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의 <구름>을 들으며 흘러가는 생각 지켜보기
생각이 너무 많아서 괴로운 때가 있지 않으신가요?정리하려 할수록 더 복잡해지고, 잠시 멈추고 싶어도 쉽게 멈춰지지 않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미 지난 일과 아직 오지 않은 일이 겹쳐 떠오르면서, 마음이 계속 긴장한 채 풀리지 않는 상태말입니다. 그럴 땐, 드뷔시의 <구름>을 들으며 잠시 마음을 내려놓아 보셔도 좋겠습니다.
이번 작품은 드뷔시가 작곡한 관현악 모음곡 《녹턴》의 첫 곡, 〈구름〉입니다. 이 곡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쇼팽의 야상곡처럼 선율이 앞에 나서지 않습니다. 드뷔시는 멜로디보다 먼저 소리의 질감을 생각한 작곡가였습니다. 그는 미국 화가 휘슬러의 ‘녹턴’ 연작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휘슬러가 색의 미묘한 차이를 탐구했다면, 드뷔시는 음향의 결을 탐색했습니다.
〈구름〉을 처음 들으면 멜로디부터 찾게 됩니다. 어디가 중심인지, 무엇을 따라가야 하는지 본능처럼 확인하려 하죠. 그런데 이 곡은 우리가 기대하는 방식으로 친절하지 않습니다. 소리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또렷하지 않거든요. 클라이맥스도 뚜렷하지 않고, 감정을 크게 몰아붙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화음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긴장과 해소를 만들지 않습니다. 같은 모양의 화음이 옆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합니다. 어디론가 도착하기 위해 나아가기보다, 모양을 유지한 채 천천히 흘러갑니다. 그래서 듣는 사람도 지금 울리고 있는 소리의 표면을 따라가게 됩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잉글리시 호른의 선율은 이 곡에서 비교적 또렷한 윤곽을 가진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선율 역시 크게 발전하거나 극적으로 변형되지 않습니다.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다시 돌아옵니다. 배경의 화성이 조금씩 바뀌는 동안에도 거의 같은 모습으로 머뭅니다. 마치 흐르는 구름 사이에서 변하지 않는 수평선처럼, 이 음악 안에서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기준점처럼 작용합니다.
드뷔시는 팔음음계 같은 모호한 음계를 사용했습니다. 우리가 익숙한 장조와 단조의 중심감이 흐려지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약해집니다. 도착 지점이 분명하지 않으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과정에 머물게 됩니다. 어디까지 왔는지를 계산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렇듯 〈구름〉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시작할 때의 모호한 분위기로 돌아가며 끝이 납니다. 무언가 해결되었다기보다 구름 한 덩어리가 천천히 지나간 느낌만 남습니다. 아마 우리의 생각도 이와 비슷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 곡을 들으며 이런 마음챙김 연습을 해볼 수 있습니다. 조용히 앉아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바라보듯 떠오르는 생각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생각을 멈추려 하지 않고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생각이 올라오는구나.” 하고 알아차린 뒤, 그것이 어떻게 변하고 사라지는지 관찰합니다.
이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생각은 여전히 오지만, 그 생각이 곧 ‘나’는 아니라는 감각이 생깁니다. 그러면 생각은 지나갈 수 있는 것이 됩니다. 때로는 스스로 힘을 잃고 조용히 옅어지기도 합니다. 생각이 많을 때는 없애려 애쓰기보다 잠시 한발짝 물러서서 지켜보는 쪽을 선택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구름이 흘러가듯, 생각도 결국 흘러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