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해준 가장 든든한 말 한마디
이준이는 중3,
이현이의 초5
사별 후 몇 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에피소드가 이야기가 흐름에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넘겨 읽으셔도 됩니다.
유난히 오늘은 이현이가 시무룩하다.
소파 한구석에 가만히 앉아만 있다.
생각해 보니 며칠 전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웃어넘겼었다.
오늘도 모른 척, 저녁 준비하고 있는데 이현이가 말을 건다.
"엄마, 혹시 나 심부름시킬 거 없어요?"
"왜? 없는데.."
"나 아르바이트할 수 없나?"
"초등학생 아르바이트 시키면, 시킨 사람 잡아갈걸.."
이현이는 기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날 밤,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이현이 방으로 갔다.
"우리 이현이 고민 있구나.
돈 필요해? 갑자기 아르바이트는?"
"저 자전거 좋은 거 사고 싶어서요."
이현이의 자전거는 산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일주일 넘게 당근을 뒤져서 고른 자전거였고,
본인 용돈으로 샀다며
엄청 좋아했었는데 이런 말들이 의아했다.
"자전거 왜 좋은 거 사고 싶을까?"
입이 툭 튀어나와서는
곧 울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친구들이 내 자전거가 꾸질었데요."
'아이 말을 들을 땐 공감이 먼저랬다....'
"이현이가 엄청 마음에 든 자전거가 친구의 말로 하찮은 자전거가 되었네."
'사실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엄마로서 한계다.'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준아!! 잠시 들어와 봐."
큰 아이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나보다 나으리라... 믿으며...'
"이준아, 이현이가 고민이 있데. 네가 잘 대답해 줄 것 같아서 불렀어."
"이현, 왜?"
"형! 친구들이 내 자전거 꾸질었데."
잠시 생각하던 이준이가 대화를 이어갔다.
"지들은 자전거 좋은 거 타냐?"
"응 좋은 거 타..."
"그럼 이렇게 말해봐."
살짝 미소를 머금고는
"부모 등쳐먹으니 좋냐?"
이현이의 입가에도 배시시 웃음이 번졌다.
참는 웃음이었다.
"그리고 걔들 공부 잘해?"
"아니 나보다는 못해."
"그럼 걔들 폰 좋은 거 가지고 다녀?"
"아니, 폰 없는 애도 있고.... 고장 난 애도 있고..."
이준이는 잠시 짧은 숨을 내뱉더니, 살짝 웃는다.
"그럼 베이비 카푸어네."
"가서 '베이비 카푸어'라고 그래!"
이현이는 바로 웃지 못했다.
멈칫하며 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베이비 카푸어가 뭐지?"
"차만 좋은 거 타고 집도 없고 돈도 없는 사람을 카푸어라고 해."
그제야 이현이는 힘차게 웃었다.
그리고 자기 전 누워서 조용히 나에게 말했다.
"엄마, 나 자전거 안 바꿔도 괜찮아요."
나는 웃었다.
"그래"
아이의 말 한마디에, 오늘 하루의 걱정이 눈처럼 녹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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