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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Jan 21. 2020

어떤 심리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상담 선생님도 사람입니다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몸이 아파 병원을 가게 되면 기본적인 검사들을 거친다. 키와 몸무게 등과 더불어 체온과 혈압을 측정하는 등 기본적인 신체 상태에 대하여 체크를 한다. 이후에는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등은 대부분의 경우 실시를 하며, 신체적 증상의 내용에 따라서 추가 검사를 하게 된다. 만약 두통이 너무 심하거나 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 뇌파검사나 브레인 MRI 등을 실시하며, 이런 전문적인 검사의 경우에는 비용은 급격하게 올라간다. 하지만 비용에 상관없이 정확한 문제 진단과 발견을 위해, 그리고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핵심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최대한 철저하고 정확한 신체적 상태에 대하여 평가하고 진단한다.


마음의 문제도 동일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내담자나 환자, 고객들의 심리적 상태에 대한 주관적 기술이 정확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원인과 (치료를 위한)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밝히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심리검사를 하게 된다. 최근에는 심리학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어디에서나 쉽게 심리검사와 관련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정보들이 모두 유용한 것은 아니다. 어떤 마음의 문제가 있는지에 따라서 어떤 심리검사를 통해서 어떤 정보를 파악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들이 결정된다.  



1. 마음 전체에 대한 체계적 평가와 진단. 종합심리검사


신체에 대한 건강검진의 경우에도 검진 내용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나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글쓴이가 근무했던 모-병원에서는 유명한 특급 호텔 헬스클럽과 제휴를 맺어 국내에서 가장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1박 2일 동안 병원에 입원하여 다양한 검사와 면담을 통해서 고객의 건강상태를 매우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그리고 전문적이고 심층적 수준까지 진단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만약 이 정도의 건강검진을 받는다면, 아마도 신체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질문이나 궁금증이라도 정확한 진단 결과에 근거하여 설명해줄 수 있다.


이 정도 수준에 해당하는 마음 전체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와 진단을 보통 '종합심리검사(Psychological Full Battery)'라고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검사 도구나 과정 상 일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소아-종합심리검사(청소년 포함)'와 '성인-종합심리검사' 등으로 구분하여 실시한다. 심리검사를 한 번도 체계적으로 받아본 경험이 없는 소아나 청소년, 혹은 정신과와 같이 심리적 문제들이 심각한 경우 사용하는 심리검사 세트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종합심리검사의 경우에는 다양한 종류의 심리검사가 적용된다. 검사 라포 형성 및 검사 적응을 위한 기본적인 검사들(물론 그 검사 결과 자체도 의미가 있음! 예를 들어 HTP(House-Tree-Person Drawing Test) 등)에 더하여 단순한 지능 이상의 정서 관리 능력 등도 포함하는 종합적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Wechsler식 지능검사, 그리고 Roschach나 T.A.T.(주제통각검사) 등 전문적인 투사 검사들이 이에 포함된다. 이를 통해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심리적 상태에 대한 정교한 진단이 이루어진다.


앞서 집중적이고 심층적인 신체적 이슈에 대한 건강검진을 예로 들었던 것처럼, 이 정도의 심리검사를 한다면 소아건 성인이건 정서나 지능, 사회적 관계능력이나 감정관리 능력 등 어떤 심리적 영역에 대해서도 비교적 신뢰롭고 정확한 해석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만약 소아가 ADHD나 학습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보통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한다. 왜냐하면 주의력 문제나 학습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및 다른 능력들과 비교한 주의력과 학습 문제에 대한 비교 분석이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혹은 우리 회사의 모-고객사는 입사 시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한다. 왜냐하면 직장생활이란 성인의 삶에 있어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영역일 뿐 아니라 그 안에서 업무 이상의 다양한 대인관계나 문제해결능력이 요구되는 종합적인 인지 및 정서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2. 나는 어떤 사람이죠? 성격검사


