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박사 레오 Aug 30. 2019

엄마들이여, 당당하라!

행복한 엄마, 그리고 행복한 아이. 마음 아픈 엄마를 위한 위로의 말

Photo by Rustic Vegan on Unsplash



개인적으로 저는 S모 그룹에서 운영하는 S모 의료원에서 수련과정을 마쳤으며, 평촌에 있는 모대학병원에서 스태프로 근무하다가 정신과 생활을 정리하고 기업과 전업으로 일을 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S모 의료원과 모대학병원 두곳 모두 당시 정신과 과장님들께서 소아정신과 전문의셨으며, 저 역시도 소아정신과에서 아동 및 청소년 심리진단과 평가를 담당했었지요. 많은 때에는 하루에 5명도 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적어도 수천명의 아동과 그 부모들을 만났겠지요?!


최근에는 주로 직장인들이나 리더들을 상대하다 보니 아동이나 청소년들은 자주 안보게 됩니다. 그런데 저희가 상담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경우, 여름방학이면 "자녀-심리검사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자녀-심리검사를 제대로 받을라치면 그 또한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거의 신청을 받는 즉시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지요. 최근 몇주 동안 자녀검사 해석을 해주느라고 오랫만에 제대로 부모 면담을 많이 했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나 혹은 기업 상담실에서나 장소에 상관없이 자녀검사 및 부모해석을 하면 느끼는 것이지만, 엄마들이 너무 힘들어 하는 모습이 항상 가슴 아픕니다. 아이가 혹시라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나, 혹은 진짜 문제로 있다는 것이 검사로 밝혀지고 나면 그분들이 느끼시는 마음의 고통이야 얼마나 심하겠습니까?! 아마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심정을 모를 것입니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이가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도 아니고, 엄마가 너무도 심하게 "죄.책.감"을 느끼신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필요 이상의 심리적 고통과 어려움"을 경험하게 될 뿐 아니라 심한 경우에는 엄마가 우울감이 극심하거나 우울증이라고 진단 내릴 정도로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엄마들을 위해서는 분명하고 합리적인 팩트 확인 및 보다 큰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당신의 죄가 아닙니다!


엄마들이 가장 큰 '죄책감'을 가지는 포인트는 바로 '내가 잘못해서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그것은 절대로 잘못된 생각입니다. 옳지 않은 생각이며, 도움되지도 않는 생각입니다. 


자녀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는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아이 자체로 나름대로의 고유한 특성과 성향을 가지고 태어나며, 부모는 부분적으로, 그리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 자녀의 특성이나 문제를 촉진하거나 줄일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 문제의 직접적 원인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지능의 경우에도 유전적인 소인들이 상당 부분 차지하며, 부모가 열심히 자극을 주어 노력을 한다고 해도 결국 그 발전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자녀의 소인 자체입니다.


그럼 '그 소인은 내가 제공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합니다. 그럴수도 있지요. 만약 그렇다면, 그 책임을 남편과 반으로 나누어 가지기 바랍니다. 엄마들 혼자서만 그 책임을 다 느끼고 홀로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그 소인이 정말 엄마나 혹은 부모로부터 온 것인지 아닌지를 정밀하게 증명하거나 판단할 방법이 없습니다. 게다가 그렇다 친들, 부모가 죄책감을 느낀다고 아이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결국 아무런 소용없이 "스스로만 힘들게 하는 소모적인 죄책감"인 것입니다. 차라리 그 에너지를 모아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건데?"에 집중하는 것이 낫습니다.   



2.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키웠으면 된 것입니다.


자녀에게 정서적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부모의 행동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부모가, 특히 주 양육자인 엄마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엄마들의 심리적 고통은 배가 되지요. 그런데 냉정하게 따져보면, 이것 또한 엄마 혼자서, 그리고 그렇게 극심한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것인가 생각해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검사를 해보면, 아이가 정서가 불안정하거나 혹은 우울감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어디서, 혹은 누구에게 받은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내적인 트라우마를 겪은 것이 분명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녀의 정서적 문제 중에 몇% 정도가 부모, 그것도 엄마의 책임일까요? 게다가 100% 정서적인 문제로 똘똘 뭉친 아이는 없습니다. 보통 진단명이 붙은 경우라도 그것은 아이의 전체 성격이나 정서 중에 아마도 10%? 그것도 아닌 5% 정도 "정서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우울'하다고 판단을 내릴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를 못 다니나요? 친구들이 없나요? 세상을 등지고 방속에 틀어박혀서 혼자서만 생활하나요? 그 정도가 아니라면 그 자녀는 충분히 긍정적인 부분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80~90% 이상 정상적으로 잘 성장하였으나, 일부 부분에서 문제나 부작용이 생긴 것이지요. 만약 완전히 세상을 등지고 사는 경우라도 그것 또한 온전히 엄마 책임이라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며, 충분한 학문적 연구나 검사를 통해서 볼 수 있는 기질적 문제이거나 혹은 부모의 입장에서 어떻게 키웠는지와 전혀 상관없을 질병 상의 문제이지 엄마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한가지! 만약 10%의 정서적 문제가 있다고 쳐도 그 또한 엄마 모두의 책임은 아닙니다. 일단 배우자에게 5%는 나누어주세요! 그리고 자녀에게 중요했던 친구나 선생님들도 같이 책임을 질 문제이기도 합니다. 아.. 그리고 어릴 때 기억도 안나고, 이제 와서 특정할 수도 없지만 자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서 불쾌감을 주어서 내 자녀에게 정서적인 스트레스를 주었던 지나가던 아줌마나 아저씨도 꼭 찾아서 책임을 나누어야 합니다!



