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철학 ⑧]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

타인이라는 항로가 아닌, 나의 일지를 기록하는 법

by 자아

승선 생활은 매일이 배움의 현장이자 치열한 증명의 장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증명은 흔히 말하는 자존심을 세우는 일과는 결이 다르다. 자존심이 남에게서 오는 인정과 비교라면, 자존감은 내 안에서의 인정과 과거와의 비교다. 결국 에너지의 방향이 밖에서 오는가, 안에서 시작되는가의 차이다.


1. 자존심: 옆 배와 속도를 비교하는 무의미한 경주

배 위에서의 자존심은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든다. "저 배는 우리보다 속도가 빠르네", "저 사람은 나보다 연차가 낮은데 벌써 진급했네"와 같은 생각들이다. 이것은 내 배의 상태를 살피는 대신, 수평선 너머 타인의 항로만 쳐다보는 것과 같다.

자존심에 매몰된 이는 타인의 인정이라는 연료가 떨어지면 금세 동력을 잃는다. 누군가 나의 지식을 시험하려 들거나 업무적 실수를 지적하면,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삼기보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 방어기제를 세우기 급급하다. 이것은 겉보기에 화려할지 몰라도, 작은 풍랑에도 쉽게 엔진이 꺼져버리는 불안정한 항해와 같다. 외부의 평가라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내 키를 맡겨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2. 자존감: 어제의 기록을 넘어선 기관일지의 한 줄

기관실에서는 매일 세 번, 기기의 전반적인 상태를 기록하고 보고한다. 이를 기관일지(Eng-Log book)라고 한다. 일지에 적히는 온도, 압력, 유량 등은 타인의 배와 비교하기 위해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어제의 우리 배와 비교하여 오늘 엔진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혹시 문제는 없는지 파악하기 위함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자존감은 남보다 뛰어난 것을 증명할 때가 아니라, "어제는 이해하지 못했던 기계의 원리를 오늘 완벽히 깨달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할 때 단단해진다. 거창한 운동이나 대단한 성취가 아니어도 좋다. 어제보다 오늘 내가 배운 것이 단 하나라도 있다면, 그 지점부터 나의 자존감은 한 칸 더 쌓아 올려지는 것이다. 진정한 자존감은 남의 박수가 아닌, 나 자신에게 주는 정직한 인정에서 시작된다.


3. 나라는 엔진을 오버홀(Overhaul)하는 시간

기계를 완전히 분해해서 정비하는 오버홀 과정은 고되다. 하지만 기름때를 닦아내고 마모된 부품을 교체하며 내부 구조를 깊이 이해하고 나면, 그 기계는 이전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공부와 배움 역시 내면의 오버홀 과정이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지식의 빈틈을 채워 나가는 과정은 자존심을 내려놓아야만 가능하다. "나는 다 안다"는 자만(자존심)을 버리고, "나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는 겸손한 확신(자존감)을 가질 때 우리는 비로소 성장한다. 내면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고통을 감수할 때, 나라는 엔진은 비로소 더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다.


결국 자존감은 타인의 박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내 일지에 "오늘 나는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당당히 기록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우리는 남의 항로를 침범하기 위해 바다에 나온 것이 아니다. 나만의 일지를 기록하며, 어제보다 더 단단해진 엔진으로 내일의 수평선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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