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의 갑옷을 벗고 마주한 풍경
분노라는 강력한 엔진을 끄고 나니 처음에는 막막한 정적이 찾아왔다. 세상을 향해 휘두르던 칼을 내려놓은 손은 허전했고, 싸워야 할 적이 사라진 일상은 낯설었다. 하지만 그 허공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나는 에고의 갑옷 대신, 나를 온전히 지탱해 줄 새로운 뼈대를 세우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나의 트리니티루틴이다.
과거의 내 운동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용 근육이나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힘을 기르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복싱 샌드백을 두드릴 때 전해지는 타격감은 내 안의 찌꺼기를 털어내는 정화의 의식이고, 차가운 수영장 물속을 가를 때 느껴지는 수압은 오로지 내 호흡에만 집중하게 하는 명상의 시간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이 찢어지고 다시 붙는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나는 매일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나를 만난다. 이 땀방울들은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정직한 언어다.
단순히 화를 참는 것이 아니다. 매일 일기를 쓰고 인문학을 공부하며 나만의 철학을 끊임없이 인지하고 발전시킨다. 자발적으로 펼쳐 든 책 속에서 나는 나를 투명하게 바라볼 거울을 발견했다. 이제 나는 어떤 감정이 몰아칠 때 무작정 반응하는 대신 내면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네가 느끼는 건 분노니, 아니면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방어기제니?” 나의 에고와 방어기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날 서게만 들렸던 상대방의 말들이 사실은 그들의 불안이나 서툰 진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나를 알게 된 만큼 남을 이해할 공간이 생겼고, 이제 인간관계는 투쟁의 장이 아닌 공감과 연대의 장이 되었다.
나에게 경제적 자산은 이제 목적 그 자체가 아니다. 그것은 정서적 평온을 유지하고, 내가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적 가치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는 않는다.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는 순수는 쉽게 무너지고, 결국 불안을 유발하기 마련임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이 경제적 기둥을 견고히 함으로써 내 철학이 흔들리지 않을 현실적 토대를 만든다. 돈에 휘둘리는 삶이 아니라, 내 철학을 실현하고 소중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돈을 다스리는 삶. 그것이 내가 정의한 새로운 경제적 기둥이다.
이 세 가지 기둥이 세워지면서 내 삶에는 비로소 진정한 여유가 생겼다. 나의 성장은 이제 타인을 짓밟고 올라가는 수직의 성장이 아니다. 나를 깊게 뿌리 내리게 하고, 그 그늘 밑에 누군가 쉬어갈 수 있게 만드는 수평의 확장이다. 나는 오늘도 이 세 가지 기둥을 닦으며, 가장 나다운 항해를 계속한다.