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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Feb 09. 2020

자신이 힘든 성격과 남을 힘들게 하는 성격

심리전문가가 쓰는 비-전문적 심리학. 간편 성격장애 감별법

Photo by Camila Quintero Franco on Unsplash



성격이란 한 사람의 특징적인 행동, 사고, 감정 패턴을 지칭하는 것이다. 성격은 각자의 성장배경이나 경험, 그리고 타고난 유전적인 소인 등의 복합적인 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심리적인 성향이다. 그래서 사람의 외모와 생김이 모두 다르듯이 각자의 성격도 매우 다르고 독특하며 고유한 그 사람 만의 특징을 가지게 된다.


성격장애라고 하면 쉽게 말해 성격 상의 패턴이나 문제들로 인하여 본인이나 타인에게 심각한 고통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물론 학문적으로는 각각의 성격장애를 구분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세부적인 특징과 엄격한 진단 기준을 가지고 평가해야만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너 성격 정말 피곤해!'나 혹은 '왜 그렇게 스스로를 들들 볶으면서 살아?ㅠ 좀 편히 좀 살아도 돼ㅠㅠ'라고 하는 등 성격적으로 본인을 힘들게 하는 성격들이 있다. 또한 본인이 아닌 타인을 힘들게 하여 타인을 분노케하거나 그들의 미움이나 원망을 받는 것이 일상인 성격도 있다. 엄격한 학문적 기준이나 과학적 근거에 의한 접근이 아니라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본인이나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성격적 특징'을 "성격장애"라고 정의한다면, 이를 효과적으로 분류하는 가장 쉬운 접근은 '자신이 힘든 성격'과 '남을 힘들게 하는 성격'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1. 간편 성격장애 매트릭스 : '스스로가 힘든 성격' VS '타인이 힘든 성격'


"성격장애"를 '본인이나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성격적 특징'이라고 일반적이고 상식적 수준에서 정의하고, 이를 '자신이 힘든 성격'과 '남을 힘들게 하는 성격'으로 구분한다면 결국은 4분면의 분류가 가능하다. 즉, '본인만 힘든 경우', '타인만 힘든 경우', '본인과 타인 모두 힘든 경우' 등이다. 이를 표로 표현해보면 다음과 같다.

간편 성격장애 매트릭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①번 영역에 해당하는 '타인도 좋음'이며 '자신도 좋음' 일 것이다. 그런데 성격이 문제가 되는 경우(비-학문적 차원에서 광범위한 의미의 성격장애)는 '성격적 특성으로 인하여 본인이나 타인이 힘들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2. 자신이 힘든 성격 : '자기 고통형 성격' 혹은 '자기 비하형 성격'


그중 첫 번째 유형은 '타인에게는 큰 불편함을 주지 않으나 본인은 매우 힘들어하는 경우', 즉 "자기 고통형 성격"이다(③번 영역). 이들은 타인의 입장에서는 별 문제가 없으며, 외견 상으로는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가까운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 사람에 대해 너무 심하게 자책을 하거나 자기 비하가 심하고 스스로에 대한 문제의식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타인의 지지나 칭찬에 대해서도 거부적이거나 지나친 겸손을 보이면서 받아들이지 않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해당하는 임상적 성격장애로는 'Dependent Personality Disorder(의존적 성격장애)'나 'Avoident Personality Disorder(회피성 성격장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전형적으로 이들의 경우에는 자기 존중감이 낮으며, 자기 비하가 심하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긍정적이고 우호적이나 스스로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여 낮은 평가를 주기도 한다. 무엇을 하더라도 자신감이 없으며 일이나 과업에 대하여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높은 편이다. 그리고 좋은 결과를 내더라도 그에 대해서 겸손함을 넘어서서 심한 평가절하('운이 좋았던 거야!'나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어서 그래도 된거지 뭐!') 경향을 보인다. 평상시 기분이 좋은 날이 별로 없으며 거의 침체되어 있고 활력이나 즐거움이 없이 상시적인 우울감이나 불안감 등을 경험하게 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며, 그냥 착하고 겸손한 사람 정도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오랜 기간 동안 같이 일을 하거나 생활을 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주거나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왜냐하면 끊임없이 칭찬을 제공해야 하나 칭찬한다고 해서 딱히 긍정적으로 변화하지도 않기 때문이다('김과장님! 정말 대단해요~ 어쩜 그렇게 일을 잘하세요?!'라는 칭찬에 대해서 '아니에요~ 그런 말씀 마세요ㅠ 제가 얼마나 부족한 게 많은데요ㅠㅠ 저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니에요ㅠㅠ' 등).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은근히 '잘난 척'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거나 혹은 계속되는 부정적인 기분 상태(즉, 지속적인 자기 비하나 스스로에 대한 평가절하 등으로 인한)로 인하여 사람들이 멀리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대인관계 상에서의 미묘한 멀어짐(?!)은 곧 자기 비하의 소스로 활용되어 더욱 자기 비하가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3. 남을 힘들게 하는 성격 : '공격적 성격' 혹은 '분노 유발형 성격'