'나는 어떤 사람이죠?'라는 질문은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질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원하며, 무엇을 잘하고, 어떤 약점이 있는지 등 자신에 관한 전반적인 화두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어느 정도 정리된 해답을 보통 '자아정체감(self-identity)'이라고 칭한다. 이와 같은 '자아정체감'은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원인 '나 자신'에 대한 제품 분석이라고 볼 수 있다.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즉, 인생에서 최대한 성공과 행복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아정체감'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성격검사'를 해보는 것이다. 성격이란 '한 개인을 특징짓는 일련의 비지적인 심리적 영역으로서, 사고 & 감정 & 행동 등이 포함된 제반 심리적인 특징들'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개인에 대한 '지적인 능력'을 제외한 포괄적인 심리적 영역을 지칭하는 것으로써, 그 안에는 정서관리패턴, 대인관계 특징, 자아상,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태도 등이 모두 포괄된 개념이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적성'이나 '역량' 등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라고 볼 수 있으며, '취미'나 '흥미' 등도 이 범주 안에 포함할 수 있다. 이처럼 비지적인 영역에서의 자신의 행동 특징을 객관적으로 알고 싶은 경우에는 '성격검사'를 하는 것이 유용하다. 다만 성격의 범위가 매우 포괄적인 것처럼 성격 검사라는 것도 그 수준과 내용이 매우 다양하다. 가장 전형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검사들로는 DISC나 MBTI, 혹은 에니어그램 등이 있으며, 보다 심층적이고 깊이 있는 심리적 영역까지 측정하는 검사로는 (종합심리검사에 포함되어 있던) MMPI, Roschach, TAT 등도 있다. 또한 필요에 따라서는 특정 목적과 내용을 위하여(예를 들어 회사에서의 선발이나 결혼 정보회사에서의 커플 매칭 등) 특화된 성격검사를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성격의 차원과 내용이 워낙 광범위하고 그 평가 방법도 다양하기 때문에 평가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그에 맞는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는 병원에 가서 '오른쪽 배가 쿡쿡 쑤시듯이 아파요!'나 '왼쪽 정수리 부분에 두통이 있어요!'라고만 말하면 그에 필요한 검사를 찾아 실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특히 성격검사는 그 의도와 목적에 따른 다양한 형태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고 효과적이지도 않은 경우가 많다.



3. 우울하고 불안해요. 정서검사


그럼 모든 사람들이 '종합심리검사'를 받으면 좋은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물론 '종합심리검사'를 받으면 다양한 차원에서의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호소하는 심리적 문제가 특정적이거나 제한적인 영역에 국한되어 있다면 굳이 전체 심리적 영역을 다 측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서적 문제들이다. 이 같은 경우 일단은 정서적 상태나 이슈들에 대해 평가하고, 그 상태가 너무 심각하거나 혹은 정서적 문제로 인하여 다른 심리적 영역 상의 문제가 예상되는 경우 종합심리검사를 추가로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정서검사의 경우에는 주요 정서들에 대해서 두루 평가하는 경우가 많으며, 때로는 우울이나 불안 등 특정 감정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평가하는 도구가 있기도 하다. 전반적인 감정 상태를 측정하는 심리검사는 보통 초기에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에 대하여 탐색하고 전반적인 감정 수준에 대하여 평가할 때 사용한다. 반면에 집중적 정서 평가 도구는 진단이나 치료를 위하여 세부적인 정보가 필요할 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성격 검사에는 정서 관련된 평가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인터넷 등에 보면 Screening 목적의 정서 검사들은 너무 많이 있기 때문에 굳이 검사명을 열거하지는 않겠다. 다만 직장 내에서의 감정적 상태나 스트레스 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직장 환경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검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OSI(Occupational Stress Inventory, '학습인'(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교육 컨설팅 회사임)에 문의하면 교육 및 구입 가능함)나 EAPI(Employee Assistance Program Inventory, 글쓴이 회사에서 주로 사용하는 도구임) 등은 직장이나 조직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여 개발된 검사이다. 따라서 직장이나 조직에서의 감정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조직을 고려하여 개발된 검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4. 나의 능력이 궁금해요. 인지 및 능력(역량)검사


심리검사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역사적 사건들은 '전쟁'이다. '전쟁'은 일상적 생활에 비하여 극단적인 상황이며, 극한 자극과 강한 심리적 반응들을 하게 된다. 또한 전쟁을 수행하는 군인의 경우 다양한 직무들을 수행하게 된다. 전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다양한 능력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한 방법으로 심리검사들이 사용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심리검사의 내용이나 형식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축구 대표 선발을 위해서는 정 선수의 다양한 능력에 대하여 평가하고 그중 어떤 능력이 가장 우수한지를 판단하여 그에 맞는 포지션을 배정한다. 회사에서도 선발 시 직무별로 모집을 하기도 하며,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수행하여 당락과 직무 배치를 결정한다. 이처럼 능력에 대한 평가도 심리검사를 활용하는 주요 목적 중 하나이다.


