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 웃고 있지만, 웃고 있지 않았다.

위로해야만 했던 사별의 시간

by 새벽달풀

사별 후, 사람들은 나에게 참 따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 따뜻한 사람들에게

'괜찮아요, 잘 살고 있어요'라는 위로를 건네야 했다.


친척 어른들의 걱정어린 조언은 진심이었다.

"그래도 젊은데 혼자 살면 아깝지 않아?"

'남편 뒷바라지 하는 게 더 아까울 수도 있잖아요.'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아이 둘도 힘든데 시어머니까지 모시려고 하니?"

'그럼 대신 도와주실 건가요?' 속으로만 항의했다.

그 말들은 나에게 '막 피어난 새싹에 찬물을 끼얹는 기분'의 말이었다.


도하와의 삶은 이혼까지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차라리 사별이 낫지'라는 잔인한 위로로 스스로를 붙들었다.

'연인과 이별하면 몇 달을 울기도 하니까 딱 그 정도만 하자.'

스스로에게 세뇌하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사별한 여자니까’라는 말은 듣기 싫었다.

그래서 씩씩하고, 밝게 살기로 했다.


어른들의 조언을 뒤로하고

외동아들을 잃은 시어머니와 동행하기로 했다.

3교대하며 아이를 양육하는 문제가 제일 걸렸고,

어차피 둘 다 불쌍한 처지인데,

서로 기대 살면 좋잖아.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시어머니를 지금 분가시켜 드리는 건 무섭고 외로웠다.

돌싱을 즐기겠다고 선언하고 매주 아이들과 놀러 다녔다.

경제적으로는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고,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돌봐주시니 불편할 게 없었다.


하지만 '혹시 어른들 걱정이 정말 현실이 되는 건 아닐까.'

마음속에 약간의 걱정은 품고 있었다.


아이들이 아빠가 없어지면 뭐가 제일 아쉬울까에 대하여 고민을 했다.

아빠 없어서 여행을 못 가면 그게 제일 걸릴 것 같았다.


"그래, 여행을 가자!"


따뜻한 햇살에 나무들이 반짝반짝 빛나던 5월,

제주도 어느 펜션에서 비슷한 또래의 가족을 만났다.

"아들이 둘인가 봐요. 대단하시네요."

"대단하긴요. 저는 딸이 없어서 그런지 아들이 더 좋아요."

딸이 하나인 그 가족을 보며,

나도 모르게 부러운 마음을 숨기며 말했다.

"아들은 클수록 아빠 손이 필요하다던데, 아빠는 어디 가셨나 봐요."

"네. 어디 갔어요."

"어디 가셨어요?"

나는 그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대답했다.
"하늘나라요…"
숨길 이유가 없다고 느껴져, 불쑥 말이 나왔다.
상대는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며 연거푸 말했다.
"너무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요. 죄송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도 이제 마음이 좀 괜찮아졌어요. 편하게 생각해 주세요."

그 말에 상대는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한편으론, 이해되기도 했다.

그날 이후, 나는 다른 사람에게는
'아빠는 잠시 출장 갔어요.'라고 말하기로 했다.


회사 모임이 있었다.

"서윤, 잘 지내지?

정말 잘 지내고 있지?"

회사 선배는 세상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며 말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이혼했다느니, 누군가는 노총각이라느니… 별말을 다 했다.

불편했지만 생각해서 해주는 말씀이니 듣기로 했다.

‘나는 재혼 생각이 없는데,
그들의 이혼과 혼인 여부는 왜 내 대화 안에 있어야 했을까.'

이런 말을 듣고 나서는, 웃으며 인사만 해도 오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졌다.


그런 날들이 가슴을 조여왔다.

이게 남편의 그늘이란 걸까? 속으로만 씁쓸한 생각을 하며

나는 늘 웃으면서 대답했다.


"결혼이요? 이젠 안 해요.

저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그 말이 진심이기를 내가 제일 간절히 바란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이킷(♥)과 구독은 다음 글을 쓰는 힘이 됩니다.

이전 12화10화 | 애도 기간은 5개월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