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남편의 장례 후, 첫 하루

도하의 물건은 있지만, 도하는 없다.

by 새벽달풀

남편의 장례식을 정신없이 치르고 돌아왔다.

장례식장에서 가족들이 다 떠난 뒤,

나는 처음으로 '혼자'라는 말을 실감했다.


현관문 앞에는 택배 상자가 쌓여 있었다.

커피 믹스와 콜라.

이제는 마실 사람이 없는 것들.

허리가 아프다며 주문했던 쿠션 하나.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선물 하나.


시간이 갑자기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었다.

정신없이 집과 병원, 일터를 오갔다.

하지만 이제는 급할 게 없다.


집안으로 들어와 시선이 멈췄다.

진통제가 담겼던 약봉투, 구토하던 통, 침대 위에 놓인 찜질팩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어차피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조금 덜 고생하고 빨리 떠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미안한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혹시,

간병의 시간이 더 길어졌더라면 나는 정말 끝까지 잘 해낼 수 있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위로처럼 되뇌며, 스스로를 달랬다.


이 공간엔

도하의 물건은 있지만

도하가 없다.

그리고,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먹먹한 마음에 눈물이 날 것 같아,

도하의 흔적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와 아이들이 함께 살아야 할 곳이니까.

나는 아이의 마음을 지켜줘야 하니까.

누군가 그랬다.


"애들이 불쌍한 건, 어른들이 불쌍하다고 해서 불쌍한 거야. 애들은 잘 몰라."


나에게 희망이 되는 말이었다.

아빠 없는 불쌍한 아이로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아이를 불쌍하다고 여기지 않겠다는 처절한 다짐이 필요했다.


그렇게,

도하가 없는

우리만의 하루가 조심스럽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아이들 방식의 세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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