보통 인지 및 능력에 대한 평가가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이과와 문과를 결정하는 '진로' 결정 과정이다. 그리고 세부적인 전공 결정 추천도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능력에 대한 평가의 대표적 예시이다. 직업과 관련해서도 직업 적성이나 흥미 검사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또한 국내 대기업의 경우에는 자사에 최적화된 능력검사를 개발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가끔씩 이런 취업용 능력검사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검사들이 무슨 필요가 있어!'라고 불평을 하는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자사에 최적화된 맞춤형) 검사를 개발하는 데에는 다 나름대로의 전문적인 논리와 과정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며, 충분한 연구와 경험적 타당치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다.



5. 대인관계가 힘들어요. 대인관계 관련 심리검사


회사 상담센터에 가장 많은 호소 문제 중 하나가 대인관계 이슈이다. 특정인 혹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나 관계 상에서의 어려움이나 갈등관리와 관련된 문제들이다. 이와 같은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인관계 관련 검사들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대인관계도 성격의 일부이며, 어느 정도 안정되고 일관적인 패턴을 보인다. 이를 파악하여 대인관계 상 강점과 취약점을 파악하고 취약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학습하고 적용하는 데에 심리검사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비교적 안정되고 일관적인 본인의 대인관계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면 그에 따른 개선이나 보완 방향이 명확해진다. 그리고 대인관계 관련 검사들의 경우 대부분은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검사결과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내 검사 결과만을 아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대인관계 프레임 자체를 학습하게 된다. 이와 같은 대인관계 프레임은 이후 다른 사람들의 패턴을 파악하거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도출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DISC의 경우 'Dominance' 유형의 사람들은 적극적이고 빠른 행동력이 특징이기는 하나 타인에 대한 진지한 경청과 수용 등은 부족한 편이다. 반면에 'Steadiness' 유형은 사람들은 수용적이고 공감적 경청을 잘하는 반면에 적극적이고 빠른 실행력이 부족하다. 또한 MBTI에서의 '판단형(Judgement 타입, 혹은 계획형)'의 사람들은 체계적인 계획과 이후 과정에 대한 예측이 가능한 상황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 이로 인해 대인관계 상에서도 관계를 정리하고 규정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반하여 '인식형(Perceiving 타입), 혹은 자율형)' 사람들은 자율적으로 결정한 내적 동기가 중요하다. 따라서 대인관계에서도 속박이나 구속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대인관계와 관련된 검사나 그에 바탕이 되는 이론적 틀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적응, 그리고 '다름'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방법에 대해서 좋은 정보와 방향을 알려줄 수 있다. 이는 다양성에 기반한 유연한 조직을 만드는 핵심적 요소이다.




이전 글에서 기술했던 것처럼, 심리검사는 수단과 방법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도구라는 것은 지혜롭고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본인이 이해가 되지 않거나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해서 검사 자체를 부정하거나 경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심리학도 과학이며, 심리검사도 과학적 방법에 의해서 산출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의해서 진지하게 연구하고 개발된 검사를 굳이 안 쓸 이유는 무엇인가? CT나 MRI를 찍고, 판단을 잘못해서 오진이 난 경우 책임은 그것을 Reading한 의사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지, CT나 MRI 자체를 부정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잘못이다.


신체적 문제와는 다르게 마음의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심리검사를 믿지 않거나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역으로 비-가시적 요소를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리검사가 더 필수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단, 그 검사가 충분히 전문가에 의하여, 전문적 과정과 단계를 거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전제 하에 그렇다. 즉, 심리검사의 유용성에 대한 논란은 '제대로 된 심리검사는 매우 유용한 정보를 준다!'가 정답이다. 그 유용한 정보를 활용하여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유익하게 활용하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본 글과 관련이 있는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134


https://brunch.co.kr/@mindclinic/210


https://brunch.co.kr/@mindclinic/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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