3. 당신은 훌륭한 엄마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왜 당신 자녀의 문제점에만 집중하여 아이를 판단하고, 그에 따른 문제의식에 사로잡혀, 그 모든 책임이 엄마에게 있다고 착각합니까? 만약 자녀가 10세라면, 당신은 이미 10년 동안 자녀의 신체적인 안전과 심리적 안정을 모두 감당하여 왔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세상에 적응하고 버틸 수 있도록 의식주를 비롯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지원과 지지와 양육을 제공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자녀의 부분적인 문제에 집중하느라 못 발견한 자녀의 긍정적이고 잘 자란 부분들은 과연 누구 책임입니까? 그 중 80%는 엄마가 잘 키워서 그런 것 아닐까요? 그 생각은 왜 자꾸 까먹습니까? 왜 잘 자란 부분에 대한 자신감과 당당함은 숨겨둡니까?


가끔씩 배우자나 시부모님이나 친정부모님들이 엄마 탓을 합니다. '너가 애를 잘못 키워서..'라고 말도 안되는 책임전가를 합니다. 그럼 당신들이 키우셨으면 문제가 안 일어났을까요? 혹은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반대로 내가 정성을 다해 키웠으니 이 정도 긍정적인 부분들이 충분히 있는, 다만 부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녀로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특히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이 자녀에게 문제가 생기면 휴직을 하고 자기가 직접 돌보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물론 엄마의 성격검사 결과를 보고 말해야 하지만) 십중팔구는 그냥 회사 다니는 것이 자녀에게 더 도움된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자녀를 키우는 것은 성과중심적 조직에서의 행동과는 매우 다른 것이며, 이미 이에 익숙해진 엄마들이 자녀에게 집중하는 경우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관련 분야 전문가인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선생님들이 자녀를 돌보는 것이 더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는 엄마대로 직장에서 자아실현하면서 나름대로의 성취감과 만족감을 유지하고, 퇴근 후 집중해서 자녀를 돌보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입니다.


문제점 중심으로 생각하면, 누구나 다 문제입니다. 좋은 점만 본다면 또 다 좋아 보입니다. 진짜 문제는 균형적 사고를 잃은 것입니다. 내 자녀의 잘 자란 부분과 긍정적인 부분도 충분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문제점만 들이파서 고통스럽고 괴로워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좋은 엄마이고, 훌륭한 엄마입니다. 이미 좋은 아이로 성장시킨 것 맞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고단함과 인내를 극복한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이미 훌륭한 엄마입니다!!



4. 엄마가 행복해야 자녀가 행복합니다.


가끔 엄마들이 유명 전문가에게 갔다가 '엄마 잘못'이라고 엄청나게 혼났다고 말하며 속상해서 눈물을 보이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비록 그 분들도 훌륭한 전문가인 것은 맞으나) '어디서 그런 질 나쁜 전문가들한테 필요없이 맘상하고 오셨냐?'고 호통을 치며, 그 전문가들에 대한 욕을 대신해 줍니다. 그리고 그런 전문가에게는 다시는 가지도 말라고 타박아닌 타박을 합니다.


