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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May 26. 2019

내 자녀의 게임을 무조건 막으면 안 되는 이유 3가지

행복한 엄마, 그리고 행복한 아이. 자녀의 게임 중독

강의나 교육 장면에서 만나는 요즘 부모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게임이다. 자신의 자녀가 게임중독인 것 같으며,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걱정들이 태산이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걱정하는 마음을 어찌 막겠는가?! 그리고 자녀를 아끼고 염려하는 마음에서 보자면 매일 게임에 빠져서 사는 것은 자녀의 문제는 가장 큰 근심거리 중에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부모가 좋은 의미로 걱정하는 마음임에도 불구하고 게임과 관련된 이슈로 인하여 부모와 자녀 간에 긍정적인 결과보다는 부정적인 결론이 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부모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녀의 게임을 막으려고 하면서 자녀와 갈등이 발생하며, 이에 대해서 자녀들은 (부정적인) 감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게임뿐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의 전반적 관계가 손상되기도 한다.


무언가 부모와 자녀가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해결방안이 나와야 할 것 같은데, 그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선은 부모들이 게임을 무조건 막는 것은 좋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 중독이 아니다. 최첨단 놀이문화일 뿐이다.


물론 게임에 중독되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님들의 얘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정말 중독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더 많다.


부모세대의 경우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컴퓨터가 발달하지 않은 세상에서 커 왔다. 그래서 요즘과 같이 고사양의 PC에서 구동하는 화려한 화면과 현란한 액션의 게임에 친숙하지 않다. 그 시절에는 주로 오락실이라는 것이 있었으며, 슈팅 게임으로는 '갤러그', 그리고 아케이드 게임으로는 '버블버블' 정도를 기억할 것이다.  한참 후 역사 상 길이 기억되고 오락실에서 줄을 서게 만들었던 '테트리스'가 나왔으며, 오락실에서 동전을 쌓아놓고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달려드는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아, 그리고 예전 게임을 논할 때 빼놓으면 서운할 '권' 시리즈도 있다! 그런데 권 시리즈가 '권 7'까지 나오면서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물론 초기 권에 비교하면 비교도 안될 정도의 퀄리티와 그림체를 가지고 있지만.


그 시절에는 컴퓨터의 등장과 이를 활용한 기초적인 수준의 게임들이 등장하였으며, 현재 가장 핫하고 최첨단을 걷고 있는 게임산업의 기초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 당시 어른들이 오락실을 들락날락하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혀를 찼던 기억을 하는가? 그 당시 어른들의 걱정은 '요즘 어린 친구들은 책을 읽지 않아서 문제야!!'라는 비판과 '우리 자녀가 너무 컴퓨터를 많이 해요 ㅠㅠ'라는 걱정을 호소했었다. 그리고 컴퓨터를 일부러 마루에 내놓거나 컴퓨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일이 많았다.


즉, 시대의 흐름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따라서 각 시대의 부모 걱정이 변화해 왔으며, 그 핵심은 자신의 아동기 및 청소년기 경험에 기초해서 현재 세대를 판단하는데에서부터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시대는 변화하고 기술은 계속 발달하였으며, 새로운 세대들은 그에 빠르게 적응하고 몰입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모 세대의 걱정이 반영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요즘 게임을 한번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실사와 다름없는 현장감과 몰입감을 유도하며, 웅장한 스케일 과 더불어 얼마나 현란한 색과 자극들로 가득 차 있는지 한번 제대로 들여다 보라. 게임산업은 기술과 예술의 정교한 총체적 결합이며, 그로 인한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차원에서의 파급력이 대단한 첨단 산업이다. 이런 첨단산업의 결과물을 즐기는 것이 무엇이 이상한가?


부모의 관점에서, 그리고 걱정하는 마음에서 보면 '너무 몰입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드는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최첨단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최고의 핫한 트렌드를 즐기는 것일 뿐이다. 중독이 아니라 피해 갈 수 없는 놀이 문화요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2. 탈출구가 없어진다.


