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선생님도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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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면서 1.
아무래도 심리검사에 대한 요구나 문의는 겨울 방학 때 많이 옵니다. 소아나 청소년의 경우 방학이라는 것도 영향을 미치며, 성인의 경우에도 지나간 한 해에 대한 성찰이나 다음 해에 대한 계획 과정 등에서 '나 자신의 특성과 상태'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지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저의 다른 글들을 마찬가지이나 제 고객분들의 궁금한 점이나 드리고 싶은 말씀을 정리해서 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지라, 이번에는 심리검사와 관련된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글을 올립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바로 '언제 심리검사를 받는 것이 좋은가요?'에 관한 질문입니다. 이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을 시작하면서 2.
글의 내용이 내용인지라 글쓴이의 자격(?)에 대한 소개는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 제 소개를 간략히 드립니다. 저는 모-대학에서 '임상 및 상담심리학' 전공으로 학부-석사-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수련 및 임상경험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과정을 마치고 한림대 성심병원에서 임상가로 활동하였습니다. 현재 임상심리전문가(한국 심리학회)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보건복지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신과에는 한두 명의 심리전문가 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서 다양한 계층의 심리검사를 모두 하게 됩니다. 그래서 삼성병원이나 한림대병원 모두 성인은 기본이고, 소아정신과가 있던 곳이며 그곳의 심리평가 프로세스 세팅과 운영을 맡아왔으며 신경과에서의 치매 진단 등에도 함께 참여하였던 이력이 있습니다. 병원 생활 이후에는 기업 장면에서 전반적인 심리적 특성과 상태에 대한 평가 및 그에 기반한 상담이나 코칭을 주로 해 오고 있는 중입니다. 이 정도 이력이면 '심리검사와 관련된 글을 쓸 자격 정도는 되는 사람이겠구나!'라고 생각하고 글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매년 건강검진이라는 것을 받는다. 전반적인 신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Screening 정도의 검진을 통해서 현재 신체적 상태를 리뷰해 본다. 이를 통해서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잠재적인 신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조기 탐색과 선제적 예방을 할 수 있으며,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문제가 있다면 이차 검진 등을 통해 심층적 진단을 하고 신체적 질병이나 장애를 적극 치료하는 계기로 삼게 된다.
그런데 가끔은 '마음건강에 대한 검진은?'이라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관련 분야 전문가이니까 특히 그렇겠지만) 신체적 이슈나 문제들만큼 마음의 이슈나 문제들도 중요한데, 가끔 이를 너무 간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를 하게 되기도 한다. 이럴 때 진지하게 자신의 마음의 상태 및 특성, 혹은 잠재적인 이슈나 문제들, 그리고 현재 문제가 있다면 그 증상과 원인을 밝히는 도구로써 심리검사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그런데 심리검사의 경우에는 비용도 천차만별이고, 도구도 각양각색인데, 어떤 검사를, 언제, 어떻게 받는 것이 좋은지에 관하여 많은 의문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검사를 받아야 하는가? 그럼 언제?'라는 이슈일 것이다. 과연 '언제 심리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좋은가?
보통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중요한 채용 단계 중 하나로 신체검사라는 것을 실시한다. 그리고 해외 유학을 가거나 혹은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도 체계적인 신체검진을 실시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 업무, 해외 유학, 군대 모두 큰 환경적인 변화나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이 필요한 곳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새로운 상황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이 바로 건강한 신체적 조건일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시기에 신체적 검진과 더불어 반드시 심리적 검진을 추천한다. 물론 군 입대나 회사에 입사하는 과정에서도 심리적 상태에 대한 검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진단이나 평가의 깊이나 체계성은 좀 떨어지며, Screening 과정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다. 만약 이와 같은 심리적 측면이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면 심리검사를 적극 추천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7세'이다. 아동들에게 있어서 학교라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며 험난한 과업이기도 하다. 정서적으로는 막연한 기대와 희망도 있으나 두려움도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선생님, 친구, 선배들과의 관계 등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과정이다.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지적 및 정서적, 대인관계 측면에서의 준비나 발달이 이루어져 있는지 등 전반적인 심리적 능력에 대해서 면밀하고 체계적으로 판단해보는 것이 필요하다(참고 글. '엄마, 학교에 처음 가는 기분이 어떤지 알아?' https://brunch.co.kr/@mindclinic/200).
이와 같은 변화 이슈는 단지 7세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가야 하는 6학년, 혹은 적응과정에서 있는 중학교 1학년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에는 이과 혹은 문과에 대한 선택을 포함하는 자신의 전공이나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적성과 능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물론 자신의 직업능력, 즉 적성검사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언급한 이 시기들은 정서관리 및 대인관계 이슈 등을 포함하는 보다 종합적인 심리적 적응과 문제 해결이 요구되기 때문에 좀 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심리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인의 경우에도 이와 동일한 과정이 바로 입사(혹은 직장생활 시작하기!)나 혹은 창업 등이다. 이는 새로운 도전이요, 큰 변화이다. 이런 큰 변화 전에는 종합적인 심리검사를 통해서 자신에 대한 준비도 점검과 이후 예상되는 장단점을 파악하고 미리 대처하고 준비하는 것이 항상 유용하다.