제가 욕하는 것은 그 전문가의 전문성 수준에 대하여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들이 자녀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부분들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자녀가 가진 문제만 얘기하는 "문제중심적 대화에만 집중"해서 엄마의 마음에 부정 편향된 지각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부정 편향된 평가은 엄마들의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들며, 그로 인해 부정적 감정들(우울감 혹은 죄책감 등)이 필요 이상으로 커지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문제가 있다, 혹은 없다가 아닙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데?!"가 더욱 중요한 이슈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는 것에 집중"하면 되는 것이며, "어떻게 해결을 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엄마"입니다. 즉, 엄마가 기운내고 힘내야 자녀의 문제해결이 잘 진행되는 것이며, 엄마가 기운내고 힘내야 그 과정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엄마의 기분이나 감정 상태가 -5~0~+5(매우 나쁨 : -5/나쁨 : -3/보통 : 0/좋음 : +3/매우 좋음 : +5) 중 '나쁨(-3)'이나 '매우 나쁨(-5)'이라면 과연 저 과정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만약 엄마의 기분이나 감정 상태가 '좋음(+3)'이나 '매우 좋음(+5)'이라면 보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희망을 가지고 자녀의 밝은 미래를 상상하며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녀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막연하게나마 자신에게 문제가 있거나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른들이, 특히 부모님이, 그 중에서도 엄마가 자신을 쳐다볼 때 '걱정스럽고 우울한 눈길'로 보기 때문입니다. 부모에게 모든 것을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자녀의 입장에서는 주변 어른들의 이와 같은 반응이나 태도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자녀를 두렵고 불안하게 만듭니다. 그럼 당연히 더 주눅이 들거나 남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어디에 가나 자신감이 떨어지겠지요?! 이것이 과연 부모들이 원하는 모습인가요?


제가 자녀 해석 시 꼭 말씀드리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자녀에게 해줄 말들을 정해줍니다. 'OO야~ 지난 번에 너 검사했던 선생님이 그러는데, 우리 OO이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참 많고 잘 지내려고 노력한대요! 그래서 아마 나중에 점점 더 친구들이 늘어나고 인기있는 아이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칭찬하셨어!!'라고 말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한마디 더 덧붙이게 합니다! "그래서 엄마(아빠)도 우리 OO이가 너무 자랑스러웠어! 너무너무 사랑해~ 우리 OO이!! 우리 OO이 때문에 엄마랑 아빠는 너무 행복해~"라고 말해주면서 꼭~ 안아주라고 합니다.


과연 그 말을 들은 자녀의 마음은 어떨까요? 뭔가 문제가 있거나 내가 잘못한게 있어서 검사를 받는 눈치였는데, 어떻게 결과가 나왔을지 걱정을 당연히 했겠지요?! 아이들은 아마 생각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부모님들의 큰 착각입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훨씬 더 모호하고 막연한 본능적인 불안감과 걱정을 합니다! 그런데 엄마가 자신을 꼭 안아주면서 위에서 언급한대로 얘기를 해주면 어떤 기분일까요?


이 정도 되면 울컥하지 않습니까?! 저는 글을 쓰면서도 울컥합니다! 걱정을 많이 했던 자녀에게 걱정했던 부분들 외에 더더더 큰 장점들과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것도 감동이며, 그 얘기를 자녀와 나누며 부모와 자녀가 모두 막연했던 걱정이 풀리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포옹하는 장면?! 감동적이지 않은가요?


이것은 그냥 선택입니다! 내가 이런 선택을 하고 이렇게 행동할 것인지, 아니면 문제에만 촛점을 두고 내내 걱정과 불안 속에서 서로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부추길 것인지에 관한 선택일 뿐입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단, 이 선택을 하기 전에 충분히 전제가 되는 팩트들을 고려하십시요!


1. 부모, 그 어느 누구의 죄도 아닙니다! 특히 엄마는 죄가 없습니다!

2. 그래도 당신은 처음하는 부모 역할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키웠습니다!

3. 그래서 이미 자녀의 문제나 증상과 상관없이 이미 훌륭한 부모요, 엄마입니다!!

4. 엄마가 행복하고 부모가 행복하면, 자녀는 더욱 행복해지고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어 더욱 좋은 결과가 올 수 있습니다!! 


항상 마음 졸이고, 걱정하며,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든 부모님들에게, 그리고 특히 더 깊은 마음의 고통이나 걱정, 그리고 때로는 우울감을 경험하기도 하는 엄마들에게 이 글을 띄웁니다.

당신은 충분히 좋은 엄마입니다! 당신들은 충분히 좋은 부모들입니다!!

그동안 고생하고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고 수고한 스스로를 칭찬하십시오!!!

그리고 기분이 좀 나아지면, 그 나아진 기분을 자녀와 함께 나누시기 바랍니다!!!!





본 글과 함께 들으시면 좋은 방송은 다음과 같습니다.


심리만만 3화. 내 아이, 이렇게 키워도 될까요? : 오디오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665/clips/3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을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문제중심적 사고 버리기 (feat. 균형적 사고)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https://brunch.co.kr/@mindclinic/95


내 아이, 이렇게 키워도 되나요?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https://brunch.co.kr/@mindclinic/135


부모의 힘든 얘기, 자녀에게 해주는게 맞을까?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https://brunch.co.kr/@mindclinic/133


혼자 있고 싶다는 아이, 내버려둬도 되나요? by 노박사.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https://brunch.co.kr/@mindclinic/13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