게임과 관련해서 자녀와 갈등이 있는 부모들이 하는 가장 큰 잘못은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청소년 세대에서 게임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심리적 기능 중 하나는 "스트레스 해소"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예전에 비하여 엄청나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전에는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자유롭게 놀거나 떼를 지어 다니면서 강력한 또래 문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요즘 청소년들은 성적 중심의 학교 문화와 그로 인한 성적에 대한 압박감, 그리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점점 강해지는 가운데에서 교우관계나 대인관계 상의 어려움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과연 그들은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서 이 시대를 버티겠는가?


그 주요 탈출구 중 하나가 바로 게임이다. 한 학기 내내 밤늦게까지 학원을 다니고, 졸린 눈을 비벼가며 공부를 해야만 학기 말에 좋은 성적을 거두어 주변의 인정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한다고 해서 다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최종적인 인정은 좋은 대학을 가거나 좋은 직장을 가야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은 그렇지 않다. 열심히 노력해서 만렙을 이루는 순간 강렬한 성취감과 만족감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감정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 향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것 또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게임 속에서의 비현실적인 만족이 어떻게 현실적인 만족을 대체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인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 긴 과정을 인내로 무조건 버텨야 하는가? 아니면 긴긴 인생 과정의 중간에 만족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즐기면서 심리적으로 위안도 받고 힐링도 하는 것이 낫겠는가?! 그에 더하여 스스로에 대해서 자신감도 얻고 우쭐한 기분도 좀 느끼면서 가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인가? 어른들이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경우 소맥 한잔을 걸치고 잠시 현실에서 도피하여 쉬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닌 것처럼 그들도 게임 속에서 잠시 머물면서 스스로를 즐기고 휴식하며 추스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대안도 없이 "무조건"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들의 심리적 탈출구와 강력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그럼 그들의 스트레스는 축적될 수밖에 없으며, 해결되지 않은 채 축적되는 스트레스는 나중에 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 큰 행동적 문제나 (부모들이 보기에는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심리적으로 답답하고 스트레스가 쌓여서 발생하는) 정서적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즉, 자녀의 게임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되어 막으려고 한다면, 적어도 다른 탈출구는 만들어주고 난 후 막는 것이 필요하다. "무조건" 막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나 답답한 현실로부터의 해방구를 대안도 없이 막아버리는 것이다. 그럼 문제는 더 커지거나 다른 종류의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무조건" 막는 것은 건강하고 좋은 방법이 아니다. 다른 출구와 탈출구를 만들어 주면서 막는 것이 필요하다.



3. 왕따를 원하는가?


청소년 내담자의 부모나 혹은 부부 상담을 하다 보면 특이한 양육관을 가지고 있는 부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자녀 가출로 인해 나를 찾아왔던 한 아버지가 그런 경우였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인정받는 위치에 있던 모 대기업의 부장 위치에 있던 그 아버지는 특이한 관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학원을 보내지 않는다!'와 "영어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다"라는 강한 원칙과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공부이건 영어이건 결국에는 자신이 하는 것이 중요하며, 스스로 공부한 것만이 진정한 내 것이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내가 그렇게 공부해서 이렇게 성공하는 자리까지 왔습니다'였다. 그래서 중3 수험생인 아들이 그렇게 보내달라고 하는 학원을 절대 못 다니게 한다는 것이다.


즉, 이 아버지는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외나 학원 한 번을 안 다니고 스스로 공부하였으며, 다른 과목은 물론 영어도 독학하듯이 공부하여 현재와 같은 성공한 자리에 도달하였다. 학원 한 번도 안 다니고 영어를 완전히 마스터할 수 있었던 비법은 바로 "성문종합영어"였다. 굳이 묻지는 않았지만 이 아버지는 틀림없이 "수학의 정석", 그것도 아마 '실력, 수학의 정석' 신봉자였을 것이다. 이 아버지가 그런 측면에서 훌륭하다는 점은 백번 인정한다.


하지만 자신의 방식을 21세기의 자녀에게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논리인가? 그러나 한편 이해도 되기는 한다. 자신의 성공 방식을 자녀에게도 전하려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는 하지만 그 방법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시대가 달라지고 공부하는 환경이 다른데, 굳이 고루한 예전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어디 있는가?! 하지만 그 아버지의 자부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자녀가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하는 묘안이 필요했다.   