개인적으로는 해외 유학(?)이나 해외 파견 전에도 반드시 심리검사를 추천한다. 왜냐하면 유학이나 타국으로 가는 것은 상당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며, 국내에서의 이동이나 이사와는 차원이 다른 적응 이슈를 유발한다. 특히 소아의 경우에는 언어적 능력이 매우 중요한데, 자칫하면 우리나라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그 나라 말도 제대로 못 배우는 경우들도 발생한다. 또한 심리적 및 정서적 안정감이나 대인관계와 관련된 기본 자질이 충분하지 않으면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적응하는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성인들의 경우에는 다양한 이슈들로 인하여 심리적 및 정신적 문제를 경험하게 되는데, 그중 대표적인 예들은 '이혼',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폭행', '극심한 스트레스 사건(심한 폭력이나 사고 등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관련 문제 등)', '(뚜렷한) 번아웃(burn-out)' 등이다. 특히 이 중 대부분은 법적인 차원에서도 문제가 되거나 혹은 법정에서 다툼이 있는 경우들이 많다. 그래서 (저희 회사가 운영하는 상담센터에 한하여 말씀드리면) 회사 내 상담센터에 이와 같은 문제들로 찾아오는 경우에는 필수적으로 관련 전문심리검사를 실시한다. 왜냐하면 이는 이슈 발생으로 인한 심리적 손상과 심각성 수준을 평가하고, 그 원인 및 치료 방법에 대한 정보들을 진지하게 수집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후일 법률적 다툼이나 논쟁이 있을 경우에도 관련 증거나 자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는 폭행 사건이 있을 때,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떼거나 혹은 폭행 부위에 대한 사진을 찍는 것과 같은 심리적 차원에서의 필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에게는 '이직 의도'가 진지하게 발생하면 심리검사와 그 결과에 기반한 상담이나 코칭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이직 의도가 발생하였을 정도라면, 1) 이미 심리적 상처나 손상이 상당히 축적되어 있을 것이며, 2)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상황이나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고, 3) 결과적으로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문제-중심적 결정과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통하여 직무가 안 맞는 것인지, 아니면 조직 문화가 안 맞는 것인지, 아니면 특정 사람(보통은 못되거나 나와 안 맞는 상사)과의 문제인지, 아니면 피로감의 누적으로 인한 번아웃 증상인지 등 궁극적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그에 최적화된 대응 방안이 나오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것이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많다. 각자의 경험이나 논리에 의하여 자신에 대한 생각 및 주변 환경이나 타인들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이 맞는 부분도 있지만 편향되고 왜곡된 부분들도 있다(참고 글. '모든 사람은 심리전문가다' https://brunch.co.kr/@mindclinic/194). 이런 경우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에 대한 혼란이나 방향 상실' 등이 오는 날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상담이나 코칭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하고 난 후 새로운 방향 설정을 위해서는 심리검사가 동반되는 것이 좋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대학교 1학년이다. 우리나라의 그 빡빡하고 험난한 입시 과정을 모두 극복하여 드디어 대학에 입학하였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제 본격적인 내 인생의 설계와 방향,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과 실행이 필요한 단계가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이런 정체감 이슈는 원래 인간 발달과정에서 보면 중고교 시절(의 나이)에 마쳤어야 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이 상담센터에 와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바로 '나는 누구인가?'인 것이다.
이럴 때 자신의 특징과 장단점, 그리고 나의 취약점이나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 설정과 조언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그냥 말로만 하거나 혹은 개인적 희망이나 바람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명백한 제품 분석, 즉 자신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분석에 기초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과정이다.
이런 위기나 혼란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열정과 굳은 의지로 시작한 직장생활이 현실과의 싸움과 피로감으로 인해서 지쳐갈 때 즈음에 '직장생활 사춘기'라는 것이 찾아온다. 그때가 되면, '내가 과연 회사에 맞는가? 이 일이 내 일인가? 나는 정말 직장인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등 전반적인 회의와 혼란이 찾아온다. 소위 '직장생활의 질풍노도, 혹은 자아정체감의 혼란'이 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노려 '사표를 던져라!'라는 부류의 책들이 그렇게 인기인 것이다! 또한 퇴직이나 창업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급격한 변화'의 시기이기도 하며, 동시에 '나'라는 제품에 대한 진지하고 깊이 있는 분석과 그 결과에 기초한 계획 수립과 실행이 필요한 시기이다.
심리검사는 도구와 과정 중 하나일 뿐이지, 절대 그 자체가 목적과 결과일 수는 없다. 심리검사는 궁극적인 문제 해결과 변화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과 해결, 그리고 그로 인한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위하여 사용되는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외과 수술 전에 CT나 MRI를 통해서 신체적 상태 및 수술 부위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해야만 하는 것처럼, 심리검사 또한 의미 있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는 것은 맞다!
즉, 심리검사란 궁극적으로 활용의 문제이지, 도구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어설픈 대장장이가 도구 탓을 하는 것이지, 진정한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좋은 도구가 있다면 물론 좋을 것이며,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도구의 문제점에 너무 집착해서 도구 자체를 활용하지 않거나, 가장 효과적인 도구 사용법을 모르거나, 혹은 엉뚱한 목적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신체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할 때 신체검진이 필수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듯이, 심리검사도 심리적 및 정서적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할 때 유용한 방법이다. 비용도 들어가고 시간도 들어간다. 하지만 세상에 그냥 얻는 자료나 정보가 있던가? 절대 그렇지 않다. 앞서 말했던 여러 가지 상황에서는 충분히 심리검사가 유용하고 의미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단, 이 도구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윤리적 태도와 활용과 관련된 전문성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면!!
본 글과 관련이 있는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134
https://brunch.co.kr/@mindclinic/200
https://brunch.co.kr/@mindclinic/194
https://brunch.co.kr/@mindclinic/161
https://brunch.co.kr/@mindclinic/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