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 엄마 힘들겠다.

아빠 없는 여행, 엄마는 무사했을까?

by 새벽달풀

남자아이 둘을 엄마 혼자서 잘 키울 수 있을까?

못 키울 이유가 있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워터파크 가는 것이 고민이었다.


'아빠가 없어서 못 간다고는 안 해야지.'


야심 차게 마음먹었는데,

만 5세부터는 여탕에 들어갈 수 없다.

근데 하필 둘째 이현이가 5살...

'워터파크 가려면 형이 씻겨줘야 하나?'

아쉽게도 9살도 혼자 씻는 게 서툴다.


그래서,

혼자 목욕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로 했다.

"이현아, 엄마랑 워터파크 가고 싶지?"

"응, 언제 갈 거야?"

"거기 가려면 이현이가 혼자 샤워할 수 있어야 해."

"형이 씻어주면 안 돼?"

"형도 자기 씻는 것만으로도 벅차니까, 이현이까지 신경 쓰긴 힘들어.

그러니까 각자 잘 씻고,

수영복도 챙기는 연습을 해야 해."

"혼자 샤워하면 워터파크 갈 수 있어?"

"그럼, 갈 수 있지."

이현이는 뭔가를 다짐한 듯,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욕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귀 뒤 쪽에, 흰 비누 거품이 묻은 채로

스스로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이현이가 문을 빼꼼 열었다.

"엄마, 나 다 씻었어."

비누 거품이 그렇게 사랑스럽게 느껴진 건 처음이다.

웃음을 참았다.

"휴..."


'워터파크 가기 참 힘들다.'


어떤 날은 비누거품이 눈에 들어갔다고 울고,

방까지 물이 넘치는 날도 있고,

귀에 물이 들어가 방방 뛰기도 하면서

그렇게 한 달을 매일 샤워하고 봐주고 반복했다.


이현이는 위터파크에 가기 위해 열심히 샤워 연습을 했다.


그 해 여름,

우리 셋은 같이 워터파크에 갈 수 있었다.

신나는 마음으로 수영복, 구명조끼, 간식과 도시락을 잔뜩 준비했다.

아이들도 전날 밤부터 들떠 있었고, 나도 기분이 이상하게 설렜다.


드디어 워터파크 주차장에 도착했다.

양손에 잔뜩 짐을 들고 힘겹게 걷고 있었는데,

뒤에서 졸졸 따라오던 이현이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엄마! 아빠가 있으면 엄마가 가방 안 들었을 건데, 엄마 힘들겠다."

엄마가 걱정되어한 말이 가슴을 훅 찔렀다.

"그런 말 하면 엄마가 속상하잖아. 그냥 네가 커서 엄마 짐 들어드리면 되잖아."

작은 가방 하나를 얼른 받아 들며 이준이가 말했다.

"엄마 제가 짐 들어드릴게요."

갑자기 어른스러워진 이준이가 고맙고 마음이 아렸다.


우리 셋은 괜찮은 듯, 괜찮지 않은 듯,

서로를 속으로 위로하며 지내고 있었다.


'집에 가면, 당장 접이식 카트를 하나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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