간편 성격장애의 두 번째 유형은 '본인은 고통스럽지 않으나 타인을 매우 힘들게 하는 경우', 즉 "공격적 성향으로 인하여 분노를 유발하는 성격"이다(②번 영역). 이 유형은 직장에서 볼 수 있는 무능하거나 성격이 나빠서 본인에 대한 문제의식은 없이 부하나 주변 사람들만 비난하는 매우 나쁘고 더러운 성격을 가진 상사나 동료에게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다. 혹은 보통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타인에게 심한 (심리적) 고통을 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전혀 문제의식이 없으며, 오히려 '왜 힘들어하는 건데?'라고 하면서 타인을 더욱 비난하거나 본인도 억울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일반적으로 보이는 특징은 자신의 주관이나 신념이 너무 강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며, 본인 내적으로도 분노가 많은 편이다. 본인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으며, 문제의식 자체가 없다. 자신의 생각이나 견해가 맞다는 생각이 강하며, 그로 인해 자신과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 틀렸다고 비난하는 경우이다(I'm OK! but You're not OK!). 소위 '심한 꼰대'인 것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맞다고 생각하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인정하거나 수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에 그치지 않고 나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함부로 평가나 비판을 하거나 심지어는 틀렸다고 공격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진짜 성격장애로는 '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반사회적 성격장애)'나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자기애적 성격장애)'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들의 행동을 교정하거나 바뀌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본인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은 특별히 불편하지 않다. 그리고 타인들의 고통이나 불만에 대해서도 별로 공감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틀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고통스럽지 않으려면 자신의 말대로 하면 되는 법인 것을, 그렇게 하지는 않으면서(즉, 자신의 말을 인정하고 따르지 않으면서) 힘들다고 호소하는 것을 인정해줄 리 만무하다. 만약 이들이 상사의 위치나 고객의 위치에 있다면 정말 상대방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교정하거나 피드백을 줄 방법이 없다. 절대 듣지도,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된다ㅠㅠ



4. 자신과 타인을 모두 힘들게 하는 성격


그런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본인도 힘든데, 타인들도 힘들게 하는 성격이다. 스스로도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으며, 우울과 불안이 가득한 심리적 상태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불안정한 심리적 상태가 타인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전파되면서 타인들도 힘들게 하는 성격이다. 전파하는 형식은 공격적인 형태('너 때문에 내가 너무 힘들잖아! 너는 왜 날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 거야?ㅠ'라고 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타인 탓을 하는 경우 등)를 보이기도 하며, 지나친 매달림이나 의존 등을 통해서 타인에게도 부담감과 심리적 어려움을 주는 경우('제발 나를 도와줘! 나는 너 밖에 없어!ㅠㅠ 너만이 나를 도와줄 수 있어!' 등)도 있다.


이런 상호 파괴적인 관계는 상황적인 요인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부부간의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이혼을 목적에 앞두고 있는 부부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본인도 고통스럽기 이를데 없으며, 그 고통을 상대 배우자 탓을 하면서 같이 심리적 공멸로 빠져드는 것이다. 혹은 회사 등에서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을 보이는 상하관계나 동료관계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거나 혹은 상호교류와 소통을 늘려 갈등을 풀려고 하기보다는 서로 자신의 문제를 부정하고 타인을 비난하는 악순환이 심화되는 경우이다. 그리고 이런 패턴이 지속되고 심화되면 아예 조직 내에 편 가르기와 내분이 일어나 조직 전체가 갈라지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만약 이러한 패턴들이 단지 상황적인 요인이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성격, 즉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패턴이라고 생각해 보라. 본인이나 주변 사람 모두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그 대표적인 성격 상의 문제가 바로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경계선적 성격장애)라고 하는 패턴이다. 내적으로는 우울감과 불안감이 가득한 등 불안정하고 부정적인 정서적 패턴과 상태를 보인다. 그리고 대인관계에서는 타인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로 인하여 초기에는 급속하게 친밀하고 강렬한 관계 형성이 가능하지만, 이는 곧 실망과 분노로 바뀌어 상대를 비난하고 괴롭히는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성격은 유전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치며, 생애 초기부터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되어 온 경험 및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그래서 쉽게 변화하지 않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전혀 안 변하는 것도 아니다.


성격장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성격 상의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 이유라는 것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현재에 와서 이를 수정하거나 교정하는 것은 분명히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이를 바꾸려면 일반적인 성격을 바꾸는 것에 비하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며, 일반적 과정이 아니라 전문적 과정(고도의 전문가에 의한 심리치료 등)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본인의 극심한 고통을 그대로 견디고 참기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이와 같은 내적인 심리적 고통은 곧 치료와 변화의 동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으며 시간과 노력도 많이 든다. 하지만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그 마음의 불씨를 키워 스스로 변화하고 다시금 행복한 인생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는 남아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필요할 뿐!




사람을 움직이는 원리. 성격 심리


#1. 돌보는 성격과 돌봄 받는 성격 / 장녀와 막내아들이 잘 사는 이유

#2. 자신이 힘든 성격과 남을 힘들게 하는 성격 / 간편 성격장애 구분법

#3. 묘하게 잘 맞는 두가지 성격 : 오지라퍼 VS 은둔자 / 나서는 성격과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

#4. 사람에 매달리는 성격과 사람이 부담스러운 성격 / 의존적 성격과 비사교적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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