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애도 기간은 5개월뿐

눈물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by 새벽달풀

비 오는 저녁, 퇴근길 차 안.

내가 온전히 혼자가 되는 시간이었다.

매번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오늘은 울지 않기로' 다짐을 한다.

다짐은 다짐일 뿐, 20분이란 시간은 참기엔 너무 긴 시간이었다.

그날도 결국, 참지 못했다.

빗소리에 묻힌 울음으로 마음을 씻어냈다.


도하를 돌보며 '언젠가 도하가 없는 날이 온다면 어떨까?'에 대하여 생각하곤 했다.

'허전하겠지?'

'보고 싶겠지?'

'어쩜 더 편할 수도?'

'아이들 키우려면 더 열심히 벌어야겠네...'

'그래도 힘들 때 기댈 곳이 없어 외롭겠지.'

정도의 생각들이었다.

그땐 그런 생각도 잠시,

바쁜 일정 속, 지쳐가고 있었고 닥친 일들을 해 나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장례 후 처음 마주친 혼자라는 느낌도 잠시,

일상으로 돌아온 내가 매일 울었던 이유는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눈물의 이유는,

앙상해진 모습의 도하가 마지막 눈을 감던 모습이 머릿속에 맴돌면서,

'사람이 어떻게 6개월 만에 그렇게 말라서 죽을 수 있지?'였다.

'어떻게... 암이 살아 있는 사람을 잡아먹어서 죽게 만들 수 있지?'

그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럴 때마다,

가슴에서 올라오는 허무함이 눈물이 되었다.


사업할 때 보험을 다 해약해서 사망보험금은 없었고,

끝내 갚지 못한 빚이 남겨졌다.

나와 두 아들의 상속 포기 신청을 해야 했다.

상속을 포기했으니 도하 명의로 된 차를 반납했고,

남은 돈을 긁어모아 아이들과 함께 탈 차를 구입했다.

3교대하며 아이들을 돌보며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데 숨이 찼다.

도하가 남긴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버겁고, 힘겨운 날들 속에서 눈물이 저절로 났다.


다니는 곳마다 사망 진단서를 들고 다녔다.

사망 서류를 낼 때마다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더 나를 아프게 했다.

보통은 가벼운 미소로 괜찮은 척했지만

지친 어떤 날은 동사무소 창구에서 들은 따뜻한 말 한마디에 흐느껴 울기도 했다.

내가 다시 살아갈 준비는 3달 동안 지속되었다.


"정리 좀 하고 가지"

친구의 “죽는다고 생각하지 마”란 말만 없었어도,

이렇게 정리할 게 많진 않았을 텐데.


꽉 차 있던 일정이 느슨해질 즈음, 아프기 전 도하의 모습이 떠올랐다.

도하의 인생이 어땠는지 떠올리며 또 몇 달을 차에서 목 놓아 울었다.

아이들 앞에서 슬픈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다짐한 나는

차 안, 출퇴근 운전하는 시간에만 울었다.

차에서 실컷 울고 나면 온몸이 젖은 솜처럼 무거워, 집안일은 시작하기조차 버거웠다.


일상이 무너져 울기를 멈춘 나는

결국 깨달았다.


내 세상에서는 눈물의 5개월도 사치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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