그때 나의 접근은 '왕따를 원하는가?'였다. 요즘 학원이라는 것은 단순히 공부를 하는 곳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아이들 간의 소통과 교류의 장이기 때문에 교우관계를 위해서라도 세상 분위기에 따라 학원을 보내는 것이 합당하다는 논리였다. 물론 학원의 기본적 존재 가치는 학습이기는 하나, 같이 학원차를 타고 다니면서 떠드는 수다와 쉬는 시간에 같이 나와서 나누어 먹는 컵라면과 삼각김밥, 그리고 때때로 창문 너머로 도망 다니는 스릴 속에서 서로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굳건한 우정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학원을 다니지 않게 된다면 공부는 둘째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중요한 상황이나 학원을 기반으로 한 교류나 소통에서 배제되는 부작용이 있는 것이다.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게임 하나만 놓고 보면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없다에 대해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모르겠으나 다른 친구들이 대부분 게임을 즐기고, 게임을 같이 하면서 관계를 형성하고, 대화의 상당 부분이 게임과 관련된 것이라면 나의 자녀도 그에 참가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 만약 이것을 강제로 통제하고 금지한다면, 당신의 자녀는 다른 친구들과 공통적인 대화 주제가 없어지며, 함께 하는 시간이나 공간이 축소되고, 최신 이슈에 뒤쳐져서 친구들로부터 멀리하게 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당신의 자녀가 친구들과의 대화나 관계에 어울리지 못하는 '왕따'가 되게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게임을 '무조건' 못하게 하라! 아마도 친구들로부터 소외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만약 좋은 교우관계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가? 그럼 만렙을 하도록 지원하라!! 친구들 사이에서 "짱" 먹을 것이다!!





예전에 소아정신과에 근무할 때, 최근 유행하는 게임이나 연예인, 그리고 최신 가요나 댄스 등 청소년들이 관심 있어하는 주제에 대해서 열심히 배우고자 노력했었다. 왜냐하면 그들과 소통하고 교류해야만 하니까, 그들의 관심사와 그들의 문화를 공부해야 했던 것이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서 그들과 소통을 시작할 수 있다. 소통이 시작되어야 그들의 마음을 열 수 있으며, 마음이 열려야 치료도 되는 것이다.


게임에 대해서 걱정하고 막기 이전에 얼마나 자녀 또래의 문화와 가치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존중했는지부터 반성해보라. 그리고 그들이 왜 거기에 그리 열광하고 몰입하는지부터 이해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리고 난 후, 객관적인 견지에서 냉정하게 판단했는데도 문제라고 생각이 들면, 그때는 게임(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시도를 적용하라.


단, 부모의 입장에서, 부모의 경험에 비추어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WHO에서 게임중독을 하나의 질병군으로 등재하고자 한다는 기사가 났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설문조사에서 50대 이상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여기는 것을 찬성하는 반면, 20대는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과거의 경험과 과거의 기준으로 판단하지는 말라. 그런데 현재의 기준을 십분 고려하더라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이 들면 그 때는 제대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게임과 관련하여 문제가 깊다고 생각이 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맞다. 어설프게, 혹은 비전문가인 보통 부모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만약 게임중독이 맞다고 하면, 그것은 제대로 된 치료가 필요하며, 상당한 전문적 역량이 개입되어야 하는 증상이다.


다수의 친구들이 게임에 대한 관심이 많으며 열심히 즐긴다고 하면, 게임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즐기는 것이 정상이다. 부모의 걱정스러운 관점에서 이를 "게임중독"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잘못된 진단에 기초한 부모의 강압에 의해서 혼자서만 게임을 하지 않거나 게임 얘기를 하는 친구들의 대화에 끼지 못한다면 결국 소외될 수 밖에 없다.


당신의 자녀를 믿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도 의심이 되면 철저히 객관적으로 판단하도록 노력해보라. 그리고도 문제라고 생각되면 전문가의 가이드에 따라 개입하라. 이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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