



2. 왜 (일방적으로) 혼내요? 억울해요! 


솔직히 억울합니다. 저희는 왜 어른들과 부모님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는 거죠? ‘예전에는 착한 아이였는데..’라는 말이 제일 짜증 나요! 그때도 뭐 좋아서 따라한 줄 아세요? 그때는 그냥 어렸기도 했고, 어쩔 수 없이 맞춰준 거예요! 저도 먹고살라면 어쩔 수 없잖아요?!


지금도 생각하면 되게 억울하고 분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분명히 동생이 저 괴롭혀서 제가 몇 대 때린 걸 가지고 왜 동생은 안 혼내고 저를 혼냈죠? 그때 분명히 제가 설명했어요, 동생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게다가 저한테 동생에게 잘해줘야 한다고 하고, 화내고 짜증내면 왜 동생한테 그러느냐고 혼내었잖아요?! 그런데 왜 엄마는 아빠한테 싸우면서 소리 지르고 욕해요? 우리가 조금이라도 짜증내면 그렇게 혼내면서 왜 엄마랑 아빠는 우리한테 짜증 마음대로 냈어요?


아.. 말하다 보니 정말 열 받네! 이런 일이 한두 개인 줄 아세요? 그런데 왜 엄마하고 아빠는 저한테 사과 안 하세요? 저 혼낼 때 맨날 그러잖아요, ‘잘못했어? 안 했어?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빌어야 할거 아니야?!’라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왜 엄마와 아빠는 저희한테 사과 안 해요? 엄마랑 아빠도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이제는 저 어린애가 아니거든요. 저 이제 밖에 나가면요, 세상 누구도 저를 그렇게 우습게 보고 어린애 취급하지 않아요. 왜 집에서는 아직도 애 취급해요? 그때는 어려서 참았지만 이제는 안 참을 거예요! 우리 반 애들도, 우리 선배들도, 그리고 선생님도 저한테 함부로 안 해요! 저한테 소리 지르지도 않고, 함부로 혼내거나 구박하지도 않아요! 왜 내 부모라는 사람들만 저한테 그래요? 아.. 정말 열 받네!!



3. 제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저도 고민이 있고 힘들어요. 공부도 힘들고요, 친구관계도 꼬일 때가 있어요. 그리고 가끔씩 나는 뭘로 먹고살까 하는 고민도 충분히 한다고요! 저도 불안하고 걱정되고 스트레스받는다니까요! 그런 저한테 ‘생각이 없다’느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라고 말하지 말라고요! 제가 알아서 다 할 거라고요!!


솔직히 저도 대학을 가야 하나 불안하고 걱정되기도 해요. 그런데 막상 대학 가려고 죽도록 공부할 생각 하면 갑갑해요. 매번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그게 인생 성공하는 거라고요? 정말 그래요? 유튜브도 안 보세요? 내 또래 친구들이 유튜브 하면서 대기업 다니는 사람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데 왜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만이 성공이라고 하는 거죠? 그건 그냥 엄마와 아빠의 생각일 뿐이에요~ 그리도 세상 흐름을 못 읽고 사시니.. 요즘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좀 보시라고요!


그럼 뭘 할 거냐고요? 저도 모르죠?! 그런데 아직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한번 정한 것도 자꾸 바뀌기도 해요. 그럼 부모 말을 들으라구요? 왜 그래야 되죠? 엄마와 아빠는 대답이 뻔하잖아요. 공무원, 법대, 의사, 대기업! 그런 거 정말 싫다고요. 인터넷에만 봐도 대기업 뛰쳐나온 사람들 얘기가 넘쳐나는데, 왜 자꾸 저한테만 강요해요. 


그냥 바라는 것은 간단해요. 그냥 제발 저를 가만히 놔두세요. 저도 고민할 줄 알고, 저도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고, 친구들과도 얘기한다고요. 엄마랑 아빠만 저를 생각 없는 바보 취급하지 저도 친구들에게 조언도 해줄 정도는 된다고요. 제가 알아서 하도록 제발 가만히 놔둬주세요. 


도와주고 싶다고요? 정말 도와주려는 거 맞아요? 제 얘기 진지하게 듣고 대화한 적 있어요? 대충 말 짤라먹고 엄마랑 아빠가 하고 싶은 말만 하잖아요! 그게 무슨 대화예요?! 지시와 강요이지! 자꾸 저를 괴롭히니까 오히려 더 생각도 하기 싫어지고 짜증만 나잖아요 ㅠㅠ



4. 아~ 몰라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아.. 정말 모르겠어요. 뭐가 맞는지 저도 모르겠으니까 가만 좀 놔두라고요. 아 열 받아! 저한테 자꾸 성질낸다고요? 성질이 나게 하잖아요! 그래요 성질나요! 엄청 스트레스받아요! 저 게임하고 올게요! 스트레스라도 풀고 올래요!


게임도 하지 말라고요? 아.. 증말.. 그러니까 저는 성질나고 화가 나서 뒤집어져도 된다는 말이지요? 됐어요! 저 방에 있을 거니까 건드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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