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철학 ③] 드라이 도크(Dry Dock)

물 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

by 자아

배는 보통 5년에 한 번, 모든 항해를 멈추고 드라이 도크(Dry Dock)에 들어간다. 수면 아래 잠겨있던 거대한 선체를 물 밖으로 들어 올리는 대공사다. 5년 동안 쉼 없이 바다를 갈랐던 프로펠러, 방향을 잡던 러더, 그리고 해수를 빨아들이던 구멍들까지. 평소에는 절대로 볼 수 없던 배의 '민낯'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배를 '그녀(She)'라고 부르는 이유

기관장님이 내게 물으셨다. "배를 왜 여자(She)라고 부르는지 아니?" 선박을 지칭할 때 여성 대명사를 사용하는 관습에 대해 여러 설이 있지만, 기관장님의 답은 명쾌했다. "항상 세심하게 돌보고 관리해줘야 하기 때문이야."그 말은 엔지니어로서 내 가슴에 깊이 남았다. 잠시라도 눈을 떼거나 관리를 소홀히 하면 배는 금방 신호를 보낸다. 삐걱거리는 소음, 미세한 진동, 온도의 변화. 드라이 도크에 올라온 배를 보면 그 세심한 돌봄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속에 있을 때는 매끈해 보였지만, 뭍으로 나온 선체에는 따개비가 붙어 있고 페인트가 벗겨진 자리에 붉은 녹이 슬어 있다. 멈춰 서서 들여다봐야 비로소 보이는 고장들이다.


매일의 루틴, 삶을 부드럽게 만드는 관

엔지니어는 안다. 도크에서의 성패는 지난 5년 동안 배를 어떻게 관리했느냐에 따라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배의 심장인 엔진 안에는 수만 개의 부품이 맞물려 돌아간다. 이 거대한 기계가 고장나지 않고 매끄럽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엔지니어들의 관심과 열정 덕분이다.

내가 매일 시간을 내어 행하는 루틴은 내 삶이라는 엔진을 통제하기 위함이다.


운동으로 신체의 가동 범위를 넓히고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독서로 낡아버린 생각의 회로를 닦아내고 새로운 지식을 채운다.

일기를 쓰며 내 마음의 하루를 성찰하고, 내일을 기약한다.

기계가 멈추는 가장 큰 이유는 보통은 갑작스러운 대단한 파손이 아니다. 파손이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사소한 알람과 증상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우리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나를 살피는 관심이 부족하면 일상의 작은 스트레스에도 마음의 기어는 삐걱거리고, 삶이라는 엔진은 금방 과열되어 멈춰버린다. 운동과 독서, 기록이라는 일상의 정비는 바로 그 미세한 알람을 읽어내고 엔진이 타버리기 전에 조치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꾸준함으로 이어가는 나의 항해

5년마다 찾아오는 정기 검진은 그동안 내가 나의 삶을 어떻게 대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벼운 시험 성적표와 같다. 여기서 100점을 맞지 않아도 괜찮다. 설령 결과가 좋지 않아 0점을 받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도크에서 수리가 필요한 곳을 발견했다면 그저 고치면 될 일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점수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성적표를 받더라도 다시 엔진을 정비하여 그 꾸준함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정기 검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 항해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심판대가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다음 항해를 준비하는 솔직한 자기 고백의 시간이다. 오늘도 나는 내일의 성적표가 몇 점이든 담담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며 나의 루틴을 이어간다. 그 사소하고 지루한 꾸준함이 모여, 나의 항해는 비로소 어떤 파도에도 멈추지 않는 단단한 힘을 얻는다.


작가의 이전글[바다 위의 철학 ②] 감정을 승화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